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36화 (23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36화

81. 쉽지 않은 게임(3)

“아몬드! 쐈습니다!?”

어떻게 쏜 건지는 모르지만, 여튼 간에 쐈으니, 캐스터는 중계를 지속한다.

“맞나요!?”

그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퍼어엉!

순백의 결정이 시원한 물줄기를 사방으로 퍼뜨리며 모솔에게 명중한다.

체력이 얼마 없던 모솔은 미쳐 다 충전되어 있지도 않던 순백의 결정으로도 간단히 쓰러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망나니 용사 → 모솔]

“와! 죽었습니다! 아몬드! 갱킹을 온 건 적인데, 오히려 아몬드가 죽였어요!”

“솔로이즈백! 잘 나가다가 손해가 막심한데요! 노가리 선수는 아몬드라도 어떻게든 잡아야…….”

“그렇죠! 일단 아몬드를 잡기만 하면 게임 터뜨릴 수 있어요! 워낙 솔로이즈백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 순간, 노가리가 걸고 있던 [덮치기] 스킬의 제압 지속 시간이 끝나버렸다.

[제압에서 풀려났습니다.]

퍽!

아몬드가 바로 발로 박차고 노가리의 품을 빠져나간다.

“어어!? 빠져나갑니다!”

“못 잡나요!? 따라가서 한 대! 한 대만……!”

노가리는 체력이 얼마 없는 아몬드를 쫓아서 죽이려 했으나.

──퍼억!

갑자기 옆에서 들어온 충격에 밀려 거리가 벌어졌다.

“아! 어느새 커버 온 타코가 밀었습니다!?”

“망치 나가신다아!?”

타코야끼였다.

벌룬스타즈의 정글도 합류한 것이다.

“아앗……!”

“이거……?!”

당황한 노가리는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타코야끼]

[체력 100%]

[노가리]

[체력 90%]

타코야끼의 체력은 100%고, 자신은 90%였다.

저 멀리 아몬드는?

[망나니 용사]

[체력 4%]

단 4%의 체력으로 살아서 도망치는 중이다.

딱 한 대만 쳐도 죽을 테지만, 이미 포탑의 근처까지 도망갔다.

“……각이 안 나오는데요?”

“아몬드 살아갑니다!”

-이걸 살아??

-아, 이건 노가리 실수다 ㅋㅋ

-헐ㅋㅋㅋ ㅅㅂ

-휴. 게임 안 터졌다. 아몬드 죽으면 겜 터짐.

결국 노가리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아몬드! 2 대 1 상황에서 모솔을 죽이고 자기는 살아갔어요! 이러면 슈퍼플레이죠?!”

“그렇죠! 팀이 지고 있는 와중에 큰일을 해냅니다!”

슈퍼플레이.

게임을 뒤집을 수 있는 플레이를 일컫는 말이다. 단순히 숫자적으로 적을 많이 죽인다거나, 많은 적을 상대로 빠져나가는 것만이 슈퍼플레이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대일로 싸우다가 죽어줘도 슈퍼플레이다.

현재 벌룬스타즈의 게임 전체가 힘든 와중에, 적 정글러까지 불러들여서 싸운 아몬드. 그가 상대 미드인 모솔을 죽이고, 살아남은 것도 이런 의미에서 역시나 슈퍼플레이다.

적들이 시간을 낭비하게 한 데다가, 자신은 이득을 봤으니까.

“근데 이거 리플레이로 봐야 할 것 같은 게. 조금 이상한 장면이 있었거든요?”

와중에 킹귤이 약간의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죠. 야수가 제압을 분명히 했는데. 아몬드가 여전히 공격을 쐈어요. 그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게임상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야수가 워낙 버그 생성기로 유명해서…….”

-ㄹㅇ ㅈ버그 아님?

-버그 생성깈ㅋㅋㅋ

-야수 이거 화신 삭제해야 함ㅋㅋㅋ

중계진은 아몬드가 잠시 성소로 돌아간 동안 리플레이를 감상했다.

