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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1부-274화 (27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외전 10화

3. 비밀의 비밀(4)

-ㅠㅠㅠ헐

-충격;

-ㄷㄷㄷ

-달리아가 저런 새끼였어??

-베레드 재평가 시급

-샐리야 ㅠㅠㅠㅠ

샐리의 죽음.

그리고 달리아의 등장에 연이은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

아몬드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뭔…….’

이 미친 광신도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샐리라는 소녀가 꼭 마녀여야만 하고, 란이 명령을 어겨서?

그렇다고 마을 한복판에서 종교의 이름을 내걸고 소녀를 죽이나?

“난 르윈달의 종복이자, 신성 집행관인 달리아다.”

신성 집행관.

이 말이 나오자, 행인들의 몸이 움찔했다.

“신성 재판에 오르고 싶지 않다면, 신경 쓰지 않고 갈 길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웬 소란인가, 하고 멈춰 있던 행인들이 서둘러서 자리를 비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이 여관의 점주조차도 자신의 여관을 내팽개치고 뛰쳐나가 버렸다.

“란. 넌 치유에 전혀 재능이 없다. 몇 번 말하지 않았느냐?”

달리아가 조소를 흘리며 말한다.

“샐리…… 샐리! 조, 조금만 참아. 내, 내가 고쳐줄게……!”

복부가 뻥 뚫린 샐리.

그런 그녀를 어떻게든 고치려는 울먹이는 란.

그리고, 또다시 빛의 창을 만들어 던지려는 달리아.

파지지지직……!

그는 이미 란과 샐리를 꼬챙이처럼 꿰뚫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여전히 테이블 밑에 숨어 있었던 아몬드는 시청자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보통 이런 데선 무슨 사정 설명이라도 하고, 죽이려 하는 거 아닌가…….”

여태 봤던 영화 속 전개랑은 너무나 다른 빌런의 행동. 그는 더 이상 란과 샐리를 1초라도 더 살려둘 수 없다는 듯 맹렬하게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딱 죽이기 좋게 모여 있군. 좋습니다. 그렇다면 여신님의 곁으로──”

──파아앙!

“!?”

콰과광!

갑자기 애꿎은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빛의 창이 천장에 박혀 버린 것이다.

달리아는 자신의 어이없는 조준력에 놀라 팔을 내려봤다.

“……화살?”

팔뚝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것 때문에 조준이 틀어진 것이다.

그때였다.

푸욱!

정확히 왼쪽 눈에 박히는 화살.

“으윽!”

한도치를 넘는 고통에 뒷걸음질 치며, 달리아는 방어 체계로 전환했다.

우우웅!

순백의 마나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육각의 방패로 바뀌었다. 방패들은 서로 모서리를 물고 물며 모든 방향을 틀어막았다.

티잉! 팅!

아몬드가 연이어 쏜 화살이 그 방패에 튕겨 나간다. 하나같이 숨통을 단번에 끊을 수 있는 위치로 날아갔던 것들이다.

“어…… 이런.”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막히다니.

“어쩌죠?”

저런 보호막 같은 건 란은 쓰지 못했는데. 이 녀석은 란보다 한 수 위인 걸까?

-글쎄여~ㅎㅎ

-킹쎄여

-어쩌나 몰라~~

시청자들이 그를 놀리는 사이, 달리아가 히죽거렸다.

“레테…… 안 보이더라니. 역시 네가 란을 도왔구나? 어리석은 놈들. 그리 여신님 곁으로 가고 싶더냐?”

파지직……!

달리아가 다시 창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아몬드의 눈이 번뜩였다.

‘창을 만들 때, 방패 중에 하나가 사라진다.’

달리아의 전방위를 감싸고 있는 빛의 방패들. 전혀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창을 만들 때만큼은 방패 하나가 잠시 사라진다.

‘근데 각도가…….’

문제는 사라진 방패의 위치가 너무 후방이라, 아몬드의 위치에선 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너도 여신님 곁으로 가거라.”

후우웅!

거대한 빛의 창이 아몬드를 향해 날아온다.

사방을 집어삼키는 강렬한 빛으로 타오르는 창. 맞으면 아마 자비 없이 한 번에 죽을 것이다.

하나…….

치익!

그 크기에 비해선 허무한 소리.

창은 아몬드의 허리춤을 얕게 스치고 지났을 뿐,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뭐?”

달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창을 만들어 던졌다.

파지지직……!

이번에도 거대한 창이 창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콰아앙!

하나, 애꿎은 여관만 박살 날 뿐. 아몬드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또 하나 더 던지고, 연이어 두 개를 던져도…….

콰앙!

콰아아앙!

여관이 다 무너져내릴 지경으로 던졌는데도, 아몬드는 멀쩡했다.

“어떻게…….”

이 기이한 광경에 딱히 대단한 비밀은 없었다.

