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32화 (31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2화

11. 김주혁의 활약(1)

올라인드에 올라온 글은 상현에 대한 게 아니었다.

구태여 따지자면 상현 때문에 올라온 건 맞지만.

박 부장에 관한 글이었다.

심지어 횡포를 고발하는 글이었다.

==== ====

유상현이 말한 장애인 전형을 낙하산으로 바꾼 박 부장 횡포 고발함.

유상현은 본인이 선택한 걸로 알겠지만. 부장은 그가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

그걸 이용해서 자기에게 밉보인 놈에게 엿을 맥이는 계산까지 다 세워둔 놈임.

이것뿐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회사에 똥을 뿌리는…….

==== ====

“……!?”

“!”

올라인드 글에 달린 댓글만 보더라도, 충분히 민심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박 부장 유명해 ㅋ

-이거 썰 퍼뜨린 사람 누군지 알겠닼ㅋㅋ

-그 사람 진짜 ㅋㅋㅋㅋㅋ

-사람 일이 어디서 잘못될지 모른다더니.

-흙수저 장애인 티오 무시하다가 이렇게 돌려받네

인터넷 소문이 믿을 게 못 된다는 건 누구보다도 상현과 주혁이 더 잘 알고 있다.

주혁은 심지어 자신이 만들어낸 소문이 어떻게 퍼지는지 직접 눈으로 목격했던 사람이다.

“……진짜네.”

그러나 지금 올라온 박 부장에 대한 글은 진짜였다.

주혁도 이미 다 아는 사실들이었으니까.

거기에 그조차 몰랐던 사실 몇 개가 조금 추가된 수준일 뿐.

거의 80%가 팩트에 기반한 고발이었다.

“근데 이거 누가 썼을까.”

주혁이 턱을 매만진다. 대리급에서는 알 수 없는 사실들도 꽤 쓰여 있다.

그렇다면 주혁의 동기들은 아닐 것이다.

주혁은 계속 스크롤을 내리며 고개를 까닥이더니. 결론을 내린다.

“신상훈이네.”

신상훈 팀장으로 정확하게 간파해 냈다. 상현은 너무나 확정적인 어조에 놀라 물었다.

“신 팀장님?”

“그래.”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일단 그 사람 정도 연차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이 많아. 최소 10년 차가 쓴 거야.”

“10년 차가 몇이나 되는데……”

“10년 차 직원은 당연히 많지. 근데 박 부장 고발을 해야 하는 10년 차 직원은 많지 않거든. 너는 회사 사람들이랑 잘 연락 안 해서 모르겠지만. 난 요즘도 대강 소식 들어.”

“뭔 소식……?”

“둘의 불화가 더 커졌다고 하더라고. 신상훈이 부장한테 한번 따졌나 봐. 너 나가고.”

상현의 눈이 커다래졌다.

늘 애물단지 취급하던 건 신상훈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없어지는 건 바라지 않았던 모양이다.

“너도 알지만, 그 구조 조정은 사실 부장이 정하는 게 아니야.”

상현도 알고 있었다. 박 부장에게 그 정도 권한은 없었다는 거. 버티려면 버틸 수 있던 거.

그런데, 그냥 더 이상 버티고 싶지가 않았던 거다. 이미 부장은 그를 내보내고 싶어 하고, 회사 사람들 중 8할은 그를 낙하산이라며 싫어하는데.

그런 곳에서 버텨야 했던 유일한 이유였던 할머니는 이미 1년 전에 돌아가셨다.

상현으로선 나와서 막노동이라도 하는 게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결국 박 부장이 일방적으로 널 내보낸 거니까. 그게 좀 불화가 됐나 봐. 우리 팀 일이 좀 많잖아.”

대강 이야기를 들어보니, 박 부장이 신 팀장에게 일을 이상한 방식으로 편성해 줬다는 이야기다.

흔히 있는 일이다.

상사한테 개기면 회사생활 피곤해지는 수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신사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 외에도 부장급 되는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 이후로 이 팀 맨날 야근이래. 결재를 항상 제일 마지막에 해주고. 결재 안 난 것도 매주 금요일 밤마다 줘서 이젠 그냥 알아서 대기하고 있단다.”

이렇듯, 단순히 안 좋은 일감을 몰아주는 걸 넘어 일 자체를 거의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심지어 이런 행동들이 회사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박 부장은 요령이 좋아 그런 일까지 번지지는 않게 만든다.

이런 쪽으로 꽤나 머리가 잘 도는 인간인 셈이다.

물론, 이번 사태는 그조차 예견하지 못했을 거다.

상현의 솔직한 인터뷰가 화살이 되어 그에게 꽂힐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나.

“정말 쏴버렸네…….”

상현이 옛적에 감정을 되새기며 중얼거렸다.

쏴버리면 어떨까? 생각만 했던 일이 진짜로 이뤄졌다.

“응? 뭐가 싼데?”

“아냐. 아무것도.”

“야, 그나저나 댓글들 살벌하네.”

