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21화 (22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21화

76. 새로운 카드(1)

“아몬드!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레이나 픽!”

“아~ 이거 맞나요? 그린티!?”

“왜 밴을 안 했을까요?”

레이나가 밴이 안 된 사건을 두고, 중계진에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당연한 얘기다.

이 대회가 시작된 이래, 아몬드의 레이나는 한 번도 밴에서 풀린 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린티가 노린 지점도 바로 그곳이긴 했다.

“아.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습니다. 너 레이나 오래 안 했잖아~ 이제 사실 잘 못 하지? 안 한 지 한참 됐잖아~ 이렇게 말하는 것 같죠?”

캐스터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는 갑니다. 저만 해도 막상 아몬드 선수의 레이나를 실제로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정말 소문처럼 강력한가? 의문이 들거든요.”

캐스터는 실제 경기만 중계를 진행했기 때문에, 스크림을 휩쓸었던 레이나를 보지 못했다.

“예. 일단 스크림에선 악명이 자자했거든요? 거의 사천왕처럼 분류가 됐었어요. 모솔의 솔리아급이죠.”

“모솔의 솔리아급이요!?”

“일단 고르면 티어 상관 없이 다 두들겨 팼습니다!”

“아니, 그런데 왜 열어준 겁니까!?”

“아까 말했듯이, 스크림 여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열어준 게 아닐까요? 막상 대회 시작하고는 한 판도 못 했거든요? 연습 이력조차 없습니다.”

“아! 그나저나!”

캐스터가 스태프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해 들었는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제가 듣기론 아몬드 선수 레이나와 각별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예! 레이나의 스토리모드 3별 클리어는 유명하죠?”

-레입도 쉑ㅋㅋㅋ

-아 언급하지 마라 ㅡㅡ

-레이나 입술 도둑 아몬드!

-데협들 거품 물기 1초 전 ㅋㅋㅋㅋ

“그런 사이인데! 연습조차 안 했으면 레이나와 친밀도에 영향이 가지 않나요!?”

“근데 이미 친밀도의 단계를 넘어선 사이라서요. 어떤 ‘신뢰’의 관계랄까요?”

킹귤이 음흉한 웃음으로 실실 웃으며 말을 흐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부러 데협들 킹받게 하려고 저러누 ㅋㅋㅋ

-그런 사이가 뭔 사이인데!

-모두의 레이나 돌려내! 모두의 레이나 돌려내!

분석관이 끼어들며 다시 중계의 초점을 바꿔줬다.

“그나저나 그린티 선수. 지금 폭주족을 골랐는데. 굉장히 픽이 빨랐죠. 아마 무슨 계획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죠!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죠! 처맞기 전까진!”

“아! 그럼 확실히 있겠네요! 아직 처맞기 전이거든요!”

킹귤과 캐스터의 외침에 관중석에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간다.

와중에 분석관은 그나마 이 중계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폭주족 정도면 레이나와 근접 딜링에서 그리 밀리지도 않고…… 그린티의 폭주족도 스토리모드 3별 클리어이기 때문에 샷건 정타 시 넉백이 들어가거든요?”

“아. 그렇습니다. 게다가 최근 상향이 있었죠? 이게 또 최근 상향된 건 선수들이 적응하기 어려워하거든요? 상대하는 입장에서요.”

“맞습니다. ‘상남자’라는 패시브가 좀 더 강력해졌는데. 이게 ‘휘날리는 가죽 재킷’ 스킬과 함께 시너지가 나면서 원딜답지 않게 상당히 튼튼한…….”

중계진들이 열심히 그린티배깅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는 사이.

아몬드의 레이나가 밴이 풀렸다는 소식은 어느새 중계 채팅창을 넘어 커뮤니티까지 시끄럽게 했다.

[빅!] [속보) 아몬드 레이나 밴 풀림]

일단 이 글이 곧바로 ‘빅프로’로 가버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뜨거운 이슈인지 알 법했다.

그 외에도…….

[아몬드 레이나 출격ㅋㅋㅋ]

[데협들 대성통곡ㅋㅋㅋ]

[레이나 입술 주인의 레이나 실력은?]

이런 게시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고. 댓글도 꽤 많이 달린다.

그중엔 킹귤의 추측과 비슷한 것들도 있었다.

아몬드가 너무 오랜 기간 레이나를 안 해서 이젠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유명무실일듯 ㅋㅋ

-그런데 이제 ㄹㅇ 레이나 못하는 거 아님?

└에이 난 아몬드 믿어.

└레이나 로각좁.

-요즘 미드 화신들 연습하던데. 레이나 삐질 듯

└레이나 제발 삐져라 ㅠㅠ

└이 새낀 너무 진지하게 삐지길 바라누 ㅋㅋㅋㅋ

그 외로는 아몬드와 레이나의 관계에 대한 사사로운 질투와 그린티의 의문스러운 밴픽에 대한 여담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와 ㅋㅋㅋㅋ 누구는 챌린저인데도 모솔이라서 수영복에 개발렸는데, 누구는 미호랑 룬스타에서 꽁냥하고 입술 훔친 레이나 당당하게 픽하면서 게임하냐!? 항의 메일 보내러 감.

