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47화 (247/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47화

87. 검 대 검(1)

상현이 캡슐로 들어간 뒤.

연구원들은 불안하고 이상한 소리들을 하기 시작했다.

‘동기화 수치가 원래 알던 것과…….’

‘별문제는 없는데 확인은 해봐야…….’

그들의 입은 별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눈빛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진짜 괜찮은 거 맞습니까?”

주혁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래도 일단 사용자님의 체험 감각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아몬드 님이 나오시면──”

연구원이 안심하라는 듯 말하는 그때.

스르르륵.

캡슐이 열렸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는 상현.

모두가 상현의 입만을 바라본다.

기다리다 못해 주혁이 묻는다.

“어때?”

“……이상한데.”

“!?”

주혁과 두 연구원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뭐야. 뭐가 잘 안 되나?’

그 순간 상현이 씩 웃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다니.”

이렇게 말을 끝맺는 상현을 보며. 주혁은 기쁨과 동시에 한 대 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하나 그건 그냥 하이파이브를 조금 세게 치는 거로 대체하기로 한다.

짝!

“좋아. 이겨보자.”

“그래.”

캡슐도 완벽하게 준비됐고.

이제 결승에서 활약하기만 하면 되었다.

“난 몸 좀 풀고 있을게.”

상현은 캡슐로 다시 들어가서는 결승 시작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행히도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는 증거]

이 영상을 말이다.

주혁은 입술을 짓씹었다.

‘……이런.’

타임트러블이라는 대형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다.

구독자 수가 무려 320만.

물론 대부분 유령 구독자이긴 했으나.

이번 영상은 꽤나 어그로가 끌린 건지.

2시간 전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8만이다.

[아마 아몬드라는 스트리머로 추측되는……]

영상을 켜보니, 역시나 딱히 근거가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전부 추측뿐이다.

‘오히려 다행인가?’

추측을 사실처럼 부풀려서 말하는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영상의 마무리는 이랬다.

[영상을 통해 보면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둘 다 잘생겼다는 점, 활을 잘 쏜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없거든요. 게다가 제가 알아본 바로는 아몬드는 30세인데. 영상 속의 유상현 씨는 나이를 계산해 보면 지금 28세여야 합니다. 2년이나 차이가 나요.]

“……하.”

주혁은 이 대목에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간 숱하게 나이를 속여온 게 이런 데서 빛을 발하다니.

댓글 반응도 나이에 대한 게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다르잖아 ㅋㅋㅋ

-2년은 조상님이 훔쳐갔냐?

-하여간 렉카 새끼 수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성을 주장하는 댓글, 그리고 대체 저 소년은 지금 뭐 하냐는 식의 의문도 많았다.

-얼굴이 많이 닮긴 했다…… 그냥 상상도?

-저 애가 훨 잘생겼는데? 지금 아몬드는 그냥 견과류야 ㅎㅎ

-이야. 근데 쟤 누구임? 저렇게 잘 쏘면 유명할 거 아님?

주혁은 영상을 계속 이어서 시청했다.

[하지만 얼굴의 유사성은 부인하기 힘들고, 저희가 아몬드 님의 민증이라도 본 게 아니기 때문에 나이는 속였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영상 속 소년의 실력이라면 분명 올림픽에 나가거나 했을 법도 한데. 이 뒤로 아예 아무런 자료가 없습니다.]

“이야.”

주혁은 솔직히 감탄했다.

이슈 올튜버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놈은 최소한의 근거로 정확하게 오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잘났다. 아주 잘났어.”

물론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필 결승 직전에 이 영상을 올린 저의가 뭔가. 상현이 온전히 게임에 집중을 해야 하는 순간에 말이다.

그 저의는 금세 또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속 이 잘생긴 소년이 과연 아몬드인지. 저희는 절대 알 수 없겠죠. 억지로 알려고 해서도 안 되구요. 하지만! 마침 영상이 올라가는 오늘! 확인할 수 있으십니다. 난트전이라는 대회가 열리는데요. 아몬드 님은 이날 우승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를 밝히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타임트러블이었습니다.]

