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6화 (28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화

2. 본질(3)

장 피디는 의아한 표정이다.

“뭐야. 킹덤에이지가 아니잖아?”

아몬드가 플레이하는 건 전혀 다른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 * *

난트전이 끝난 후.

주혁과 상현은 가장 큰 고민을 맞닥뜨렸다.

‘다음 게임 뭐 하지.’

다음 게임 뭐 하지……라는 어찌 보면 굉장히 태평한 이 고민은, 우습게도 이 둘에겐 앞으로의 인생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주혁은 생각했다.

‘릴이 워낙 인기가 좋았으니 계속하면 좋겠지만…….’

릴을 계속하면 당장의 인기는 계속 올라가겠지만,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자리 잡을 순 없다.

종합 게임 스트리머가 되지 못하면, 게임의 흥망에 따라 스트리머로서의 입지도 흔들린다.

릴이 지금은 아무리 잘나가도,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전을 생각해 보라. 누가 이런 게임이 나올거라 생각했던가?

‘릴을 하더라도 다른 모드를 해야 돼.’

릴에는 여러 모드가 있고.

대회까지 열릴 만큼 메인으로 쓰이는 건 ‘호송전’과 ‘생존전’이다.

생존전은 배틀 라지와 큰 차이가 없으니, 아마 하게 된다면 ‘호송전’이다.

‘그래도 일단 바로 이어서는 안 돼.’

호송전을 나중에 반드시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릴 스트리머로 이미지가 굳어질 테니까.

그전에 가볍게 환기할 게임이 하나 필요하고, 그다음으론 배틀 라지 정도 되는 온라인 게임도 하나 해주면 좋다.

‘일단 리스트로는…….’

현재 주혁이 뽑아본 리스트는 이렇다.

[조선 어쌔신]

[런가이즈]

[마나소드 온라인]

일단 조선 어쌔신은 스토리 게임이고, 런가이즈는 캐주얼 게임이다.

마나소드 온라인은 RPG.

맨 위의 조선 어쌔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시도해 본 적 없는 장르다.

‘첫 게임은 볼륨이 크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런가이즈는 너무 캐주얼하고, RPG는…… 현질이나 친목질 생각하면 잃는 게 더 클 수도 있어. 게다가 아몬드가 활약할 여지도 없고…….’

안 되는 이유만 잔뜩 생각나는 주혁.

“아. 복잡해.”

그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힐링을 하기로 했다.

[수신함]

수신된 메일을 보러 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광고’를 검색한다.

검색한 결과에서 스팸 메일들을 걸러내면…….

[안녕하세요. 아몬드 님. 저희는 COZ라는 의류 브랜드……]

[안녕하세요. 저희는 게이밍 기어 스타트업인 레이지 테크입니다. 아몬드 님에게 저희 회사 물건을 소개드리려…….]

.

.

.

일주일간 수도 없이 쌓인 광고 제안 메일이 드러난다.

스크롤을 한번 드르륵 내려본 후.

“하아~”

그는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대며, 마치 담배를 한 대 피우듯이 감탄을 뱉는다.

“이게 인생이지.”

“뭐하냐?”

뒤쪽에서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아보던 상현이 어이없어 묻는다.

“크흠. 뭔 겜할까?”

주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키보드를 두둘긴다.

타다다다닥.

아무 의미도 없는 자음과 모음이 검색창에 입력된다.

“뭐 하냐고…….”

상현은 이제 정말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 너 언제 뒤로 왔냐. 참내.”

“나 이거 알려주려고.”

상현이 내민 휴대폰 화면엔 제이버의 검색어 트렌드 순위가 올라와 있었는데.

15위) 아몬드

생방만 진행했을 뿐인데 20대 남녀 15위 정도에 아몬드가 올라와 있었다.

“이야. 굉장하네. 그래.”

주혁은 그의 성과에 박수를 쳐준 후, 다시 눈길을 돌리려 했으나…….

‘어?’

방금 뭔가 이상한 걸 본 것 같았다.

‘잠깐…….’

11위) 킹덤 에이지

킹덤이 검색어에 있다.

“……혹시 킹덤에이지라는 드라마가 출시됐나?”

주혁은 농담 섞인 말을 하며 검색어를 눌러봤다.

[이브닝와이드 생방에서 화제가 된 아몬드, 그의 첫 게임은?]

[아몬드가 했던 매니아 층 탄탄한 킹덤에이지. 진짜 중세를 느껴보고 싶은 모험가들이라면 추천]

[양궁 선수에서, 킹덤에이지로 날아오른 아몬드]

아몬드의 첫 게임이었다는 이유로 검색이 되고 있었던 거다.

‘아니. 이럴 리가. 그거 아직 생방이고…….’

주혁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단순히 아몬드의 첫 게임이어서 이 정도 순위에 가려면, 아몬드가 일단 엄청나게 유명해야 하는데.

아몬드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한 문구.

[펑크 연말 대박 세일 최대 100%!]

펑크에서 곧 연말이라고 벌이는 이벤트였다. 뭔 세일을 100%로 하느냐고, 게임 세일을 처음 보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수명이 다한 게임은 다음 시리즈를 내놓기 전에 저렇게 팔기도한다.

