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24화
76. 새로운 카드(4)
혼령사를 잘 활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사념체 10기 정도가 필요했다.
근데 이 사념체는 계약자의 공격에는 아주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10기를 유지하려면 사념 스택(Stack, 쌓인 것)이 20개는 필요했다.
20개의 사념 스택을 유지하려면 미니언 처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계약자를 맞혀야 한다.
여기서 혼령사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멀티태스킹으로 계약자를 맞히면서도, 자기는 스태프를 휘둘러 몰려오는 미니언의 막타를 놓쳐선 안 되고, 그러면서 적이 어떤 견제를 날릴지도 신경 써야 한다.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
하나 이 모든 조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는…….
“아몬드 선수 대체 사념 몇 개나 쌓았죠? 몇 개 같습니까, 킹귤 님?!”
“제 예상으로는 20개에서…… 30개 사이인데…… 이거 만약 20개 이상이면……!”
“20개 이상이면 어떻게 되나요?”
“포탑이 위험합니다! 여기서 게임 터질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파괴력이 뿜어져 나온다.
-와아아아……!
-미친.
-헐…….
관중석이 웅성거린다.
채팅창도 마찬가지다.
-사념 스택 개수 실화냐?
-파동으로 사람을 두들겨 패서 죽였으니 ㅋㅋㅋㅋㅋ 저 정도 쌓일 만도 함
-미쳤다 ㅋㅋㅋ
-몇 방을 맞힌 거냐?!
미드 라인의 대지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몬드가 41기의 사념체를 일으킨 것이다.
“하나, 둘…… 열…… 마, 마흔!?”
킹귤의 낯빛도 보라색이 되었다.
“키, 킹귤 님! 20개면 포탑이 터질 수도 있다면서요!”
“예, 예. 맞습니다.”
“근데 지금 마흔 개예요!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포탑을 무조건 털 수 있어요!! 무, 물론 제대로 컨트롤한다는 전제하입니다!”
“제대로 컨트롤이요? 령의 파동을 그 정도로 다루는데! 당연히 되는 거 아닌가요!?”
킹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령의 파동은 개체가 하나거든요. 사념체는 10개만 넘어가도 컨트롤이 힘듭니다. 개별적인 움직임을 줄 수가 없고, 마치 다 한 명인 것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아, 그럼 혼령사가 처음인 아몬드 선수는…….”
“많이 모은 스택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죠. 그리고 지금 소환이 조금 늦었거든요? 놀랍게도 아몬드 선수가 상점픽이기 때문에 소환 동작을 익히느라…….”
그 말에 관중석에 가벼운 웃음이 지나간다.
-맞다 상점픽이었지 ㅋㅋㅋㅋ
-왜 소환 늦게 하나 했다 ㅋㅋㅋ
-시발 ㅋㅋㅋㅋ 까먹음
“아몬드 선수 어찌 됐든 공격 감행합니다! 역시나 통일된 움직임으로 나아갑니다!”
“개별 컨트롤은 안 된단 말씀이시죠!?”
“예! 하지만 상관없어요! 대미지를 보세요!”
콰과광!
포탑 체력의 절반이 날아간다.
“그런데 양파 선수 왔거든요?!”
“사념체는 계약자 공격에 녹습니다! 이건 아무리 많아도 어쩔 수 없어요!”
“빠져야 하나요?”
“일단은 그래야겠죠!”
“아몬드 선수 빠집니다!”
“아, 아쉽네요. 소환만 빨랐다면…….”
킹귤은 포탑이 2레벨에 깨지는 충격적인 광경을 못 봤다는 것에 아쉬워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어???”
“뭐, 뭐야…….”
킹귤은 실수로 반말을 해버렸다.
“아, 죄송합니다! 근데 저게 대체 뭡니까!!!!”
버럭!
그가 책상을 쿵 치며 몸을 일으켰다.
“유, 육십 스택이었어요!? 아니! 옵저버! 그러니까 스택 좀 보여달라고 했잖아요!”