영상은 여기까지였다.

-와. 난트전?

-인터뷰에서 저걸 말한다는 건가?

-저게 진짜 맞음? 이 새끼 그냥 아님 말고 식이라 믿을 수가 있나

└결국 또 결론은 모른다는 거임ㅋㅋㅋ

└어휴 채널 제발 망해라 좀 ㅋㅋㅋ

-알려고 해선 안 된다면서 니는 왜 이딴 영상 만드냐?

주혁은 댓글이나 하나 남기고, 신고 버튼을 눌렀다.

‘이런 게 신고가 되나.’

사실 녀석이 법적으로 어긴 것은 없다. 하지만 주혁은 시도라도 해보기로 했다.

‘엿은 먹일 수도 있지.’

타다다닥.

키보드를 두들기는 그의 손이 빨라지고.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이제 오후 6시.

결승 시작 시간이다.

* * *

오프닝은 화려했으나, 길지 않았다.

곧바로 두 팀의 결승전 밴픽이 시작된다.

“자. 일단 킹귤 님. 이번 두 팀의 밴픽 구도.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일단 가장 큰 이슈는 아몬드가 과연 미드로 갈 것인가? 라는 게 되겠죠?”

“어떨까요?”

“저는 일단 간다에 배팅 중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킹귤 님은 시작부터 아몬드는 미드로서 S급 선수다! 라고 말씀하셨죠?”

“예. 제 예언 중에선 흔치 않게 맞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킹펠레;

-저거 맞힌 게 제일 신기하긴 해 ㅋㅋㅋ

-스코어 100번 맞히는 거보다 저게 더 신기하지 당시 기준으로는 그냥 실버 신입 스트리머였는데 ㅋㅋㅋ

“아니, 근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킹귤은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제가 엄청 두들겨 맞은 사람이거든요.”

-학생 때요?

-모솔이랑 친구였구나…… 그래서 모솔을…….

-“동류다”

“전자파 님한테요.”

“아~~ 그렇죠!”

캐스터는 웃으면서 맞장구쳤다. 전자파한테 한참 두들겨 맞을 때 중계하던 게 다름 아닌 그였으니까.

“그때 킹귤 님 울었잖아요? 그쵸?!”

캐스터의 기습적인 발언.

푸훕.

점잖게 안경을 닦던 분석관마저 웃음을 터뜨렸다.

시청자들이 웃는 건 당연했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감귤 쥬스! 터져요옷!

-아 ‘그 쥬스’ 사건 ㅋㅋㅋ

-델몬트 뒷광고라던데. 사실인가요?

킹귤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 아니. 그때 운 건 그냥 사나이의 눈물이었죠.”

“이기고 울어야 사나이의 눈물이죠! 탈탈 털리고 우셨잖아요!”

-엌ㅋㅋㅋ미친ㅋㅋㅋ 너무해 ㅋㅋㅋㅋ

-그래서 전자파 얘기는 왜 꺼낸 거야??

-돌겠네 ㅋㅋㅋ 지고 울었음?

-아니, 언제는 킹귤 대 전자파랑 나루토 대 사스케가 같은 거라며!

“예. 여튼 저를 울렸던 그분…… 그분의 뭔가와 겹쳐 보였습니다. 순도 높은 피지컬이랄까요? 질이 좀 다른 느낌이죠. 그거 하나만 보고 그렇게 평가했던 겁니다.”

-전자파랑?

-그러고 보니 전자파랑 기록도 아예 똑같잖아?

-극찬이네

전자파와 비교된다는 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혹은 선수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동시에 짊어지기 힘든 짐이기도 했다.

-큰일 났다. 용팔이단 나온다고 ㅠㅠ

-전자상가 집합!

-신성불가침을 건드리네;

-에이 전자파는 아니지.

-전자파는 인정 안 할 거 같은데 ㅋㅋㅋ

-선 넘네

-역시나 1초 만에 등장 ㅋㅋㅋ

전자파가 보여줬던 퍼포먼스와 활약, 전 세계를 상대로 쌓아 올린 압도적인 커리어는 감히 비교되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마 이런 반응을 예상했기에 킹귤은 이만 말을 아낀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제가 그렇게 느꼈다는 겁니다. 실제로 아몬드는 피지컬 하나만큼은 정말 굉장한 선수거든요.”

