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31화 (23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1화

79. 벽(3)

“쥐쥐~~~”

고단백과 벌룬스타즈의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2 대 0

벌룬스타즈의 패배였다.

이어서 중계석에서 여담이 진행됐다. POG(Player of the Game) 선정을 하는 시간에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킹귤 님. 오늘 경기. 벌룬스타즈의 첫 패배였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캐스터는 이날의 경기가 벌룬스타즈의 첫 매치 패배라는 것을 강조하며 운을 떼었다.

“음.”

킹귤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는 오늘 첫 패배를 맛보게 되어 있었죠. 그게 벌룬스타즈가 된 것뿐입니다. 다만…….”

“다만?”

“경기력 차이가 확실하네요.”

“그렇군요! 하긴 스코어만 봐도 그래 보입니다!”

킬 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 스코어로 관중들의 눈이 움직인다.

“무슨 문제였을까요?”

“제가 원래 프로 리그에서는 콕 집어서 어떤 라인이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고 이야기는 안 하는데. 여긴 난트전이고, 당연히 차이를 감안하고 대회를 하는 거니까 말씀드리겠습니다.”

“킹귤 님이 이렇게까지 밑밥을 까는 거 보니까, 대체 어떤 심한 말을 하려는지 기대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

-캐스텈ㅋㅋㅋㅋ

-ㄹㅇㅋㅋ릴 사대부 다시 소환되나?

“딱 말씀드릴게요! 미!드!차!이!”

-????

-뭐라고 했냐 킹귤쉑?

-이제부터 넌 그냥 귤이다.

-이제부터 넌 낑깡이다.

-감히 미호의 미드를 논해?

그의 발언에 채팅창뿐 아니라, 관중석에서도 땅이 꺼질 듯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우우우우우……!

“미호 님이 잘못했다. 이런 겁니까!? 킹귤 님?!”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런 게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킹귤은 턱을 한번 스트레칭하더니, 살기 위해서 말 속도를 3배로 높였다.

“그게아니라미호님이랑단무지님이랑당연히차이가날수밖에없다는걸언급드린거구요.그걸벌룬스타즈가어떻게극복하는가가관건이라는말씀을드리고싶었습니다.제생각에는다른묘수를찾아서와야하는데어떤것들이예상이되냐면…….”

한 5분 정도 걸릴 말을 거의 40초 안에 끝낸 킹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띄어쓰기 자비좀;

-저거 아이템으로 속도 높인 건가요?

“아, 킹귤 님. 지금 무슨 아이템 쓰신 거 아니죠?”

“아닙니다. 순수 제 피지컬이죠.”

그는 자랑스럽게 씩 웃어 보였다.

캐스터도 마주 웃으며 다음 멘트로 넘어갔다.

“여튼 두 팀 다 매우 잘해줬습니다! 플레이오프에 1, 2위로 진출했으니까요!”

“예. 오늘 진 벌룬스타즈도 준결승 직행이니까. 이미 최소 동메달은 따 놓은 겁니다! 기분이 안 좋진 않을 거예요!”

-ㄹㅇㅋㅋ 플옵 2위 진출이 어디임. 대박인뎅

-솔직히 당연히 지지…… ㅠㅠ

-다들 잘했음ㅋㅋ

-풍선껌 데리고 여기까지 온 것부터가 그냥 어나더레벨인데 ㅋㅋ 뭘 모르누 ㅋㅋㅋ

분석관도 말을 더했다.

“벌룬스타즈의 나머지 선수들도 기량이 대회 진행 중에 올라오고 있는 게 보이긴 합니다. 탑의 기량은 솔직히 그대로지만, 미호와 딸기슈터가 상당히 기량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단무지를 상대로는 그 실력을 다 보여주진 못했습니다만.”

-탑은 솔직히 그대로 ㅋㅋㅋㅋ

-껌혀유ㅠㅠㅠ

-껌형 기량 오르면 방송 못할까 봐 이 악물고 기량 유지하는 거 보소 ㅋㅋㅋㅋ

킹귤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 잘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플레이오프에 2위로 진출을 했겠죠?”

