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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12화 (21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2화

72. 다시 만난 은인(2)

“아니, 형님. 진짜 감사합니다. 갑자기 이런 기회를…….”

굽신거린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주혁은 오늘만큼은 저절로 허리가 숙여졌다.

일단 우리나라 캡슐 제조사 중에선 탑급인 다이버즈의 대표가 눈앞에 있기도 했고.

그 대표가 자기 학교 대선배이기도 했으며 심지어 아버지의 후배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얼마인지도 모를 캡슐을 떡하니 주겠다고 하니, 어떻게 허리가 꼿꼿하겠는가?

“이야. 주혁이 열심히 사네.”

박 대표는 아까 상현과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날 선 인상에, 이제야 조금이나마 인간미가 느껴진다.

“예?”

“네 캡슐도 아닌데 뭐 그리 고마워하냐. 열심히 사는 거지 그게.”

“아…… 하하. 그야…….”

“너처럼 일하는 애들만 여기 가득이었으면 사실 이미 애스턴을 뛰어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강석이 헛기침을 했다.

“에, 에헴! 애스턴은 좀…….”

박대표는 크게 한번 웃더니.

주혁에게 안심하라는 듯 재차 말한다.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이건 윈윈이야. 우리가 어디서 아몬드 같은 데이터를 가진 사람을 다이버로 이렇게 쉽게 구하겠어? 게다가 광고 효과까지 굉장할 테니.”

주혁은 대체 박형준이 뭘 믿고 광고 효과가 굉장할 거라고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또 우리 제품이 알다시피 하이엔드 라인은 처음이잖냐. 아무도 쉽게 써주려 하지 않을 거다. 다이버즈 이미지가 워낙…….”

그렇다.

박 대표의 회사인 다이버즈는, 보급형 이미지가 강하다.

이미지뿐 아니라, 실제로 현재는 보급형 캡슐만 만들고 있다. 싸고 성능이 쓸 만하다.

그래서 수많은 캡슐방 사장들의 구원자이기도 했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뇌사까지 겪는다는 루머도 돌았고, 몇몇 경미한 사고도 실제로 있었다.

억울한 점은 해외의 유명 제조사들도 겪는 문제를 똑같이 겪었을 뿐인데 기사는 더 크게 보도됐다는 것 정도.

“근데 마침 아몬드라는 사람 매니저가 너라길래, 내가 깜짝 놀랐지 뭐냐? 근데 아버지는 잘 계시지?”

대표가 왜 바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지, 주혁은 알 수 있었다.

‘네 아버지가 이거 허락한 거냐?’라고 묻는거다.

“아버지…… 못 뵌 지 좀 됐는데. 잘 계실 겁니다.”

“음. 허락 안 하시디?”

“예.”

주혁은 멋쩍게 웃으며 끄덕였다.

“그럴 것 같긴 하다. 그 형님 자존심에, 아들이 누구 매니저 한다고 하면…… 아, 매니저가 나쁘단 게 아니야.”

“단순히 매니저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니지먼트 회사를 만들기 전 경험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내뱉은 주혁의 포부에, 대표가 눈을 껌뻑거린다.

“그래?”

“예. 솔직히 저처럼 젊은 세대는 아성 같은 기성 산업 말고, 신진 산업 쪽에 기웃거려야 희망이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래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굳이 붙이지 않은 말을 박 대표는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건 맞다. 어른들 하던 거 그대로 해선 못 벌어먹지.”

박 대표도 이미 한번 겪었던 일들이다.

잘 다니던 반도체 회사를 때려치우고, 갑자기 캡슐 제조업에 뛰어든다 했을 때 겪었던 반대들.

“내가 이래라저래라는 못 하지만. 잘해봐. 가능성이 아주 넓은 시장이거든.”

셋은 이후로 주혁의 아버지에 대해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이쯤 듣던 주혁은 눈치를 보다가 그간 궁금했던 걸 묻는다.

“근데…… 캡슐로 정말 플레이어의 능력이 바뀝니까?”

그 말에 이강석이 끼어들었다.

“뭐? 당연하지, 인마. 스포츠 카랑 일반 세단이랑 정말 다르나요? 라고 묻는 거랑 똑같아.”

이럴 수가.

그 정도 차이라고? 주혁은 깜짝 놀랐다.

박 대표가 웃으며 이강석의 말을 어느 정도 정정했다.

“그 정도는 아니지, 인마. 일단…… 스포츠 카는 누가 몰아도 스포츠 카인데. 캡슐은 다이버에 따라서 성능 발휘가 다 안 되거든.”

“제약을 없애주는 느낌입니까?”

“그렇지. 바닥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 천장을 없애주는 거다. 물론 바닥을 탄탄히 해주는 기술들도 있어. 뇌파 안정 시트, 무풍 온도 유지 시스템…… 그런데 이런 거 요즘 아무 데나 다 있잖아?”

“그렇죠.”

“하이엔드 제품은 이런 건 당연히 있고, 초월적인 싱크로율, 오버 싱크까지 해결해 주는 거야. 이건 기성품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오로지 맞춤형으로만 실현 가능하지.”

