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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4화 (30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4화

8. 손님(3)

뭔가 기대하는 듯한 현아의 시선을 받던 아몬드.

그는 잠시 현아의 말을 떠올려본다.

「우리 이제 통성명도 했으니까. 진짜 팀이다? 그치?」

현아의 말대로, 우리는 이제 팀이다.

좋든 싫든 한배를 탔다.

아몬드는 입을 뗐다.

“나 왕따였어.”

수현과 현아는 멍하니 아몬드를 쳐다본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란 모양이다.

아몬드는 말을 이었다.

“난 김우중이란 놈이랑 백준수라는 놈, 그리고 그 여자친구 윤소희한테 매일 맞고 살았어. 빵 심부름도 하고. 놀림도 당하고.”

현아와 수현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아몬드는 역시나 말을 덤덤하게 이어간다.

“그래서 쟤네를 마주치면 난 제대로 싸울 수가 없어. 너희도 이제 동료니까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먼저 대답한 건 현아다.

“……그, 그런 일이.”

그녀는 충격을 먹은 듯 천장을 쳐다본다.

그렇게 얼마나 더 있었을까?

‘역시나 반응이 안 좋은 건가…….’

역시 왕따를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이 이런가,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괜찮아. 소보로빵. 괜찮아. 방법을 생각해 볼게.”

현아가 이렇게 말하며 아몬드의 어깨를 쥐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넌 걔네들 상대하지 마. 내가 이래 봬도 어른이거든.”

그녀는 안심시키려는 듯 싱긋 웃어 보인다.

“그놈들에게 으른의 맛을 보여주지.”

이 다짐 섞인 대답은, 사실 그리 신용이 높지 못했다.

그녀의 능력으로는 백준수 패거리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김주혁에겐 다른 울림이 있었던 모양이다.

띠링.

[소속감 → 유대감]

==== ====

[유대감]

지구력, 인내, 투지, 긍정이 상승하며, 팀원이 죽을 시 우울, 부정이 대량 증가합니다.

==== ====

소속감이 유대감으로 바뀌었다.

-ㅠㅠㅠㅠ

-주혁이 감동받았누 ㅠㅠ

-오우……

-리스크도 클 것 같은데…….

상승된 능력치들이 꽤나 좋은 것들이다. 하나 팀원을 잃을 시 잃는 게 많다.

‘그래도 필요한 거야.’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믿고 의지할 인간은 소중하다.

잃었을 때 슬플까 봐 이걸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방법이 있을 거야. 아몬드.”

수현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난 네가 왕따 당할 만한 애라고 생각 안 해.”

“자, 자, 그럼 소보로빵이 걔네를 다 패 죽이는 작전은 치우고. 다음 작전.”

갑자기 현아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선다.

-작전이 있어?

-이제 진짜 작전이냐?ㅋㅋㅋ

-이번엔 또 뭔 말을 하려고 ㅋㅋㅋ

현아는 작전명을 크게 써놓는다.

[농성전]

농성전.

성안에서 버티면서 적들이 지쳐 떠나길 기다리는 거다.

“걔네들이 이 매점을 반드시 뚫으러 올 거잖아?”

“그렇게 말하긴 했지.”

수현이 대답한다.

확실히 백준수 패거리는 좀비들을 어느 정도 치우고 다시 올 거라고 했다.

“그럼 우리는 여기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버티기만 하자는 거지.”

현아는 매점 문을 가리킨다.

그리고, 박스 노끈과 매점 테이블을 가리킨다.

“노끈이랑 테이블 이런 걸로 묶어서 매점 문만 틀어막자는 거야.”

“근데 왜 매점 문이야? 복도부터 막으면 화장실도 확보되는데…….”

수현이 또 묻는다.

아무래도 현아의 작전에 신뢰가 안 가는 모양이다.

“복도는 서쪽 계단과 동쪽 계단 두 개를 동시에 막아야 돼. 그건 불가능해. 매점은 딱 이거 하나만 막아도 되잖아.”

“그럼 화장실은?”

“음…… 그것도 방법이 있어.”

현아는 이번엔 앞서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우리 그때 좀비들이 회복을 하는 것 같다고 했었잖아?”

“……?”

* * *

그렇게 다음 날이 왔다.

“일어났지?”

“응.”

“나도.”

셋은 거의 동시에 아침 7시에 기상했다. 오늘 안에 적이 쳐들어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는 없었던 것이다.

셋은 어제 준비해 놓은 바리케이드를 다시 점검하고, 음악실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 의자를 하나 두고 올라가 위쪽의 작은 창문으로 안을 확인한다.

“어, 어때?”

