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45화 (325/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45화

16. 사냥(2)

네임드 시청자라는 게 있다.

스트리머도 아니고, 시청자가 웬 네임드?

……라고 물을 수도 있으나, 이 업계는 어찌 됐든 시청자의 후원으로 돌아가는 곳이지 않은가?

업계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곳에선 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시청자들은 이름이 알려지게 마련이다.

한 예로, ‘수줍은 여포’가 있다.

그 역시도 나름대로 네임드 시청자이며, 주로 미션을 위해서 큰돈을 쓰는 편이다.

다만, 진짜 큰손들에 비하면 액수도 적을 뿐 아니라, 미션을 조건으로 걸기 때문에 그리 랭킹이 높진 않다.

그렇다. 큰손에도 랭킹이라는 게 존재한다.

비록 트리비의 공식 입장으로는 절대 후원 내역을 밝힐 수 없지만, 그 데이터를 따로 수집해서 랭킹을 만드는 사설 사이트들이 더러 있고.

그중에서도 나름대로 사람들 사이에선 공신력이 있는 랭킹 차트가 있다.

그 랭킹 차트에서 100위 안에만 들어도 엄청난 큰손인데.

수줍은 여포는 200위 권이다.

그러던 중, ‘빅Son’이 등장한다.

[빅Son 님이 무려 10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소문 듣고 왔는데 지려 버리네요. 감탄하고 감!]

이름부터가 이미 ‘빅손’인 그는 그 발음 그대로 업계의 큰손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매니저, 주혁은 그의 아이디를 검색해 보고는 깜짝 놀란다.

“……미친.”

후원 랭킹에서 무려 50위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다.

“한 달에 후원을 대체…… 몇억을 하는 거야.”

정체가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의 엄청난 후원금.

“심지어 이게 떨어진 순위구나.”

현재 랭킹도 빅손에게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낮은 것이었다. 그가 한참 후원할 때에는 랭킹 20위권 위로도 갔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던 스트리머는 축구 선수 출신의 스포츠 게임 플레이어였는데.

그가 여자 문제 관련 구설수로 방송이 망하는 바람에 후원도 멈췄었다.

아무래도 빅손 자신도 꽤나 심리적인 타격을 입었던 모양이다.

“축구를 좋아하네.”

주혁은 빅손의 이력을 마구 리서치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읊조렸다. 빨리 기억을 집어넣어야만 할 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다.

“그래서 빅Son이구나.”

그의 아이디도 전설적인 축구 선수 Son의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떠도는 소문으로는 그가 구단을 운영했었다는 말까지 있다.

“구단주면 스케일이 너무 다른데…….”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쏘는 금액을 보면 구단주 정도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단지 의문이라면 왜 현실 스포츠에서 가상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건데…….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분명, 스포츠 관련 게임들은 캡슐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땐 각광받았다. 체력 소모를 적게 하며 계속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가상 그래픽과 게임성이 그리 높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릴 같은 판타지 계열 게임들의 퀄리티가 올라가자, 인기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날고, 순간 이동을 하며 화려한 전투를 펼칠 수 있는데.

누가 축구를 하겠는가.

그런 와중에 여자 문제로 구설수까지 터지니 그 스트리머의 인기는 팍 식어버렸다.

“그 스트리머가 사건이 터진 이후로는 후원이 뜸했군.”

그 스트리머가 구설수에 휘말리고, 빅손도 함께 잠수를 탔다.

다른 스트리머들에게 간간이 후원을 하긴 했으나, 예전에 비하면 거의 안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들른 게 아몬드의 방송인 셈이다.

“완전 호재다.”

아몬드도 스포츠와 무관하지 않은 배경을 가진 스트리머다.

잘한다면 여기에 정착할 수도 있다.

물론 거액 후원자에게 휘둘리는 건 좋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을 놓치는 것도 좋지 않다.

주혁은 돈 계산에 냉정한 편이다.

‘큰손은 잡아야 돼.’

큰손은 잡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 잡아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주혁은 반가운 말을 듣는다.

[리액션 갑니다.]

상현이 리액션을 하겠노라 선언한 것이다.

“오!?”

주혁은 마치 텔레파시가 통한 것 같은 짜릿함을 느꼈으나.

