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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14화 (21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4화

73. 시력을 포기한 실력(2)

콰아앙──!

번쩍이는 백색 빛이 모솔의 신형을 집어삼켰다.

“무슨 대미지가 저렇죠!?”

“와우!”

한 방에 체력이 30%가량 깎여 나갔다.

해설들이 잔뜩 흥분했다.

“성장을 잘 마친 수도승이 저 정도로 체력이 단다는 건, 란의 대미지가 상당하다는 뜻이죠?”

“만약에 상대편 원딜이 맞았다면 반피가 날아갔을 겁니다!”

수도승은 다른 미드 라이너들과는 다르게 꽤 튼튼한 편인데.

이 정도 대미지가 들어온다는 건 꽤 심각한 일. 그럼에도 모솔은 개의치 않고 보이스 채널에 외쳤다.

[잡아 족쳐!]

모솔은 기다렸다는 듯이 뒤돌아서 아몬드와 타코를 향해 달렸고.

[오케이!]

모솔의 오더에 따라 근처에 매복하고 있던 정글러 ‘노가리’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몬드 대 모솔!!”

“타코 대 노가리!”

“누가 진정한 술안주냐를 놓고 대결 중입니다!!”

“예?”

“여, 여기서 게임이 갈릴 수도 있어요!”

해설진들의 예상대로, 미드에서 이 게임이 미래를 결정할 전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 *

‘왔다!’

솔로이즈백의 정글러, 노가리.

그에겐 ‘거며 여왕 - 아라크네’가 깃들어 있었다.

“스파이더맨~!”

그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끈적한 거미줄을 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찌이익!

쏘아진 거미줄은 아몬드를 향해 날아갔다.

훙!

그런데, 타코의 작살이 날아오던 거미줄을 밀어내며 땅에 박혔다.

스킬을 상쇄시킨 것이다.

“이게 인류의 거미줄이다!”

타코는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아라크네를 향해 그물을 던졌다.

거미줄로 상대 둘을 묶어두려던 아라크네는 오히려 그물에 걸린 꼴이 되고 말았다.

타코가 작살을 아라크네에게 꽂으며 외쳤다.

“아라크네부터 조져!”

“그물 나이스.”

파지지직!

백색의 마나가 권총 형상을 그려내며 아몬드가 아라크네를 조준했다.

“꺼져!”

퉤!

아라크네는 타코에게 맹독을 뱉었고.

그와 동시에 란의 순백의 결정이 공기를 갈라내며 날아가 아라크네에게 적중했다.

콰아아앙──!

아라크네의 몸이 쭉 뒤로 밀려나자, 조준점도 함께 밀리면서 맹독이 빗나가버렸다.

‘뭐야, 이 대미지.’

아라크네는 맹독이 빗나간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대미지 때문이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파지지직!

다시 한번 란이 마나를 손가락 끝에 모았다.

아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저 빛이 다르게 보인다.

‘다음에 맞으면 죽는단 소리잖아?’

고작 두 대 맞고 죽는 각이 나온다니.

‘바텀 똥…… 미쳤네!’

도망가려 해도, 어부의 그물에 걸린 터라 그게 쉽지가 않았다.

퍼엉!

그때, 란의 두 번째 순백의 결정이 쏘아졌다.

‘제발 빗나가라…….’

꼼짝없이 가만히 있는 표적을 상대로 빗나갈 리는 없었다. 심지어 쏜 상대는 아몬드다.

그의 에임 능력이라면 배틀 라지에서부터 이미 증명된 것.

콰아앙!

당연히 순백의 불꽃이 그의 시야를 다 태웠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공명]

새하얀 빛이 다시 사그라들며 보인 건 모솔의 등이다.

우우웅!

“모솔!”

공명의 파동이 모솔의 주변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수도승은 아군이 일으키는 파동을 향해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데.

아군과 닿는 순간 공명 파동이 몸을 감싸서 배리어가 생겨난다.

체력의 1~20% 정도를 추가로 만들어주는 쉴드다.

