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29화 (229/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29화

79. 벽(1)

“이야. 레이나를 또 열어요?”

“일전에 그린티가 한 번 열었다가 큰코다쳤었죠?”

“그린티 선수가 남자 친구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언질을 해주지 않은 걸까요?!”

“어쨌든 홍차 선수 패기가 굉장합니다!”

중계진은 일단 레이나를 열어준 홍차의 선택에 나름의 존경(?)을 표했다.

“그래도 홍차의 테러리스트, 보니가 열렸어요. 이러면 또 모릅니다. 근데 왜 열어준 거죠? 일종의 기사도 정신인가요?”

“아뇨. 제 생각엔 벌룬스타즈는 레이나만 열리면 바텀 밴은 하나도 안 하는 게 정석인 것 같습니다. 스크림 때부터 그런 패턴이었습니다.”

“이야. 엄청난 자신감이네요?”

“사실 레이나를 연 게 더 큰 자신감일 수 있어요!”

“실수일 수도 있죠.”

누가 자신감이고, 누가 실수일까?

중계진들도 정확히 우위를 판가름할 수 없었다.

-???: 실수가 아니라 마수겠지!

-ㄹㅇㅋㅋ 레이나를 열다니 용기가 가상

-홍차 보니가 솔직히 더 셀걸?

-아몬드 레이나 보면 그냥 구조적으로 질 수가 없다는 걸 알 텐데 ㅋㅋㅋ

-홍차 보니를 제대로 못 본 유입쉑들이나 아몬드 레이나 빨지 ㅋㅋㅋ

-아몬드 레이나는 애초에 릴이 설계한 대로 대미지가 안 들어가는 버그나 마찬가지인데. 홍차고 똥차고 뭔 상관 ^~^

채팅창에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원래 상성대로면 레이나 대 보니. 누가 더 좋을까요? 킹귤 님?”

캐스터의 질문에, 킹귤은 잠시 데이터를 살펴보더니 머리를 긁적인다.

“그건 정확히 알기 힘든데요. 고랭크에서 레이나 픽률이 워낙 저조해서…….”

“아…….”

-속보)데협들 주장과는 다르게 레이나 아무도 안 해……

-레이나 특) 관짝

-레이나가 아몬드를 짜릿해하는 이유: 햇볕이라도 쬐게 해주는 유일한 놈이라.

“근데 제 동료 중에서도 레이나 장인들이 몇몇 있었거든요? 그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레이나는 사거리가 긴 원딜을 좀 싫어합니다.”

“아, 그렇죠. 아무래도 본인은 좀 짧으니까요.”

“보니는 로켓런쳐로 쏘면 사거리가 좀 많이 길거든요? 게다가 스플래시 대미지 형태라 피하기도 힘들죠.”

“그럼 보니가 유리할까요?”

“정석적인 구도에서라면 그렇죠. 하지만 보니는 이렇다 할 도주기가 없기 때문에 레이나가 잘 파고들면 또 몰라요.”

“아. 나름 서로 먹고 먹히는 구도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아몬드 선수의 차례가 왔습니다.”

레이나가 아직 픽된 것도 아닌데, 관중들은 벌써부터 레이나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레이나! 레이나! 레이나!

-레이나가 제일 짜릿해애애!

-레이나! 화살로 날 죽여줘어어!

“와. 이 정도면 레이나 고를 계획이 아니었어도 고르겠는데요?”

캐스터가 관중들의 폭발적인 성원에 놀라며 말했다.

“예. 솔직히 난트전을 보는 모든 분들! 누구나 원하잖아요? 선수들의 주캐 대전!”

“솔직히 저도 기대가 되네요.”

보통은 점잔을 빼는 분석관마저도 빨간 안경을 매만지며 기대감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기대에 답을 하듯, 아몬드의 뒤쪽에 푸른 망토의 여인이 깃들었다.

쿵.

픽이 확정되는 소리와 함께 관중석의 환호성은 한층 더 커졌고.

이어서 홍차까지 보니를 골랐다.

“폭발은 기술이다!”

홍차는 자신의 방송에서 보니를 고를 때마다 하는 말을 하며 중지를 치켜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홍차! 홍차! 홍차!

