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52화 (25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252화

89.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1)

촤르륵.

4개의 검이 그의 앞에 도열하는 순간.

‘!’

‘……미친.’

바람검과 야수는 잠시 멈칫했다.

아주 잠시지만, 그들은 그 상태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고.

[이기어검술]

[남은 시간 00:08]

그러는 사이에도 2초가 흐른다.

그 틈에 해설자들이 빠르게 말을 시작했다.

그들은 아몬드의 슈퍼플레이를 기대하기는 했으나, 우려 섞인 말을 더 많이 뱉었다.

“이거 아몬드 선수도 조심해야죠!”

“그렇죠! 체력이 20% 조금 넘는 수준이거든요!?”

2개의 검으로 점멸을 해대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0.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데, 그 순간 바로 상대를 찾아서 검으로 베어야 한다. 그것도 그냥 베면 대미지가 덜 들어가니까 회전격까지 포함시켜서.

안 그래도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는데, 빙글빙글 돌기까지 해야 한다니.

초보자들은 캡슐에서 먹은 것을 쏟아내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이고.

중급자들은 자기가 어디로 점멸했는지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칼을 휘두르는 게 평균이다.

“점멸검은 강신기를 썼을 때가 제일 위험하다는 말이 있거든요! 물론 본인 얘깁니다!”

하물며 강신기가 발동한 점멸검은 체력이 30% 이하이며, 검은 4개나 되고, 이 검들은 전부 멀티태스킹으로 움직인다.

0.5초마다 한 번 점멸을 하면서 적진을 뒤흔들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검을 굳이 자기가 던질 필요조차 없이 일종의 초능력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말만 들으면 달콤하기 짝이 없는 환상적인 스킬이지만.

막상 사용하면 말 그대로 구토를 유발하는 스킬셋일 수도 있다.

이걸 사용하는 계약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예! 괜히 별명이 화려한 불나방이겠습니까!? 조심해야──”

[남은 시간 00:06]

6초가 남았을 때였다.

아몬드가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파앙!

4개의 검 중 하나가 쏘아졌다.

“1번 검! 쏘아집니다!”

킹귤이 다급하게 중계를 따라간다.

점멸검의 이기어검술은 중계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해설자들은 이렇게 숫자를 붙여서 표현하는 걸 연습하곤 한다.

“어디로 가나요! 아니, 2번 검도 쏘아졌고 야수와 바람검에게 하나씩!”

“단무지 선수는 쳐냈죠!?”

“고구마 선수는 피했고요!”

“하지만 검이 다시 돌아와서 공격!”

“이제 3번 4번도 합세!”

“유린당합니다!”

처음엔 잘 도망가거나, 잘 쳐내던 둘.

그러나 검이 하나씩 더 합세하자 슬슬 체력이 닳기 시작한다.

몸에 새겨지는 생채기가 점점 늘어난다.

[남은 시간 00:04]

남은 시간은 4초.

단무지와 고구마는 이기어검술의 대처법을 정석 그대로 실행했다.

[붙어! 붙어!]

[오키!]

서로 등을 맞대고 최대한 검들을 쳐내는 것이다.

등을 내주지 않으면, 서로 검을 2개씩 맡는다는 가정하에 전부 쳐낼 수 있다. 그렇게 4초만 버티면 된다.

하나…….

“어!? 아몬드 점멸! 1번으로 점멸!”

파직!

아몬드의 신형이 단무지와 고구마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휘익!

[회전격]

그의 몸이 빠르게 회전하며 둘에게 동시에 대미지를 가했다.

촤아아악!

“아아아! 서로 등을 못 맞대게끔 막는 거죠!?”

“판단이 미쳤어요!”

“근데 아몬드 선수도 체력이 낮거든요!?”

단무지와 고구마는 오히려 아몬드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서로 한 대씩만 쳐도 그는 끝나니까.

파직!

[점멸]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 사라지는 신형.

“아몬드 점멸! 야수 위에서 나타납니다!”

“검 4개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니까 어디로 점멸을 탈지 계산이 안 되죠!?”

휘릭!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나타난 아몬드가 자연스럽게 야수의 머리를 베어낸다.

촤아악!

“엄청난 대미지!!”

회전격의 스택이 쌓여서 점점 높아지는 대미지.

야수가 앞발로 그를 쳐버리지만.

[점멸]

파직!

이번엔 바람검의 뒤쪽 하단에서 나타난다.

촤악!

역시나 회전격으로 다리를 그어버리는 아몬드.

둘의 체력이 이제 아몬드보다 낮아졌다.

[남은 시간 00:02]

파직!

아몬드의 신형은 다시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은 검은 귀신처럼 단무지에게 달라붙어 검격을 욱여넣기 시작했다.

“1번으로 점멸! 2번이 허공에서 베고요!”

“3번이 찌르고 4번으로 점멸!”