그 덕에 아라크네가 산 것이고.

아몬드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뭐야.’

아몬드가 느끼기엔 겨우 쏴서 맞혀놨더니 공격이 무효화된 느낌이었다.

‘공명인가.’

아몬드도 이제 대체적으로 잘 나오는 화신들의 특징은 외워두고 있다.

그러나 수도승은 확신하기 쉽지 않았다.

요즘 메타에서 잘 쓰이지 않을 뿐 아니라, 쓰이더라도 탑이나 정글로 쓰인다.

저건 미드 라인을 먹고 큰 수도승이다.

대체적으로 미드 라인을 먹고 크는 계약자가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수도승의 전투력을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껏 만났던 수도승들보다는 당연히 더 셀 것이다.

심지어 망한 것도 아니고, 미호를 몇 번이나 죽여서 꽤 흥한 상태니까.

능력치를 예측할 수가 없다.

위험했다.

‘타코 형이 너무 가까운데?’

아라크네와 타코가 뒤엉켜 싸우고 있는 곳에 모솔이 난입하면서 구도가 이상해졌다.

타코가 둘을 바로 앞에서 상대하고, 아몬드만 멀찍이 떨어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치키챠!”

모솔이 흥에 겨운 소리를 내며 타코의 턱을 걷어차 버렸다.

“커억!”

푸슛!

타코의 입에서 침과 피가 튀어 나가며, 눈이 뒤집혔다. 공중에 붕 떠오른 타코의 몸.

“콤보 들어갑니다!”

모솔은 마치 방송을 진행하듯이 그렇게 외치며 능숙하게 콤보를 욱여넣었다.

붕 떠오른 타코를 다시 한번 무릎을 차올리고, 휙 돌면서 팔꿈치로 가격.

“치키챠!”

마지막에 정권을 찔러 멀리 튕겨내 버리기까지.

파아앙!

-푸하하하하!

-미친쉑!

-모솔! 모솔! 모솔!

-모솔 방송 떡상가즈아아아!

쇼맨십을 보여주자, 관중들의 반응이 굉장했다.

쿵!

튕겨 나간 타코의 몸이 나무에 부딪히며 무너져내렸다. 나무가 쩌저적 갈라졌다.

[모솔을 막을 수 없습니다!]

[모솔 → 타코야끼]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쒜에에에에엣!

-모솔 뭐냐구우우우우!

-솔로는 강하다! 솔로는 강하다!

모솔의 팬들이 있는 쪽에선 모솔 방송의 유행어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사이에 아몬드가 쉬고 있던 건 아니다.

콰앙!

어디선가 빛이 번쩍하더니.

[전장의 지배자! 망나니 용사!]

[망나니 용사 → 노가리]

아라크네가 죽었다.

-와 아몬드! 아몬드!

-아아아아아아몬드

-오빠아아아아! 다 죽여어어어!

수도승의 몸을 피해서 정확히 아라크네에게 순백의 결정을 욱여넣은 것이다.

모솔의 미간이 구겨졌다.

“어?!”

수도승에 어지간히 숙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콤보를 넣는 동안은 주변 상황에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파동이 너무 많이 퍼져서 뭐가 뭔지 구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뭐야!?’

그래서인지 모솔은 갑자기 노가리가 죽어버린 상황에 당황했다.

‘별수 없지.’

그러나 혼란은 짧았다.

그는 얼른 란의 파동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원딜과 일대일 상황. 질 수가 없지.’

타코가 죽은 뒤부터 이미 승기가 이쪽으로 기울었다.

수도승은 점멸검만큼이나 원딜을 쉽게 잡아먹는다.

“자. 원딜을 케이크처럼 쉽게 먹는 법. 올하!”

짝!

그는 편집점까지 혼자 잡아가며, 아몬드를 향해 뛰었다.

* * *

상황이 불리하다는 건 아몬드도 인지 중이었다.

‘일대일…… 좋지 않은데.’

