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06화 (20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6화

70. 대회 시작(1)

드디어 대회 당일이 밝았다.

“하아. 하아.”

평소와 같은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깅을 뛰고 있는 상현.

「반복, 습관화.」

그는 오늘따라 코치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자주 생각났다.

「사람의 정신을 가장 맑게 유지해 주는 방법이다.」

어느 정도 훈련이 지속되고 나면, 양궁은 사실상 정신력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코치님은 늘 정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사람이라면 늘 큰 대회 앞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턴 머리로 기억하는 건 쓸 수 없다. 몸이 기억하는 것만 갖고 겨루는 거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거였다.

「긴장을 이겨내려 하지 마라. 긴장을 한 상태로도 이길 수 있게 만들어라.」

몇백 번 곱씹어도 타당한 말이다.

상현은 마치 코치가 앞에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뜀박질로 인한 심박수의 증가인지, 아니면 대회 출전의 설렘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건 명백했다.

‘그러고 보니 그 이후로 첫 대회잖아.’

10년 전. 국내 선수권을 출전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경험하는 ‘대회’였다.

이 사실이 아무래도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새삼 깨닫는다.

‘내가 정말 그 생활과 멀어져 있었구나.’

그 시절에 비해 체력이 참 저조하다.

프로 양궁인으로서의 정신은 한 번도 잃은 적이 없지만 몸은 완전한 사회인이 되어버린 걸까?

‘어쩔 수 없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생활이었을 터.

아성에 입사한 후. 난생처음 겪는 문화와 일 처리, 경쟁 방식…….

정신없이 살아남기만 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눈 떴을 때 숨이 쉬어지면 그걸로 만족하는 시간들.

이렇게 나열하면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나, 상현은 그 시절을, 그 선택들을 후회하진 않는다.

당시의 그에겐 최선이었다.

양궁 코치로 다시 시작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회사원을 골랐다.

몰락한 천재의 꼬리표를 달고 그 업계에 남는니, 아성에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쌓았던 게 나았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양궁 신예 유상현을 지우고 싶었고.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다시 ‘대회’라는 것을 앞두고 있다.

‘애써 지운 걸 결국 다시 다 끄집어내게 생겼네.’

투정처럼 되뇌었으나, 상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유상현이라는 인간은, 이런 삶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 * *

상현이 조깅을 나간 후에야 일어난 주혁.

“후…….”

그는 마당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며 연신 스크롤을 내렸다.

[릴프로]

릴프로의 게시글들을 보고 있었다.

매니저로서 당연한 일이다만, 지금 주혁의 눈엔 게시글이 딱히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신 스크롤을 내리며, 무의미한 새로고침을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왜 내가 더 긴장이 되냐.’

불안해서이다.

그렇기에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는 거다. 이 수많은 게시글들 중에 하나쯤은 미래를 예측해 나한테 알려주길 바라면서.

하나 당연히 그런 게시글 따윈 없다.

그냥 초조함만 더 가속될 뿐이다.

“하. 참내.”

유상현이 출전하는 대회인데 내가 긴장한다니. 꼴이 우습다.

‘난트전이 뭐 별거라고…….’

머릿속으로 이렇게 되뇌지만.

스트리머로서 출전하는 첫 대회이고, 주혁은 과거에 이런 대회 같은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해봐야 수학 올림피아드나, 성인 이후로는 경쟁 피티나 나가 봤지…….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이런 스포츠 대회는 처음이다.

게다가 관중의 숫자를 보라.

‘20만 명이 본다고? 이걸?”

위키 사이트에서 알아낸 사실인데. 난트전의 최근 시청 숫자가 20만 명이라고 한다.

한 5~6년 전부터 인터넷 방송 시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사실 20만이라는 숫자가 이젠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메이저 미디어가 서브 컬쳐였던 인터넷 방송에 완전히 패배한 지금. 한 개인이 10만, 20만을 이끌고 다니는 스트리머들도 있다.

20만이라는 숫자에 주눅들 필요는 없는 거다.

‘우린 아직 우물 안 개구리구나. 아니, 올챙이인가?’

신인치곤 잘나간다고 자부할 순 있겠지만. 신인 딱지를 떼고 보면 위는 높고도 높다.

상위로 가면 갈수록 오히려 격차는 더 심했다.

물론 지금도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이지만.

주혁의 성에 완전히 차진 않았다.

‘아버지보단 잘살아야지.’

가장 가까운 목표가, 너무나 높은 곳에 있었기에.