그리고 야수가 덮친 후, 아몬드가 모솔을 조준해서 쏘는 장면이 다시 재생된다.

[치키챠.]

아몬드가 마지막에 했던 대사도 당연히 그대로 나온다.

-엌ㅋㅋ 뭐라 하나 했더니. 치키챠였어!?

-ㅋㅋㅋㅋㅋㅋ치키챠

-갓키챠

-견과류 쉑 뒷끝 있네

-어지간히 모솔이 짜증 나게 굴었나 봄ㅋㅋ

대부분 시청자들은 거기에 의식을 빼앗겨 대체 어떻게 아몬드가 사격이 가능했는지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킹귤은 눈치챘다.

“아. 역시 빠져나갔군요?”

다른 둘은 눈치채지 못하다가, 느리게 재생되는 영상을 보고서야 탄식을 뱉는다.

-와 팔만 쏙 빠져나가네

-저 데구르르 구르는 와중에 ㅁㅊ ㅋㅋㅋ

-저 상태에서 정신이 있어?!

-독하다 독해 견과류쉑……

“아~ 이게 이렇게도 되나요? 사실 전 다시 봐도 뭔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어요.”

캐스터가 킹귤을 보며 물었다.

“손 한쪽만 빠져나간 겁니다. 손 하나 정도는 빠져나가도 여전히 제압 판정이 돼서, 가끔 이런 경우가 있어요. 이걸 의도해서 하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하구요.”

분석관이 동의하듯이 끄덕였다.

“예. 한때 야수가 유행할 땐 이것만 연습하는 프로팀도 있었죠?”

“그렇습니다. 그때가 딱 타코 선수 시절인데. 타코 선수가 알려준 걸까요?”

“음…… 어찌 됐든 아몬드 선수가 최근 연습을 많이 한 티가 곳곳에서 나긴 합니다. 갱킹을 미리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 속도도 그렇고, 이런 잔기술도요.”

사실 반만 맞은 분석이었다.

아몬드가 연습을 많이 하고, 갱킹을 예상한 것도 맞지만, 야수의 덮치기 기술에서 한쪽 팔만 빼낸 건 순전히 임기응변이었다.

따로 연습한 적은 없었다.

그저 가상세계에서의 축복받은 반응 속도 덕분이다.

* * *

약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아몬드 모자를 쓰고 열렬히 응원하던 송하나가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아까 아몬드의 킬로 뭔가 바뀔 줄 알았더니, 게임은 그냥 답답하게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인데.

“사랑 씨. 이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왜 이리 답답하죠?”

그녀는 마치 옆의 여자가 모든 걸 다 아는 절대자라는 듯 묻는다.

최사랑은 머금었던 연기를 마저 다 뱉어내고서야 대답한다.

“지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니까 답답한 거고.”

성의 없는 대답이라 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보다 정확한 대답은 없다.

“지고 있는 거예요? 아까 아몬드가 킬 따고 슈퍼플레이했는데…….”

“그래서 그나마 게임이 더 길어졌죠.”

“그 이후로 벌룬스타즈는 아무도 안 죽었는데…… 우리 안 유리해요?”

“릴 공성전은……”

최사랑은 제대로 말할 생각이 들었는지, 시가를 허공에 눌러 꺼버린 뒤 인벤토리로 던져 버렸다. 가상세계 물건은 역시 별로 맛이 없다.

“릴 공성전은 공성이 목적. 릴 호송전은 호송이 목적. 릴 생존전은 생존이 목적. 꽤나 직관적인 이름인데…… 사람들은 대체로 죽이기 게임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아…… 그러니까, 킬 따기 게임이 아니라, 건물 부수기 게임이다. 이런 말이죠?”

“네.”

“근데 건물도 지금 차이가 별로 없는데요? 하나만 밀린 상태인데. 탑만 밀린 상태.”

“거기서부터 시작인 거예요. 맵 전체 장악 상황을 보세요.”

맵은 파란색으로 가득했다.