-박 부장 그 꼰대 여직원한테 들이대는 것도 재수 없어

-이제야 터지네 ㅋㅋㅋ 사내 접대 강요하는 쓰레기 새끼.

-이런 인간도 타이밍 봐가면서 여론 있을 때 터뜨려야 하는 현실이 진짜 안타깝……

솔직히 댓글의 이야기들은 상현과 주혁은 모르는 것들이다.

그들이 아는 건 게시글 내용까지다.

이때다 싶어 욕하는 댓글들이니, 분명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을 테지.

박 부장은 억울할까?

아니면 후회할까?

상현은 굳이 감정이입 하지 않았다.

박 부장의 특기가 교묘한 거짓말로 이간질 후 사람 몰아내는 거였으니.

저 댓글들이 거짓이라 해도 그는 고스란히 돌려받은 것일 뿐이다.

이것은 분명한 인과다.

사실이 어찌 됐든, 이런 여진까지도 박 부장이 짊어져야 할 무게추에 추가됐다.

“의도한 건 아닌데. 일이 커졌다.”

쩝.

상현은 이만 화면에서 눈을 뗀다.

낙하산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싶었을 뿐인데.

“별수 없지.”

그에게 책임이 있는 건 아니었다.

상현은 이만 아성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거뒀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곳이 망하길 바라지도 않았다.

회사는 그에게 애증의 장소였다.

거기서 주혁이 같은 귀인도 만났지만, 박 부장 같은 놈도 견뎌야 했다.

마냥 미운 곳이라 하기도, 추억 미화를 해주기도 참 애매한 곳이다.

차라리 마냥 미워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만화와는 다르게 현실에선, 그리 편리한 악역은 나타나 주지 않는다.

떠나고 나면 시원섭섭한 곳.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회사란 그런 곳일 터다.

그런데…….

키키키킥.

옆에서 시원한 웃음을 겨우 참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야. 뭘 신경을 쓰고 그러냐. 어? 속 시원~ 하구만!”

주혁이 끝내 시원하게 웃으며 그의 등을 철썩 때렸다.

상현도 그 모습에 마음 놓고 웃어댔다.

그래. 네 말대로 조금 시원하긴 하다.

여러모로.

* * *

오후 3시.

아성 사내에서 뭔 사달이 벌어지고 있든 말든.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

아몬드의 방송은 시작됐다.

-ㄷㄱㄷㄱㄷㄱㄷㄱ

-레입도 쉑 뻔뻔하게 방송키누

-ㅎㅇㅎㅇ

-와아! 1년 휴방 죽는 줄 ㅠㅠ

-이제 숨 쉬어도 되나요!? 허억 허억!

간만에(?) 방송을 켜니, 시청자들의 환영 인사가 더 거칠어졌다.

[데협 대표 님이 4천 원 후원했습니다.]

[유상현. 한 번은 봐줬지만. 두 번은 전쟁 선포로 알겠다.]

-실명 거론 ㄷㄷ

-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

-ㅋㅋ “유상현” ㅇㅈㄹ ㅋㅋㅋㅋ

일단 란 스토리모드가 올튜브에 올라간 여파가 좀 컸던 모양이다.

란 스토리모드는 생방 시청자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올튜브가 올라간 뒤에야 반응이 오고 있는 것이다.

[레이나입술경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넌 이제 레이나 입술 강도다.]

-레입강ㅋㅋㅋㅋ

-레입강! 레입강!

-입술경찰ㅋㅋㅋㅋㅋ

-닉값을 할 거 같다는 강한 믿음!

[레이나입술변호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 페이스 아이디 없는 쉑들은 닥치라고~~~]

-ㅋㅋㅋㅋㅋㅋ레입변 등장

-꼬우면 페이스 아이디 장착하고 오든가ㅋㅋ

-변호사에 경찰에 강도까지…… 여기 재판장인가요?ㅋㅋㅋㅋㅋ

-이제 판검사만 나오면 지방법원 완성이누 ㅋㅋㅋㅋ

-자자 입술 판사 나와주세요!

[레이나 입술 판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피고는 입술에 대한 패스워드를 약 28년간 소유하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보아 레이나 입술의 원래 소유자였던 것이 인정되어 강도라고 보기 어려움. 땅땅!]

-아 아몬드가 인디언이고 데협들이 콜럼버스였다고~~~

-레이나 입술 네이티브 ㄷㄷ

-좀비 스쿨 얘기는 하나도 없누 ㅋㅋㅋㅋㅋ

정신없이 들어오는 후원에 아몬드는 이만 이렇게 정리했다.

“아. 여러분. 많은 후원 감사합니다.”

-“여러분”으로 퉁쳐진 후원 리액션ㅋㅋㅋ

-이럴 때 후원하면 쌉손해야 ㅋㅋㅋ

-엌ㅋㅋㅋㅋ

-그래도 킹덤무새극혐이 킹덤무새로 되는 참사는 안 일어났네

-캬 이게 메이저 채널식 리액션

이후 이브닝와이드로 유입된 시청자들도 후원을 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블라썸 팬에서 견과류단 님.”

