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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1화 (30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1화

7. 그만의 플레이(2)

“와, 이게 몇 개냐…….”

학교 운동장의 교문이 무너지고, 생난리가 나는 동안, 그는 양호실에서 초코파이 개수를 세어보면서 앞날을 대비하고 있었다.

“셋, 넷…… 일곱…….”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이다.

초코파이를 다 세어본 풍선껌이 감상을 말한다.

“양호실 좋은데요?”

생존 전문가 풍선껌은 양호실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이 정도면 그냥 여기서 쭉 있어도 되는 거 아냐? 똥만 어떻게 처리하면…….”

그는 슬쩍 양호실에 있는 세면대 쪽을 바라본다.

-세면대를 왜 보는뎈ㅋㅋㅋ

-인간임을 포기하지 마세요!

-아 진짜 그건 아니짘ㅋㅋㅋㅋ

“크흠. 그냥 본 거예요, 그냥. 에이, 거참.”

풍선껌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휴대폰을 쳐다본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충전까지 해두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아. 이제야 이 재난 문자가 오네요.”

재난 상황을 알리는 긴급 문자가 도착한다. 사실상 이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긴급 재난 문자)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자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 여러분은 대처 요령을 읽고……]

“……대기하라니. 뭔. 대기야. 대기는.”

풍선껌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 쪽을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침대에 눕는다.

-대기 잘만 하시는데요?ㅋㅋㅋㅋ

-대기 장인

-이분은 대기가 아니라 대지

“자, 자. 좀비 게임 제가 상당히 많이 해봤거든요? 영화도 많이 봤어요. 이거 초반에 나대면 바로 엑스트라행이에요.”

-그건 맞지 ㅋㅋㅋ

-결국 그럼 정부가 맞았네 “대기”

-결국 대기 ㅋㅋㅋ

“일단 천천히 초코파이와 콜라로 버텨봅니다.”

풍선껌은 초코파이를 하나 까서 먹어 배고픔을 상쇄시키고, 콜라로 당분을 섭취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쿵. 쿵.

“양호쌤! 체육쌤이! 체육쌤이!!”

부반장이다. 운동장에서 쓰러진 체육 선생님을 보고 달려와 이제서야 양호실로 도착한 것이다.

“체육쌤이 쓰러졌어요! 안 계세요? 어디 가셨나……?”

“…….”

풍선껌은 조용히 초코파이를 섭취하며, 그녀가 갈 때까지 기다린다.

-ㅁㅊㅋㅋㅋㅋ 쥐죽은 듯 있는 거 보소

-ㅠㅠㄹㅇ 가차 없네여……

-ㅋㅋㅋㅋㅋㅋㅋ이게 겜이지

“크흠. 여러분. 지금 저 하나 살기도 힘들거든요?”

-ㅇㅈ

-그건 맞음

-부반장 ㅠㅠㅠ

부반장은 결국 좀비가 되어 어딘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양호 선생님을 찾으러 다른 층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났을까?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별관 복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크아아!”

풍선껌은 문에 귀를 대본다.

쿠구구궁.

발소리가 현실감 있게 들려온다.

“좀비들이 꽤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때였다.

꼬르르르륵.

그의 배에서 천둥소리가 난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현재 소변 수치가 95%입니다.]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대변 수치가 87%입니다.]

[해결을 준비해야 합니다!]

-올 것이 왔따 ㅋㅋㅋ

-좀비 스쿨: 니가 그동안 릴에서 싼 똥에 대한 죄를 치러라.

-똥과의 전쟁

“아…… 이 게임 악질이네. 이거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놓은 거잖아, 지금?”

좀비가 많아지는 타이밍에 맞춰 밥 먹은 것들이 나가려 한다. 아몬드의 그 장면이 나온 게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형은 그래도 골프채 있자너

-형 어차피 게임에서 똥 싸는 건 익숙하자나. 그냥 바닥에 싸자

-골프채 있음 아무리 형이라도 쌉가능

채팅들의 응원(?)에 힘을 입어 풍선껌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가본다.

드르륵…….

띠링.

그때, 웬 미션이 걸린다.

[바지에 똥 싸면서 앞구르기 하면 50만 원]

“아니. 저기요. 저를 뭘로 보시는 거예요. 지금…… 저 이 게임 진지하게 하고 있는데요?”

-미친놈인갘ㅋㅋㅋㅋ

-앞구르깈ㅋㅋ

-아우 ㅋㅋㅋ

-나 밥 먹는데 ㅅㅂ ㅋㅋㅋ

풍선껌은 미션을 수락하지 않고 반려했다.

