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33화 (233/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3화

80. 수영장 파티(2)

대회 시작 전, 개인 방송.

모솔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그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카메라를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큭큭…… 여러분. 전 진짜 남자로 태어났습니다.”

-큭큭이라고 웃는 거 보니 전혀 아닌데?

-첫 단어부터 구라 ㅋㅋㅋ

-염병 ㄴㄴ 눈 감고 플레이하는 연습이나 해오셈.

물론 그의 팬들은 그 자신감이 헛된 것이라며 그에게 충언을 건넸지만.

눈빛에 광오함이 깃든 모솔, 정기찬에겐 전혀 들리지 않았다.

슥.

그는 다시 한번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자신의 바뀐 모습을 강조했다.

“내 바뀐 머리스타일을 보고도 모르겠어?”

-머리 올리니까 훨 낫긴 한데. 여전히 찐……

-대체 가상현실에서 저 뿔테 안경을 왜 끼고 있는 거냐?ㅋㅋㅋㅋ

-머리스타일 말고 그냥 호빵맨처럼 머리(head)를 바꿔 보는 건 어때요?

-머리 올린다고 다 진짜 남자 되면 빵은 누가 배달하냐 이 새끼야!

-전국 학교 빵 배달 사업은 접은 건가요?

“아씨. 누가 전국 빵 배달 사업을 한다고 그러는 거야. 나 빵셔틀 해본 적 없다니까?!”

모솔은 겨우 20살이다.

농익은 형님들의 조리돌림을 참아내기엔 식견이 한참 부족한 나이.

결국 또 카메라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반응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격감 원툴

-빵 배달 해본 적은 없지만, 언제든 할 준비는 되어 있잖앜ㅋㅋㅋㅋ

-커엽ㅋㅋㅋ

[총사령관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 ㅋㅋ 빵셔틀 아니지 ㅋㅋ 빵 차원 분광기임 엌ㅋ 크큭크루삥뽕빵뽕~]

몸무게가 셔틀만큼 나갈 것 같은 남자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후원.

차원분광기는 셔틀보다 한 세대 업그레이드된 프X토스의 최첨단 운송 수단이다.

유닛을 그 자리에 직접 소환해 버릴 수도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아오…….”

-차원분광기 ㅋㅋㅋㅋ

-빵 즉시 소환!

-근데 모솔 얘기 좀 들어줘 얘드라 왜 진짜 남자가 된 건지 좀 들어보자고~~

“그래. 이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네. 내가 말이지. 저번 주에 생일이 지났었다고.”

그렇다. 모솔은 저번 주에 생일이었다.

그때 축하 후원도 한참 받았던 터다.

-그래서 후원 더 해달라는 거냐?

-어린놈이 벌써부터 ㅉㅉ 에잉!

-혹시 생일‘빵’도 배달함?

“아뇨. 아뇨. 생일빵 배달 안 합니다. 그냥 빵도 배달 안 해요! 제가 완전하게 19세를 넘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척.

그는 수많은 미호의 잡지를 들어 올렸다.

청소년들은 살 수 없는 속옷 브랜드에서 내놓은 화보와 수영복 컨셉의 화보들.

-오우……

-이거 나와도 되는 거냐? ㅋㅋ

-와…… 난 이거 보면 더 힘들 것 같은데…….

“자연은 저희에게 말합니다. 적응하거나, 도태하라고.”

-무친놈ㅋㅋㅋㅋㅋ

-자연이 니한테 그런 말까지 일일이 할 리가 없는데.

-자연이가 누구임? 예쁨?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진짜 개소리하는 재주는 세계 1위

“저 정기찬. 완전히 적응해 버렸습니다.”

-자연: ???

-자연이는 너랑 사귈 생각 없대~

-그니까 솔로 생활에 적응했다는거지?

계속되는 놀림.

“니들이 사람 새끼냐!?”

버럭.

모솔이 참다 못해 소리를 질렀다.

-사람 되긴 글렀지~ 네 정자처럼~

-엌ㅋㅋㅋㅋㅋㅋㅋ 개웃겨 ㅋㅋㅋ 또 소리 질러줘~~~

-업계 포상 ㄷㄷ

-와 드디어 소리지르게 했다. 아까 나랑 내기한 놈 어디?

-사람 새끼라니. 금시초문인데요?

그러나 소리를 질러도 전혀 타격이 없어 보이는 채팅창.

“아오. 여튼 있다 경기나 잘 지켜보라고. 님들.”

척.

모솔은 카메라를 향한 삿대질로 방송을 마친 뒤. 경기장으로 나섰다.

* * *

“자~! 선수들 다 모였습니다! 밴픽 보러 가시죠!”

첫 밴은 솔로이즈백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중계진이 깜짝 놀란다.

“어?”

“와!? 이건 명백한 도발이죠!”

“이, 이렇게 한다구요!?”

관중석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아아!

-정기찬! 정기찬! 정기찬!

모솔이 뭔가를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그게 미호의 화보집이었다.

그는 그걸 이제 볼 필요 없다는 듯 뒤로 던져 인벤토리로 사라져 버리게 했다.