아몬드가 쌓은 사념 스택이 사실 63개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가 새로 생긴 시체로 마저 사념을 일으켰기 때문에.
“진정하세요! 킹귤 님! 저희도 이 관전 시스템이 처음이라…… 아! 지금 옵저버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정확히 63스택. 63스택을 쌓았었다고 합니다! 근데 시체가 모자라서 못 일으킨 거예요!”
-ㅁㅊ…….
-실화야?
-63스택……??
킹귤이 마치 화가 난 듯 소리쳤다.
“아니! 양파 선수! 대체 몇 대를 맞은 거예요!?”
-왜 양파한테 화풀이햌ㅋㅋㅋ
-자기가 스택 예측 못 한 거 양파탓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골드치고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앗. 지금 말하는 순간 정글러가 합세합니다!”
“오! 정글러가 적절한 타이밍에 왔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양파 선수 입장에서는 구원자예요!”
“그런가요!? 사념체가 40기나 있는데요?”
이 질문에 대해선 분석관이 빨간 안경을 치켜올리며 부연했다.
“사념체는 계약자 공격에 너무 잘 죽습니다. 두 명이나 모였으면…… 사실 막았다고 봐야죠. 게다가 저렇게 사념체 개수가 많으면 컨트롤이 어려워져서 오히려 위험해요.”
하나, 그의 예상은 철저하게 뒤집어졌다.
아몬드의 사념체들은 마치 살아 있는 군대처럼 움직였다. 중간중간 어설픈 움직임도 있었지만.
그런 사소한 버벅임은 아몬드의 군대가 보여주는 유기적인 전투에 비하면 옥에 티에 불과했다.
특히나 정글러가 던진 도끼를 대신 막아주고, 그의 공격을 허리를 젖혀 피하는 사념체까지 등장한 시점.
“이, 이게 뭔가요!? 미쳤어요!”
“아니…….”
중계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킹귤은 중계석에서 일어난 지 한참 됐다. 중계 테이블 위로 점프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다.
“제가 지금 제대로 본 건가요?! 아몬드 선수! 혹시 진짜 있는 영혼들을 불러들인 거 아니죠? 아몬드 선수 진짜 마법사세요!?”
“마법사는 모솔 선수죠!”
“아! 그렇겠네요! 그럼 혹시 전여친들의 영혼들을 불러온 걸까요!?”
“예!?”
“그게 아니면 어떻게 저렇게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면서 아몬드를 잘 지킵니까!!!”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캐스터가 당황한다.
“저, 전여친이 아몬드를 지키려고 하겠습니까?”
“미련이 남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영혼이 됐죠! 아몬드 선수 얼굴이면! 미련 남죠!”
-미친 뭐라는 거얔ㅋㅋㅋㅋ
-전여친 정모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저, 전여친이 63명……?
-오로치마루도 울고 갈 예토전생ㅋㅋㅋ
이 전투에서 결국 양파도 죽고, 양파를 도와주러 온 정글러도 죽었다.
[망나니 용사 더블킬!]
게임이 실시간으로 터지고 있었다.
“아아아! 구해주러 왔던 정글러가 오히려…… 아몬드의 경험치가…….”
“아! 내 라인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대사 ON
-킹귤 오늘 아침에 약 안 먹고 나왔네. 도랏ㅋㅋㅋㅋ
-난트전은 수위 조절 필요 없어서 신난 듯
정글러가 죽고 아몬드 레벨은 3이 됐다.
포탑이 파괴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적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안내 음성과 거의 동시에 울려 퍼지는 함성.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그 함성보다도 더 큰 목소리가 중계석에서 울려 퍼졌다.
“아니, 아몬드 선수! 여기서 한 번 더 가나요!?”
이미 포탑을 부쉈는데도, 아몬드가 진격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2차를 향해 가는 겁니까!”
아몬드는 2차 포탑까지 부술 셈이다.
2차 포탑까지 부서지면, 그 이후로 성소를 지키는 포탑은 성소 바로 앞의 쌍둥이 포탑뿐이다.
