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09화 (209/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09화

71. 첫 경기(2)

“근데 이 관중석의 소리가 선수들에게 영향이 꽤 갈 것 같은데요?”

프로 선수 출신이었던 킹귤답게, 바로 올다이브 시스템의 영향을 걱정했다.

“단순히 부담감이나 쾌감을 배로 올려준다면 좋지만, 숨어 있는 적이 보일 때 외친다거나…….”

그 말에 캐스터가 손을 내저었다.

“그럴 일 없습니다. 애초에 선수들이 있는 쪽에선 큰 소리가 아니면 잘 들리지도 않아서, 누구한테 뭘 외치는지 알 방법이 없어요! 선수가 무려 5명씩이고 서로 각자 라인에 멀찍이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조금 애매한데요. 난트전이야 원래 채팅도 보고 하던 시절이 있어서 괜찮다고 쳐도, 프로 경기에도 적용된다면요?”

“그런 걸 그냥 넘어갈 폴리스가 아니죠!”

“?”

“여긴 디스월드 아닙니까? 스포 방지 알고리즘이 있는 게임들처럼 실시간 필터링이 되지요!”

“아. 게임에 영향 갈 만한 말은 저절로 필터링 되는군요!?”

“예! 그렇죠! 혹시 뭔가가 전달됐다고 해도 로그가 다 남기 때문에 전부 재확인해서 인과관계를 보고 징계를 내릴 수 있습니다.”

“크. 정말 이 디스월드의 나날이 발전하는 관전 시스…….”

관전 시스템을 칭찬하던 킹귤이 갑자기 돌변하며 이렇게 외친다.

“뭡니까?! 이거 관전 버그인가요?”

캉!

잘 날아가던 스위프트의 점멸검이 바닥으로 고꾸라졌으니, 그럴 만하다.

“아, 아니? 뭐죠?!”

“뭔가 맞았어요!”

“설마 맞혀서 떨어뜨린 건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애초에 폭풍닌자와 전면전에서 이기기 힘든 상성이다.

“아, 어쨌든 아몬드!! 미칠 듯한 속도로 베어댑니다!!!”

“와! 이게 닌자의 최고 속도다! 라고 보여주는 듯한 베기예요!”

“이 선수가 마음먹고 휘두르면 이런 속도가 나오는군요!”

“살 수 있나요!?”

“지금은 스위프트가 아니라 슬로우 상태라…….”

순식간에 점멸검을 앞질러나간 아몬드가 도검으로 그를 유린해 버렸고, 당황한 토마토는 제대로 합을 겨루지도 못한 채 죽었다.

[퍼스트 블러드!]

“아!! 난트전의 첫 킬! 벌써 나왔습니다?!”

“방금 플레이! 좋은 의미로 미쳤군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요!”

“저게 저렇게 친다고 검이 툭 떨어지진 않을텐데. 신박합니다.”

“리플레이로 봐야 알겠지만, 정확하게 칼 손잡이를 위 45도 각도쯤으로 올려친 게 아닐까요?”

“아, 그렇게 정확하게 45도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해설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이어지는 와중에 채팅창도 미친 듯이 스크롤이 올라갔다.

-와 ㄷㄷ

-방금 뭐냐!?

-이거 실화야?

-점멸검 단검 왜 떨어진 거야

-“레이나의 후회 없는 선택, 아몬드.”

-ㄷㄷ

-무쳤다 ㅋㅋㅋㅋ

-그래! 이게 릴이지 씨바!

-존나 화끈하네 ㄹㅇ

-“전자파가 팔로우한 남자”

“리플레이 준비됐답니다! 보고 오시죠!”

캐스터의 말에 맞춰 재생된 리플레이.

스위프트가 자신의 검을 본인 포탑 쪽으로 던진 후부터,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오. 역시 수리검이죠?”

“수리검을 던진 게 맞네요!”

뒤쪽에서 아몬드의 수리검이 빠르게 날아온다.

타아아…….

수리검의 날이 정확하게 대거 손잡이에 닿았다.

갈고리처럼 꺾인 날이, 마치 자기 쪽으로 끌어오듯이 회전하며 끌어왔다.

……아앙!

그러자, 스위프트의 대거가 추진력을 잃고 떨어진다.

“어? 이거…….”

킹귤과 분석관은 서로 깜짝 놀라서 마주본다.

“왜 수리검이 역회전을 하고 있죠?”

“일부러 역회전으로 던진 건가요!?”

“이래서 이상하리만치 뚝 떨어진 거군요!”

“그렇죠. 이상했거든요? 날아가고 있는 대거를 뒤에서 쳐버리면, 오히려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고 떨어지더라도 한참 더 가서 떨어지니까요.”

“와아아…… 이거 의도한 거라면 정말 기가 찹니다?”

“이 리플레이는 무지성 고라니 팀이 못 보는 게 천만다행이네요. 만약에 봤으면 사기가 팍 꺾였을 거예요!”

“그렇습니다!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확 들거든요!?”

해설진들의 말대로였다.