└미호랑 사진 한 번 찍은 게 뭔 꽁냥이냐

└제발 밖에 좀 나가……

└대체 어디에 항의 메일을 보낸다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린티 쉑 ㅋㅋㅋ 그냥 어차피 망한 거 레이나라도 열어서 관심받으려 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

-아니, 근데 굳이 레이나 왜 열어줌? 그린티 관종임? ㅋㅋㅋ

└서리 궁수가 더 거슬렸나 봄.

└그린티 예전부터 밴픽 개못했음 걍 실수일 듯ㅋㅋㅋ

└원래 원딜러들이 머리가 안 좋음 예) 아몬드, 홍차.

└ㅇㅈ ㅋㅋㅋㅋㅋㅋ

└아몬드는 머리가 안좋지만, 호두는 달라.

└대체 무슨 세계관이누……

└광견병이랑 말 섞지 마셈.

└넛츠펑크 세계관 지리네 ㅋ

└넛츠펑크 씹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 상황과는 멀찍이 떨어진 커뮤니티에서도 수도 없이 언급이 나올 정도인데.

현장은 어떻겠는가?

“자! 경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레이나가 성소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만 보고도 소리를 질러댔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나! 레이나! 레이나아아아!

-나랑 결혼해 줘! 레이나!

아몬드에 대한 응원도 물론 함께였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레이나 입술 돌려내!

-우아아아아아! 형! 다 죽여어어!

-오빠 나 죽어어어어!

모두가 그를 향해 환호할 때.

꿀꺽.

괜히 마른침을 삼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린티다.

‘죄다 관심이 절로 갔네?’

스트리머로서 관심에 늘 예민한 그린티.

그런데 오늘의 스포트라이트는 어째 죄다 아몬드 쪽으로 쏠렸다.

‘그런데도 저렇게 태연하다니.’

관심이 저렇게 많으면, 부담스러워할 법도 한데, 그런 기색조차 없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여유롭다.

“야…… 이거 되겠어?”

서포터가 불안한 듯 말을 걸지만. 그건 예민해져 바싹 마른 그린티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행위였을 뿐이다.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대꾸한다.

“넌. 내 폭주족 보고도 그 소리하냐!? 레이나가 왜 똥캐인지 보여줄게!”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린티.

“야. 왜 벌써 앞으로 가?”

“우리도 뭔가 보여줘야지.”

뭔가를 보여준다고 하고는…….

척!

그는 아몬드의 사거리 근처까지 다가가서 엄지를 밑으로 내렸다.

명백한 도발 행위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린티! 그린티!

-가즈아아아아!

-인싸 쉑을 발라버리라고!

그린티 쪽에서 함성이 튀어나왔다.

‘이제야 반응이 오네.’

적절한 관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몬드와 눈이 마주친 그린티는 여유로운 척 씩 웃어 보였다.

하나, 아몬드의 눈엔 그의 시선 깊은 곳에 자리한 초조함이 다 보였다.

저런 여유 있는 척 허세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진짜와 가짜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별로 자신은 없나 보네.’

의도적으로 레이나를 열어줬으니, 뭔가 묘수를 준비해 온 건 맞을 터다. 하지만 그 묘수 자체에 그리 자신이 넘치진 않는 것 같다.

‘내 생각이 맞다면…….’

대충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각이 나왔다.

그렇다면──

〔스무개 정도 만들까?〕

‘응.’

──타악!

계산을 마친 그는 기습적으로 발을 박차고 나갔다.

레이나의 거의 유일한 장점.

기본으로 달고 있는 패시브가 저렙 단계에서 가장 큰 화력을 뽐낸다는 거다.

즉, 콤보를 맞힌다는 전제 하에 극초반 단계에서의 교전은 거의 필승.

엄지를 내린 채로 아래 위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던 그린티. 그는 깜짝 놀라 샷건을 집어 들었다.

아몬드가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엥!? 쒯!”

분명, 마스터다운 반응 속도였다.

그러나──

이미 샷건을 집으면서 이마에 타깃이 한 번.

──퍼엉!

그가 방아쇠를 누르기 전에 양 어깨에 있던 타깃이 하나씩.

──펑! 퍼엉!

총 세번이 터져 나가면서 마나 피폭이 터졌다.

그린티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솟구친다.

화르륵!

그린티도 빠르게 레이나를 쐈지만, 갑작스러운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너무나 예상 가능한 경로로 쏘아진 산탄.

아몬드는 가볍게 미리 자리를 옮기는 것만으로, 산탄 중에 7할은 피할 수 있었다.

산탄의 일부가 푸른 망토를 찢고 나가긴 했으나, 별다른 대미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린티는 얼른 다시 샷건을 조준하고 있었으나.

당연히 아몬드의 화살이 훨씬 빨랐다.

펑!

[4 콤보!]

화살에 깃든 푸른 마나가 더 선명하게 빗난다.

펑!

퍼엉!

[6 콤보!]