“아…….”

“이 맞춤형이 제대로 성능이 나오면, 양산을 시작할 거다.”

“그럼 새로운 플래그쉽이 되는 겁니까?”

“아. 다이버즈의 플래그쉽?”

박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미 다이버즈는 너무 보급형 이미지가 강하거든.”

“그럼…….”

“상위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들 생각이야. 아예 이름을 다르게 해서. 그렇게 간접적으로 다이버즈 이미지를 만져야지. 너무 정면돌파했다간 침몰할 것 같다.”

브랜드를 하나 더?

이건 금시초문이었다. 이미 보급형에선 입지가 탄탄한 다이버즈가 그 정도로 큰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이래서 성공하는구나.’

박 대표는 아직 제작 중인 듯 보이는 로고를 스크린에 띄워 보여줬다.

[NOVA]

“노바라는 브랜드다.”

“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로고였다.

그리고, 그 로고가 주혁의 눈엔 다르게 보였다.

‘이거…… 아몬드랑 어울려.’

노바가 하이엔드 캡슐을 추구하는 것처럼, 상현도 결국 메이저 씬 진출을 목표로 한다.

서로 잘 섞인다면 어쩌면 시너지가 좋을 수도 있겠다.

아직은 망상이지만.

* * *

약 3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맞춤형의 견적이 나왔다.

견적을 들여다본 박 대표가 씩 웃었다.

“상현 씨…….”

“예?”

어느새 박 대표의 건너편에 앉은 상현이 고개를 든다.

“예상을 뛰어넘으시네요.”

상현은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캡슐 안에서 시키는 대로 3시간 내내 움직였을 뿐이다.

“순간 집중, 가속력, 뇌파 확장성이 일단 탑클래스를 넘어서 제 눈으로 본 것 중 최상이시고…….”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뇌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나요?”

대표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의료 정보는 절대 외부에 새어 나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안 그러면 맞춤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아.”

상현은 잠시 주혁과 눈을 마주치더니.

전부 이야기를 해주었다.

옆에 있던 캡슐방 사장 이강석도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아. 오른팔이…… 뇌 신경 문제였군요. 하긴.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으니까…….”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뭔가를 끄적였다.

“음…… 원래 2주 정도 예상했는데…….”

대표는 캘린더를 들여다봤다.

“조금 더 걸리겠습니다.”

“문제가…… 있나요? 지금 캡슐도 문제없이 쓰고는 있는데.”

“문제없이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아…… 물론 좀 힘든 면이 있긴 합니다만.”

“예. 아마 그럴 겁니다. 기왕이면 현재 상현 씨의 그런 핸디캡도 고려해서 제작해 보겠습니다.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저희도 더 연구해 보겠습니다.”

설마 오른팔 관련된 과부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럴 리가.’

전자파조차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

아마 안 될 거다.

그래도 시도라도 해준다니 좋은 일이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결승전 전까지는 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광고 효과 좀 보겠죠.”

“아.”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제작이 생각보다 빠르네요.”

“세상이 좋아졌으니까요.”

이 대목이었다.

유상현이라는 사람이 박 대표의 뇌리에 깊게 박힌 순간.

‘반응이 신기하네.’

결승전에 준다는 말. 그냥 반 농담 삼아 건넨 말이었는데.

너무나 태연한 반응이다. 꾸며낸 침착함이 아니라, 정말 당연하게 결승에 자신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 * *

그렇게 다음 날이 왔다.

오늘은 람쥐썬더와의 경기다.

“벌룬스타즈 대 람쥐썬더! 람쥐썬더 대 벌룬스타즈! 경기 시작합니다!”

람쥐썬더.

강팀은 절대 아니다.

스크림 때 벌룬스타즈가 단 한 판도 지지 않았던 팀이다.

파워 랭킹에서도 거의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 팀이었다. 전력 차이가 심하다 보니 밴픽도, 플레이도 너무 수월했다.

저들이 밴할 건 한무더기인데, 우리는 아무거나 픽해서 플레이해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 처참합니다!”

“람쥐썬더! 또 지나요!?”

“킬 한 번이라도 해봐야죠! 제발! 한 명만 죽여보자아!?”

게임이 너무 일방적이면, 오히려 재미가 없다.

그래서 해설들이 고생이 많았다. 그들은 최대한 텐션을 올려서 고성방가를 질러주었고, 게임이 마냥 지루하게만 보이진 않았다.

다행히 벌룬스타즈는 빡빡하게 운영으로 상대를 쥐어짜기보단,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람쥐썬더 지못미 ㅠㅠㅠ

-하 전력 차이 너무 심하네

-팬도 아닌데 차마 볼 수가 없누……ㅋㅋㅋ

-미드 정글이 브론즈, 실버인데 어케 이기누 ㅋㅋ

-아 여기 팀 뽑기 너무 망했어 ㅋㅋㅋ

순식간에 2 대 0 완승을 거뒀다.

“와. 깔끔하게 2 대 0 승리죠? 이러면 지금…….”

#1 고단백

#1 솔로이즈백

#1 레드카펫츠

#1 벌룬스타즈

“어찌 됐든 1등이죠?”

