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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43화 (323/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43화

15. 가족(2)

돌아가는 차 안.

주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진료 어땠어?”

실내의 백미러에서 둘의 눈이 마주친다.

아몬드는 이걸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됐다.

분명 좋은 소식이긴 한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괜한 설레발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주혁이와 지아에게 말을 안 하면 누구에게 말한단 말인가?

아몬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다 말해주기로 한다.

최대한 들은 이야기 그대로.

“……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주혁이 놀란다.

“그거 괜찮은 거 아냐? 완전?”

누구보다 주혁의 가장 표정이 밝았다.

그야,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간 상현이 병원에 갈 때마다 들어야 했던 말은 게임 시간 줄여라,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진다, 따위의 말들뿐이었다는 거.

그런데 처음으로 좋은 소식이 나온 것이다.

“잘하면 게임 계속할 수도 있다는거 아냐? 아무 무리 없이.”

“그렇지.”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기대해도 좋다 말씀했을 정도면…….”

주혁은 ‘팔이 나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그만두었다.

“……그만큼 확률이 높다는 거겠지!”

이렇게 말을 마무리하고, 조수석의 지아가 덧붙인다.

“완전 좋은 거네? 헐!”

“그래. 맞아. 좋은 소식이야.”

상현이 웃으며 끄덕인다.

“와! 그 주혁쓰! 아는 대표분이 만들어주신 게 진짜 제대로인가 보다!”

지아는 이게 캡슐 덕분인 것으로 이해했으나, 사실 그건 반만 맞는 말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했지.’

송하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 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무조건 미국에 있는 기관에 보내놓은 의뢰가 끝난 후에 말해주겠다고.

“근데…….”

주혁이 화제를 전환했다.

“아까 전에 롤스로이스 타고 온 사람이 같이 진료받은 분 아버지야?”

“응. 그렇던데.”

“와…….”

주혁은 조수석의 지아와 눈을 마주 봤다.

뭔가 둘이 알고 있는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왜?”

상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혁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 그 사람 누군지 모르냐?”

“사랑 씨 아버지잖아.”

“…….”

상현은 어이가 없는 눈과 주혁의 어이없는 눈이 백미러 안에서 마주친다.

“최강 기획 회장님이랑 똑같이 생겼던데.”

지아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맞는 것 같아.”

최강 기획은 아성의 계열사다.

아성을 다니면서 고위직들은 다 줄줄 꿰고 다녔던 주혁은 최강 기획의 고위직들도 대체로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최강 기획 회장쯤 되면 그냥 일반인들도 얼굴을 아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러니까 상현이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저놈처럼 마음 편하게 세상 사는 놈이 없을 거야. 계열사 회장 얼굴도 모르다니.”

주혁이 상현의 반응을 보며 낄낄대자, 상현은 눈을 껌벅인다.

“모르는 게 당연한 건데.”

“지아도 알잖냐.”

“……그러네.”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대답한다.

“이제 알았으니 됐지.”

“!”

상현 식의 충격적인 결론에 이어, 지아가 말을 꺼낸다.

“나 그 여자분. 얼굴이 너무 낯이 익어.”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순간 주혁도 상현도 말문이 막혔다.

일단 지아는 과거에 전자파의 팬이었다.

그리고 상현은 지아에게, 그리고 주혁에게조차 최사랑이 전자파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건 비밀이라고 했으니까.

물론, 주혁은 이미 최사랑이 전자파가 아닐까 대강 눈치채고 있는 터였는데.

‘안 돼…….’

지아까지 알아채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 여자 좀 위험하다고.’

전자파는 자신의 정체를 매우 숨기고 싶어 한다. 자기를 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순식간에 유명 올튜버의 영상을 내려 버린 적도 있다.

‘그게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조차,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혁은 그런 느낌을 누구를 만날 때 느꼈는지 지금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성 재벌가.’

아성의 오너 일가.

그들의 일 처리를 보면서 느꼈던 ‘벽’이다.

다른 세상 사람.

아니, 높은 세상의 사람.

‘그간 정체를 숨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었던 거야.’

주혁은 결국 알아선 안 될 걸 이미 다 추측으로 알아버렸으나.

사실 아직까지도 추측일 뿐이고. 상현은 한 번도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

굳이 지아까지 그걸 알아버린다면, 더 곤란해지기만 할 것이다.

주혁은 그럴듯한 말로 지아의 의문을 흘려낸다.

“뭐, 높으신 집안 따님이니 신문이든 어디서든 봤겠지. 연예인 해도 안 이상한데.”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미심쩍어했다.

“그것도 이상해. 저렇게 이쁘고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에 재벌가인데. 완전 셀럽이어야 하는데. 아무도 모르고.”

“다리가 안 좋잖아. 숨기고 싶겠지.”

“……응.”

