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39화 (319/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39화

13. 사건의 경위(3)

“쓸데없이 똑똑하네.”

이 말은 시청자 채널로 말한 것이다.

반장은 듣지 못했다. 그러니 이렇게 깐족댈 수 있었다.

“너네 매점 털렸지? 백준수한테? 내 말 맞지?”

-반장쉑 ㅋㅋㅋㅋ 신났네

-어케 알았누

-망원경 같은 거라도 있나

반장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가 관찰한 것 반, 아몬드에게 들은 사실 반을 끼워 맞춰서. 거의 사실에 가깝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표정을 보니 내 말이 맞네. 초장부터 구라를 까니, 거래를 할 수가 없겠군.”

반장이 다시 들어 올린 창.

날 끝이 뜨거운 햇살을 받아 서늘하게 빛난다.

좀비 상대로는 오함마나 골프채가 나을지 몰라도, 인간 대 인간 싸움에선 저 창이 훨씬 유리할 거다.

이런 시기에 절단 상처라도 생겼다간 치료를 못 해 죽을 테니.

즉, 적의 무기가 우위인 셈이다.

그러나 아몬드는 딱히 걱정이 없었다.

‘그래 봐야…….’

이 녀석들은 제대로 싸울 줄 모른다.

그러니까 이런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도 백준수 패거리에게 밀린 거다.

육탄전으로 번지면 5초 안에 반장을 제압할 자신이 있다.

“뭐라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반장이 창을 더 앞으로 들이밀며 물었다.

그리고, 이인자로 보이는 학생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궁수에게 보내는 사인이다.

아몬드의 시야 한편, 활을 든 녀석이 시위를 다시 당기는 게 보였다.

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거다.

하나 아몬드는 의문이다.

“저 거리에서 쏘면 정말 맞을까?”

허를 찔렸는지, 활을 든 자가 움찔거린다.

“……뭐?”

반장이 인상을 구긴다.

“네가 그걸 왜 걱정하는데. 이 찐따 새끼가.”

“못 맞힐걸?”

“뭐야?!”

단순히 학생이기 때문에 활을 못 쏠 거라는 안일한 추측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거쳐가야 하는 장애물이 너무 많아. 커브샷을 쏘지 않는 이상…….’

아몬드와 궁수 사이에 장애물이 가리고 있다.

언뜻 직선거리는 뚫려 있어서 쏠 수 있는 것 같아도, 사실 쏠 수 없는 각이다.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니까.

“너네가 왜 백준수를 못 이겼는지 알 것 같아.”

“?!”

반장네 패거리들이 씩씩거린다.

아무래도 트리거를 건드린 모양이다.

“이 개찐따 새끼야! 네가 할 소리냐!?”

“네가 빵 갖다 바쳐서 키운 게 백준수 아니냐!”

“이 씨발!”

사방에서 욕이 쏟아진다.

아무래도 다들 김주혁과 같은 반이라서다. 그의 학창 시절의 계급을 알기에.

-급식쉑들 반응 씨밬ㅋㅋㅋㅋ

-백준수 키운 새끼 누구냐!

-엌ㅋㅋㅋㅋ

-네가 빵 갖다 바쳐서 키웠다닠ㅋㅋㅋ 너무하넼ㅋㅋㅋ

-애들 배고파서 예민한갘ㅋㅋㅋ

시청자들은 반장 패거리의 발언에 빵 터졌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관찰자의 입장이니까.

그러나 이 세계에 속한 이들은 달랐다.

“야!!! 너희들 너무한 거 아냐!?”

현아가 포위됐다는 사실도 잊고 빽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급식 새끼들아! 친구가 당하는 거 비겁하게 보고만 있었던 새끼들이 뭐가 잘났다고 찐따니 뭐니 해!”

-ㄷㄷ시작됐다 대갈공명의 마나번!

-정신공격 들어가나요!?

-대학생 말빨 어케 견디냐고 ㅋㅋㅋㅋ

“그리고 무슨 얘가 빵을 사다 백준수를 키워 이 새끼들아! 백준수 엄마가 키웠지!”

-미친ㅋㅋㅋㅋㅋㅋ

-비기 ‘청산유수’ 발동!

-저…… 현아 누님 혹시 릴 티어가?

“얘가 착하니까 찐따 같아? 어? 우리는 얘 아니었으면 다 죽었거든? 너네 얘 못 이겨! 너넨 나도 못 이겨 이 새끼들아! 식판 모서리로 줘 패버릴라! 이 급식새끼들!”

-식판 모서맄ㅋㅋㅋ

-킹~너네 얘 못 이겨~

-이, 이게 대갈현아?!?

어른의 인신공격에 잠시 당황한 아이들.

그들은 우습게도 무기를 들고 뒤로 주춤한다.

반장은 찔리는 게 있었는지, 눈이 크게 흔들렸다.

“…….”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몬드를 가리키며 나지막이 묻는다.