“미션 됐구요. 나갑니다.”

골프채를 두 손으로 꽉 붙든 채, 그는 조심스레 복도로 한발을 내디뎠다.

좀비들은 곧장 반응했다.

“크으아아아아!”

좀비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뚜벅뚜벅 다가왔다.

“오, 온다. 온다……! 저건 일단 그냥 피할게요!”

좀비는 생각보다 느렸다.

타다닥!

빠르게 틈새로 치고 나가자, 쉽게 재칠 수 있었다. 축구에서 드리블로 돌파하는데, 공은 안 차도 되는. 한마디로 굉장히 쉽게 돌파가 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한 마리일 때 이야기.

“크아아아!”

“크어어어!”

좀비 둘…… 아니, 셋이 가로막는다.

이건 치우고 가야 했다.

“하씨…….”

그냥 돌아갈까도 했지만.

아까 제친 좀비가 따라오고 있는 것은 물론.

[대변 수치가 95%입니다!]

[소변 수치가 100%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시간이 없다.

옛날 콘솔 게임할 때 컨트롤러가 떨리던 것마냥, 몸에 진동이 전해져 온다.

“으, 으, 으…… 이, 이건 돌파해야 하네. 아오…….”

풍선껌은 게임에 저주를 퍼부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아오오오오!”

좀비들도 반응하며 다가온다.

“크아아아아!”

좀비들 중 가장 가까운 것이 그를 향해 아가리를 쫙 벌렸다.

풍선껌은 골프채를 꽉 쥐며 외친다.

“홀인원 갑니다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꽤나 자신 있게 휘두른 골프채는 깔끔한 선을 그렸다. 머리를 노린 일격이 휘둘러졌다.

──후웅!

그러나, 공격이 빗나갔다.

머리를 맞히긴커녕 어깨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헛방을 쳤다.

홀인원은커녕, 공이 골프장 밖으로 나가버린 셈이다.

그러나 실망할 건 없었다.

대신 홀인원이 된 게 있었으니.

“……!?”

그건 바로 풍선껌의 머리!

-????

-?

-엥?

-……?

퍽!

이런 소리와 함께 좀비의 입안에 꽉 들어차 버린 풍선껌의 머리.

너무나 정확하게 들어가서, 들어갔다기보단 거의 박혀 버렸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다.

골프채가 빗나갈 때의 무게 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발이 헛디뎌지면서 풍선껌의 머리가 앞으로 쏠렸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넘어진 거다.

덕분에 그의 머리가 정확하게 좀비의 입으로 들어간 것.

“카악?!”

좀비조차 당황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이걸 어떻게 소화시켜야 하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도 그럴 게 풍선껌의 머리만큼 입이 벌어져서 이미 턱이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이제야 상황이 제대로 파악된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홀인원 잘 봤구여~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랏냐곸ㅋㅋㅋㅋ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비가 불쌍해 보일 지경ㅋㅋㅋㅋ

콰드드득! 콰드득!

어쨌거나 좀비는 다 해진 턱으로도 열심히 풍선껌을 씹어먹었고.

“아, 아악! 아아아악! 하지 마! 하지 마!”

풍선껌이 계속 머리로 좀비를 밀치며, 앞으로 넘어져 굴렀다.

그리고…….

[배변 수치가 110% 이상입니다!]

[참을 수 없습니다!]

화면이 암전하고, 민망한 소리가 들려온다.

-엥?

-설마?

-??헐

죽어서 화면이 꺼진 게 아니었다. 배변 중에 화면이 꺼지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철퍽~!

뭔가 걸쭉한 소리가 나고,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다.

[매우 불쾌함]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방송 천재 ㅁㅊ ㅋㅋㅋㅋ

-아까 미션ㅋㅋㅋㅋ 미래에서 왔누?

-돌았엌ㅋㅋ 진짜 돌았엌ㅋㅋㅋ

이어서, 이 메시지도 떠오른다.

[생존 실패]

결국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죽었기 때문이다.

빠바밤!

[미션맨 님이 무려 5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드립니다~~]

아까 거부했던 미션금이 후원으로 들어왔다. 채팅창의 스크롤이 마구 치솟았다.

-???: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물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왘ㅋㅋㅋㅋ 진짜 전설이다 이건

-이게 현대 예술인가 뭔가 하는 그거죠?

-데스 아트 ㅋㅋㅋㅋㅋㅋ

-앤디 워홀! 비켜! 이게 예술이다!

* * *

사망 후.