“아니, 저게 4번인가요? 모르겠습니다!”

해설자들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

[남은 시간 00:00]

이기어검술의 지속시간이 끝나는 그 시점.

4개의 검이 동시에 위로 솟구치며, 붉은 피를 흩뿌렸다.

“두, 둘 다 쓰러집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플레이어가 쓰러졌다.

그 순간.

-우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 가득 울려 퍼지는 함성에 사운드가 터질 지경이 되었다.

* * *

딸깍.

이 클립을 저장해 둔 지아가 말했다.

“연주야. 오늘 올라갈 하이라이트 저장했어. 드롭박스로 보낼게.”

“오키도키~”

타다다닥.

울려 퍼지는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에서마저 바쁘다는 게 느껴진다.

“아, 근데 그거 하이라이트 다 합쳐서 5분 정도로 끊어야 된다? 완전 컴팩트하게.”

“오비도비!”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건 매한가지지만, 묘한 초조함이 감돌고 있었다.

이는 곧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아야. 오늘 결승 언제 끝나려나?”

“아마 9시……? 너무 늦으면 10시? 우리는 9시라고 생각해야지.”

“난트전 끝나면 엠바고도 그 즉시 풀리는 거지?”

“응. 그냥 바로 올리면 돼.”

난트전의 규약상 난트전이 끝나기 전엔 난트전 인게임 하이라이트를 개인 채널에 올릴 수가 없었다. 조회 수 화력을 한곳으로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리라.

그러나 그것도 이제 곧 있으면 끝이다.

그 끝이 우승일지, 아니면 준우승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지아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한다.

‘그래도 한 판은 이겼네.’

그녀는 편집 때문에 앞쪽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었지만.

모니터 한쪽에서 재생되고 있는 라이브 상황에선 이미 벌룬스타즈가 1세트를 이긴 상태였고, 하이라이트 리플레이를 보고 있었다.

지아의 시선은 다시 ‘우승 소감’ 폴더로 향한다.

‘둘 중에 뭐가 올라가려나…….’

그녀는 폴더 안의 ‘승리 시 -파이널 파이널 진짜 파이널’ 파일과 ‘패배 시- 파이널 파파이널’ 파일을 보며 되뇐다.

전자는 아몬드가 우승을 했을 시, 과거의 이야기가 담긴 우승 소감이 올라가는 방식이고, 후자는 준우승했을 시 미리 녹화해 둔 아몬드의 사연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두 파일의 내용적 차이는 거의 없었다만, 지아는 전자가 올라가길 빌었다.

* * *

하이라이트 장면 리플레이를 보며 중계진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진짜 번쩍번쩍거립니다! 타코 선수 말고요! 아몬드 선수요!”

“그렇죠. 이런 완성도의 플레이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와…….”

“와! 저기서 저렇게?”

해설이라고 하기엔 감탄사가 대부분인, 관중석의 반응과 큰 차이도 없는 수준이지만.

이는 딱히 더할 말이 없어서였다.

“진짜 ‘와~’밖에 안 나옵니다? 이건 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저라면 그냥 바로 밴합니다!”

점멸 각도 완벽했고, 딜을 넣는 방식도 정확하고 자로 잰 듯 제대로였다.

“이거 보니까 진짜 점멸검 사기처럼 보이는데.”

킹귤이 재밌는 게 생각났다는 듯 실실 웃는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혹시 점멸검 이거 진짜로 사기 아냐?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이 영상을 추천드립니다.”

팅.

킹귤이 자신의 손 위로 링크를 띄웠다.

썸네일엔 풍선껌의 동그란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이게 뭐죠?”

“풍선껌 님의 점멸검 하이라이트입니다. 일명 배드무비라고 하죠?”

-ㅁㅊㅋㅋㅋㅋ

-말만 들어도 벌써 개웃김ㅋㅋㅋ

-ㅋㅋㅋㅋㅋ저거 개유명한 거잖앜ㅋㅋ

-그냥 세로로 도는 아이언볼일 듯ㅋㅋㅋ

-하이라이트 맞아? ㅋㅋㅋㅋ

-껌형 배드무비 ㅋㅋㅋㅋ

“이거 진짜 재밌습니다. 저는 그거 보고 약간 벽을 느꼈어요.”

“벽이요!?”

“예. 절벽이요. MMR(*실력을 점수로 환산한 수치) 절벽.”

킹귤의 대답에 캐스터가 웃음을 빵 터뜨렸다.

“아니, 그 정도예요!?”

-mmr절벽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아몬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미친 재능.

-아 절벽도 벽은 맞짘ㅋㅋㅋㅋ

“보시면 점멸검이 사기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아실 수 있습니다.”

“아. 그렇겠네요. 전프로 선수인 킹귤 님마저 벽을 느끼게 한 점멸검 하이라이트. 꼭 보시구요. 저희는 잠시 후! 2세트 밴픽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 *

“나이스~!”