“빵이 있긴 한 거냐.”

-아니 왜 기가 죽었냐고 ㅋㅋㅋ

-진짜 정신공격이 먹힌 거임???ㅋㅋㅋㅋ

-ㅈㄹ웃기넼ㅋㅋㅋ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매점에서 빼 왔어.”

“근데 왜 거짓말해.”

“거짓말 아냐. 매점 빵 다 공유할 거야.”

“……뭐?”

“저 무기만 주면 백준수 패거리 다 몰아내고, 매점도 되찾을 수 있어. 애초에 그럴 계획으로 온 거다.”

“……?”

반장은 다시 궁수 쪽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활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거지.

진짜 자신이 있나.

“……그렇게 자신이 있냐? 그러면 오함마로 패 죽이지, 왜.”

“내가 겁이 많아서.”

“……?”

너무나 솔직한 답변에 반장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이 설득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좋아. 그럼. 딱 한 발만 줘볼게.”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결정에 아이들이 술렁인다.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이 한 발이라도 널 빌려준다는 건 우리로선 큰 결정이야. 당장 그걸로 날 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거든.”

아몬드는 ‘널 뭐 하러?’라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ㅋㅋㅋㅋ자의식과잉이누 반장쉑

-넌 그냥 망치로 패면 되는데?

-넌 화살이 아깝다 반장아

“그러니까. 너도 미리 증명해 줬으면 한다. 네가 그 활이 있으면 정말 매점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지.”

“좋아.”

여튼 거래는 성립됐다.

제갈현아의 외교(?) 능력이 발휘된 것이다.

“그때까진 우리가 너네 팀 둘을 데리고 있겠다. 실패한다고 해도 그냥 공사장에서 쫓겨나는 것뿐이니. 걱정은 마.”

-반장 갑자기 착해졌누

-반장 쉑…… 좋은 놈인가?

-현아 말 듣고 찔렸나 봄

그는 활과 화살을 내주며 덧붙였다.

“그…… 그간…….”

그는 뭔가를 말하려다 뜸을 들인다.

“……미안했다. 반장으로서.”

여기까진 작게 말한 문장이고.

뒤부턴 크게 말했다.

“너희들의 합류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우리도 생활이 빠듯하고. 일단 가장 우선적으로 신뢰가 없다. 하지만 능력을 증명한다면. 안 될 것도 없지.”

아마 자신이 이끄는 패거리들이 들으라고 한 소리다.

“이 한 발로 뭘 할 수 있는지. 증명해 봐. 그럼 우리도 투자한다.”

띠링!

……하며 퀘스트가 생길 것만 같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이 아니었다.

어찌 됐든 아몬드는 활과 화살을 받아들였다.

“따라와.”

“?”

반장은 어리둥절한다.

“따라오라니. 증명은?”

“여기서 뭔 증명을 해.”

그들은 아몬드가 공사장에서 화살을 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멀리 있는 과녁을 맞힌다거나, 아니면 묘기 같은 걸 보여준다거나.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 활이 갖는 목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가 이 활로 백준수 패거리를 몰아낼 수 있는지가 궁금한 거 아냐.”

단 한 발일지라도, 그는 바로 그 목표를 향해 갈 생각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증명이다.

그리고, 아몬드도 궁금했다.

‘멀리서 쏘면 공포 발동 안 걸리겠지.’

이 가설이 과연 맞는지.

* * *

아몬드는 공사장에서부터 다시 별관으로 향했다.

옆에는 반장과 그의 팀원 둘을 끼고 총 넷이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 좀비는 처리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무기가 좋을 뿐 아니라, 좀비를 처리하는 데에도 숙련되어 있었다.

하긴, 애초에 이 시점까지 살아남았는데 좀비를 못 잡는 사람은 없다.

사락.

그들은 별관 근처에 있는 정원 수풀에 몸을 숨긴다.

“어쩔 생각이야.”

반장이 옆에서 속삭였다.

“백준수 패거리가 여길 분명히 지나갈 거야.”

아몬드는 별관의 현관 쪽 창문을 가리킨다.

양호실과 매점 사이에 있는 공간이다.

“……?”

반장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저기를 지나가는데. 여기서 쏜다고?”

반장은 다시 아몬드가 가리킨 곳을 본다.

너무 멀다. 저 안으로 화살을 넣어서 누굴 쏘겠다고 말하는 거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

게다가 창도 있는데. 유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창살에 맞으면 말짱 꽝 아닌가?

그때 아몬드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온다.”

창문 너머에서 실루엣 몇이 움직이고 있었다.

「2층으로 갔다고?」

백준수가 이런 말을 하고 있던 시점.

반장이 어떻게 쏠 거냐 물어볼 겨를도 없이, 아몬드는 홀로 몸을 일으켰다.

사락.

수풀에서 오롯이 혼자만 노출된 상황.

그러나 백준수는 이곳을 보고 있지 않았고. 본다고 하더라도 뭐가 뭔지 구분이 안 된다.