-나! 날 죽여줘요! 언니이이!

이어서 모든 선수들의 픽이 끝났다.

“자~! 경기 시작하는군요. 같이 보시죠!”

캐스터의 손짓과 함께, 경기장이 전장으로 탈바꿈되었다.

* * *

테러리스트, 보니.

기본적으로 무기를 2개 쓰는 게 특징인 화신이다.

하나는 로켓런쳐, 다른 하나는 기관 소총이다.

둘 다 탱크 위에나 달려 있어야 할 것 같은, 인간이 감히 들고 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대체 보니는 그 가녀린 몸을 갖고 어떻게 저 많은 무기들을 다루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직접 다뤄야 하는 계약자 입장에서 어지간히 피곤한 게 아니었다.

이 두 무기는 장단이 너무나 명확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무기로 스위치해 가면서 싸워야 하니까.

하나 보니를 가장 많이 플레이해 본 홍차는 그걸 숨 쉬듯이 할 수 있었다.

상당히 자신 있는 픽이었다.

철컥.

기관 소총을 장전하는 손짓에서부터 여유가 넘치는 모습.

“어, 언니. 레이나 상대로 자신 있어?”

레몬이 벌벌 떠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쟤는 지가 진짜 죽는 것도 아닌데…… 왜 떨고 있는 걸까.’

가끔 게임에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는 레몬. 가끔 이상하긴 하지만, 이게 이 녀석의 주요 컨텐츠다. 무슨 게임을 해도 저렇게 몰입해서 한다.

“물론.”

홍차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스크림 때는 다 밴했었잖아.”

“스크림 때는 이거 꺼내서 연습해 봐야 연습도 안 되니까, 이것저것 시도해 보느라 그랬지.”

“아…….”

“그리고 상대 모스트를 스크림에서 연습 못 하게 밴하는 것도 나름 기본적인 전략이야. 나 아는 프로 오빠가 그랬어.”

“와~ 그렇구나.”

홍차는 로켓런쳐를 장전하며 씩 웃었다.

“그렇다. 이 언니는 다 계획이 있단다. 레몬아.”

레몬은 이때 왠지 모르게 피클이 그린티에게 전해줬던 명언이 생각났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냥 홍차를 따르는 게 좋았다.

“좋아! 나도 그 계획에 탑승!”

* * *

아몬드는 일단 딸기의 정글 몹을 리쉬해 주면서 몸을 풀었다.

푸른 화살이 연이어서 몬스터 위의 타깃을 터뜨렸다.

퍼버버벙!

정확히 체력 2 정도를 남겨두고 멈춘 후 아몬드가 오른팔을 내려봤다.

‘저번보다 더 낫네.’

그린티 상대로 처음 열려서 레이나를 꺼냈을 때보다 훨씬 더 감각이 살아 있었다.

역시 오랜만에 꺼내는 것과 연이어서 꺼내는 건 다른 걸까?

아니면…….

‘아님. 캡슐 차이인가.’

정말 이게 캡슐의 차이일까.

이게 단순히 아몬드 혼자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는 아닌 듯했다.

“아몬드 선수. 리쉬부터 몸놀림이 벌써 다르죠?”

킹귤도 아몬드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챘다.

“이야. 저번에 봤을 때도 느꼈지만, 타깃들이 진짜 시원~ 하게 터져 나갑니다?”

캐스터도 감탄하긴 했으나, 그는 딱히 저번의 레이나와 다른 점은 찾지 못한 듯했다.

분석관은 달랐다.

“역시 오늘 움직임이 다릅니다. 홍차 선수하고의 피지컬 싸움도 분명 스크림 때는 밀리는 감이 있었는데. 오늘은 거의 압도할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아니, 벌써 뭔가 달라요?”

프로들의 눈에는 보인다.

흔히 말하는 선수의 발이 가벼운 날.

그것이 계속 이어지면 그 선수는 실력이 상승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아몬드가 레이나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는 실력이 상승한 거라고 봐야 했다.

“바텀에서 지금 만납니다!”

캐스터의 말대로, 레이나와 보니가 마주쳤다.

그 말에 킹귤이 조금 더 MSG를 얹어서 재차 말했다.