현재는 파란색이 솔로이즈백이다. 그들이 세워놓은 감시 토템들이 곳곳을 밝혀두고 있는 것이다.

“무너진 탑 포탑을 기준으로 시야가 전부 밝혀졌죠?”

“네.”

“저기는 이제 벌룬스타즈 영역이 아니라 솔로이즈백 영역이에요. 탑인 풍선껌은 이제 맵의 절반만큼도 나갈 수가 없고, 그러다 보면 영역을 더 뺏기고…… 악순환이죠.”

“아…… 시야가 안 보이는 게 그렇게 큰가요?”

“네. 보이지 않으면 위험하니까, 못 가거든요. 그럼 벌룬스타즈는 한참 돌아서 다녀야 하죠. 반면 솔로이즈백은 계속 지름길로 다니면…… 당연히 효율이 안 나오고, 게임 지는 거예요.”

“와…… 그렇구나. 이 게임 생각보다 심오하네요?”

최사랑은 오늘치 할 말을 다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강 대답했다.

“심오하기까지야…… 그냥 보시다 보면 잘 아시게 될 거예요.”

짜증이 난 것 같은데. 설마 벌룬스타즈가 지고 있어서일까?

하나 추측일 뿐. 쉽게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늘 그렇듯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그 표정.

괜히 옆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그 표정이다. 아주 다단한 벽을 하나 세워둔 느낌.

송하나는 그 벽을 두들기며 꺄르르 웃어버렸다.

“아하하! 너무 기만 아니에요? 저 릴챔스(*릴 프로 경기) 애청 경력이 4년이에요! 이게 4년을 본 거라구요!”

피식.

그제야 사랑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고, 의사는 안심이 된다.

“그래도 이길 수도 있죠?”

이 질문에 사랑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언제나. 이길 순 있죠.”

몇 번이고 입으로 직접 뱉어봤던 문장이다.

‘언제나…… 이길 순 있지…….’

그녀의 시선이 잠시 자신의 두 다리로 향하는 것을, 의사는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못한 걸로 하기로 했다.

* * *

역시 그녀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게임은 벌룬스타즈에게 매우 어렵게 흘러간다.

“아. 벌룬 스타즈! 1차 포탑이 다 밀립니다!”

“잘 큰 란도 이런 구도에서 별수 없어요!”

“너무 압박이 거세요! 솔로이즈백이 팀워크가 너무 좋은데요?!”

“아무래도 억지로 밴픽을 꼰 게 여기서 조금 문제가 되는 걸까요!?”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 문장이 울려 퍼지는 게 벌써 세 번째다.

탑을 시작으로, 어느새 전라인의 포탑이 무너져 있다.

[아, 미드까지……]

[어, 어쩌지?]

[당황하지 말고! 다시 시야 천천히 먹으면서 정글 확보해!]

팀원들은 파도처럼 밀려 오는 패배의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특히 풍선껌은 이번판에 아예 정신을 잃은 사람이 되었다.

[아. 아. 또 잘못했다. 미안.]

[아…… 이거 어쩌지? 아…… 미안.]

[미안. 미안.]

사과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져 갔다.

한창 시끄러워야 할 보이스에선 침묵의 시간이 길어졌다.

“아…… 벌룬스타즈 분위기가 안좋아요.”

“예. 아몬드 선수가 그나마 제일 잘 풀렸는데. 아몬드 선수는 게임 할 때 크게 말이 없거든요?”

“정확히는 다른 사람한테 별로 관심이 없죠!?”

“예. 아무래도 미드라이너로서는 이런 요소는 조금 감점입니다. 원딜이라면 모를까요.”

“그렇죠. 미드는 팀원 전체를 케어하고 이끄는 라인이거든요. 정글과 함께요!”

“그렇습니다!”

이들의 말이 맞았다.

아몬드는 이럴 때 어떻게 팀원들을 이끌어서 다독여야 하는지는 모른다.

한 번도 그런 위치에 서본 적은 없었다.

회사에서도 늘 말단이었고, 양궁부 시절엔 명함만 리더인 독선자였다.