“앗, 말씀하시는 순간. 밴 몇 개가 벌써 끝났습니다? 저희한테 화면이 조금 늦게 떴네요!”

이미 밴 2개가 진행된 모습.

[고단백 - 밴]

#1. 냉혈의 마궁수 - 레이나

#2. 아이언볼 - 디노

일단 고단백의 밴에서 특이한 점이 보인다.

“아니? 풍선껌을 또 밴했어요!?”

바로 아이언볼 밴이다.

“아 어제 경기에 대한 피드백일까요?”

“어제는 풍선껌에 밴 카드를 소모하면 어떻게 되는지 벌룬스타즈가 확실하게 혼내주지 않았던가요?”

“그건 사율 조합이 가능할 때인데…… 아마 마지막 밴이 그거 관련일 겁니다.”

다음은 벌룬스타즈가 두 번째 밴을 마쳤다.

[벌룬스타즈 - 밴]

#1. 강철의 날개 - 발키리

#2. 폭풍 닌자 - 하루키

“벌룬은 현재 오버파워 성능 평가를 받는 발키리를 늘 밴해줬고, 특이하게 폭풍 닌자를 밴합니다?”

“아몬드 선수의 첫 미드 픽이기도했는데. 왜 이쪽에서 밴하죠?”

“그야 단무지 선수가 상당히 잘 다뤘거든요. 타코 선수가 그간 모니터링을 상당히 잘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킹귤과 캐스터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틈에, 분석관이 잠시 데이터를 훑어보고는 반문을 제기했다.

“음. 근데 사실 단무지 선수는 점멸검이 꽤나 일품인데요. 조건부로 꺼내기는 하지만, 이런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조건 없이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에 킹귤이 이제 기억났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아~ 그렇네요! 점멸검! 애초에 점멸검의 카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폭풍닌자를 연습하다가 폭풍닌자까지 잘해져서 저게 모스트인 선수였는데. 잠시 잊었네요. 하도 밴돼서 본적이 없거든요?”

“예. 이상합니다. 폭풍 닌자까지 밴하면 다른 카운터를 준비한 걸까요?”

“음…….”

타코의 밴픽은 언제나 2, 3겹의 함정을 배치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해설진 둘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고민해 봤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폭풍닌자까지 우리가 밴해줬는데. 점멸검 할래? 이래도 안 해? 이렇게 물어보는 거 같죠!?”

“그렇죠. 일부러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게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해주진 않죠!”

“이럼에도 점멸검은 쉽게 고를 수가 없습니다. 6레벨 이후부터 강하다는게 너무 큰 약점이거든요!”

“하지만! 단무지 선수가 누굽니까!? 그냥 뭘 준비했는진 몰라도 점멸검 먼저 골라서 쓸어버릴 수도 있는 실력자예요! 특히 여긴 프로 게임이 아니라 아마추어잖아요!”

“음. 밴픽을 진행하는 타코 선수도 그걸 분명히 알고 있을겁니다. 혹시 뺏어오나요? 하지만 데이터에 점멸검은 없는데…….”

“뺏어오는 것도 안 됩니다. 고단백 쪽이 선픽이라 단무지가 먼저 고르면 벌룬스타즈가 뺏어갈 수가 없습니다.”

중계진이 이러쿵저러쿵 서로 반론을 주고받는 동안, 고단백의 마지막 밴이 끝났다.

[고단백 - 밴]

#1. 냉혈의 마궁수 - 레이나

#2. 아이언볼 - 디노

#3. 빛의 선율 - 사나

마지막 밴은 ‘빛의 선율 - 사나’였다.

관중석과 중계석에서 동시에 탄식이 흘러나온다.

“아~!”

“이거 사율 조합을 의식한 거죠?”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1세트니까 너네 이렇게 밴하고 탑 고속도로 뚫어버리면 할 게 뭐야? 라고 물어보는 걸까요!?”