캐스터가 끼어들어 설명을 더했다.

“아, 혹시 룰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난트전은 16개 팀이 리그에서 한 번씩 경기를 치르고, 거기서 줄세우기를 한 뒤. 플레이오프를 들어갑니다.”

캐스터가 뒤쪽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플레이오프부터는 한 번 지면 그냥 탈락이고요. 리그전 성적 상위 5개 팀이 1위부터 5위로 나열된 뒤. 각각 도장 깨기를 하는식으로 진행됩니다. 4, 5위 팀이 먼저 토너먼트로 붙고, 그다음 이긴 팀이 3위 팀과 붙고, 또 이긴 팀이 2위 팀과 붙는거죠!”

“예. 그래서 지금 고단백은 은메달, 벌룬스타즈는 동메달이 확정된 상황입니다.”

“만약 벌룬스타즈가…… 밑에서 올라온 팀과 싸워서 이긴다면 다시 고단백과 만나겠죠?”

“예.”

“그때는 이길 수 있을까요?”

“뭔가 준비해 놓은 전략이 있을 것도 같거든요? 리그전을 굉장히 여유롭게 진행했기 때문에, 전략을 하나쯤 숨겨둘 법도 합니다. 그걸 아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겠죠.”

확실히 킹귤이 프로 리그에서 베테랑으로 굴렀던 경험이 있어 감이 날카롭다.

그는 벌룬스타즈가 리그에서 별달리 어려움이 없었다는 걸 짚어냈고. 그럴 경우 보통 팀들이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원래 여유가 있어야 미래도 준비하는 건데. 벌룬스타즈는 여유가 있었어요.”

“근데 그건 고단백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 예. 물론입니다. 근데 아무래도 약팀이 준비하는 묘수가 더 무서운 법이죠. 양반들이 죽창 들고 찌르진 않잖아요?”

“하하! 그렇긴 합니다!”

-ㄹㅇㅋㅋㅋㅋ

-비유 ㅁㅊ

-죽창ㅋㅋㅋㅋ

-뱀부스타즈!

“자. 이걸로 리그전은 끝났고. 저희는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일! 트리비에서 플옵 진출 팀들을 대상으로 재밌는 컨텐츠를 준비했다고 하니까! 시청해 주세요!”

“예! 팀별 회식이있을겁니다! 모든 스트리머들의 술 먹방을 볼 수 있는 기회!”

여기까지만 시청한 후, 주혁은 이만 중계창을 닫았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음. 졌구나.”

솔직히 체감이 잘 안 됐다.

늘 이겨오던 모습만 봤었는데, 지다니.

사실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그냥 스트리머인데 이게 뭔 상관이겠냐마는.

‘그 녀석은 더 심하겠는데.’

승부욕만큼은 어느 프로에게도 뒤지지 않는 상현이라면 분명 낙심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혁은 한참 동안 열리지 않는 캡슐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피드백 중인가?’

벌룬스타즈 전원이 아직도 방송을 안 켜고 있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타코가 화났나?’

별별 생각이 다 지나가고.

캡슐이 열린 건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다.

슈웅.

경기가 끝난 지 한참 됐음에도, 상현의 상의는 축축히 젖어 있었다.

이상했다. 단순히 피드백을 했다면, 땀이 났더라도 애스턴의 환기 능력으로 다 말랐을 텐데.

그에게 주혁이 묻는다.

“뭐야. 뭐라도 더 하다 왔어?”

“응. 연습을 좀 더 하다 왔어. 플레이오프에선 지면 안 되니까.”

웃옷으로 땀을 닦아내며 슬며시 웃어 보이는 상현.

그 표정을 보니 지쳐 보이긴 할 지언정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

등산을 마친 산객의 개운함마저 느껴진다.

‘괜찮은 건가?’

주혁은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에 머쓱해하며 안경을 고쳐 썼다.

하긴 저놈의 정신 상태는 나 같은 범인은 예측하기가 힘들지.