그냥 아몬드가 공격을 피한 것일 뿐.

“어, 어떻게 그렇게 피할 수가 있지?!”

하나 피한 방법 자체가 놀라웠다.

몸을 던져서 피한 것도 아니고, 그냥 슬쩍슬쩍 움직여서 피해낸 거다.

그렇게 많은 창을 던졌는데, 아몬드는 처음 있던 자리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도 않은 채였다.

-내가 누구? 살아남아라 챌린지에서 사실상 전자파를 이긴! 아! 몬! 드!

-아몬드 전공 나왔다 ㅋㅋㅋ

-순백이나 쓰는 모솔 샌님 따위의 피지컬로는 무리지 ㅋㅋㅋㅋ

-달리아 표정 쌤통이다 ㅋㅋㅋ

-달리아 저런 반응 나오는 거 첨 봄 ㅋㅋㅋ

-이런 반응도 하네 ㅋㅋㅋ

달리아의 이런 반응이 처음인 건지 시청자들은 꽤나 흥분했다.

“정체가 뭐냐. 넌 누가 봐도 레테가 아니군.”

파지지직……!

달리아가 다시 한번 창을 만들어내며 물었다.

여기서 아몬드의 눈이 번뜩였다.

‘드디어.’

전방의 방패 중에 하나가 사라진 걸 확인한 아몬드가, 자세를 숙였다.

거의 한 동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활을 꺼내 들고, 시위를 당겨 조준한 후, 시위를 놓는 데까지.

찰나와 비견될 정도의 시간뿐이 걸리지 않았다.

달리아의 입장에선 눈 한 번 깜짝한 그 순간에.

푸욱!

화살이 그의 목젖을 꿰뚫었다.

“……커헉!”

바람 새는 비명소리와 함께, 달리아는 쓰러졌다.

별다른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뭐야. 별거 아니었네요.”

후우.

참았던 숨을 뱉어내며, 아몬드가 말했다.

-ㄷㄷㄷ

-이걸 이렇게 쉽게 깨는 사람은 님뿐임

-와 ㅅㅂ 한 방에도 죽는 거였냐???

-여기도 퍼펙트샷이 있음?ㅋㅋ

-사람이니까 급소 뚫리면 죽어야 맞지! 암!

-방패 빈 곳을 정확하게 조졌네; ㄷㄷ

-정보) 달리아는 이 게임의 중간 보스(였)다.

그런 거였어……?

아몬드가 채팅을 찬찬히 읽어보는 때.

“샐리……!”

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샐리이이이이이!”

쩍 갈라진 목소리에, 아몬드는 직감했다.

아무래도 ‘넌 치유에는 재능이 없다’던 달리아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소녀(★★) 클리어!]

* * *

샐리가 죽은 후.

다시 화면이 암전했다가 밝아진다.

‘여긴 어디지.’

갑작스레 모든 게 바뀐 상황에 아몬드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느 먼지 쌓인 창고 같은 곳이었다. 빛이 위쪽에서나 조금 들어오는 걸 보니 지하일 것 같다.

“……레테. 날 계속 따라다닐 필요가 있을까. 너라도 다른 곳으로 떠나. 아직 기회는 있을지도 몰라.”

쇠약해진 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란.”

아몬드가 란을 찾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알고 보니 그는 바로 옆이었다. 단지 커다란 오크 통이 가리고 있던 것뿐이다.

학당에서 탈출한 후 꽤나 살이 올랐었는데, 다시 야윈 상태였다.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교단은 점점 추적을 좁혀올 거야. 이번엔 달리아처럼 단독으로 움직이지도 않을 테고…….”

“란.”

“……?”

란이 고개를 휙 들어 올린다.

“아몬드?”

“그래. 나야.”

“하아.”

피식.

란이 조소를 띄운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다시 왔지?”

“뭐……?”

우당탕!

란이 갑자기 일어나 아몬드의 멱살을 잡아챘다.

피할 수 있었지만, 일단은 다 당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아몬드는 가만히 있었다.

“그간……! 레테와 내가 어떤 싸움을 해왔는지 알아? 네가 달리아를 죽여 버린…….”

쿵!

아몬드와 란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란은 그 상태로 올라타, 다시 아몬드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죽여 버린 탓에 교단에선 레테까지도 사형수가 됐어!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중범죄자가 됐다고!!!”

후두둑…….

란이 흘리는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글썽이는 푸른 눈을 보니, 꼭 맑은 하늘에 쏟아지는 소나기 같았다.

“……란.”

아몬드는 란의 손을 감싸 쥐며 살며시 밀어냈다. 딱히 더 뭘 할 생각은 없었는지, 그가 미는 그대로 밀려난다.

힘이 다 빠진 란이 다시 뒤로 기대며 털썩 주저앉는다.

“죄송합니다.”