지아는 그 말에 괜히 상현 쪽의 눈치를 보며 끄덕였다.

상현도 팔이 다친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지 않았던가.

아마 그 여자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만 머릿속에서 그 여자에 대한 것을 지웠다.

“맞네. 숨기고 싶을 거야.”

* * *

차를 주차한 후.

계단을 올라오는 내내 셋은 50만 구독자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팬미팅으로 정해지긴 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러던 중에 이미 집에 다 도착했다.

“나머지는 단톡에서.”

지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시선이 주혁에게 조금 더 오래 머물렀던 것은 아마 셋 중에 상현만 느꼈을 것이다.

주혁은 한참 그녀의 집 문을 쳐다보다가 돌아서며 묻는다.

“양궁 카페 어때?”

지아와 인사를 나누던 시간은 그의 머릿속에서 딱 0.1초였던 모양인지,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사실 굉장히 긴 텀이 있었기에, 상현은 알아듣지 못했다.

“응?”

“팬미팅 장소 말이야.”

“오…….”

양궁 카페에서 팬미팅이라.

재밌어 보인다.

상현도 간만에 양궁 경기장 기분도 느낄 수 있을 터다. 예전이라면 양궁 비슷한 것들은 다 피했겠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양궁 카페에서의 팬미팅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성도 있는 것 같다.

“동수한테 물어봐야겠다.”

“동수? 아! 그 양궁 카페 하신다는 분 있었지?”

양궁 카페를 운영하는 동수라는 친구가 있었다.

같은 양궁부 출신으로, 그는 일찍이 양궁 선수 쪽을 그만두고 장사를 하다가 옛 생각에 양궁 카페를 차려봤다고 한다.

* * *

집에 도착하자 시간은 오후 2시.

평소 방송 시작 시간인 3시가 코 앞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근 기준 시작 시간일 뿐. 사실 그의 방송 시간은 딱히 정해진 게 없었다.

오늘은 병원도 갔다 왔고,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게 있어 피곤했다. 그래서 그냥 방송을 좀 늦게 시작할 생각이었다.

‘한 6시쯤 켤까.’

상현은 가볍게 생각했으나.

트리비 게시판에 달리는 댓글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심지어 이 공지는 오늘 올린 게 아니라, 예전에 휴방할 때 올려둔 것인데도 말이다.

-어이 아 사장! 문 안 열면 나 시상식 투표 안 할 거야?

└팩트) 이미 했다.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악물고 안 한 척ㅋㅋ

└팩트) 그거 돈 안 준다고 아몬드 관심도 없음ㅋㅋㅋㅋㅋ

└ㅅㅂ 진짜 이럴 것 같넼ㅋㅋㅋ

-오늘은 또 무슨 핑계를 댈까 ㅎㅎ 너무 기대돼!

└아몬드는 핑계 안 대는데. 유입이니?

└ㅂㅅ아 아몬드는 그냥 기다리는 거야 ㅉㅉ

└10만 원 리액션이 방종인 놈한테 뭔 핑계를 기대하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의 신인상 시상을 두고 협박하는 시청자도 있었으며, 이젠 아몬드가 어떤 이유로 늦게 오는지를 보는 게 목적이 되어버린 시청자도 있었다.

-언제 오는지라도 말해줘 견과류 ㅠㅠ

-오늘 좀비 스쿨 보려고 반차 냈는데. 레전드…….

-오빠 저 오늘 오빠 방송 보려고 착장 다 맞췄는데…….

└방송 보는데 왜…….

└???

└(덜렁)은 어따 떼고 옴?

└ㄹㅇㅋㅋㅋ 떼버렸누

└ㅋㅋㅋㅋㅋ아몬드 방송 보려고 그, 그거까지…….

└대체 방송 보는 거랑 그거 떼는 거랑 뭔 상관이냐고 ㅋㅋㅋㅋ

└대체 왜 떼어버린 게 확정인뎈ㅋㅋㅋ

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시청자들까지.

각양각색의 이유로 그의 방송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이제 평균 시청자 수 2만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기이기에.

극성팬들의 숫자도 한 1~2천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현은 현재 상황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내일 있을 화보 촬영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있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이 하얘지는 정보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몬드: 수영장 파티 촬영이었어요?]

[풍선껌: 응. 그렇다는데.]

수영장 파티 화보 촬영이란다.

[아몬드: 아…….]

디스월드에서 촬영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디스월드의 기본 기능을 쓰면 사실상 실제 몸과 다를 게 없다.

발가벗은 채로 3D 스캔 떠놓은 몸이 그대로 구현되는 곳이니까.

특히 최신 버전 디스월드는 기술력 향상으로 엄청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딸기슈터: 와~ 하와와와~ 아몬드 옵 복근 본다 ㅎㅎㅋㅋ]

[딸기슈터: 아몬드 초콜릿~~]

즉 상현의 몸이 그대로 다 보인다.