“어때. 우승 가능해 보이냐?”

“음…….”

상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전에는 분명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었다. 목표가 우승이라고.

하지만 목표가 우승이라고 하는 것과 우승이 가능해 보이냐는 건, 얘기가 달랐다.

“아슬아슬해.”

상현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수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 * *

릴프로에도 기사가 실렸다.

[플레이오프 명단 확정!]

이런 제목의 게시물이었다.

내용은 단순했다.

어떤 팀이 1위로 진출했고, 어떤 팀이 떨어졌고…… 차트로 그려놓고 간단한 설명을 붙여 놓은 것이다.

댓글 여론은 대체로 벌룬스타즈와 솔로이즈백의 이야기가 많았다.

두 팀의 성적이 가장 의외여서겠다.

-풍선껌을 데리고 플옵 2위를 가는게 되는구나 ㄷㄷ

-타코가 머리를 민 것이 스노우볼이 굴렀다

└타코 머리가 스노우볼이라고? 너라고 항상 풍성할 줄 아냐? ㅡㅡ

└탈모 검거 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

-아몬드가 실버 포지션으로 들어와서 거의 챌린저 퍼포먼스 보여주니까 올라갈 수밖에 없음

└챌린저는 에바고 ㅋㅋ

└홍차 떡바른 거 못 봄???

└홍차랑 주캐전 떠서 아예 끝장내버렸는데 ㅋㅋㅋ 아직도 챌린저는 에바고 ㅇㅈㄹ

-와 고단백 바로 밑이야??

-와 모솔! 3위! 대박!

-그린티배깅 어디 감??

└NARAK

가장 의외였던 두 팀 중에서도, 역시 벌룬스타즈가 가장 의외였다는 평이 많았다.

때문에 이런 게시물들도 계속 올라왔다.

[난트전의 트루 승자: 벌룬스타즈]

[우승 못 해도 진짜 승자는 아몬드지 ㅋㅋㅋㅋ]

[ㄹㅇ 실버부터 시작해서 챌린저까지 찢은 놈…….]

[아몬드는 사실 킹덤이 가장 강력한 게임이란 걸 증명한 셈]

[위대한 실버 아몬드]

[타코 쉑 머리 밀더니 ㄹㅇ 뭔가 해내네 ㅋㅋㅋ]

.

.

.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위대한 실버래.”

푸훕.

미호가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며 웃어 보였다.

“와. 그래도 저희 반응이 좋네요? 릴프로에서 이 정도면 엄청난 거죠. 그쵸?”

그녀의 옆엔 풍선껌이 있었다.

풍선껌은 맥주를 한잔 들이켜며 대답했다.

“반응이 좋긴…… 걔네들 또 나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건 기적이다. 뭐 그렇게 말하지!?”

풍선껌의 자조 섞인 말에 미호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껌딱지 놈들이 뭐 그렇지

-어케 알았누!!

-풍선껌은 자기 실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게임을 잘하는 법을 너무 모르는 만큼.

미호의 웃음 소리와 함께 올라가는 채팅창의 스크롤. 미호는 잠시 카메라를 당겨 씩 웃고는 다음 사람을 비췄다.

“오빠도 소감을 말해봐요. 머리까지 밀고 돌아온 난트전의 듀얼리스트! 지옥에서 돌아왔다! 타코야끼!”

통, 통.

미호의 손이 타코의 머리를 건드리자, 타코가 한껏 성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벌떡 일어났다.

“어이! 남자의 머리를 건드리는 건 도전이다!”

미호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그의 방송 컨셉 중 하나다.

‘열혈……이라고 했던가?’

상현은 테이블 건너편에서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시선은 물끄러미 타코를 향하고 있었다.

이런 술집에서 저렇게 자기 방송 컨셉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게 새삼 대단해 보여서다.

미호가 꺄르르 웃으며 대꾸한다.

“머리요? 그런 게 어딨어요!?”

“머리카락 말고! 머리! 머리는 멀쩡히 있잖아!”