그 안에 들어가 본 주혁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

대표적인 수명을 다한 게임 중 하나인 킹덤에이지가 떡하니 메인 화면으로 올라가 있었고.

거기에 아몬드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이 올라가 있었다.

아몬드는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이기 때문에 펑크 측에서 자유롭게 그의 영상을 따서 쓸 수 있기에.

‘이래서 아몬드도 검색어에 올랐구나?’

이브닝와이드의 여파뿐 아니라, 펑크의 무료 배포까지 겹치는 바람에 아몬드도 주목을 받은 것이다.

즉, 따지고 보면 킹덤 때문에 아몬드가 검색어에 오른 것이다.

‘그럼 그렇지. 이브닝와이드 생방은 별 주목도가 없다고…… 편집본이 나와야 제대로지.’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 주혁.

“이야. 운이 좋았네.”

“그치? 오 실장님이 우리로 넣어주신 것 같아.”

상현이 키득대며 다시 휴대폰을 가져갔다.

소파로 돌아가려는 그를 주혁이 멈춰 세운다.

“잠깐. 근데 무료 배포한다는 건……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는 거야?”

“?”

상현은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내가 찾아볼게. 잠…… 엥?!”

주혁은 엉뚱한 곳에서 소식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다름 아닌 다른 모니터에 켜져 있는 자신의 메일함.

[안녕하세요. 킹덤에이지의 제작사 ‘레드햇’입니다……]

“이럴 수가.”

게임 제작사가 직접 광고를 문의해 온 것이다.

그것도 해외 제작사가.

‘왜 펑크를 통해서 오지 않은 거야?’

보통 이런 게임들은 펑크에 광고 의뢰를 하고 펑크가 파트너 스트리머들에게 뿌려준다. 그거 받으려고 파트너 스트리머 하는 거다.

근데 왜 직접 보냈을까?

메일 내용을 읽어보니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킹덤 에이지를 광고하려는게 아니라, 자신들의 제작사에서 만든 새로운 게임을 광고하려는 것이고, 그 게임은 펑크에서 유통하고 있지 않았다.

[저희의 신작 ‘좀비 스쿨’은 위플러그의 팀 전원이 제작에 관여하였고, 한국 시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만든 게임입니다. 다만 유통에서의 마진 때문에 ‘하이게임즈’라는 플랫폼 독점으로 들어가게…….]

이거 곤란하다.

이들은 펑크에 유통을 안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경쟁 플랫폼에 독점으로 게임을 유통할 계획이었다.

[비록 펑크의 파트너 스트리머라는 건 저희도 잘 알고 있지만, 킹덤 에이지의 매출 변화에 큰 도움을 주신 아몬드님께서 자사의 신작을 플레이해 주신다면 큰 영광일 것입…….]

스크롤을 다 내려본 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 거 참…… 그냥 펑크에다가 하지 뭐 돈을 얼마나 더 벌려고…….”

킹덤에이지의 제작사 레드햇은 규모가 작다고 쳐도, 저기에 콜라보로 제작에 참여한 위플러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미국 주식에 상장도 되었을 정도의 제작사이다.

“왜 그래?”

상현이 묻자 주혁은 상황을 설명한다.

“아…….”

상현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도 아무래도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그게 뭐가 문제야?”

“……?”

하나, 주혁의 예상은 완전 빗나간다. 상현은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뭐가 문제냐니…… 그야…….”

주혁은 잠시 오 실장의 그 사람 좋은 얼굴을 떠올려본다. 뭔가 배신하는 기분이 들지 않던가?

“타 플랫폼 게임을 하지 말란 말은 없었잖아. 우리가 펑크에서 주는 광고를 다 재낀 것도 아니고. 망나니 용사도 엄청 열심히 해주는데.”

“……그렇긴 하지.”

주혁은 할 말이 없었다.

‘이 자식 뭐야. 왜 조항을 다 알고 있어? 진짜 돈에 미친 건가?’

돈미새, 돈미새 장난으로 불렀지만, 상현은 사실 돈에 별 관심이 있는 부류는 아니다. 적어도 주혁 같은 사람에 비하면 더더욱.

그냥 이 게임 광고를 엄청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냥 하자. 이 게임 뭔가 느낌이 좋은데.”

“음…….”

주혁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이런 제안을 해본다.

“차라리 킹덤에이지를 한 번 더 해주는 게 어때?”

“…….”

상현은 마치 무슨 얘기를 했었냐는 듯,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킹덤에이지를 하면 이 제작사도 좋고, 펑크도 좋…… 야. 안 들리냐?”

“흐음…… 이거 재밌어 보이네.”

상현은 갑자기 주혁을 유령 취급하며 마우스 스크롤을 왔다 갔다 한다.

[좀비 스쿨]

새로운 게임이 꽤 구미를 당겨 버린 모양이다.

‘확실히 신선하긴 하지.’

좀비 스쿨은 학교에서 좀비 사태가 터진다는 내용이다. 학교 서바이벌인 셈이다.

서브 컬쳐 쪽에서는 이미 사골 소재이지만, 가상 현실 게임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장르다.