그는 메이저 채널로 진출하고 싶었다.

‘메이저 채널로 진출하면 더 큰 기회가 있을 텐데.’

인터넷 방송이 주류 미디어가 되면서, 크게 두 줄기로 나뉘었는데.

바로 메이저와 마이너다.

마이너 채널이 기존에 하던 1인 방송을 말한다.

메이저 채널들은 이전의 티비 채널처럼 다수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채널들이며,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많은 스태프가 동원되며, 많은 출연진이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가 시청자 수로 나뉘기도 하는데, 보통은 그렇진 않다.

메이저 채널이 메이저인 이유는 일종의 명예와 이미지 형성, 그리고 파급력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들, 특히 배우, 모델들은 아무래도 대중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채널은 꺼리기 때문에 대체로 메이저에만 출연하고, 그렇기에 생기는 ‘급’이라는 게 있는 셈이다.

그래서 메이저 채널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광고의 질이 달라지곤 한다.

아무래도 광고는 그 사람의 시청자 수보다는 이미지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을 테니까.

후우.

주혁은 담배 연기를 뱉으며, 상현도 언젠가 그런 방송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미지도 딱 맞는데…… 언젠간 되겠지 뭐.’

그러던 중. 멍하니 스크롤을 내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게시물이 하나 있다.

“이야. 말 한번 화끈하게 했네.”

상현의 방송 클립인데.

주혁도 라이브로 보긴 했지만, 이렇게 클립으로 보니 더 자극적이었다.

「개인사는 우승 인터뷰에서 말씀드릴게요.」

개인적인 일화들은 우승 인터뷰에서 말한다는 장면.

게임 시작한 지 한 달 된 놈의 인터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어그로는 챌린저네

-아가리 mmr 3000

-ㅋㅋㅋㅋㅋㅋㅋ와 간지 ㅠ

-이거 악편 아니냐? 진짜 이렇게 말함? ㅋㅋㅋ

-아몬드는 왠지 할 것 같아.

└홍차부터 넘고 와야지.

└솔직히 백숙도 넘은 건 아니지 않음?

└억까들 진짜 역겹다 ㅋㅋㅋㅋ 백숙은 몰라도 홍차는 이겼는데?

자극적인 말을 한 만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댓글들 역시 꽤 자극적이었다.

심지어 아몬드의 이 발언은 혼자서 말한 거로 끝나질 않았다.

「개인사는 영원히 안 풀겠다는 말이죠? 제가 프라이버시 확실하게 지켜드릴게요.」

단무지가 아몬드의 발언을 받아치면서, 관심이 확 쏠렸다.

-와 ㅋㅋㅋ

-트래시 토킹 시작된 건가?

-개꿀잼

-이런 게 있어야 난트전이지 ㅅㅂ

-개재밌닼ㅋㅋㅋㅋ

-으으으딜 골린저가 챌드한테?

-오오 단무지 그냥 무시할 줄 알았는데. 아몬드가 신경 쓰이긴 하나 본데? ㅋㅋㅋㅋ

아몬드는 사실 그냥 평소처럼 말한 것뿐인데. 단무지가 여기에 답장을 하는 바람에 트래시 토킹이 오가는 구도 비슷하게 되었다.

“어?”

주혁은 다 피운 담배를 털고 뭔가 발견한 듯 휴대폰을 더 가까이 든다.

“뭐야. 약간 유행처럼 됐네.”

홍차까지 한마디 하는 영상을 보고, 주혁은 이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나 연습 경기에서 주캐 쓴 적 없는 거 알지? 아몬드? 이미 다 분석 끝났어. 뒤질 준비해!」

「뒤질 준비해!」

옆에서 레몬이 카메라로 슥 끼어들며 따라 외치는 모습. 저 둘은 평소에도 붙어다니나 보다.

이 영상은 상대가 열이 받는다기보단 웃길 것 같았다.

댓글들도 대부분 그런 반응이다.

-ㅋㅋㅋㅋㅋ졸커 ㅋㅋ

-ㅈㄹ 작은 주먹 흔드는 거 개웃기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뒤질 준비 해!

-와 이번 대회 ㄹㅇ 존잼이넼ㅋㅋㅋㅋ

-화끈한 사람들만 나왔구만

“이거 반응 좋은데?”

주혁은 얼른 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 *

잠시 후.

[견과류가 쏘아 올린 작은 콩. 난트전 트래시 토킹 #Shorts]

이런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런 제목으로 올린 30초 분량의 영상엔, 단무지와 홍차의 발언까지 전부 담겨 있었고.