밑에서 수현(피자빵)이 묻는다.

아몬드는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인다.

“……회복됐어. 그게 우연이 아니었구나.”

“응. 밤에 상처를 회복하는 것 같았어.”

좀비들이 다음 날이 되면 조금씩 더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우연이나 착각이 아니었다. 음악실 안의 좀비들은 현재 팔로 기어 다닐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서 있기까지 했다.

다만 불이 꺼져 있고 빛이 없으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큰 소리가 나야만 반응하는 모양이다.

“그럼 이건 됐고.”

이제 다음 작전을 개시한다.

“아몬드가 제일 빠르니까 복도 중앙에서 대기.”

적이 동쪽 계단에서 올지, 서쪽 계단에서 올지 모른다.

어느 쪽 계단에서 오든 최대한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 아몬드는 복도 중앙에 자리하고. 수현과 현아는 매점 안에서 바리케이드로 막을 준비를 마친다.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민망하게 오늘 안 쳐들어올 수도 있다.

“오늘 안 오면 진짜 웃──”

아몬드가 시청자들에게 농담을 던지려는 순간.

──콰앙!

우측, 그러니까 동쪽 계단 쪽에서 굉음이 들려온다.

꿀꺽.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킨다.

“……지, 지금! 바로 해!”

현아와 수현이 매점 쪽에서 외친다.

“뭐, 뭐 해! 아몬드!”

“왜 안 와!?”

원래 계획은 잠가놓은 음악실을 열어버리고, 매점으로 숨는 것이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제대로 칠 수 있을 것 같아.’

아몬드는 좀비들을 미리 풀어놓으면 놈들이 너무 쉽게 처리할 거라 여겼다.

쿠웅!

그는 동쪽 계단의 방화문이 깨지는 걸 기다린다.

펑!

끝내 뭔가가 터지며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고리가 떨어져 나가더니, 사람 손이 들어온다.

고리 손잡이가 아닌 신식 방화문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테지만. 노후된 학교의 방화문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딸깍.

그 손이 손잡이 안쪽의 걸쇠를 눌러 잠금을 해제하더니, 문이 허망하리만치 쉽게 활짝 열린다.

“아. 됐다. 씨발.”

백준수 무리가 패거리가 복도에 모습을 드러낸다. 예상대로 꽤 화려한 무기를 들고 있다.

“자, 자~ 순순히 빵과 우유를 내놓으면 유혈 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선두에 선 김우중이 헤벌쭉 웃었다.

자신만만해 보인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

‘오함마…… 역시 공사장에 갔다 왔구나.’

오함마.

공사장 따위에서 쓰는 거대한 망치다. 말이 좋아 공사 도구이지, 중세였다면 기사들을 투구째로 터뜨려 죽이는 살상 무기였을 터다.

드르륵.

김우중이 그런 오함마를 바닥에 질질 끌며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다.’

아몬드는 이제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며, 음악실 뒷문을 열고 뛰었다.

타다다닥.

이때까진 작전이 순조로웠다.

“어? 야아아! 김주혁! 너 김주혁 아니냐!?”

놈들이 뒷모습으로 아몬드의 정체를 눈치챘는지, 김주혁의 이름을 부른다.

“아하하하! 뭐야? 저거 진짜 김주혁이야?”

“야, 인마! 형님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아니, 저 새끼가 매점 여태 먹고 있던 거야?”

“이야. 빵 셔틀답게 매점부터 달렸네. 어?”

왁자지껄하게 대놓고 떠드는 걸 보니, 놈들은 이미 좀비를 싹 다 정리하고 오는 길 같다.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채로, 호탕하게 웃으며 오함마를 끌고 오는 모습은 영화적 기법 속 살인마 그 자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공포]

공포 상태가 다시 발동한다.

그럴법하다. 원래부터 김우중은 이 몸에겐 공포의 대상인데. 저런 무기를 들고 피 칠갑한 채 따라오고 있다.

김우중이 아니라 다른 누가 저러고 따라왔어도 공포스러울 터다.

아몬드는 오로지 달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느려지긴 했어도, ‘패닉’이 아닌 이상 달릴 순 있다.

‘일단 들어가면 이겨.’

매점 안에 들어가면 이긴다. 그 생각만 집중했다.

다행히 적들은 아몬드를 다 잡은 쥐새끼라 여겼는지, 천천히 걸어온다.

“야~! 넌 이런 세상에서도 빵 배달하러 가냐? 어?!”

‘거의 다 왔다.’

끼익.

매점 문이 열리고, 현아가 얼른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소보로빵! 얼른!”

“조, 좀만 기다려!”