한마디로, 성소까지 고속도로가 뚫리는 거다.
그 말은 승리까지 고속도로가 뚫린다는 것과 같다.
“이게 되나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킹귤 님!”
“이제 저한테 묻지 마세요! 예측이 다 빗나갑니다!”
“그래도 한번 해보세요!”
“아…… 그, 그럼 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는 중에 아몬드의 군대는 2차 포탑을 때릴 수 있는 거리까지 도착했고.
기리리릭.
아몬드의 명령에 따라 모든 사념체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사락…….
그때, 언덕 수풀에서 적팀의 탑라이너, 바텀 듀오가 동시에 양쪽에서 튀어나왔다.
“앗! 이거 그린티배깅의 대처가 너무 좋은데요!?”
“2차는 못 준다 이거죠!”
게임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는 위기였으니. 몸을 불살라서라도 막으려는 것이다.
[막아아아!]
[죽여어!]
힘차게 날아오르는 계약자 셋의 그림자가 아몬드의 위로 드리웠다.
* * *
10분 후.
그린티배깅의 성소가 터지면서, 중계진들의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쥐쥐~~~!”
벌룬스타즈의 완승이었다.
“2차로 진격한 판단도,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어요. 체스로 치면 ‘체크메이트’는 아니어도, ‘체크’ 정도의 무브였습니다.”
“예. 체크메이트로 이어지는 체크였죠. 결국 뚫지는 못했지만, 어찌 됐든 아몬드 선수는 살아서 돌아갔고, 이걸 막으려고 무리해서 움직이는 터라 탑과 바텀 포탑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몬드는 2차 포탑까지 한 번에 밀어버리진 못했다.(이것으로 결국 킹귤의 예측은 다 빗나갔다.)
그러나 그 움직임 때문에 상대팀 전부가 미드로 모여야 했고, 그 공백으로 벌룬스타즈는 탑과 바텀의 포탑을 쉽게 부술 수 있었다.
2차 포탑을 위협하는 행동만으로 포탑 2개를 추가로 부순 것이다.
“역시 초반 미드 교전에서 너무 크게 내준 게…… 스노우볼이 크게 굴렀군요.”
분석관이 말했듯, 처음 미드에서 더블킬을 당하고 1차 포탑까지 날아간 게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그렇죠. 미드에서 정글이랑 미드가 동시에 죽고 포탑이 날아가다니…… 어우. 말만 해도 어지럽죠?”
“근데 그린티배깅. 팀워크 괜찮나요? 이렇게 게임이 터지면…….”
후우.
킹귤은 깊게 한번 숨을 내쉬더니 진중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소신 발언하겠습니다. 솔로 랭크였으면…… 애완견 안부 정도는 물어봤을 것 같습니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완견ㅋㅋㅋㅋ
-아 ㅋㅋㅋㅋ 갈 땐 가더라도 애완견 안부 정도는 괜찮잖아?ㅋㅋㅋ 엌ㅋㅋㅋ
-킹귤 돌았눜ㅋㅋㅋㅋ
-너네 집 요크셔테리어는 잘 있냐!?ㅋㅋㅋㅋㅋ
-팩트) 킹귤은 아마추어 시절 조상님 안부까지 다 물어보고 다니는 ‘릴 사대부’였다.
킹귤이 이런 발언을 할 정도로, 미드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진 게임이다.
“아~~ 그 정도인가요? 그린티배깅, 팀워크에 문제가 안 생겼음 좋겠네요.”
캐스터의 바람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아. 양파 이 미친놈. 닉값 하네. 진짜 까도 까도 또 까져! 어? 차라리 부활을 하지 마!]
[상점픽에 발렸으면 나 같으면 릴 바로 접어.]
[멀쩡한 릴을 왜 접어? 저놈 척추를 접어야지.]
[야. 피클. 그리고 얘들아. 그만 좀 해. 아몬드가 잘하는 걸 어쩌냐…….]