올린 지 반나절 만에 조회 수가 20만을 우습게 넘기고 있었다.

올튜브 조회 수에 민감한 스트리머들이 이런 호재를 놓칠 리가 없었다.

홍차, 단무지뿐 아니라 온갖 스트리머들이 다들 경쟁 상대에게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미호 누님. 다시 오면 여자라고 봐드리는 거 없습니다.」

미호의 서큐버스에 고전했던 20살 챌린저 미드, 모솔. 그는 자신이 모솔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플레이 못 했다는 이야기가 돌자, 억울한 듯이 각오를 다졌고.

「모솔 님은 어차피 제가 수영장 파티 스킨 끼면 아무것도 못 하실 것 같던데요?」

미호는 상대의 아픈 곳을 한 번 더 후벼팠다.

-수영장파티?ㄷㄷㄷㄷㄷ

-팩트)사실 모솔은 그걸 노리고 시비를 걸었다

-이 작전…… 진행해.

-너무 좋은 작전 같습니다. 누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팩트) 사실 미호가 수영장 파티를 끼면 킹귤도 해설을 못 한다.

모솔은 미호의 말에, 대회에선 스킨 금지를 하자는 말도 안 되는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말 질 것 같은 모양이다.

여담으로, 풍선껌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저한테 지면 바로 민심 나락인 거 아시죠? 긴장들 하세요.」

자신은 잃을 게 없다는 듯한 말투에서, 묘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풍선껌ㅋㅋㅋ

-아 껌한테 지면 ㄹㅇ 나락이지

-풍선껌은 껌이지~

-자신감이 없는 데에 자신감이 있는 남자.

주혁이 잘 아는 스트리머들 말고도 트래시 토킹을 하는 참여자들이 늘어났고.

이게 무슨 ‘챌린지’라도 된 것처럼 이어졌다.

#트래시 토킹 #난트전

이런 태그들이 올튜브에 계속 박히기 시작한다.

관중들 입장에선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어떤 모종의 원한이나 감정이 있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으니, 화제성은 굉장했다.

하나 가끔 과몰입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주혁은 스크롤을 내리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우…….”

도가 넘는 욕설들도 오가고, 스트리머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넘쳐났다.

자신의 팀이 자기라도 된 듯이 열심히 키보드를 치는 사람들.

어쩌면 이 또한 축제의 일부라고 봐야 하는데. 그냥 보기에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난트전이 괜히 난트전이 아니구나.”

난투전처럼 난장판이 된다고 해서 난트(트리비)전이다.

나름대로 커뮤니티 활동으로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대회 시즌의 릴프로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어쨌든 관심은 무지하게 받았고.”

주혁은 킬킬거리면서 마우스를 딸각거렸다.

이제 상현이 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 제대로 활약하면, 크게 반등하겠어.’

이론적으로 20만 명이 전부 다 아몬드 방송의 잠재적인 시청자 아닌가?

잘 풀린다면 시청자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지금 연습 경기만 지났는데도, 1만에서 거의 2만으로 2배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

‘재밌겠다.’

* * *

대회 시작 10분 전.

오후 5시 50분.

트리비에서 제공한 가상 경기장은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이들은 단순히 그래픽으로 구현된 인공지능이 아닌, 실제 관객들이 캡슐을 이용해서 디스 월드로 참여한 것이다.

사정이 안 되는 시청자들은 물론 그냥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로 감상하며 채팅을 치고 있었다.

-아 오늘 야근만 아니었으면 나도 저기 있는데 ㅅㅂ

-부럽누……

-크 사람 개많은데??? 더미들인가?

그때.

쿠구궁!

우렁찬 굉음이 울리면서, 거대한 홀로그램이 생성되었다.

김상훈 캐스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아!!”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경기장 곳곳을 후벼팠다.

-와아아아아아!

관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트리비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라이프 이즈 레전드의 계약자 여러분!”

관객들의 함성 소리에, 최대 볼륨으로 설정된 캐스터의 목소리가 거의 묻힐 지경이었다.

“난트전이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격정적인 동작으로 팔을 들어 올리는 캐스터.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은 음량 시스템의 한계치까지 올라갔다.

띠잉──

그리고, 알람 소리와 함께 오늘의 첫 경기가 커다란 전광판에 뜬다.

[Match -1]

[벌룬스타즈 VS 무지성고라니]

그리고 시청자 수도 떠올랐다.

[현재 시청자 22만]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