마치 쓸모없는 것을 내던지듯이 말이다.

“와! 모솔 선수! 과감합니다! 드디어 극복했나요!?”

“아니, 저 화보집들은…… 모솔 선수가 살 수 없는 것들 아닙니까!?”

“어! 자, 잠시만요…….”

캐스터는 잠시 스태프들과 보이스를 주고받는다.

“……아. 들린 소식으로는 모솔 선수가 저번 주 중에 생일이 지났다고 합니다!”

-미친ㅋㅋㅋㅋㅋ

-와 ㅋㅋㅋㅋ

-성인 되자마자 하는 게 미호 화보집 구매…… 라이프 이즈 레전드……

-ㅋㅋㅋㅋㅋㅋ도랏맨ㅋㅋㅋ

-이게 릴이지.

“와 이거 만약 진짜 극복했다면 위험한데요!? 제가 해설 때 놀릴 게 없어서요!”

킹귤이 정말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엌ㅋㅋㅋㅋㅋ

-나쁜놈ㅋㅋㅋ

-‘킹’귤

“그 말은 이제야 제대로 된 해설을 들을…… 아니, 제대로 된 실력을 볼 수 있다는 거군요!?”

“예? 아하하! 그렇죠! 모솔 선수의 제대로 된 실력! 미호 선수를 상대로 뽐낼 수 있는지, 누구나 궁금할 겁니다!”

-???: 방금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엌ㅋㅋㅋ 캐스터님이 맥이네

-“적당히 나대라 킹귤”

시작부터 흥미진진한 구도가 생겼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했다.

* * *

서로의 밴이 끝나고, 픽이 시작됐다.

쏴아아아아!

물줄기가 사방에서 치솟았다.

미호의 뒤로 새파란 머리를 휘날리며 물을 흩뿌리는 소녀가 내려앉았다.

[고요한 파도 - 아쿠아]

-우아아아아아아!

-미호! 미호! 미호!

-언니 날 가져요!

-누나아아아앍!

관중석의 환호는 첫 번째 아쿠아의 등장에 비해서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미호의 수영장 파티 아쿠아를 경험해 봤기에, 더 기대감이 치솟아 있던 상황이었다.

“와! 미호 선수! 또 아쿠아!”

“넌 그래 봐야 애야! 이렇게 외치는 거죠!?”

“수영장 파티 스킨을 고르나요!?”

해설진들의 말대로, 그리고 관중들의 기대대로 미호는 수영장 파티 스킨을 선택했다.

-누가 보면 강신기 쓰는 줄ㅋㅋㅋ

-수영장 파티 스킨을 고르나요!?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강신 맞지 ㄹㅇㅋㅋ

다시 한번 큰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모솔은 마른침을 한번 삼키긴 했지만.

‘저번보단 훨씬 나아.’

미호를 똑바로 쳐다보는 모습.

확실히 전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거의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 모솔 선수. 동요하는 모습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야. 정말 수련을 제대로 한 걸 까요!”

이어서 몇몇의 픽 순서가 지나갔다.

그런데, 중계진은 이때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어? 잠시만요. 지금 딸기슈터 선수 수영장 파티 스킨을 선택합니다?!”

수영장 파티 독침버니가 등장했다.

배에 귀여운 오리 튜브를 끼고, 물이 나가는 피리를 쏘는 독침버니였다.

“타코야끼 선수도!”

이어서 타코도 수영장 파티 망치 전사가 되었다. 쇠망치 대신 뿅망치를 들고, 방패 대신 구조용 튜브를 들었다.

구명조끼 아래에 걸친 빨간 호루라기, 그리고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영락없는 해수욕장의 라이프가드였다.

-와 뭐야 ㅋㅋㅋㅋ

-모솔 농락하려는 거 아니야?? ㅋㅋㅋ

-미치겠다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풍선껌도 수영장 파티 아이언볼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쇠공으로 변해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화신인데. 이제는 쇠공이 아닌 투명하고 거대한 발리볼이 되어 굴러간다.

발리볼이 아닐 땐 휴양지에 놀러 온 아저씨다. 통통한 배가 다 드러나서 조금은 민망한 상태가 되고 만다.

“와하하!”

풍선껌은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괜히 웃어 보였다.

-헐ㅋㅋㅋㅋ 개커엽

-뭐얔ㅋㅋㅋ

-다들 수영장 파티 컨셉으로 맞춘 거야?

-헐 그럼 아몬드도……!?

-정보) 아몬드는 수영장 파티 란 미션을 받은 적이 있다.

모솔과 아몬드의 픽만이 남은 상태가 되었다.

“이럴 수가. 벌룬스타즈! 이거야말로 진짜 모솔을 향한 도발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팀원 전체가 수영장 파티 스킨을 착용하고 덤빌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제 모솔 선수 픽입니다!

“자. 모솔 선수. 뭘 고르나요!”

“미호 선수가 아쿠아 선픽의 패기를 보여줬거든요? 카운터가 될 법한 걸 고르겠죠? 모솔 선수 정도의 화신 운용 폭이라면…….”