솔로 랭크를 하다가 수도승 같은 화신들한테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단 진동파에 맞으면 순식간에 달라붙는 능력, 그리고 한번 몸이 뜨면 연속으로 얻어맞는 콤보.

원딜러들이 싫어하는 요소의 총집합이다.

[아몬드. 튀어.]

[정글 서폿 교환했음 이득이에요!]

팀원들도 후퇴를 권했다.

근데 문제는 도망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수도승은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술이 많다. 반면 란은 느려 터졌다.

“하아아압!”

모솔이 기합을 내지르며, 손을 뻗었다.

진동파를 쏜 것이다.

우우웅!

정확히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공간이 휘어지는 모양이 보인다.

그 꾸물거리는 것이 빠르게 아몬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타악!

아몬드는 발을 박차며, 몸을 좌로 던졌고, 파동이 일으킨 바람이 우측 소매를 휘날렸다.

빗나갔다.

아몬드는 일단 다시 뒤로 뛰면서 생각했다.

‘정확도가…… 생각보단 낮은데?’

생각보다 큰 각도로 빗나갔다.

방금의 스킬샷은, 챌린저라고 하기엔 타점과 너무 먼 곳으로 날아왔다.

아몬드는 고개를 돌려 모솔 쪽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모솔의 눈 쪽을.

그에겐 눈이 없었다. 붕대로 가려져 있었다.

수도승이 다른 화신들에 비해 갖고 있는 엄청난 진입 장벽 중 하나였다.

‘숙련도 문제가 있는 거야. 아무리 챌린저라도.’

게임을 잘하는 것과 눈이 안 보이는 거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건 다른 문제다.

‘본 실력은 안 나오는 것 같아.’

진동파만 피할 수 있다면 수도승을 일대일로 이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될 것 같은데.’

탁.

계속해서 뒤로 뛰던 아몬드는 발을 멈춰 섰다.

[오빠 이쪽으로 좀 더 와요!]

[아몬드 오빠? 미니맵에서 안 움직이는데??]

[저기요!?]

미호가 합류하면서 보이스를 계속 넣었지만, 아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이라도 뻥긋하면 상대가 듣는다.

그녀에겐 숨소리도 안 들릴 것이다.

숨마저 멈춘, 그 상태로 순백의 마나만 손끝에 가득 충전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수도승을 조준했다.

“!?”

모솔은 순간 당황하여 멈췄다.

‘뭐야…… 멈췄다고?’

수도승은 파동만으로 사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상대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날 조준 중이다. 여기까진 파동으로 알 수 있는데.

왜?

왜 멈췄는지를 모른다.

뭔가 지원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 주변의 파동에 좀 더 집중해 보게 된다.

‘아무도 없잖아!’

어떤 파동도 주변에 없었다. 아몬드의 객기다.

수도승 숙련도가 별로 없는 모솔은 그 사실을 알아내는 데 0.1~2초가 더 소요됐다.

이 정도만 돼도 충분히 빠른 반응이라 할 수 있겠으나.

릴에서 0.1초는 치명타를 맞느냐, 입히느냐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어억!”

모솔의 전신이 하얗게 타오르며 밀려났다.

아몬드가 쏜 스킬이 명중한 것이다.

‘제길.’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 잠시 당황한 틈에 들어온 공격이라 맞아버렸다.

체력이 30%가량 사라졌다.

[체력 40%]

란은 다시 도망가고 있었다.

‘다시 보인다.’

파동이 크게 퍼져 나가는 게 아주 알기 쉬웠다.

몸이 밀려서 따라잡는 시간이 좀 더 지체되었으나.

‘금방이야.’

모솔은 빠르게 다시 뛰어서 다시 거리를 좁혔다.

이제 손만 뻗어도 란의 목깃이 잡힐 수준.

생각보다 상대가 느리게 도망간다는 걸, 미쳐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퍼어억!

아몬드의 체력이 깎여 나간다.

‘됐어. 이제 넌 죽었다.’

이제 컷킥으로 콤보를 시작하려는 순간.

파지지직!