“아~ 오빠. 근데 그거 해줘요. 그거.”

“그거?”

“오빠 유행어.”

타코는 자신의 머리를 슥 쓰다듬더니,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총을 쏜다.

빵.

“네 복잡한 머리가 네 패배의 원인이다!”

반짝.

조명이 그의 머리를 지나가면서, 완벽하게 마무리된다.

“푸하하하하하!”

미호가 자지러지듯이 웃는다.

둘은 소감을 말한다더니, 쓸데없는 잡담만 이것저것 주고받고 있다. 원래 라이브 방송이란 게 그렇다.

상현은 자기 앞에 놓인 아몬드를 한 움큼 들어 입에 털어 넣더니.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현재 시청자 8.8만]

벌룬스타즈의 합동 방송 시청자 수가 보인다.

놀랍게도 이게 아몬드 방 개인의 시청자 수다.

‘엄청나네. 화력…….’

채팅을 일일이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간다.

-아하! 아하!

-아몬드 말 좀 해줘~~

-미호야 아몬드한테 좀 가라!

이게 단체 합동 방송의 힘이자,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팀들의 특권이었다. 이걸 위해서 난트전에 참가하는 스트리머들도 다수였다.

‘일단 한 번은 유명해질 수 있으니.’

바로, 플레이오프 팀 회식 컨텐츠다.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오면 이렇게 팀원들끼리 모여서 회식하는 걸 컨텐츠로 만들어준다.

대충 폰 들고 라이브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지금은 미호가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지만, 이건 컨셉의 일부일 뿐이다.) 촬영 팀이 따로 있었다.

트리비 전문 촬영팀, 피디, 작가 등이 참가 팀별로 전부 따로 배치된다.

후에는 편집도 거쳐서 올튜브 채널에도 올라간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상당한 시청자 수가 나온다. 그만큼 광고 효과도 보장되어 있으니. 후원해 주는 스폰서들도 걸출하다.

지금 상현이 마시고 있는 맥주도 유명 제조사의 협찬이다.

바꿔 말하면 회사들이 거액을 주고 광고할 만큼의 화제성을, 선수들은 열심히 게임만 이기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거다. 마치 연예계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휙.

미호가 카메라를 돌렸다.

미호의 다음 타깃은 딸기슈터였다.

“다음은~ 딸기 오빠!”

“얘. 언니라고 불러야지.”

“다음은 아몬드 오빠!”

미호는 없었던 일인 것마냥, 순식간에 딸기를 넘기고 아몬드에게 다가왔다.

“오빠.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소감은?”

“음…… 잠깐만.”

상현은 잠시 마시던 맥주를 마저 들이켰다.

-와아아아아아! 몬드 ㅠㅠㅠ

-아몬드!!

-헐 술안주도 아몬드네 ㅁㅊㅋㅋㅋ

-아몬드 혼자 왜 아몬드 먹엌ㅋㅋ

-캬 맥주 광고 오지네

-역시 광고견

-아몬드 말 잘 못 하는뎈ㅋㅋ

카메라에 비친 그의 개인 안주에 대한 채팅이 한참 올라갈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청정 라거. 라클! 답답했던 일상 한 번에 라인 클리어!”

“……?”

미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말해달랬어…… 피디님이.”

저 멀리에 있던 촬영팀이 자지러졌다.

채팅창도 마찬가지다.

-무친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이런 말은 왜 이렇게 잘 들어 ㅋㅋㅋ

-뻥치지마 ㅋㅋㅋㅋ

-시청자 수 확인하고 귀신같이 광고해 버리는 견과류쉑ㅋㅋㅋㅋㅋ

-광고할 때는 말이 청산유수

“아, 오빠. 소감은? 광고했으면 소감도 말해야지.”

“아, 소감은…….”

-소감 말하려고 하니까 곧바로 텐션 떨어지는 목소리

-소감 말하긴 할 거냐!?

-아몬드 특) 여기서 방송 끊음. 근데 지금은 합방이라 못 끊는 중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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