“푸하하. 그렇긴 합니다. 일단 1등은 맞아요!”

총 4개의 팀과 공동 1등이다.

다 한 번씩 싸워봤던 쟁쟁한 팀들이었다. 조금 의외라면 솔로이즈백이다.

“여기 지금 굉장히 의외인 팀이 하나 더 있어요!”

“솔로이즈백이죠? 진짜 말 그대로 솔로이즈백! 내가 돌아왔다! 이런 느낌 아닙니까?”

“모솔이 극강의 재능충이라는 별명이 있거든요. 이 선수 17살에 프로 제의를 4번인가 받았대요.”

“예?”

“심지어 다 다른 게임입니다.”

“놀랍습니다.”

“대신 신은 모솔에게 다른 걸 주지 않았죠.”

“여자친구인가요?”

“예? 아, 아뇨. 팀원 말한 건데요…….”

솔로이즈백. 이 팀은 미드가 챌린저인 대신 나머지 멤버들이 정말 구멍 그 자체였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 어찌어찌 2승을 챙겨서 벌룬스타즈와 공동 1등이다.

전력이 꽤 좋은 편이었던 그린티배깅은 오히려 2패를 기록 중이다.

아몬드는 그린티배깅 내부에서 분열이라도 난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좋았어. 내일모레도 오늘처럼만 하자고!”

“적팀이 오늘처럼 해줘야죠. 껌 형…….”

“와하하! 그런가?”

다행히 그런 걱정은 벌룬스타즈와는 상관없었다. 팀 분위기는 좋았다.

적어도 한 일주일 정도는 그랬다.

벌룬스타즈는 대진운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일 터다.

“벌룬스타즈! 양민학살자네요!”

“치즈팩토리를 박살 냅니다!!!”

“아~~~ 공장 불났어요! 지금 미호의 솔리아가! 공장 다 불 지릅니다아아!”

“아몬드! 아몬드! 이 선수 진짜 미쳤네요!?”

“란! 아몬드의 란이 진짜 그냥 전 맵을 다 지배 중입니다! 아무 데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벌룬스타즈~~ 또 2 대 0으로 승점까지 넉넉히 챙겨가면서 공동 1위 자리를 지켜냅니다?!”

그러나 난트전의 룰 특성상 사실 대진운이 좋아 봤자다.

어차피 다 한 번씩 붙어야 했다.

강팀과 붙는 그 시간이 늦게 왔을 뿐이다.

* * *

며칠 후.

솔로이즈백과의 경기 날이 왔다.

“오늘 매치업.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죠?”

캐스터가 슬슬 시동을 걸듯이 묻자, 킹귤은 기다렸다는 듯 받아친다.

“예! 솔로이즈백과 벌룬스타즈! 이 두 팀이거든요? 이 둘이랑 고단백 팀이랑 셋이서 지금 공동 1위입니다!”

어느새 1위 팀은 딱 세 팀으로 나뉘었다.

벌룬스타즈, 솔로이즈백, 고단백.

“조금 놀라운 결과입니다. 그렇죠?”

“솔로이즈백이 특히 놀랍죠!”

“그렇습니까? 왜죠?”

“스크림 성적이 정말 안 좋았거든요. 만날 때마다 쥐어 터졌어요!”

“미드는 챌린저인데. 팀 뽑기가 좀 망했었죠.”

솔로이즈백.

챌린저인 모솔을 필두로 꾸려진 팀인데.

챌린저인게 무색하게, 나머지 팀원들의 실력이 처참했다.

덕분에 연습 경기 성적이 영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막상 실전으로 오니까 전투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심지어 물리친 팀들의 이력이 화려해요!”

그런데 실전에서 갑자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골고루 전력이 좋은 그린티배깅! 챌린저 원딜 홍차를 필두로 스크림 성적이 어마어마했던 레드카펫츠! 챌린저 탑 선수를 보유한 고담시티 팀도 이겨 버렸죠!”

“와. 강팀들만 만났네요?”

심지어 이겨온 팀들이 전부 강팀으로 평가 받는 곳들이다.

“예! 경험치가 남다릅니다! 게다가 다른 라이너들의 솔로 랭크 점수가 다 몇 계단씩 오르기도 하면서 이 ‘모솔’ 선수의 리더십이 재평가받고 있어요!”

“모솔 선수가 팀원들을 게임을 잘하게 만들어버렸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팀 전투력 측정이 안 됩니다!”

심지어 팀원들이 대회 진행 중에 랭크가 상승해 버렸다.

이미 예전의 솔로이즈백이 아니란 뜻이다.

“크…… 대단합니다! 반면에 벌룬스타즈는 지금까지 똑같이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태 물리친 팀들의 퀄리티가 좀 낮죠?”

“그렇습니다. 좀 쉬운 상대들을 많이 만났죠.”

반면, 상현의 팀도 무패를 기록 중이지만 여태 다 쉬운 팀만 만나왔다.

솔로이즈백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

그때. 캐스터가 이어폰을 고쳐 쥐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아~ 말씀 중에! 밴픽 시작합니다! 보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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