“지금 이번 난트전 사상 가장 뜨거운 접전이 예상되는 두 듀오의 만남!”

캐스터도 질세라, 한마디 더 했다.

“세기의 만남! 견우와 직녀급!”

연륜이 느껴지는 비유.

-???

-아조씨…….

-연세가…….

킹귤은 수습을 위해 아는 것들을 다 꺼내와 뱉기 시작한다.

“그렇죠! 까마귀 대 까치! 맥도날드 대 버거킹! 강백호 대 서태웅! 피자 대 치킨! 킹귤 대 전자파! 나루토 대 사스케!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결입니다!”

-중간에 이상한 게 껴 있는데? ㅋㅋㅋ

-킹귤 미친ㅋㅋㅋ

-엌ㅋㅋㅋ

-이걸 커버치네

이러한 수많은 비유를 곁들인 극도의 기대감과 함께 양측의 미니언이 만났다.

캉! 카앙!

미니언들의 칼이 맞닿는 순간.

홍차 측이 매섭게 로켓을 쏘아댄다.

피슈우웅~!

“레몬 홍차 엄청 빡세게 밉니다. 그냥 로켓으로 마구 때립니다! 저거 로켓이 다시 충전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요.”

쾅! 쾅!

로켓런쳐는 스플래시 대미지를 갖고 있으며, 한 발 한 발 대미지가 강력했다.

미니언들을 한 번에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기술이다. 쌍권총 해적의 폭발탄도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홍차 선수. 로켓런쳐는 많이 사용하면 로켓 충전에 들어가는데. 이렇게 무리하는 건 먼저 2렙 찍으려는 거죠!?”

“예! 초반에 그냥 승기를 잡으려는 거죠! 아까 전판에서 2레벨을 먼저 못 찍어서 졌거든요?”

“게다가 이번엔 타코 선수가 방해할 수가 없죠? 힐도 없으니까요!”

“한 마리씩 때려야 하는 아몬드 미니언 처치 능력에선 많이 불리할 텐데…… 엥?”

그러나, 중계진의 예상처럼 미니언 전선이 쉽게 아몬드 쪽으로 밀리지 않았다.

“이거 왜 아몬드 쪽으로 전선이 안 밀리죠?”

“벌룬스타즈의 미니언 숫자와 레드 카펫츠의 미니언 숫자가 거의 동일합니다!”

“아몬드 님은 한 명씩 타깃해서 때려야 하는데…… 이게 되나요!?”

레이나는 스플래시 대미지가 없다.

한 명씩 일일이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퍼버벙! 퍼벙!

“레이나의 공속은 거의 제한이 없거든요!”

“맞습니다. 대신 타깃이 안 맞으면 노딜로 만들어놨어요! 쏴 볼 수 있을 만큼 어디 한번 쏴봐라! 이렇게요!”

“아몬드가 제작진한테 말하는 거 같죠? 너희 실수했어! 라고!”

“콤보가 어디까지 쌓이나요! 이거 리듬게임 아닌데요!”

퍼벙! 퍼버벙!

미니언들 위의 타깃이 하나둘 터져나갈 때마다, 화살 형상의 푸른 마나는 점점 강력해져만 갔다.

[12 콤보]

[13 콤보]

[14 콤보]

.

.

.

화르륵!

푸른 마나는 이제 푸른 불길이라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홍차도 이를 악물고 로켓으로 미니언을 쳐낸다.

콰앙! 콰앙!

시커먼 연기가 이리저리 퍼져 나가며 벌룬스타즈의 미니언들이 단체로 죽어 나갔다.

“이…… 이제 누가 먼저 2레벨 되죠!?”

“홍차! 홍차가 2레벨!!!”

[레벨이 올랐습니다!]

홍차의 레벨이 먼저 올랐다.

그녀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홍차 선수 곧바로 허리춤으로 손이 갑니다!”

“수류탄 던지려는 거죠! 스킬 배웠거든요!”

해설진의 말대로였다.

[기절 수류탄]

딸깍.

그녀는 이빨로 안전핀을 능숙하게 뽑은 뒤, 아몬드를 향해 던지며 앞으로 뛰었다.

