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6화
9. 반응(1)
김우중이 끈덕지게 살아남아서, 그가 빨리 사라지길 기원하며 걸었던 미션.
[김우중 죽으면 “치키챠” 하기]
이 미션의 내용만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분명 아몬드는 클리어한 게 맞다.
“치키챠.”
김우중이 쓰러짐과 동시에 치키챠를 외쳤으니까.
-초고속 미션 클리어 ㅋㅋㅋ
-우중이 쉑 컷!
-ㄹㅇ 아몬드 쉑 그냥 문고리로 염탐하다가 미션 깬 거 실화냐?ㅋㅋㅋㅋㅋ
-와 ㅋㅋㅋㅋㅋ
-치키챠 반응속도 0.0001초 ㄷㄷㄷ
비록 문고리 틈으로 엿보다가 클리어해 버리긴 했으나. 미션 성공은 성공이다.
빠바밤!
[미션 성공!]
[수줍은 여포님이 ‘1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또 너였냐 수포자!!
-왜 수학을 포기했는지 알겠네여……
-수포좤ㅋㅋㅋㅋㅋ
물론, 미션을 걸었던 당사자는 이런 그림을 바랐던 건 아니었을 터다.
그는 아마 김주혁이 멋지게 각성해서 김우중을 처치하고 과거를 이겨내는 순간. 아몬드가 치키챠라고 외치길 바랐던 거다.
그러나 어디 그런 게 다 뜻대로 되던가?
[날먹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일진 패거리와의 흥미진진하고 처절한 고군분투를 기대하고 미션을 걸었으나. 어림도 없지 문구멍으로 염탐하다 치키챠!]
-ㅋㅋㅋㅋㄹㅇ
-고봉밥 밴
-장문 밴 ㄱㄱ
아몬드는 조용히 방금의 장문 후원자를 밴한 후. 이번 사태에 대한 감상을 내뱉었다.
“운이 좋았네요.”
-킹이좋쿤 ㅋㅋㅋㅋ
-“운이 좋군.”
-우중이 좋군.
단순하면서도 적절한 감상이다.
그냥 운이 좋았다. 손등 찌른 거야 아몬드가 한 일이라지만, 계획은 현아가 세웠고.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전부 수도 없는 랜덤한 경우의 수들이 겹쳐져서 탄생한 것이다.
예를 들면 김우중 앞에서 싸우던 놈이 발을 헛디뎌 좀비가 돼서, 위험에 노출이 더 쉬웠다던가.
백준수가 김우중의 물린 자국을 발견한 것도.
전부 우연이다.
그 수많은 우연이 겹쳐서, 지금 여기 매점 안의 셋은 살아남은 거다.
“하아.”
“겨우 살았다.”
털썩.
현아와 수현이 약속이나 한 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안 그런 척했어도 꽤나 긴장했던 모양이다.
“소보로빵. 피자빵. 어때.”
와중에 현아는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웃었다.
“이제 날 제갈현아라고 불러라.”
자신의 계획이 제대로 먹혀든 게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좀비로 치는 전략은 좋았지.’
현아는 좀비들이 회복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음악실 좀비들을 풀어놓자는 계획을 구상했었다.
좀비들이 퇴로를 막으면, 본능적으로 여기서 탈출하고 싶을 거라고.
그녀의 계획은 적중했다.
그들은 매점을 뚫는 대신, 일단 탈출을 선택했다. 즉, 매점을 지키게 된 거다.
-제갈현아ㅋㅋㅋ
-이이제이ㄷㄷ
-제갈현아 뭔뎈ㅋㅋㅋㅋ
-제갈현! 제갈현!
시청자들도 그녀의 전략에 환호하고 있었다.
[학폭근절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저쪽 테이블의 숙녀분에게 전달해 주시죠.]
[매점누나갓갓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대갈현아! 대갈현! 대갈현!]
-대갈현아 뭔뎈ㅋㅋㅋㅋㅋ
-대갈현앜ㅋㅋㅋ씹ㅋㅋㅋㅋ
-제갈건도 아니고 제갈현ㅋㅋㅋㅋㅋ
-대갈현: 그러니까 속된 말로 대가리가 현아라는 거예요.
오죽하면 현아에게 후원도 들어온다.
물론 그 돈은 다 아몬드 차지이지만. 명목상 현아의 몫이다.
“후원 감사합니다. 학폭 님. 누나 님.”