평소답지 않게 느릿한 아몬드의 뜀박질에 현아의 얼굴이 점점 초조해진다.

매점까지 이제 열 걸음 남짓 남겨놨을 때 즈음.

“조심──”

현아의 얼굴이 공포로 물든다.

“──아. 뭐야. 너네끼리 매점에서 사이좋게 해 처먹고 있었냐!?”

뭔지 대충 예상이 간다. 아몬드는 우측으로 발을 박차며 몸을 기울였다.

후우웅──

스패너 하나가 살벌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 매점 문 한 짝에 부딪힌다.

──쾅!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못 할 소리를 내며, 매점 철문에 기스가 난다.

“미, 미쳤어. 진짜 죽이려는 거야?!”

현아는 화가 난 투로 방금 스패너를 던진 김우중에게 외쳤으나, 씨알도 안 먹힌다.

“누님! 그럼 가짜로 죽이겠어요!?”

그제야 아몬드는 매점 문 안으로 들어갔고.

“골인!”

수현이 유쾌하게 외치며, 준비된 바리케이드를 밀기 시작한다.

드르르르륵!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바리케이드지만, 매점에서 쓰는 짐 카트를 밑에 깔아서 순식간에 밀 수 있었고.

쿠웅!

문을 막은 뒤에는 그 짐 카트를 빼버렸다. 현아도 마찬가지로 나머지 한쪽 문을 막아버리고.

셋은 얼른 노끈으로 양쪽 바리케이드를 묶고, 심지어는 기둥과도 따로 얼기설기 묶어버렸다.

‘됐다.’

이제 농성전을 준비를 마쳤다.

적들이 뚫느냐, 우리가 막느냐의 싸움이 시작된 거다.

쿵!

김우중이 철문을 한 대 발로 차고 외치며 그 시작을 알린다.

“아니. 거기에 들어가면 뭐가 달라져?”

“…….”

아무도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심리전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걸 누구나 이해하고 있으니.

* * *

문 안쪽에서 대답이 없자, 김우중은 오함마를 높이 들어 올린다.

“대답이 없네? 어? 안에 들어가서 들어볼까?”

쿠웅!

문고리가 덜렁거린다.

“한 번~ 더!”

쿠우웅!

두 번째 공격에 문고리가 허무하게 떨어져 나갔다.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열어주면 좋잖아? 어? 매점 음식을 너네들끼리 다 먹을 생각이었어? 이런~ 이기적인 자식들.”

김우중은 방화문을 열었을 때처럼, 부서진 문고리 자리로 손을 넣어서 잠금장치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딸깍.

역시나 쉽게 열렸다.

“드가즈아아아!”

그는 우렁차게 외치며 문을 밀었으나.

“?”

문이 열리지 않는다.

“……뭐야?”

그는 뭔가 잘못됐나 싶어 다시 문고리로 손을 넣었다.

딸깍. 딸깍.

“이거 왜 안돼?”

“네가 손잡이 제대로 안 돌린 거 아냐?”

“아…… 이거 다시 돌려야 하나?”

* * *

한편, 매점 안쪽.

그들은 김우중의 피 묻은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비장한 표정으로.

현아와 아몬드의 눈이 마주쳤다.

「얼굴만 안 마주치면 되는 거지?」

아몬드는 현아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바닥 위 커터칼을 집어 든다.

칼을 입에 문 채, 바리케이드 사이를 비집고 기어 올라간다.

마치 정글짐을 돌파하듯이 문 앞까지 도달하자, 김우중의 불평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아. 뭔데. 이거 왜 안 열려. 이 자식들 안에 뭐 쌓아놓은…….”

눈앞에 그의 손이 이리저리 오가고 있다.

「방화문을 열 때 손이 노출될 거야.」

드르륵.

한 7센티 정도 빠져나온 칼날이 전등 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건 간만에 사냥감을 노려보는 아몬드의 눈도 마찬가지.

「그때 찔러.」

쉬이이익──

바람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내질러지는 칼날.

이 커터칼이 아무리 허접한 무기일지라도, 사람 손등 정도야 힘을 제대로 가하면 뚫고 들어갈 수 있다.

좀비에게 소용이 없을 뿐이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

그런데 김우중은?

그는 인간이다.

고통을 느끼는 인간이다.

──푹!

커터칼이 깊숙이 손등을 파고들자, 김우중이 죽어라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띠링!

[희열]

희열.

끓어오르는 그 감정이 온몸을 휘감고 타올랐다.

* * *

[초보자 Tip : 좀비들은 시간이 지나면 상처를 회복합니다. 한 번에 죽이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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