[왜 나에 대한 기준만 엄격해! 어?! 한 번만 봐달라고! 똥 쌀 수도 있잖아!!!! 너넨 똥 안 싸?! 어?]
[어우. 양파야. 너도 참아.]
* * *
“우아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벌룬스타즈가 손을 흔들며 퇴장하자, 아몬드 모양의 수많은 박수 풍선이 요란을 떨었다.
투두두두두두!
“우아아아아!”
“상점픽으로 이겼어! 이거 실화냐!?”
“미쳤다!”
“응원할 맛이 난다. 진짜.”
그중엔 자기 머리를 아예 아몬드로 바꿔 버린 응원 단장(?)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그는 관중석의 담벼락 위로 올라가서, 거대화된 자신의 상체를 자랑하며 이렇게 외쳤다.
“킹~! 너네 아몬드 못 이겨! 덤~!”
디스월드에 돈을 얼마나 쓴 건지, 거대화됐음에도 뒤에 사람이 보이게끔 몸에 오퍼시티(Opacity, 투명도)값이 한 30 정도로 되어 있는 듯했다.
“여러분! 킹덤도 사랑해 주세요! 아몬드가 처음에 했던 갓겜이라구요!”
핑!
이 말과 함께 그의 아바타는 사라졌다.
불법 홍보로 시스템이 밴해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최사랑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아몬드 박수 풍선을 이만 인벤토리로 집어넣었는데. 옆에 있던 거대한 아몬드 머리 하나가 끼어든다.
“사랑 씨. 어땠어요?”
머리를 바꿔버렸지만, 그녀는 담당 의사인 송하나다.
“음…… 혼령사를 잘하는 게…….”
역시 내가 처한 상황이랑 같다는 게 느껴진다.
이 말을 그녀는 최대한 압축해서 전달했다.
“비슷하네요.”
“비슷해요?”
“멀티태스킹이 쉽거든요. 저 같은 부류는.”
펑.
송하나의 아몬드 머리가 하얀 연기와 함께 폭발하며 제대로 된 얼굴이 드러났다.
“아. 그렇죠. 연구 데이터 중에 있었죠. 아무래도 평소에 ‘없는 것을 사용하는’ 느낌에 익숙하니까요.”
릴 혹은 모든 가상현실의 멀티태스킹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되는 부분은.
내게 없는 신체 부위를 움직여야 한다는 그 이질적인 프로세스다.
그런데 상현과 사랑은 이미 익숙한 느낌일 터다.
저들도 모르게 익숙한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겐 반대로 평소 하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그나저나 제가 무리하지 말랬는데…… 멀티태스킹 화신은 진짜 최악인데요…….”
하나 익숙하다고 해서 그들의 건강에 좋은 건 아니었다. 없는 다리를, 팔을 움직이는 과부하로 인해서 무리가 생기는 건데.
그 감각을 최대로 활용하는 게 멀티태스킹 화신이니, 그럴 만하다.
송하나는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니, 최사랑을 휙 돌아보며 말한다.
“근데, 사랑 씨. 저랑 이거 보러 다니기로 하고, 표정이 훨씬 좋아진 거 아세요?”
“이건 디스월드에서 구매한 표정이에요. 웃는 상 패시브.”
“헉. 진짜요?! 감쪽같…….”
“농담이에요.”
사랑은 씩 웃어 보이며 손을 내저었다.
“저도 받아주려고 한 말이에요! 하하하!”
송하나 자신이 저런 속임수에 속았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 크게 웃어버렸다.
“우리 또 언제 올까요?”
“음…….”
사랑은 잠시 스케줄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때만 보면 될 것 같네요.”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타임테이블에서 한참 뒷부분이었다.
“어? 나머지 경기는 안 보시구요?”
“오늘 경기를 보니까 나머지는 보나 마나 이길 거예요.”
“아…….”
그 말은, 사랑이 지금 가리킨 이 경기는 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4일 뒤, 리그전의 마지막 경기.
[벌룬스타즈 VS 고단백]
고단백과의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