릴은 실사체 그래픽이 아니라 그나마 나았는데 말이다.

[미호: 수영장 파티 컨셉이었어요? 재밌겠닼ㅋㅋㅋㅋㅋ]

[미호: 마침 식단 중이라 다행!]

미호는 이런 촬영이 익숙한지, 별다른 내색은 없다. 오히려 식단 중이라며 꽤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마저 든다.

[풍선껌: 근데 난 설마 공이야?]

[딸기슈터: 아니! 껌옵은 수가 어울려!]

[풍선껌: ??아니 미친놈아 나 비치발리볼이냐고 ㅡㅡ]

[미호: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아몬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풍선껌이 저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건 처음이라 상현도 ‘푸흡’ 하며 뿜었다.

[미호: 껌 오빠 비치발리볼일 거예용 ㅋㅋㅋㅋ 아이언볼 ㅋㅋㅋ]

[타코야끼: 아……근데…… 딸기 설마 근육 비키니 뭐 이런 거냐?]

[아몬드: ……ㄷㄷ]

[미호: ……?]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촬영이 될 것 같다.

* * *

오후 6시 즈음.

아몬드의 방송이 켜졌다.

평소보다 3시간 정도 늦은 시간이다.

-ㄷㄱㄷㄱㄷㄱㄷㄱ

-3년 지각!

-와 ㅎㅇㅎㅇ

-초심 찾았구나! 아몬드!

-견하!

지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그의 방송이 언제 한다고 정해진 건 없었기에 지각은 아니다.

“트하~!”

그래서 아몬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넨 뒤.

빠르게 게임을 켰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게임 바로 가겠습니다.”

-누구 때문에 시간이 없나요?

-시간이 왜 없지?! 어? 어?? 이상하다!?

-오키 ㄱㄱ

꽤 매서운 채팅들이 튀어나왔으나.

아몬드는 방송 진행에 집중했다.

‘요약해 줘야지.’

이런 스토리 게임은 이전 이야기를 대강 해주는 게 정말 중요했다. 적어도 풍선껌은 늘 그렇게 했다.

아몬드도 이제 능숙하게 저번 진행 상황을 요약해 준다.

“어제 백준수 치키챠하고.”

-‘치키챠’하곸ㅋㅋㅋㅋ

-엄마! 나 기억이 돌아왔어!

-ㅇㅋ 기억 로드 완료

저번 플레이 때, 백준수를 처음으로 쐈었다.

그리고 오늘.

“이제 싹 다 치키챠하러 갈 차례입니다.”

반장들과 세력을 합쳐서 다시 매점을 되찾아 온다.

이게 오늘의 목표다.

-싹 다 치키챠 ㅋㅋㅋㅋ

-싹키챸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진정한 치키챠……

-싹 다 연행해!

-백준수 패거리 쉑들 ㅋ 개같이 치키챠 ㅋㅋㅋㅋ

* * *

게임이 시작됐다.

익숙한 공사장 배경이 반긴다.

그리고 반장네들의 놀란 얼굴도.

“우리 모두 여기서 화살 열두 발을 만들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김주혁. 걔네 숫자가 12명이라니까?”

이들 입장에선 방금 전 아몬드가 화살 12발을 준비하라고 말한 참이었다.

“아. 아직 가기로 한 게 아니라. 협의 중이었네요.”

반장들과 백준수 쪽을 치러 가기로 합의한 건 맞지만. 치러 가는 방식은 아직 협의 중이다.

-아 그렇네

-니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니까 협의가 되냐 ㅋㅋ

-12명 처리에 12발 ㅋㅋㅋ

그런데, 아몬드가 제안한 방식은 반장이 듣기엔 어불성설이다.

적의 숫자가 12명인데 12발의 화살을 준비하라고 한 것이다.

심지어 공격대로 편성해야 할 아이들을 전부 공사장 보호 인력으로 두고.

12명과 싸우는 데 자신 포함 4명만 공격대로 가잔다.

어이가 없는 제안이다.

“주혁아. 네가 산수가 안 되나 본데. 적이 열둘이야.”

반장이 다시 설득하듯이 말한다.

그러나 아몬드가 되려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한다.

“그래서 열두 발이 필요한 거잖아.”

심지어 그는 시청자들에게 마이크 채널을 돌리고는.

“얘네 왜 못 알아듣죠? 뭔가 에러 났나?”

……라며 게임 설정 창을 이리저리 체크하기까지 했다.

-진짜 광기ㅋㅋㅋㅋㅋㅋ

-왜 아성에서 나왔는지 알겠습니다. 형님.

-도라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

-설정 창은 왜 봐 ㅋㅋㅋㅋㅋ

-엔진룸 열어보는 차알못 리뷰어 같습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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