심지어 제작사의 주장에 따르면 일단은 오픈 월드.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공포 느낌도 있으니 확실히 몰입도는 좋을 거야. 그리고…….’

대부분의 좀비 관련 컨텐츠들이 그렇듯, 초반 몰입도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

‘하고 싶구나.’

무엇보다 상현이 이 게임이 해보고 싶은 것 같다.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그냥 킹덤을 하는 게 맞지만…….’

주혁은 해맑은 표정으로 게임 인트로를 읽고 있는 상현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아직 옛날 버릇을 못 버린 거지.’

예전 아성 다니던 시절의 행동 원리들.

윗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거래처가 어떻게 볼지, 동료는 날 어떻게 여길지…….

그저 윗사람이 움직이는 체스판 위의 말.

타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주혁이 움직일 수 있는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져만 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폰(Pawn)’이었다. 눈치를 보느라 한 칸씩밖에 못 움직이는.

‘이젠 다르잖아.’

하나 이제 그는 폰이 아니다.

한 칸을 넘어 두 칸 세 칸을 갈 수 있다. 대각선도 갈 수 있다. 그렇다고 퀸도 아니다. 그는 애초에 그 체스판 위에 있지 않았다.

체스를 두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이번엔 ‘전진’을 선택했다.

이게 몇 칸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전진인 것이다.

“좋아. 그거 그냥 하자.”

어떤 결과를 불러오든 그에 따른 책임도 자신이 지면 된다. 그게 체스판을 벗어난 자의 숙명이기도, 재미이기도 했다.

내가 나를 책임진다는 건, 나로서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다는 뜻이니.

“그래?”

“어. 그래. 재밌어 보인다며. 킹덤도 처음에 네가 골랐잖아. 그게 대박 터졌던 거고.”

주혁은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파트너와의 관계?

그것도 다 스트리머가 게임을 재밌게 하고, 시청자들이 좋아해야 유지되는 거다.

파트너와의 관계 때문에 재밌어 보이는 게임을 못 한다면 주객의 전도다.

“그냥 재밌는 거 하는 게 최고야. 스트리머는.”

스트리머는 게임을 재밌어해야 한다.

이건 실력 방송이든, 개그 방송이든 절대적인 기본 명제다.

“그게 맞지.”

씨익.

상현은 주혁의 말에 꽤나 동의하는지 맑게 웃어 보인다.

“그거 답장 보내보자.”

* * *

해외 제작사라 그런지, 아니면 원체 상현을 좋게 보고 있어서 그랬던 건지.

계약 체결과 거래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선납입금으로 약속된 금액의 절반이 들어왔는데. 그게 무려 2천이었다.

‘……이렇게나?’

주혁은 돈을 더 달라고 말해야 하는 입장이긴 했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2천에 2천, 이렇게 총 4천만 원이 게임을 한번 플레이해 주는 광고 비용이라는데.

더 달라고 하기엔 그는 너무 상식적이 인간이다.

상현도 돈 액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 바로 2천을 보냈다고?”

“어. 온라인상으로 네 서명 보내니까. 바로 되더라. 진짜 세상 무섭네.”

“와.”

어찌 됐든 잘된 일이다.

그는 얼른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그 게임’이 저에게 광고를 줬습니다.]

주혁은 이런 제목을 만들어놨고. 이제 게임을 다운받고 방송만 켜면 되었다. 저 정도 성능의 캡슐이라면 다운로드는 그야말로 순식간일 테니 이제 곧 방송이 켜질 거다.

그런데 상현에게 희한한 메시지가 온다.

[야. 좀비 스쿨은 아직 목록에 없다.]

목록에 없다.

트리비에서 방송을 하면 보통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는 중이라고 골라야하는데.

그 목록이 아직 생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신작 게임이니까.

[아. 그냥 이걸로 해야겠다.]

음?

상현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저 혼자 뭔 해결책을 찾은 모양인데…….

트리비 화면을 쳐다본 주혁은 깜짝 놀랐다.

[킹덤에이지 플레이 중]

이거…… 킹치만에서 우르르 몰려올 것 같은 느낌이다.

띠링.

[지금 ‘아몬드’ 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방송은 시작됐고. 알림까지 전송됐다.

-ㅎㅇㅎㅇ

-와 ㅎㅇ

-와 드디어 복귀냐?

-란 스토리모드 보고 며칠 만이야 이게 ㅠㅠ

-형 나 이브닝와이드에서 보고 왔어! 존잘이더라!

-헐 대박 ㅋㅋ

-‘그 게임’이 뭐임

처음엔 눈치를 못 채던 시청자들.

그러나 시간문제다.

플레이 중인 게임 목록에 킹덤에이지가 있단 걸 눈치채는 건.

-엥? 킹덤에이지?

-ㄹㅇ?

-미쳤다.

-킹덤에서 광고 줬어????

-미친 킹치만 드디어 성불 ㅠㅠㅠ

-으아아아 형님 ㅠㅠㅠ 감사합니다 킹덤을 드디어 ㅠㅠㅠ

-로제니타아아아아아

-레이나 버려?! 레이나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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