-고속도로 ㅋㅋㅋ

-껌형 너무 무시하네 ㅠ

-껌형 ㅠㅠ 함 보여주자!

고속도로.

한쪽 라인이 쭈욱 돌파당해서 성소까지 직진 코스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당연히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해당 라인의 플레이어가 더럽게 못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야 그거 참 무서운 질문입니다! 탑에 고속도로라니! 현재 여기 모인 10명 중에 풍선껌 님이 최약체로 평가받는 상황이라 더욱 와닿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벌룬스타즈! 준비한 게 있나요?”

이제 벌룬스타즈가 밴할 차례다.

타코가 팀원들과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다.

“여기서 점멸검을 밴할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러면 사실상 그랜드 마스터 이상 실력인 백숙 선수의 주캐도 하나도 못 건드리게 되고요. 도토리묵의 ‘언스타퍼블 - 배트’를 밴해주지 못하면 풍선껌한테 진짜 고속도로 뚫립니다.”

“그렇죠. ‘언스타퍼블 - 배트’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화신이거든요? 그 화신한테 킬 주면 진짜 이름값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도토리묵 선수의 숙련도도 상당한 편이구요!”

[벌룬스타즈 - 밴]

#1. 강철의 날개 - 발키리

#2. 폭풍 닌자 - 하루키

#3. 언스타퍼블 - 배트

마지막 밴은 배트였다. 도토리묵과 풍선껌이 너무 차이가 나지 않게끔 고려한 것이다.

“아. 결국 풍선껌한테 투자해 주는 밴이군요!”

“음. 이런식이면…….”

“자! 이제 픽들어갑니다! 고단백이 선픽입니다~!”

* * *

“형님. 이러다가 저쪽이 먼저 픽하면 어떡해요?”

딸기슈터가 걱정된다는 듯 타코에게 물었다.

사실 아몬드도 같은 생각이다.

적의 주캐에 카운터까지 밴해주고, 선픽은 적이 가져간다. 당연히 먼저 가져갈 수 있다.

“못골라.”

반면, 타코는 전혀 걱정이 없는 눈치다.

“점멸검은 선픽이 어려워. 그리고 단무지는 정답만 고르는 놈이지.”

“단무지 점멸검은 프로에서도 승률 엄청 높지 않나요? 그럼 그냥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높긴 하지. 근데 걔가 점멸검을 엄청 잘해서 승률이 높은 건 아니거든.”

“예? 그럼요?”

“물론 점멸검을 귀신처럼 잘하지만…….”

타코는 어딘가를 가리킨다. 밴픽창이었다.

아직까지 누굴 고를지 정해지지 않은 텅 빈 창이다.

“점멸검을 잘하는 것보다. 저걸 더 잘하지.”

“밴픽이요?”

“좀 달라. 단무지는 점멸검을 언제 써야 하는지를 잘 아는 거다. 그게 높은 승률의 비결이야.”

“그럼…….”

“그러니까 단무지는 각이 안 나오면 점멸검을 안 고를 거야.”

그 순간, 적의 진영에서 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폭주족 - 폴]

첫 픽은 폭주족 폴이었다.

단무지는 아직 점멸검을 고를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딸기슈터는 얼이 빠져서 타코를 돌아봤다.

“이제 우리 차례지?”

타코가 씩 웃었다.

[벌룬스타즈! 다음 픽을 이어받습니다! 킹귤 님 어떤 픽 예상하십니까!?]

[아 저는──]

킹귤은 예상할 기회를 놓쳤다.

그로서는 다행이었다.

그다음 나온 픽은 그로서는 절대 예상할 수 없었던 거니까.

[점멸검 - 스위프트]

쿵!

화려한 빛이 쏘아지며, 두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는 남자가 착지했다.

딸기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물었다.

“형님. 점멸검은 선픽이 어렵다면서요…… 우리는 선픽해도 이겨요?”

이에 타코는 딸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

“정답만 골라서는 여기서 못 이겨.”

두 팀의 전력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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