“네. 토크쇼 처음이었어요. 제일 재밌었던 분은 아무래도 릴잔디 님……? 그냥 존재 자체가 웃겼어요.”

“양궁…… 이제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아몬드 방송에는 뉴비인 것답게 질문식 후원이 많았다.

-뉴비들 겁나 왔네 ㄷㄷ

-아몬드 너…… 낯설다 ㅠ

-왜 유입들은 이름 불러! ㅠ

[킹~덤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형! 이제 ㄹㅇ 연예인이 된 거야!? 어?! 너의 화살에 더 이상 영혼이 없냐고!]

“키이잉덤 님. 감사합니다.”

-“단호” ㅋㅋㅋㅋㅋ

-정보) 원래 화살은 상대방 영혼을 없애는 용도다

-감사합니다 컷 ㅋㅋㅋㅋㅋ

잠시의 근황 토크 시간이 지나간 후.

이제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 왔다.

“자. 좀비 스쿨 시작합니다. 저번에 하던 거 이어서 할게요.”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아아! 근데 어디까지 했더라? ㅎㅎ]

-ㄹㅇㅋㅋ까먹음

-아 방송 1년 쉬다 오니 우리가 기억할 수가 있냐고ㅋㅋㅋㅋ

-휴방 절대 금지

겨우 하루 쉰 걸 1년 쉬었다며 농담을 던지는 시청자들.

그러나 진짜로 기억이 안 나는 시청자들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아몬드는 설명해 줘야겠다고 느꼈다.

“아…… 거기까지 했어요.”

그는 어떻게 하면 한 번에 알아듣게 할 수 있을지, 머리를 긁적이다가.

카메라 쪽에 손가락 총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치키챠.”

김우중을 ‘치키챠’시켰던 부분을 재현한 것.

-바로 기억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치키챠” 당한 부분부터구나 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일상 속 기억들로 덮여 있던 좀비 스쿨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헐 심쿵……!

-갑분치키챸ㅋㅋㅋㅋㅋ

-아몬드 사랑해 ㅠㅠㅠ

게임이 시작됐다.

* * *

“어때?! 어?! 어때! 날 제갈현아라고 불러라!”

들어가 보니 매점 점원 현아는 아직도 피자빵 수현이를 붙잡고 자신의 성을 제갈로 바꿔달라 윽박지르고 있었다.

게임 내 시간으로 방금 전. 백준수 패거리를 물리쳤기 때문이리라.

-ㅁㅊ ㅋㅋㅋㅋ

-지금 무려 이틀째 저러고 있는 중ㅋㅋㅋ

-삼국지 빠인갘ㅋㅋㅋ

시청자들에겐 이틀째이지만, 현아 입장에선 사실 한 30분 정도 잘난 척을 했을 테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몬드는 우선 방송 마이크 채널로 말을 꺼냈다.

“음. 지금 상황이…… 백준수가 김우중을 죽이고 물러난 거죠?”

-ㅔ

-예

-그렇습니다.

“근데 쫄보 김주혁은 계속 공포에 걸려서 백준수랑 싸울 수가 없었고…… 그걸 동료들한테도 말했던 것 같네요.”

-맞음

-호두고속스핀ㄷㄷ

-트루 리셋 안 됐누 ㅋㅋㅋㅋ

“그리고 저 사실 풍선껌 형 방송 봤는데…….”

여기까지만 말했을 뿐인데.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되며 웃음바다가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상자를 열어버렸……

-못 볼 걸 보셨군요 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아 아쉽다. 아몬드는 계속 고생해야 하는뎈ㅋㅋㅋ

-ㅁㅊㅋㅋㅋ

“……예. 이제 저도 양호실이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백준수 패거리가 득세한 것도 아무래도 양호실 덕분인 것 같더라구요.”

아몬드는 풍선껌 방송에서 본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계획을 양호실로 잡았다.

“이제 양호실로 한번 가 보겠습니다. 근데…… 양호실로 가면 일진 놈들 있는데…… 음…….”

-ㄴㄴㄴㄴ

-양호실이 꿀인 건 맞는데 지금은 안 대지

-가면 또 공포 아님??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양호실로 가긴 해야 하는데. 거기는 적들의 본거지다.

양호실은 쉽게 점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전에 뭔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아님. 그냥 다시 화장실까지만?”

아몬드는 휑하게 빠진 문고리 구멍으로 밖을 살펴본다.

화장실까지만 다시 확보해도 생활은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백준수는 그냥 물러가지 않았다.

애써 밀어붙인 전선을 뒤로 물리기 싫었는지, 감시 인원을 하나 두고 갔다.

감시자로 선정된 학생은 긴장된 눈빛으로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옆엔 꽤 살벌하게 생긴 오함마가 하나 벽에 기대어 있었다.

“어?”

아몬드는 쇠파이프를 고쳐 쥐었다.

‘쟤한텐 공포 안 걸리잖아.’

그의 눈엔 백준수가 두고 간 게 감시원이 아니었다.

“무기를 주고 갔네요.”

백준수는 그에게 오함마를 두고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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