애초에 양궁은 리더가 필요하지 않은,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분위기…… 안 좋네.’

그나마 다년간의 사회 생활로, 현재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건 진즉에 눈치챘다.

그리고, 역시나 다년간의 사회생활로 이럴 때 주변머리 없는 자신이 나서서 다독이려고 해봐야 상황만 더 악화된다는 걸 잘 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아몬드는 그들이 나설 때까지 기다리고, 침묵하는 것도 미덕이라고 습득한 바 있다.

회사에선 그런 존재는 주혁이었고, 지금은……

[자. 다들 한숨 금지. 미안 금지.]

타코 같은 사람이다.

[지금부터 미드에 모여서 마지막 전투한다. 300의 전사가 된 것처럼 싸워라.]

일부러 컨셉이 잔뜩 섞인 말투로 말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알았나! 제군들!]

푸핫.

미호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옙!!]

[알았으!]

[죽으러 가보자아아!]

우습게도 말이 많은 순서대로 대답이 이어졌고.

이제 아몬드 차례였다.

[이길 수 있어요.]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확신에 찬 어조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언제든.]

이게 그의 방식대로는 최대로 할 수 있는 팀을 향한 위로였다.

진심이 전해졌던 걸까?

보이스엔 잠시 침묵이 돌았다.

[가자가자!]

풍선껌이 먼저 침묵을 깨면서 거대한 비치 발리볼(원래는 아이언볼)로 변하여 굴러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몰려오는 적을 뒤에서 기습할 수 있을 법한 곳이었다.

탐색기를 돌려서 감시 토템을 제거하는 것도 웬일로 잊지 않았다.

“벌룬스타즈! 이제 모든 걸 포기하고 총 수비전에 들어갑니다아!”

“아! 이거 여기서 못 막으면 끝이에요! 뒤가 없거든요!?”

“솔로이즈백도 게임 여기서 굳히겠다는 생각이죠!? 지금 정면으로 5명 다 들어갑니다!”

솔로이즈백은 탑 막걸리의 기간트 머신을 앞세워, 전형적이 공성 진영을 갖춰서 천천히 진격 중이었다.

뒤 쪽으로는 미니언 대부대가 쫙 깔려있어, 그 너머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쿠구구구구……!

대지가 흔들거리는 듯한 진동이 점점 다가왔다.

망치 전사인 타코야끼와 미호, 딸기슈터가 그들 앞을 막아섰고.

아몬드는 풍선껌과 대칭이 되는 곳에 숨어 적들을 조준 중이었다.

“벌룬스타즈 지금 진영은 조금 좋거든요!?”

“근데 이거 자칫하면 숙 뚫리는 진영입니다! 5인이 갑자기 강행돌파하면 오히려 다 무너지는……!”

솔로이즈백의 원딜러와 서포터. 소맥듀오가 이제 가장 앞으로 나왔다.

콰앙!

솔로이즈백의 원딜, 테러리스트가 로켓런쳐를 쏜다.

퍼버벙!

타코에게 전부 적중했다.

그게 신호였다.

[데구르르르르르르!]

풍선껌이 비명 같은 함성을 지르며, 뒤로 돌아서 마구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풍서껌 나옵니다아아! 데구르르르르르!”

-데구르르르!

-데구르르르 2중 합창 뭔데 ㅋㅋㅋ

-정보) 막상 아이언볼은 데구르르라고 외치지 않는다.

거대한 비치 발리볼이 뒤에서부터 달려오자, 순간적으로 솔로이즈백 진영이 산개했다.

좋게 보면 산개, 나쁘게 보면 둘로 갈라진 셈.

지금이 기회였다.

[달려어어어!]

[가즈아!]

모든 팀원들이 강신기를 발동시키며 시뻘건 마나를 뿜어냈다.

아몬드도 손을 그으며, 피를 내었다.

〔피로 맺은 계약…… 지금 실현하죠.〕

란의 목소리가 시뻘건 마나와 함께 울려 퍼졌다.

〔적들을 섬멸하겠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