‘저게 백준수 맞는 거 같은데.’

아몬드도 단순히 추측으로 쏘는 중이다.

이 거리에서, 그것도 창문 안쪽의 상대가 누구인지까지는 구별할 수 없다.

단, 우두머리는 특유의 행동 패턴이 있다.

익명의 그룹 안에서 우두머리를 구분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비록 그게 실루엣에 불과할지라도, 손가락질을 많이 하고, 모두가 그보다 뒤로 걷고 있거나,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곳.

‘저기다.’

그곳이 우두머리다.

그리고 아마 백준수겠지.

기리릭.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겼고.

꿀꺽.

반장과 아이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이 데리고 있던 궁수와는 자세부터가 격이 달랐다.

시위를 잡던 손의 떨림이 잦아들고.

마치 공중에 못이 박힌 듯 몸이 고정되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오른손은 시위를 놓아주었다.

파아앙──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았다.

「이미 뒤졌겠네. 거긴 괴물이 있거든.」

백준수가 말을 함과 동시에…….

쨍그랑!

유리가 박살 났다.

“!”

별관 안쪽 실루엣들이 놀라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0.001초의 간격이지만.

아몬드에겐 분명히 느껴졌다.

‘맞았다.’

그리고 이미 확신이 왔다.

자신이 백준수를 맞혔다고.

──푹!

백준수의 오른 눈에 화살이 박혔다.

반장과 아이들이 벌떡 일어났고.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백준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미, 미쳤어! 진짜 맞혔어!?”

“어, 어떻게……!”

“누, 누가 맞은 거야!?”

백준수의 목소리를 모르는 반 학생은 없다.

이미 비명 소리만으로 맞은 대상이 백준수라는 것도 거의 확실했고.

거기에 쐐기를 박는 연달아 터져 나오는 비명.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주, 준수야!”

윤소희의 목소리다.

“!”

반장과 아이들의 눈에서 환희가 치솟았다.

진짜 맞은 것이다.

백준수가.

다들 축제 분위기이지만, 아몬드는 조금 떨떠름했다.

‘이게 되네.’

백준수까지 죽일 수 있게 됐다.

근데…… 이래도 되나?

‘풍선껌 형 방송 보라 해야지, 뭐.’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먼 길을 왔다.

* * *

위플러그의 회의실.

해외의 개발자들이 홀로그램 형태로 솟아나, 어색한 번역투로 칭찬을 쏟아낸다.

“캐릭터 인공지능 구현이 매우 잘되었네요. 아름다워요.”

“역대 봤던 솜씨 중에 최고입니다.”

“특히 백준수 캐릭터에서 따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인상적입니다. 중대한 성과에요.”

“믿을 수 없어요. 꼭 사람을 게임 안에 가둬둔 것 같아요.”

움찔.

마지막 문장에 개발자 김이서는 몸서리를 쳤다.

칭찬에 익숙한 그가 칭찬이 낯부끄러워 손발이 오그라든 것은 아니고.

“크흠. 거 말 좀 조심하지. 뭔 사람을 게임 안에 가둬. 소름 끼치게.”

“아? 죄송합니다.”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 사과했다.

왜 저러지?

뭔가 잘못 번역됐나.

“어쨌든 총괄적으로, 저희 의도대로 잘 구현된 것 같습니다. 대표님.”

옆에 있던 호태가 관계자들의 말을 정리해 준다.

김이서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말했잖아요. AI로 NPC 구현하는 거 하나는 자신 있다고. 난 NPC랑 결혼했다니까?”

흔히 사용되는 ‘난 게임과 결혼했습니다’ 혹은 ‘예술과 결혼했습니다’ 따위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문구.

저 관계자들은 단순히 그리 알아들었으나.

“아하하하하! 그러게요!”

“그럴 만합니다!”

김이서에겐 단순히 비유적 표현만은 아니었다.

그걸 아는 호태는 얼른 주제를 돌린다.

“크흠. 대표님.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다음 장면으로 넘겼다.

아몬드가 백준수를 감정선 사거리보다도 멀리서 쏴버리는 장면.

그리고 현재 얼리억세스에선 나름 보스라고 배치해 둔 2층의 ‘백귀’를 골프채로 시원하게 보내버리는 장면.

이미 클립으로 떠다니고 있는 이 게임의 ‘명장면’이다.

제작사 입장에선 전혀 명장면이 아니라, 시말서 참고 자료에 가깝다는 게 문제다.

“…….”

그 장면들을 쭉 보던 김이서는 황당한 표정이 된다.

백귀까지는 그래도 넘어가 줄 만했다.

애초에 진짜 보스도 아닌 얼리억세스용 보스일 뿐이니까.

근데 백준수는 이 게임의 핵심 인물이고, 극복 포인트다. 그렇기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었는데……

“……저게 왜 맞는 건데?”

김이서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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