아몬드가 마나가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번 더 쏘겠구나.’

순백의 마나를 풀 충전할 시간을 줬기 때문에, 한 번 더 쏠 시간이 됐다.

이걸 맞으면 체력도 거의 다 거덜 날뿐더러 또 몸이 뒤로 밀린다.

‘이걸 피하면서 발로 차서 올린다.’

수도승들의 전형적인 플레이였다.

하단으로 숙이면서 상대 공격을 피하고, 다시 일어서는 추진력 그대로 상대를 차올리는 컷킥으로 콤보를 시작하는 거다.

‘쏴봐.’

수도승은 거리가 가까우면, 상대의 손 움직임 같은 미세한 파동도 느낄 수 있다.

스킬을 쏘기 전 반동으로 손이 움직이는 현상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지금, 아몬드의 손이 강렬한 마나 에너지를 머금고 반동을 받으며 위로 솟았다.

“흡!”

모솔은 고도의 집중 상태로, 납작 몸을 숙였다.

주변이 잠시 느려지면서, 파동이 툭툭 끊겼다. 프레임이 잠시 늘어진 것이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지나가질 않았다. 등 위로 뭔가 지나가는 느낌이 없었다.

‘뭐지?’

이상하다고, 머리는 생각했지만. 몸은 이미 발을 차올리고 있었다.

그때, 그제야 급작스레 날아드는 거대한 파동.

‘엥?!’

콰아아아아앙──!

새하얀 파동이 사방을 뒤덮으며, 몸이 뒤로 쭈욱 밀려났다.

‘뭐야?’

모솔은 당황했다.

[체력 10%]

체력이 거의 없다.

‘페이크를 쓴 거야?’

아마 아까 손에 반동이 오던 동작이 페이크였던 것이다.

수도승이 상황을 정확히 볼 수 없다는 걸 이용한 페이크다.

‘진짜 미친놈이네.’

이 상황에 페이크를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챌린저가 보기에도 충분히 대단한 게임 센스.

그러나──

‘킥이 안 들어갈 뻔했잖아?’

밀려나면서도, 차올린 수도승의 발끝은 아몬드의 턱, 히트박스 끄트머리를 스쳤다.

──퍼억!

아몬드의 몸은 결국 붕 떠올랐다.

모솔은 공중에 뜬 아몬드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렸다.

‘이제 끝이다.’

아몬드의 남은 체력은 70 퍼센트 정도.

페이크 공격에 당해서 거리가 멀어진 상태라, 콤보가 약간은 꼬였지만. 챌린저다운 응용력으로 중간부터 콤보를 시작하는 모솔.

‘가까스로 닿는다.’

내지르는 어퍼컷이 붕 뜬 아몬드에게 닿는다.

그런데──

우연일까?

아니면 컷킥이 턱 끝에 스치는 판정이 난 덕분일까?

──턱.

“!?”

그의 주먹에 닿은 건, 아몬드의 발이었다.

어퍼컷을 때려 넣는 게 아니라, 아몬드가 밟고 올라간 것처럼 된 형국이다.

‘뭐야. 느낌이 좀 다른데.’

수도승은 눈이 안 보이니 정확히 상황을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지른다.

퍼어엉!

일단 어퍼컷 판정이 들어가긴 했다.

아몬드의 몸이 날아가긴 한다.

다만…….

‘뭐야?! 왜 이렇게 멀리 날아가?’

날아간 거리가 다르다.

아몬드가 발을 박차는 것과 판정이 겹치면서, 너무 멀리 간 것이다.

더 이상 콤보를 넣을 수 없는 곳까지.

쿠웅……!

아몬드의 몸이 땅에 떨어지는 파동이 감지된다.

‘거의 4~50미터 거리…….’

너무 멀다.

파지지지직……!

“!”

그리고 감지되는 새하얀 마나의 파동.

저 멀리서, 아몬드가 수도승을 조준하고 있었다.

남은 체력 10%의 수도승을.

관중석에선 벌써부터 환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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