상대의 사기를 꺾을 법한 슈퍼 플레이였다.

그 말에 시청자들도 크게 동감하는지 채팅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ㄹㅇ 저게 사람이냐?

-견과류 최강…… ㄷㄷ

-???: 인류는 끝났다. 견과류의 시대가 도래한다.

-와 ㅋㅋㅋ

-토마토 ㅈㄴ 억울하겠누 ㅋㅋㅋ

-???: 같은 다이아가 아닙니다만?

“그나저나, 미드 퍼블…… 아, 뼈 아픕니다.”

“굳이 리플레이를 안 봐도 기세가 확 꺾이긴 할 겁니다.”

퍼스트 블러드.

말 그대로 첫 번째 흘린 피를 말한다.

일반적인 킬보다 100골드를 더 얹어준다.

100골드를 더 주는 것도 물론 크지만, 퍼스트 블러드의 진짜 가치는 이것이 아니다.

“예. 걱정했던 라인에서 퍼스트 블러드가 터지면, 그 게임 정말 하기 싫어지거든요.”

“기세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퍼스트 블러드가 원래 그렇죠.”

자신 있다고 하더니, 레벨 1에 죽었다.

심지어 자기의 모스트를 들고, 상대가 2판 플레이 한 화신에게 진다니.

이건 멘탈에 영향이 간다.

토마토뿐 아니라 팀원에게도.

‘아. 결국. 카운터에 당하네.’

‘모스트 1이라더니…….’

‘자신 있다면서.’

물론 입 밖으로 이런 생각을 내뱉진 않는다.

[야.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카운터잖아.]

입으로는 위로를 건넨다.

하나 당사자인 토마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아. 망했다.’

시작부터 단단히 꼬였다는 걸.

[아. 미안하다. 다음부턴 사릴게.]

아직은 다음이 있다.

다음이…….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괜히 한숨이라도 쉬었다간 기세가 흐트러진다.

* * *

아몬드는 생각했다.

‘역시 실전은 기세다.’

[딸기슈터가 적을 처치하였습니다!]

아몬드가 킬을 올리자, 바텀에서도 킬이 나왔다.

심지어 하나 더 나온다.

[딸기슈터 더블킬!]

더블킬이다.

레벨 2~3구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 정도면 대형 사고다.

[이야! 좋아!]

[역시 마스터한테 실버는 안 되지~~!]

[마버는 아몬드뿐이라고!]

[나이스~!]

팀 보이스의 분위기가 좋다.

아몬드는 보이스로 대충 나이스를 날려준 뒤.

다시 미드 라인전에 집중했다.

‘한층 긴장이 풀린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이게 기세라는 거겠다.

‘한 번 더 킬 내봐도 될 것 같아.’

그는 미니언을 일부러 최대한 천천히 정리하면서, 상대 라인 쪽으로 포지션을 옮겼다.

아예 상대가 미니언 구경도 못 하게 해버릴 생각이다.

‘이러면 상대 정글이 오긴 하겠다.’

이런 포지션은 너무 공격적이라, 상대 정글러는 아마 미드를 노릴 가능성이 높았다.

점멸검은 저 조합에서 꽤 중요한 화신이라서, 아마 한 번쯤은 도와주고 싶을 거다.

아몬드는 판단을 해야 했다.

‘그냥 무난하게 빠져줄까. 아니면…….’

정글러가 오면 그냥 도망갈지, 아니면 그 와중에도 점멸검을 한번 노려볼지.

* * *

중계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바텀에서마저 더블킬…….”

“이거 밴픽에서부터 지고 들어간 게 너무 티가 나죠?”

“예. 타코 선수의 밴픽에 완전 말려 버린 겁니다. 상대를 낚으려다 완전 간파당해서 역으로 낚였어요.”

“지금 바텀은 랭크 차이가 극심한데, 거기에 픽도 상성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반면에 아몬드는 비록 4티어이긴 하지만 똑같이 다이아인데, 상대편의 완전한 카운터를 가져갔고요.”

“예. 그래서 퍼스트 블러드의 주인공이 되었죠!”

해설진들의 평가에, 시청자들도 동의하는 듯 했다.

-킹!타!코!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머리가 없어졌다는 게 석계역에서 점심 ㄱ

-타코야끼 밴픽이 지리긴 했어.

-어이. 어이. 머리카락이 없는 타코는 전설이라고.

-타코야킹 ㄷㄷ

-무지성 고라니 시발 솔직히 컨셉질 뇌절이야 ㅋㅋ

릴은 전략적인 요소가 뚜렷한 게임이라, 플레이만큼이나 밴픽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특히나 서로의 실력이 프로급으로 비등비등할 경우, 이런 성향이 두드려져서 50%는 밴픽에서 결정난다고 하는 말이 있다.

특히 이번 경기가 밴픽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는 판이었다.

해설들이 대체로 타코의 활약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내 그 초점은 미드 라인으로 옮겨갔다.