-ㅋㅋㅋ재주는 현아가 부리고 돈은 견과류가 먹누
-중간 유통업자들이 문제야 이래서 ㅉㅉ
-학폭 근절이 학폭되냐곸ㅋㅋㅋㅋ
[궁금증못참아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님 광고라고 후원 안 받는다고 하지 않……읍읍!]
“아. 궁금참아 님. 광고 의무 플레이 시간이 사실 어제 끝났었습니다. 오늘은 광고가 아니에요.”
-광고 아녔구나
-궁금참앜ㅋㅋㅋ 에라이 이 견과류 쉑
-킹부러 저러네 ㅋㅋㅋㅋㅋ
-헐 광고 아녔다니;
-재밌나 보네
그렇다.
광고 의무 플레이 시간은 첫날에 이미 끝냈다. 그쪽에서 워낙 좋은 조건으로 광고 계약을 해줬던 터라. 의무 플레이 시간 자체가 굉장히 짧았다.
오늘의 좀비 스쿨 플레이는 아몬드의 순수한 흥미, 그리고 상도적인 관점에서 성사된 것이다.
“아. 의무 플레이 시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갑자기 방종 각을 잡는 아몬드.
-이게 뭔 흐름이여
-???
-뭐?!
-안돼! 이제 반격 가야지!
-헐 ㅠㅠ
“너무 늦어버렸네요. 일진 패거리들에게 반격하는 건, 내일모레 할게요!”
아몬드는 인사말을 더 늘이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트바!”
-ㅂㅂㅂ
-ㅠㅠ
-왜 낼모레임??
-뭐야 왜 낼 안 해!!!
-ㅂㅇ
-재밌었어요~~
-담에 꼭 해줘!
아몬드는 ‘내일모레’ 좀비 스쿨을 플레이한다고 했다.
왜 내일이 아니고 모레인지는 다음 날 알 수 있었다.
* * *
다음 날.
트리비 게시판에 이런 공지가 올라온다.
==== ====
[금일 휴방 공지]
오늘은 아몬드의 이브닝와이드 편집본 방영이 있는 날입니다. 딱히 규정은 없으나 상도적으로 동시에 두 플랫폼에서 아몬드가 등장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휴방을 결정하였습니다.
==== ====
휴방 이유는 바로, 오늘이 이브닝와이드 편집본 방영일이었던 것.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지만, 동 시간대에 두 명의 아몬드가 송출되는 건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판단.
주혁과 아몬드는 회의 끝에 휴방을 결정했다.
공지 밑에는 당연히 아쉬워하는 댓글이 한가득 달렸다.
-이브닝와이드를 보러 가라 이거냐? ㅂㄷㅂㄷ
-아사장! 문열어 ㅠㅠ
-나 이제 좀비들이 문 두들기는 심정을 알 거 같아…… 끄어어어……
-야! 견과류! 니가 언제 상도덕 챙겼냐?! 끄아악!
물론 사유를 납득하고, 순수하게 아몬드의 행보를 응원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어쩔 수 없죠 ㅠㅠ 푹 쉬세요.
-와! 오늘이 바로 그 날이군요!
-이브닝와이드?? 언제 나가셨음?? ㄷㄷㄷ
-나 그거 라이브로 다 봤는데. 또 봐야징ㅋㅋㅋ
-오 저도 꼭 볼게요!
-그거 몇 시에 함?
사람들은 이브닝와이드 방영 시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검색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방영 시간은 오후 9시다.
* * *
오후 9시. 아성 상사의 어느 부서.
퇴근 시간이 6시인 것이 무색하게, 많은 인원들이 남아 있었다.
“에라이. 이런 시즌에 신입 둘 데리고 하려니 되냐고. 이게.”
타다다닥……!
팀장의 신경질적인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다른 직원들은 조용히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좋지 않은 분위기. 아무래도 쌓인 일이 많은 모양이다.
“유상현은 정리된 거라 그렇다고 쳐도 김주혁은 왜 나갔는데? 어? 걘 지 발로 나간 거잖아?”
슬슬 또 신경질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옆의 김 대리가 말리듯이 덧붙인다.
그러던 중. 막내 사원이 벌떡 일어났다.
“너 뭐야?!”
팀장이 으르렁대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 아까 시키신 야식이 지금 배달 온 것 같아서요. 갔다 오겠습니다!”
“아…… 그래. 갔다 와.”
난 또…….
팀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딸깍. 딸깍.
난잡하게 퍼뜨려놓은 창을 하나둘 닫으며 잠시 식사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휴. 박 부장 개새끼.”