“앞으로 가면서 로켓런쳐에서 기관소총으로 무기 스위치!”

“진짜 빠릅니다!”

“레몬도 합세합──”

──콰아아아앙!

공중에서 터져 버린 수류탄.

“아몬드 선수! 수류탄을 공중에서 요격했어요!!!”

그러나 그 파편이 터져 나가는 것만은 별수 없었다.

아몬드는 파편에 대미지를 입었고, 좀 더 앞에 있던 타코는 기절하고 말았다.

쉬익!

그 뿌연 연기 사이로 홍차의 보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기관 소총이 난사를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

아몬드 앞을 막아주던 미니언들이 일제히 쓰러진다.

“소총 난사!!!”

“아몬드! 피해야 하지 않나요!? 초반에 소총 난사와 전면전으로 이길 수 있나요!?”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때 아몬드도 레벨이 올랐다.

[구르기]

푸른 망토가 펄럭이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어!?”

“아몬드 구릅니다! 근데 방향이……!?”

보니의 기관 소총은 사거리가 짧은 대신 DPS(Damage Per Second)가 엄청나다. 한 발 한 발 대미지는 로켓런쳐가 더 강할지라도, 기관 소총은 순식간에 수백 발을 쏘기 형식이다.

이걸 다 맞으면 어느 원딜보다 폭발적인 대미지가 뿜어져 나온다.

즉, 한 발씩 쏘고 빠질 거면 로켓런쳐가 낫지만, 2~3초 이상 서로 딜을 퍼붓는 경우엔 기관 소총의 압승이다.

하나 단점은 5초 이상 난사하면 과열돼서 냉각기가 돌아가는 동안 쏘지 못한다는 점.

그래서 기관 소총이 열이 올라 잠시 냉각기가 돌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게 정석이다.

하나…….

“기관 소총이 과열될 때까지 참아야죠!”

“아! 비켜! 아몬드는 앞구르기 못 참아아!”

킹귤의 포효처럼, 정말 참지 못하는 것일까?

아몬드는 아직 한참 난사 중인 홍차의 탄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 레몬도 같이 2레벨이거든요!? 레몬까지 스킬을 퍼붓는다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뭐가 휙휙 지나가는 듯하더니, 레몬 위의 타깃이 전부 터졌다. 마치 동시에 터진 것처럼.

퍼버벙!!!

가해지는 충격에, 레몬의 몸이 뒤집히며 날았다.

죽은 것이다.

“──죽는군요! 레몬이!”

[퍼스트 블러드!]

[망나니 용사 → 레몬]

“이 대미지가 뭐죠?! 대체!?”

중계진의 입으로 흘러나온 말이었으나, 사실은 홍차가 외치고 싶은 말이었다.

‘뭐 이런…….’

[체력 21%]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아몬드의 체력.

얼른 조준점을 다시 맞추고 방아쇠를 당겨 난사를 시전한다.

투두두두두두두!

시커먼 연기와 뜨거운 불길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와중에, 극한의 집중력을 끌어올려 아몬드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캐치해 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집중력이 더 좋은 건 아몬드였다.

아몬드의 눈이 순간적으로 생성된 서른 개가 넘는 타깃을 스캔하듯이 훑더니.

[31 콤보!]

퍼버버벙!

갑자기 복부, 팔, 다리, 모든 관절, 안면의 중앙, 동서남북에 들이닥치는 충격.

[마나 피폭!]

[마나 피폭!]

[마나 피폭!]

.

.

.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귀에 들려온 건 적진의 승전보.

[망나니 용사 더블킬!]

올려다보는 그녀의 시야에 비친 아몬드.

그의 체력이 눈에 들어온다.

[체력 5%]

딱 한 발 정도의 격차였다.

남들은 아깝다고 할 테지만…….

‘못 넘겠어.’

홍차에겐 저 5%의 체력이 거대한 벽으로 보였다.

관중석에서 경기장이 떠나가라 함성이 터져 나온다.

-미쳤다아아아아아!

-레이나! 레이나!

-레이나아아!

둘 다 주캐릭터를 고른 후. 바텀에서의 팽팽한 대결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민망해질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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