“아니. 근데 잠시만요. 아몬드 선수. 지금 조금 잔인한 플레이를 하고 있죠?”

“건방진? 도발적인 플레이라는 게 맞겠습니다.”

아몬드는 적군 포탑의 사거리 아슬아슬한 지역까지 나가서 마치 자기 땅인 양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미니언들은 전부 아몬드의 진영으로 이미 쭉 밀려 있었다는 거다.

이러면 토마토는 아몬드 진영의 미니언들을 죽여서 골드와 경험치를 수급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런데 이게 된다는 건…… 그만큼 이미 차이가 많이 나버린다는 거죠?”

“예. 일대일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는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상성도 안 좋은데 킬까지 당했으니까요.”

아몬드가 지금 하는 플레이는 커다란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다.

보통 계약자들은 전장에서 미니언 뒤에 자리 잡는데, 이는 미니언의 보호를 받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 이 플레이는 포지션이 반대다.

“미니언들보다도 앞으로 나가서 지금 본인이 미니언을 보호하는 개념이거든요. 어지간히 전투력 차이가 나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아. 그런 말씀을 하셔서 그런가. 지금 미니언 격차가…… 40개 넘게 벌어져 버립니다!?”

“1웨이브당 20개인데, 지금 2웨이브를 통째로 못 먹었군요. 암담합니다.”

[토마토]

[미니언 처치 37]

[망나니 용사]

[미니언 처치 81]

프로 경기에서는 20개만 차이 나도 게임이 힘들다고 한다.

지금은 40개 이상이 차이 나고 있다.

관중석에서 야유 소리가 들린다.

-우우우우우우……

-야! 똑바로 해애애애!

-점멸검이 주캐 맞냐!?

중계진은 관중석의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해설을 진행했다.

“아…… 보기만 해도 힘드네요. 이건 거의 이미 두 번 정도 죽은 거나 다름없거든요?”

“레벨 차이도 1 납니다. 이거 크거든요? 순간적으로 2렙 차가 난 것도 같은데…… 아몬드는 이미 레벨 5예요. 거의 6이 다 되어갑니다!”

“점멸검 레벨 6을 찍을 수나 있나요?”

전쟁으로 치면 보급로를 다 털고, 그 보급로 위에서 계속 방해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정글러가 개입할 준비를 합니다.”

“그렇죠. 무지성 고라니. 원래부터 미드 키우기 조합이거든요? 정신 차리고 지금부터라도 가야죠!”

“이…… 이거 근데 아몬드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뒤로 빼려 하는데요?”

“괜찮아요! ‘켄타’라서 엄청 빠릅니다!”

켄타는, 켄타로우스의 준말이다. 본명은 ‘광포한 켄타로우스 -체스터’라는 화신.

돌진 조합의 핵심 중 하나다.

다그닥! 다그닥!

시야에 켄타가 보인 뒤에는 이미 늦었다는 말이 있다.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엔 폭풍 닌자가 더 빠르지만, 가속이 붙으면 상대가 안 된다.

스포츠 카 부럽지 않은 속도가 나온다.

두두두두두두!

“진짜 빠른데요!? 아몬드! 어떻게 대처하나요!?”

“여기서 점멸검이 킬 먹으면 구도 좀 이상해지거든요? 잘나가던 경기에 찬 물 확! 미니언 40개 차이도 어떻게든 비빌 수 있어요!”

“아몬드! 연막 뿌리고 도망 시도해 봐야죠! 왜 가다 맙니까?!”

“말씀하시는 순간! 아몬드! 연막 썼습니다!”

펑!

치이이이이익!

짙은 잿빛의 연기가 사방을 가렸다.

그 순간, 중계진이 당황스러워한다.

“어?!”

“저희도 안 보이네요!?”

“이런. 이거야말로 관전 버그인가요!? 아니면 의도된 건가요?”

해설자들까지 안쪽 상황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켄타 그냥 돌진합니다!”

훅!

켄타가 그 연막 안으로 거침없이 발을 들이밀었고.

“스위프트도 따라서 호응하죠! 2 대 1 상황!”

스위프트도 그 안으로 검을 던져 버렸다.

“이건 죽이겠다는 거죠!”

마침내 셋이 전부 연기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해설자들은 전부 할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그저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전광판을 주목했다.

잠시 후.

[망나니 용사가 적을 처치했습니다!]

“와……!? 오히려 무지성 고라니가 죽었어요!?”

“도망을 안 가고 싸웠군요! 결국 한 명을 데려갔군요!”

아몬드가 한 명을 죽였다는 의외의 소식에 해설자들이 놀랐다.

그러나 그들은 아몬드가 한 명을 ‘데려갔다’라고 표현했다.

즉, 자기도 죽으면서 저승길 동무로 데려갔다는 뜻인데.

“아. 아몬드가 결국 저승길 동무를 만들어냅니다!”

틀린 표현이었다.

[망나니 용사 더블킬!]

“예에에에?!”

“이…… 이게 뭐죠?”

아몬드는 저승길로 가지 않았다.

나머지 둘만 보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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