창을 하나하나 닫다 보니 또 열 뻗치는 일이 떠오른다.
“결재 안 난 걸 가만~히 있다가 금요일 퇴근 전에 알려줘? 이건 그냥 엿 먹으라는 거잖아? 걘 우리 팀을 왜 이렇게 싫어한다냐? 어?”
그는 또 습관처럼 유상현 김주혁을 부르짖었다. 정해진 레퍼토리대로 불만이 술술 튀어나온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아니,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어? 구조조정 그거 굳이~~~~ 유상현을 골라서 내보내더니. 아무리 걔가 시원찮았어도 그래도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러냐고? 거기에 에이스 김주혁도 딸려나가 버렸잖아. 제기랄!”
“크흠. 뭐 박 부장님이…… 좀 그렇죠. 다 아시잖아요.”
대리가 비위 맞추려는 듯 실실 웃는다.
박 부장이 왜 팀장을 꼽주는지는 신입사원들도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당연히 팀장도 알고 있다.
그냥 나한테 동조 좀 해달라는 뜻으로 저러는 것이고, 대리도 그걸 알기에 열심히 비위를 맞추는 거다.
“우리 회사도 좀 바뀌어야 돼. 지 라인 아니라고 이렇게 비생산적으로 굴어도 되냐고.”
“그러게 말입니다.”
대리가 칼처럼 동의한다.
팀장이 불평하면, 대리가 동의하고, 살살 달래는 게 꼭 탁구 랠리처럼 오가다가.
탁.
팀장이 서류 케이스를 닫으며, 일어난다.
막내가 저 끝에서 돌아오는 게 보인 것이다.
“자, 다들 야식 먹고 하자. 휴게실에서 먹으면 될 것 같다.”
야식 시간이 시작됐다는 말에, 사원들이 밝게 대답한다.
“예!”
* * *
시원한 커튼월에 펼쳐진 도시의 야경.
후두두둑……!
유리를 두들기는 빗방울 덕에 꼭 수채화 같았다.
김 대리는 그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로 가서 의자를 뺐다.
“여기로 하겠습니다.”
“그래. 자리 좋네. 불금에 회사에서 야식 먹고. 고생이 많다들.”
사원들이 달라붙어 분주히 야식을 세팅하는 동안, 팀장이 테이블에 연결된 태블릿을 틀었다.
“뭐라도 보면서 먹자고. 얘기할 힘도 없는데.”
팀장은 대충 채널을 돌리다가 아무 데서나 멈췄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이 나오는 채널이다.
“이야. 서린이 이쁘네.”
옆에 앉은 김 대리가 한마디 거든다.
“서린이는 무대보다 저런 토크쇼에서 더 이쁜 것 같습니다.”
신입들도 동의했다.
딱히 아부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터다.
“우와. 이쁘네요.”
“와…….”
팀장은 피식 웃으며 신입들을 돌아본다.
“뭐야. 너네 서린이 모르냐?”
신입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쯧.
팀장은 인생 절반 손해 봤다는 젊은이들 말투를 쓰며 고개를 젓는다.
“우리 서린이를 모르다니. 서린이는 말이야. 이런 토크쇼 같은 데 나와도 저렇게 카메라빨이…….”
그러던 중 서린이 나오던 화면이 휙 돌아가, 오늘의 게스트를 비춘다.
“오. 저 사람도 잘생겼네요.”
“아이돌인가…….”
신입들은 뭣도 모른 채 그렇게 떠들었으나.
대리들은 먹던 야식을 거의 토해낼 기세로 헛숨을 들이켰다.
“커억! 컥!”
특히 김 대리는 음식을 거의 엎을 뻔했고.
“……엥?”
팀장도 쥐고 있던 젓가락을 떨궜다.
“뭐, 뭐야. 이거. 저거 내가 아는 그…….”
메인 MC가 팀장이 하고 싶었던 질문을 대신 해줬다.
[아몬드 씨. 본명은 유상현 씨 맞나요?]
[예. 맞습니다.]
“유상현이야?!”
팀장이 꽥 고함을 질렀다.
텅 빈 휴게실에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그러거나 말거나 쇼는 계속 진행된다.
[이야. 반갑습니다. 유상현 씨. 실물이 훨씬 좋으시네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쵸, 서린 씨?]
[네? 아아…… 네! 하하하…….]
[아니, 서린 씨. 정신 못 차리시는 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야. 어때? 서린아. 아이돌 센터 해도 되겠지?]
서린이 시선 처리를 못 하고 당황하자, 방청객에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