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15화 (215/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15화

73. 시력을 포기한 실력(3)

“아. 이건 아몬드 선수가 불리합니다! 아무리 잘 커도 원딜은 원딜이거든요?”

“수도승한테 잘못 걸리면 그냥 한 콤보에 죽죠!?”

아몬드와 모솔의 일대일 전투가 시작될 때 해설들이 했던 말이다.

기본적으로 모솔이 유리한 싸움이었다.

원거리 딜러와 브루저의 대결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아몬드 선수! 도망 안 가는걸 택합니다!”

“뭔가 보여주나요!?”

아몬드가 도망가는 게 옳은 판단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해설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몬드는 이럴 때 도망 안 간다는 거.

“아몬드! 가만히 서서 파동을 최대한 줄입니다!?”

“아, 센스가 좋네요!”

“그래도 불리할 텐데요!”

잠시 후.

“와아아아! 전투 뭡니까!?!”

“정신 나가겠습니다아아!”

“우아아아아아아!! 몬드!!”

해설진들이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해설들이 이렇게 흥분할 정도면, 현장의 관중들은 당연히 더했다.

-우아아아아아!!

-미쳤다!

-자강두천!!

킬이 나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에픽 몬스터를 잡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서로의 공격이 오가고, 합을 주고 받은 모습.

그것만으로 열광하는 것이다.

그만큼 둘의 전투가 굉장히 긴박하게 이어졌던 것이다.

탁구나 배드민턴 경기에서 랠리만 스무 번 넘게 이어져도 박수갈채가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아몬드가 페이크로 모솔을 밀어내고, 모솔은 그 와중에 히트박스 끄트머리로 발을 올려 찼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어퍼컷 위로 아몬드가 ‘착지’했죠!?”

“예! 그렇다고 봐야죠! 공중에서 몸을 돌렸어요! 아마 첫 번째 컷킥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가능한 묘기입니다!”

“아! 아몬드 엄청 멀리 날아갑니다!”

“이러면 모솔이 불리하죠! 아몬드 멀리서 모솔을 조준하는데요!?”

“모솔 선수 정통으로 맞으면 딱 한 대거든요!”

* * *

우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 소리 속에서, 모솔은 속으로 욕을 뱉었다.

‘제기랄!’

이렇게 먼 거리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도망치는 것 외엔.

‘거기서 발로 어퍼컷을 차버리다니.’

대체 이런 센스는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모솔은 상대의 재능에 어이가 없었다. 본인도 재능 있단 소리를 밥 먹듯이 들었지만.

30살이 릴을 처음 시작했는데 저런 플레이가 나온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파지지직……!

상대가 자신을 조준하는 파동이 느껴졌다.

란이라면 이 정도 거리까지 쏠 수 있다.

‘뛰자.’

도망이라도 쳐야 했다.

그래서 그는 뒤돌아서 죽어라 뛰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군 미니언 근처까지만 가면, 이동기인 ‘공명’을 쓸 수 있다.

흔히 ‘이동기’라고 불리는 스킬을 쓰면, 어지간한 공격 스킬은 거의 다 피할 수 있었다.

‘공격을 쏠 때 아군 쪽으로 이동기를 쓰면 돼.’

문제는 타이밍이다.

괜히 겁을 집어먹고 이동기를 먼저 쓰면, 상대가 이동기를 쓴 쪽으로 공격을 날린다.

그러면 꼼짝없이 맞아야 한다.

‘프레임 사이로 피할 수도 없잖아.’

란의 순백의 결정 같은 큰 공격은 프레임 사이로 피하는 잔재주도 안통한다. 정말 정밀하게 회 뜨듯이 피해야 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이동기로 피해야 해. 딱 쏠 때 맞춰서.’

그는 공격을 쏘는 파동을 느끼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며 아군 미니언이 있는 쪽으로 뛰었다.

여기서 죽게 되면 그야말로 게임 터진다.

휙.

그때, 아몬드 쪽에서 파동이 달라진다.

아몬드의 손이 반동으로 튕긴 것이다.

순백의 결정이 쏘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그런데 공명을 쓸 아군 미니언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적 미니언이 보인다.

수도승의 이동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군에게 이동할 수 있는 공명.

하나는 적에게 달라붙는 진동파.

[진동파]

그는 적 미니언을 향해 진동파를 쏜다.

진동파를 일단 맞혀 놓으면, 그 대상에게 빠르게 달라붙을 수 있다.

수도승이 다시 인을 맺었다.

[파동 추격]

쿠우웅!

그의 몸이 쏜살같이 진동파를 맞은 대상에게 날아갔다.

이런 속도라면 절대로 란이 저 거리에서 맞힐 수가 없다.

이미 란의 공격은 빗나갔을 터다.