푸른 마나는 점점 거센 빛을 내뿜었다.

샷건 한 발당 거의 3~4발이 욱여넣어지는 레이나의 화살.

엄청난 연사 속도다.

‘레이나는 활을 시위에 넣을 필요가 없어서 좋단 말이지.’

미친 듯이 활시위만 당기면 알아서 화살이 나가는 시스템. 이 또한 레이나의 장점이었다.

실제론 개발진들이 타깃을 맞히기 너무 어려우니 많이 쏴서 하나라도 건지라는 식으로 넣은 시스템인데.

퍼버버벙!

[12 콤보!]

아몬드에게 있어선 지나친 배려가 되어버렸다.

간만에 보는 손맛에, 아몬드가 만족스러워할 무렵.

〔역시 네가 제일 짜릿하네.〕

데협들이 단체로 봉기할 법한 레이나의 대사가 흘러나오고.

[퍼스트 블러드!]

그린티의 시체가 쓰러졌다.

……타앙!

쓰러진 뒤에야 하늘을 향해 발사되는 샷건이 허망한 소리를 내었다.

“어…… 버버…….”

그린티의 서포터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무어라 하지도 못했고.

타코조차 반응을 못하고 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아, 맞다. 뭐가 상향됐다던데.”

아몬드는 뒤늦게 타코에게 밴픽 시간에 전해들었던 이야기를 상기해 냈다.

폭주족 상향이 있었으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났다.

화살이 2~3개 더 필요했던 것 같으니, 아마 방어력 상향 같았다고 추측할 뿐.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박자 늦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몬드의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이후 경기는 당연한 것처럼 아몬드의 매드 무비 촬영지가 되었다.

* * *

“아아아아! 아몬드! 트리플 킬!?”

“미쳤습니다! 이게 아몬드의 레이나죠!!”

“아몬드와 레이나로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데협에서 항의 메일이 빗발치거든요!”

“아! 죄송합니다! 이게 아몬드와 레이나입니다!”

“간만에 시원하게 바텀 밀어버립니다아!”

그린티는 거의 하루 종일 그 퍼런 불꽃에 휘감겨 있었다.

[망나니 용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전장의 지배자 망나니 용사!]

“진짜 지금 전장의 망나니예요! 못말립니다!”

“아! 그린티! 지금 보이스에서 뭐라고 하고 있을까요……!”

“아마 피클 선수가 이거 밴픽 실수다! 아니, 마수다! 이렇게 말할 거예요!”

“예? 아! 그린티 님이 실과 마를 바꿔 버린 범인이었던가요!?”

-엌ㅋㅋㅋㅋㅋ 중계진 너무하누

-그린티가 그거였나?ㅋㅋㅋㅋㅋ

-이걸 언급하네 ㅋㅋㅋㅋ

-딸기슈터 아님?

-보이스 분위기 곱창났겠넼ㅋㅋ

-얼마 전에 크게 싸워서 팀 해체 안 한 게 다행일 정도.

[망나니 용사가 전설적입니다!]

망나니 용사가 결국 전설이 되었다는 알람과 함께.

“으아아! 아몬드! 전설!”

“그렇죠! 망나뇽은 원래 전설입니다! 여러분!”

퍼엉!

게임 시작 9분 만에 터져 버린 바텀의 포탑.

포탑이 무너져 내리는 게 꼭 그린티배깅의 현재 상태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 포탑이, 성소로 바뀌는 데에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 2세트로 17분 만에 넘어갑니다.”

17분 만에 따낸 승리.

피드백할 것도 없었고. 벌룬스타즈는 편하게 쉬다가 다시 밴픽이 시작됐다.

* * *

“아. 오늘 저희 칼퇴할 것 같은 느낌이죠?”

“예! 그런 강한 예감이 듭니다!”

중계진은 빨리 경기가 끝날 거라고 여겼다.

“아몬드 선수가 이번에 또 레이나 할 수 있다면요!”

“아! 그런데 말씀하시는 순간 밴합니다!”

레이나는 밴됐다. 그러나 딱히 동요하는 멤버는 없었다. 너무 예상된 바다.

오히려 경기력에 여유를 느낀 타코는 아몬드에게 새로운 주문을 넣기까지 했다.

“이번에 미드 화신 하나 연습 가자.”

지금이 아몬드의 화신 폭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느낀거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그도 염두에 둔 게 있었다.

[악의 혼령사 - 멜리]

바로 혼령사다.

일전에 바람 분신 컨트롤을 성공적으로 했을 때 사람들이 해보라고 추천했던 픽.

쿵……!

보라빛의 불길한 역광이 치솟았다.

〔뭐야. 재밌겠는데? 히히.〕

그 직후, 음침해 보이는 소녀가 아몬드의 뒤에 깃들었다.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혼령사가 인기 캐릭터라서?

아니다.

“아아아! 이건 명백한 도발입니다!”

“상점픽인가요! 이걸 설마 실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아까 그린티의 그 ‘티배깅’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네요! 역시 그냥 넘어갈 아몬드가 아니죠!”

“도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겠네요!”

방금 상점에서 구매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