란은 고개를 무릎에 파묻으며 나지막이 중얼댄다.

“그때 달리아를 죽이지 않았다면 제가 죽었겠죠…… 죄송합니다…… 그냥…… 탓할 사람이 없었어요…….”

“…….”

아몬드는 이 상황에 뭘 해야 하는지 곰곰이 떠올려봤다.

샐리는 죽었고, 란은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듯 좌절한 상태다.

“이대로 그냥…… 죽는 게 어떤가. 생각도 수백 번 했습니다. 교단이 저흴 쫓는 이상, 잡히면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겁니다…….”

이 아이에겐 교단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들이 자신을 죽이겠다고 쫓아온다면, 평생 도망만 다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가…… 샐리를 죽인 거나 다름없습니다…… 샐리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쿵.

그 말에 아몬드의 심장에 큰 북이 한번 울린 것만 같았다.

「내가 소연이를 죽인 거나 다름없어…….」

아몬드는 란에게 다가가,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손을 꼭 쥐어주었다.

현주가 그에게 그랬던 것처럼.

“란. 샐리는 마녀가 아냐. 그렇게 믿어준 건 교단에서 너뿐이었어. 그 덕에 샐리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었지.”

“……마녀가 아니라니. 저는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네가 말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는 하혈 현상은……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 현상이니까.”

“……예?”

“정말이야.”

“그, 그럴 리가…….”

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서리쳤다.

그간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 전체가 무너지는 순간일 터다.

“못 믿겠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교단을 나온 이상, 언젠가 알게 될 사실이야.”

“그, 그러면 녹색 눈에 절대 묶지 않는 적갈색 머리…… 길게 기른 손톱은?”

“샐리가 그날도 새끼손가락에 손톱을 기르고 있었던가?”

“……!”

“마녀들은 그 안에 마력을 저장해서 손톱을 절대 자르지 못한다며. 근데 그날은 손톱을 기르지 않았던데? 여관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위생상 자른 거지. 만약 마녀라면 말이 안 되지 않아?”

“그, 그럴 수가…….”

“거기에, 머리를 묶지 않는 건 샐리의 취향일 뿐이겠지. 눈 색과 머리 색이 사막의 마녀와 같다고 한 건 샐리에 맞춰 대충 꾸며낸 이야기일 뿐일 수도 있어.”

“…….”

란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처럼 세뇌가 당한다면 누구나 샐리를 마녀라고 생각했겠지.”

설정상 이 소년들은 모두 고아원에 버려진 때부터 교단의 관리를 받아왔다.

대놓고 세뇌된 병사들은 아니었으나, 어딘가 머릿속 개념 하나씩이 어그러진 소년들이다.

그렇기에 더 무섭다.

겉으로는 일반인과 차이를 알기 어려우니까.

“넌 오로지 네가 느낀 감정과 직감만으로 샐리가 마녀가 아니라고 확신한 거야. 정답을 맞힌 거라고. 네 사랑이 샐리를 몇 주나 더 살게 한 거야.”

“……흐윽……흐흐으윽…….”

란이 땅에 고개를 파묻는다.

떨리는 등밖에 보지 못하지만, 아몬드는 알 수 있었다.

란의 마음이 한결 나아지고 있다는 걸.

“교단은 샐리를 무조건 죽이려 했어.”

그래서 그는 이 사건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한다.

교단은 샐리에 딱 맞는 인상착의를 지어내서라도 샐리를 죽이려 했다.

대체 왜 그 어린 소녀를 죽여야 했을까? 단순히 란의 군기를 위해서?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짚이는 점이 있어?”

“글쎄요……”

“샐리가 어떤 애였는지 말해줘 봐. 걔 부모님은 뭘 하시는지부터 등등.”

란은 샐리에 대해서 아는 대로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샐리를 오랜 기간 관찰했기 때문에 아는 게 많았다.

웃을 때 눈꼬리가 내려가는 게 정말 이쁘다거나, 근처에 가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게 하는 결계 같은 것을 치고 있는 것 같다 따위의 사족도 많았지만.

아몬드는 용케도 그중 단서 하나를 잡아낸다.

“……잠깐. 아버지가 뭘 하셨다고?”

바로 아버지에 대한 것.

“교수였다고 했습니다. 화학이란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찰을 시작할 때 즈음 돌아가셨습니다.”

타이밍이 오묘하다. 란에게 샐리를 죽이라 명령하기 직전에 돌아가셨다니.

“그 아버지가 연구하던 게 뭐였는데?”

“블루홀이라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진 저도 정확히는…….”

블루홀? 그게 뭐야.

그런 생각을 한순간.

띠링.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다!]

다시 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초보자 Tip: 마녀들은 새끼손가락의 손톱에 마력을 저장한답니다. 특히 그곳을 봉숭아로 물들인다면, 마력이 훨씬 더 신선하게 저장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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