지금쯤 등 뒤에서 헛방으로 터지고 있겠지.

‘이런. 또 페이크…….’

그런데 란의 공격은 쏘아지지 않았다.

이동기를 본 후, 지금 쏘아졌다.

퍼엉!

수도승이 날아가는 지점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는 순백의 결정.

“!”

저걸 맞으면 끝이다.

모솔은 의식을 최대한 집중해서 거리에 들어오는 아군 미니언을 탐색했다.

너무 빠르게 날아가는 중이라, 파동이 구분이 안 된다.

그때.

“모솔! 여기!”

아군 계약자가 큰 파동을 일으키며 뛰어온다.

“나이스!”

[공명]

곧바로 아군 계약자에게 공명을 발동시켰다.

날아가던 몸의 방향이 갑자기 틀어지면서, ‘L’ 자를 그리며 90도로 꺾인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UFO나 가능할 법한 움직이지만, 여긴 릴이다.

퍼엉……!

아몬드의 공격은 헛방으로 터지고, 모솔은 안전하게 팀원의 옆에 안착했다.

“휴. 겨우 살았다.”

“야. 왜 원딜도 하나 못 죽여. 일대일인데.”

“미친. 형이 해보든가. 저 사람 정상이 아냐.”

* * *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아 버린 모솔.

아몬드는 아쉬움에 탄식을 흘렸지만, 해설자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모솔! 움직임 미쳤나요!?”

“이게 챌린저다아! 보여주는 거죠! 지금!”

“와! 진동파와 공명을 이용한 지그재그 돌진! 진짜 반응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아몬드 선수도 진짜 지독합니다! 거기서마저 페이크로 이동기를 빼다뇨!”

“모솔은 아몬드의 페이크 공격을 어떻게 알아차린 거죠?!”

“미리 알았다기보단 보고 반응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진짜 19살다운 반응속도!”

“공명 거리를 주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나온 팀원도 아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몬드와 모솔의 대결 자체가 엄청 났죠? 무슨 무협지마냥 합을 나눴습니다!”

“이거 나중에 짤로 엄청 돌아다니겠는데요! 시청자들 반응이 좋습니다!”

캐스터의 말처럼, 채팅창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게 릴이지! 슈! 바!

-와, 챌린저랑 저렇게 자강두천할 수 있는 게 실화냐?

-란으로 수도승을 줘패네 ㅋㅋㅋ

-미쳤다ㄷㄷ 패기

-안 도망가고 파동 줄이고 가만히 서 있는 거 봐 개발려 ㅠㅠㅠ

-마지막까지 페이크 거는 거 진짜 무섭다 무서워 ㅋㅋㅋㅋㅋ

-가, 같은 팀으로 만나고 싶다…… 아몬드!

아몬드를 칭찬하는 채팅들도 있었지만.

-모솔! 모솔! 모솔!

-와! 이걸 사네 ㅋㅋㅋㅋ

-역시 챌린저드아아!

-솔로는 강하다!!! 솔로는 강하다!!! 솔로는 강하다!!!

모솔의 플레이를 응원하는 팬들도 꽤 있다.

둘의 교전이 그만큼 막상막하였다는 거다.

좋은 장면이 나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이 교전에서 모솔을 잡지 못한 건, 아몬드 쪽에게 큰 손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이 솔로이즈백 쪽으로 기울었다.

모솔의 성장을 한 번 끊어내지 못한 게, 크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모솔! 모솔! 또 죽입니다! 와아아! 대체 몇 미터를 이동해서 죽이나요!?”

“콤보 한 번에 안 죽는 화신이 이젠 없습니다!”

원딜러가 흥하는 것과, 미드라이너가 흥하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현격하게 느껴졌다.

미드 라이너는 말 그대로 미드.

이 게임 전장의 중앙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전 라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게다가 수도승은 태생이 다른 라인에 개입하기에 딱 좋은 화신이다.

수풀에 들어간 적을 감지할 수 있고, 이동기도 무려 2개나 있으며, 콤보 공격으로 상대를 무력화한 후에 두들겨 팰 수 있다.

탑에서 열심히 잘 버티던 풍선껌도 무너진 것도 모솔의 개입 때문이다.

“풍선껌의 아이언볼이 이렇게 죽나요!?”

“미드는 물론이고 탑, 정글 전부 장악했어요! 솔로이즈백!”

“지금 모솔이 전 라인을 다 풀고 있어요!”

미드는 터진 지 오래고, 탑까지 무너진 후.

모솔은 자신의 팀 전원을 데리고 바텀으로 진격했고.

“시각을 포기한 모솔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아몬드와 타코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2:5를 이길 순 없었다.

마지막 희망이던 바텀조차 목숨을 내줬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벌룬스타즈의 성소가 터져 버렸다.