“뭐가 있습니까?”

“아쿠아는 견제력이 워낙 강해서 암살자형 화신은 초반에 너무 힘들 겁니다. 메이지치고는 대신 사거리가 짧은 편이라 사거리가 긴 포킹형 화신도 좋고…… 아, 마침 고릅니다.”

[폭파광 - 테리]

긴 사거리로 폭탄을 던져서 상대를 괴롭히는 화신. 폭파광 테리가 등장했다.

“이야. 모솔 선수. 이런 화신도 자신이 있나요?”

“폭파광이 사거리가 길긴 하죠? 폭탄 던져서 굴러가는 길이까지 생각하면 굉장히 깁니다.”

“예. 아쿠아보단 확실히 길죠.”

“그나저나 아몬드 선수는 뭘 고르죠? 아마 수영장 파티를 무조건 하실 텐데. 아몬드 선수가 하는 원딜 중에 수영장 파티가 있는 게…….”

“아마 열린 것 중엔 란뿐이죠?”

“아! 그렇군요. 란이네요!”

“이거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자기가 란을 할 거라고 알려줘 버린 셈 아닌가요? 하하.”

“이러면 마지막 픽으로 하는 의미가 있나요?”

“이건 아무래도 컨셉을 잡다 보니 나온 실수 같습니다. 이런 건 사소한 정보일 뿐이다! 우린 그냥 이길 수 있다! 이런 느낌인 걸 수도 있죠.”

-와 수영장 파티 란!

-아몬드 공약 지키나!?

-왘ㅋㅋㅋㅋ

쿵.

아몬드의 뒤에 금발의 소년이 깃들었다.

일단은 해설진의 예측대로 란을 고른 것이다.

[순백의 저격술사 - 란]

그리고 이제 스킨을 골라야 할 차례.

보통은 여기서 아무 조작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가던 아몬드.

그의 손이 이번엔 조금 까닥이며 뭔가를 움직인다.

관중석에선 일시적인 침묵이 흘렀다.

꿀꺽.

아몬드 모자를 쓴 수많은 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쏴아아아아……!

아몬드의 위로 물이 쏟아지며, 금발로 변한 그의 머리칼이 흠뻑 젖었다.

잠시 후.

스킨이 적용된 모습이 드러났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

원색감의 단색 스윔 쇼츠와 위엔 풀어헤친 알로하 셔츠를 걸친 모습이었다.

-형! 제로투 한 번만 춰줘요!

-개멋있다아아!

-우아아아아!

셔츠 아래로 드러난 그의 복근은 다른 팀원들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탄탄했다.

물론 헬스가 취미이자 인생의 목적인 딸기슈터에 비하면 근육 크기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오랜 기간 선수 생활로 다져진 탄탄함이 느껴지는 몸이었다.

-와씨 저거 캐시로 산 거 아님?

-ㄹㅇ 아몬드 몸임?

-몬드 형 제발 운동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잖아 ㅠㅠ 그 부탁 들어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

-다 가진 넘……

-캐시로 지른 거임. 아무튼 그런 거임. 디스월드에서 파는 거임!

-개멋있누

-란은 그냥 달팽이 같은 몸일 텐데. 아몬드가 끼니까 쩌네 ㅎㅎ

-나 33살인데 오늘부터 아몬드는 형임.

아몬드는 예상치도 않게 너무 큰 반응에 조금 부끄러웠는지 목에 걸치고 있던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팬들의 환호에 호응해 주는 것처럼 비쳤다.

-와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이야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 경기장은 처음이에요!”

“남녀 팬들의 눈이 모두 즐거운 판이겠습니다!”

“여기가 해변이죠! 비록 날씨는 전혀 아니지만요!”

“이게 우리한텐 클럽이야!”

킹귤이 신명 나게 어깨를 들썩여 준 뒤.

“자. 경기 시작합니다!”

실제 경기가 시작됐다.

* * *

‘와. 씨…… 나 하나 잡겠다고 단체로 수영장 파티를 입어?’

성소에서 미드로 향하는 길.

모솔은 괜히 상대가 괘씸해서 속으로 곱씹었다. 단체 수영장 파티는 아무리 봐도 자신을 겨냥한 도발이니까.

‘어우. 더러워서 이긴다.’

그는 미드에 곧 등장할 미호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도록 열심히 마음을 다잡았다.

‘수영장 파티고 나발이고, 폭파광으로 아쿠아 완전 탈탈 털 수 있으니까…….’

폭파광이 아쿠아의 하드카운터라고까지는 보기 힘들었지만, 실력 차이가 나면 폭파광이 완전 유리했다.

3 대 3 이상의 전투라면 모를까, 애매한 사거리의 메이지인 아쿠아가 폭파광보다 라인전에서 더 나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후아. 후아.”

미호를 보고 또 심장 떨리지 않도록 심호흡을 하며 미드 라인의 포탑에 도착한 그때.

“……?”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뭐야. 형이 왜…….”

거기서 나와?

그의 앞엔 알로하 셔츠를 입은 아몬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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