주혁이 허공에 어퍼컷을 내지르며 외쳤다.

“이걸 이기네! 와아아!”

쉽지 않았던 게임을 점멸검이 하드캐리해서 이겨 버렸다.

“이거는 인식이 좀 바뀌겠는데!?”

아몬드를 높게 쳐주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나, 릴프로의 특성상 워낙 쟁쟁한 프로 경기들을 챙겨보는 사람들이 다수였으니.

스트리머 출신인 아몬드가 아무리 활약해도 제대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난트전으로 그런 인정을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하나, 주혁은 느꼈다.

비밀 병기 등장에, 이 정도 캐리?

오늘 하루, 아니, 2세트가 시작되기 전까지라도 아몬드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어디 보자.’

2세트 밴픽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쯤이면 아마 빅프로 게시물이 꽤 생겨났을 터다.

주혁은 가장 상단에 올라간 빅프로 글을 들어가 봤다.

[???: 야. 자파야. 뭐 해?]

이런 제목의 게시글이었는데.

들어가 보면 전자파의 옛 동료인 탑 라이너 ‘팝콘’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고.

「자파! 내 말 안 들려?」

……라는 대사가 쓰여 있다.

그 아래에는 전자파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는 사진이 커다랗게 박혀 있었는데.

「아. 잠깐…… 도와주고 왔다.」

……라는 대사가 쓰여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간만에 도와주고 왔누 ㅋㅋㅋ

-그나저나 자파는 ㄹㅇ 은퇴한 거냐? 왜 별말도 없이 잠수냐…… 레전드였는데.

-도와줄 거면 우리 껌 형을 도와주지.

└너 같으면 절정꽃미남에 전여친 387명인 아몬드 냅두고 배불뚝이 아재에 빙의할래?

└387명 미친 ㅋㅋㅋㅋ 하루씩만 만나도 1년 그냥 넘기네

└구체적인 숫자 뭔뎈ㅋㅋㅋㅋㅋ

└팩트)호두는 이만큼의 사람을 기억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건 구라다.

└껌형도 커여워!

-이거 올라와야지

-오늘 아몬드 ㄹㅇ 전자파였다

-킹귤 피셜 최소 0.8전자파ㄷㄷ

└ㄹㅇ?

└아니 구라임

└ㅁㅊ놈인가 ㄹㅇㅋㅋㅋㅋ

전자파가 누군가에게 빙의해서 플레이하고 나왔다는 뜻으로, 누군가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줄 때 나오는 밈이었다.

보통 프로 경기에서만 나오는 밈인데. 난트전에 이런 게 쓰였다는 건 그만큼 아몬드의 경기력이 전자파에 버금갈 만했다는 것이다.

사실 릴 플레이어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극찬이다.

“오오.”

주혁은 신이 나서 다른 글도 살폈다.

다음은 이런 제목의 글이다.

[???: 아몬드!!!]

들어가 보면 팔짱을 끼고 있는 전자파의 사진이 큼직하게 걸려 있고. 역시나 큼직하고 두꺼운 폰트로 이렇게 적혀 있다.

「오늘만이다.」

이건 오늘만 내 위로 쳐준다는 뜻의 밈이었다.

릴프로에서 아몬드를 제대로 찬양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ㅋㅋㅋㅋㅋ자파형 오늘 많이 나오네

-아몬드 월클이네. 전자파 형님이랑 비비고.

-솔직히 오늘은 1.0전자파 인정이지

-아몬드 진짜 방금 1세트 한정 전성기 전자파였음

전자파와 비교하면 늘 등장하는 ‘그건 아니지’ ‘선 넘네’ 등의 댓글도 거의 없는 모습.

“제대로 증명했구나.”

주혁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간 아몬드가 점멸검 플레이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그는 캡슐에서뿐 아니라 마당에서조차 움직임을 연습했다. 그 떨리고 안쓰러운 팔로 막대기 같은 것을 쥐고 휘두르면서.

처음엔 난트전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하나, 생각했던 주혁이지만.

이젠 그의 방식을 이해한다.

그에겐 무대는 중요하지 않았다.

승리하고, 증명하고, 인정받을 수만 있음 되는 거다.

따지고 보면 주혁에게도 그렇다. 무대가 대기업이든, 누군가의 매니저든 증명하고 인정받을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무대가 얼마나 화려하냐보단,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밴될 텐데. 진짜 아깝네.’

이런 플레이를 보여줬으니 무조건 밴당할 터다.

애써 준비한 카드인데 밴이라는 시스템 하나로 이렇게 막혀 버린다니. 아쉽긴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2세트 밴픽 창을 바라봤는데.

‘……?’

희한하게도, 점멸검이 다시 나와 있었다.

단무지가 가져간 것도 아니다. 아몬드의 점멸검이었다.

‘밴을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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