퍼엉!

“아~ 쥐쥐~~~”

“벌룬스타즈! 1세트 패배조차 지금 처음이죠?”

최대 3세트 진행하는 매치에서, 1세트조차 패배한 적 없던 벌룬스타즈의 첫 패배였다.

“그렇습니다! 이거 간만에 만만찮은 팀을 만난 기분이겠어요!”

“심지어 상대는 스크림 때마다 두들겨 패던 솔로이즈백이란 말이죠?”

“스크림 시절 찐따였던 내가, 지금은 강력한 우승 후보?!”

“아. 솔로이즈백! 찐따들의 유쾌한 반란! 재밌습니다!”

미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준수하게 성장한 모솔의 전장 지배력은 굉장했다.

이게 챌린저의 게임이다…… 라는 걸 보여주는 것처럼, 전장을 다 휘어잡았다.

“으으…… 죄송해요. 제가…… 너무 털려서…….”

디스 월드 대기방으로 돌아온 미호는 오자마자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이번 게임에서 가장 모솔에게 많이 당한 사람이다 보니.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풍선껌이 그녀를 위로했다.

“아냐. 플래티넘이 챌린저 상대로 뭘 어쩌겠어.”

“그래도 스킬에 MMR 계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발렸어…….”

미호는 분한 듯 중얼거렸다.

“겨우 중딩나부랭이한테…….”

“중딩이라니. 19살이래.”

딸기가 끼어들어 정정한다.

“아니, 20살이야. 만 나이가 19살인 거고.”

“엥? 그런 거야?”

다들 모솔의 나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

타코가 다가와서 의견을 정리했다.

“자. 미호 말이 맞아. 챌린저라고 대미지 더 주고 덜 받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사지 멀쩡한 몸뚱아리 쓰는데. 지면 분한 게 정상이야. 내가 플래티넘이라 당연히 진다. 이게 이상한 거라고. 애초에 플래티넘인 게 열받는 거니까!”

“……윽.”

풍선껌은 마치 자신이 저격당한 것마냥 심장을 움켜쥐었다.

타코는 일단 체스판 같은 작전판을 띄우면서 곧장 피드백에 들어갔다.

“일단. 한 판 진 걸로 마음에 담아두지 마. 우리가 수도승 픽을 전혀 예상 못 했던 거라, 밴픽에서도 좋게 대처하지 못했던 거니까.”

역시 프로답달까.

타코야끼는 승부욕이 상당한 편인데도, 마음을 잘 추스르고 곧바로 피드백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후우…….”

아몬드는 약간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 보였다.

패배에 절망했다거나, 멘탈이 흔들렸다는 등의 문제는 아니었다.

‘원딜이 별로 좋은 포지션이 아닌 걸까?’

그는 포지션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겨우 다이아 랭크를 단 주제에 이런걸 느낀다는 게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모솔의 게임 장악력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바.

이 두 포지션의 역할은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폭풍 닌자와 란의 능력을 비교해봐도…… 솔직히 성능 차이가 너무 심해. 극후반이라면 모를까.’

직접 미드를 경험한 바로도 미드로 가는 화신들의 성능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예전에 킹귤이 주장한 예언(?) 비슷한 말도 뇌리를 스친다.

「아몬드는 S 드릴게요. 근데 원딜러 아몬드는 아닙니다. 미드 아몬드가 S예요.」

그 당시엔 아직 서브포지션으로 출전한 적도 없었던 아몬드에게, 미드라이너로서 S라고 말한 킹귤.

‘진짜인가.’

아몬드는 한참 피드백 중인 타코를 흘끔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내 고개를 젓는다.

‘밴픽 판단은 타코형이 할거야.’

타코의 밴픽으로 쉽게 이겼던 게임이 한두 개던가?

타코의 지략에 비하면 내가 아는 건 빙산의 일각이다. 그렇게 여긴 아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타코는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정리했다.

“여튼. 모솔은 솔리아가 주캐야. 즉, 로밍을 좋아한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거에 도가 튼 놈이라고.”

모솔의 미드 로밍에 대한 대처를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끝냈다.

“그걸 잘 염두에 둬. 그리고…….”

타코는 잠시 숨을 내쉰 후,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 지면 매치 패배다. 리그전 첫 패배야.”

“…….”

타코의 말에 다들 침묵했다.

“하지만 상관없어. 지더라도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다 하고 져. 그리고 미호.”

“네?”

“상대가 눈이 보인다고 방심하지 마. 정글 쪽 밴이 풀려서 광대가 너를 집중적으로 노릴 거야.”

“보통 눈이 안 보인다고 방심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

띠이이이이이──

시끄러운 알림이 대기실에 울리고.

[다음 경기를 위해, 포탈로 진입하세요.]

2세트의 밴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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