게임 대기 화면으로 돌아온 풍선껌.

그는 헛기침과 함께 첫 번째 플레이 감상을 말한다.

“아…… 너무 아까웠구요. 거의 다 깼는데요.”

-뭐가?

-미션이요? 미션은 성공하셨는데 뭐가 아깝다는 거죠!?

-백준수가 제대로 봤었네. 윤소희 손을 볼로 때리고 있었던 게 맞았어. 머리를 무기로 쓰잖아?

-대체 어디가요 ㅋㅋㅋ

-ㄹㅇ 거의 다 깼는데 ㅋㅋㅋㅋ

-거의 다 깨긴 했지. 머리로 좀비 이빨 거의 다 깨버렸자나

-레전드 홀인원ㅋㅋㅋㅋㅋㅋ

-아 형 ㅠㅠㅠ 저 배 아파 죽어요 진짜 ㅠㅠ ㅋㅋㅋㅋㅋ

.

.

.

수많은 채팅이 그를 조롱한다. 자칫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풍선껌에게 익숙한 풍경인지, 개의치 않으며 방송을 이어간다.

“아. 어쨌든 미션은 깼잖아요. 그쵸? 미션금 감사합니다.”

-거절했었잖앜ㅋㅋㅋㅋㅋ

-뻔. 뻔. 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그걸 진짜 할 줄은ㅋㅋㅋ십ㅋㅋㅋ

“다시 가 볼게요. 이제 제대로 갑니다. 저 감 잡았거든요?”

-대대로 갑니다

-감은 미래의 손주분이 잡았다고 합니다.

-대대로 갑시다~

“다시. 고.”

* * *

풍선껌은 그 이후로 계속 도전했지만,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좀비에게 둘러싸여 죽는 건 예사이고.

화장실을 해결해도, 그다음엔 창문 유리에 긁혀 파상풍으로 죽거나,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굴러서 죽기까지…….

“그지같네. 게임 증말.”

정말이지 다양한 죽음을 보여주며. 그의 도전은 일단 막을 내렸다.

“저 이거 아몬드 님 어떻게 하는지 잠깐만 볼게요.”

그는 결국 선배의 방식을 따라 해보기로 하고. 아몬드 영상을 잠시 찾아본다.

그가 화장실을 확보하기 위해 좀비들을 무력화시키는 클립이다.

제목은 ‘난 똥이 마려우면 좀비를 죽여’라는 코믹스러운 느낌인데.

“……이, 이게 뭐야?”

영상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해!? 스타트가 너무 다른 것인디요? 그리고 이게 더 불리해 보이지 않아요?”

-형 일진 공격 피하려 하면 안 돼 ㅋㅋㅋㅋ 그거 보지 마 ㅋㅋㅋ

-참고 대상이 잘못된 거신디요?

-아몬드는 게임이 더 어려워 보이는데?ㅋㅋㅋㅋ

풍선껌은 클립 몇 개를 보며 ‘와…… 와……’를 연발한다.

“근데 이렇게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아몬드 님 죽었죠?”

-ㄴㄴ

-아몬드 님 아직 살아계심

-지금 라이브 중인데. 함 보실?

풍선껌은 놀랐다. 아몬드가 처한 사태는 자기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가혹했는데. 아직도 첫 번째 목숨을 잃지 않고 있다니.

“살아 있다고? 첫판 그대로?”

-ㅇㅇ

-심지어 잘 살고 있음ㅋㅋㅋ

-문화 충격; 스트리머가 게임에서 살아 있다?!

“그럼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짝만 볼게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풍선껌은 호기심에 아몬드 방송을 들어가 본다.

“와. 화장실도 먹고, 매점도 먹고…….”

시청자들 말대로, 아몬드는 꽤 살림살이가 좋아 보였다.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갖춰나가고 있다.

“빨래도 하네? 굉장한 것인디요. 방화문을 내리면서 영역을 먹는구나?”

-와 ㅋㅋㅋ

-저긴 진짜 살림 차렸네 ㅋㅋㅋ

-오 매점 누나 뭐냐 ㅋㅋㅋ 커엽누

-역시 질이 다르구만.

“동료 NPC도 있어! 와. 매점 스타트 괜찮은데?”

……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던 도중.

“어?”

풍선껌은 깜짝 놀란다.

아몬드가 누군가와 마주친 것이다.

풍선껌의 입장에선 방금 전까지 자신을 호되게 패던 놈들이니 누군지 바로 알아봤다.

“저 거지 같은 자식들? 살아 있어?!”

백준수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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