그것이 이내 속쓰림으로 변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방종??!ㅋㅋㅋ

-ㅅㅂ 개같이 방종ㅋㅋㅋ

-개청자들 개같이 멸망ㅋㅋㅋ

-멸망하는 건 우리였누ㅋㅋㅋㅋ

-아……ㅋㅋㅋㅋ

생각해 보니 상현의 고액 후원 리액션은 방종이었다.

“이런 미친.”

유상현은 빅손이 누군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 * *

“리액션 갑니다.”

짧게 내뱉은 후. 아몬드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화살 다 쓰지 않음?

-이번에 또 얼마나 신박하게 뒤질까 ㅋㅋ

-이걸 진짜 하누 ㅋㅋㅋ

-표정 왤케 신나 보이냨ㅋㅋ

-몬드는 못 말려 >_<

지금은 백준수 패거리 3인을 처리한 직후다.

이제 곧 양호실에서 백준수 패거리들이 나올 터다.

그러니 도망가야 했다.

허나 개의치 않고 적들을 향해 뛴다.

정확히는 쓰러진 적들을 향해.

“빅손 님!”

아몬드는 쓰러진 놈에게 박힌 화살 하나를 뽑아 들더니.

기리리릭.

앞을 조준했다.

화살은 시위 중앙이 아닌, 극단적인 코너에 걸렸다.

커브샷이다. 그것도 매우 급격한.

“후원……!”

파아아앙!

아몬드가 활시위를 놓자, 화살이 기세 좋게 날아가더니 서서히 회전하여 결국 180도 유턴을 하여 돌아온다.

단, 아몬드가 서 있는 자리 그대로는 아니었다. 우측으로 서너 걸음 정도 떨어진 곳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

아몬드는 화살이 오는 방향으로 뛰어서 인사하듯 머리를 들이밀며 외쳤다.

“감사합니다아!”

-???아니 형 이거 여기서 하면 리셋이얔ㅋ

-근데 이거 죽으면 리셋 처음부터임ㅋ ㅅㄱ

-ㅅㄱ…….

그제서야 보인 채팅.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맞다. 세이브가 없어?’

파직!

그의 방송 화면이 시커멓게 암전했다.

[아몬드 님의 스트리밍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죽음(?)과 함께 방송은 그대로 끝나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

-아몬드 개같이 멸망ㅋㅋㅋ

-이거 첨부터 다시 하는 거 모르는 거 같은데???ㅋㅋ

분명 방송이 끝났는데.

뒤늦게 팡파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바밤!

[빅Son 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왜 방종……?]

-ㅁㅊㅋㅋㅋ 방종 후원ㅋㅋㅋ 역대급 호구다.

-큰손님 당황함ㅋㅋㅋㅋ

-한발 늦었엌ㅋㅋㅋ

-아…… 견과류 대신 저희가 사과드립니다…….

-우리 애가 좀 별나요 ㅎㅎ^^

* * *

“……오.”

스르륵.

캡슐이 열리면서 상현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다행이다.”

상현은 뭔가를 확인하고는 깊이 안도했다.

바로 캡슐의 전원 상태다.

캡슐은 기본적인 기능, 생체 리듬 유지와 개폐 장치 등을 제외하고 전부 전원이 꺼진 채였다.

죽으면 모든 게 리셋된다는 채팅을 보고, 화살이 닿기 직전에 캡슐의 비상 전원 버튼을 눌러 버렸던 것이다.

“늦을 뻔했어.”

게임에서 죽은 게 아니라, 전원이 나간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것으로 처리되진 않을 것이다.

“대단하다. 대단해.”

짝짝짝.

전원부터 허겁지겁 확인하느라 전혀 몰랐는데, 주혁이 가까이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뭘 또 대단한 것까진…….”

“하?”

주혁은 이제는 정말로 대~ 단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래?”

상현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야. 그 큰손을 두고 방종을 해버리면 어떡하냐?!”

“큰손? 아 빅Son 님? 왜? 리액션해 줬는데.”

“…….”

간만에 큰 후원이 들어와서, 마침 타이밍도 맞아서, 리액션해 줬다.

상현으로선 나름대로 특별 대우를 해준 셈이다.

그는 진심으로, 이 이상 더 해주면 불공평할 수 있다고, 위태로울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분이 이제 막 재밌게 보려는데 방송 꺼버리는 게, 리액션이냐…….”

“내 방 대표 리액션인데.”

“그건 그렇지…….”

어깨를 으쓱거리는 상현. 내 방의 리액션이 그런 전통인 걸 어쩌나. 마치 정해진 걸 했다는 것마냥 태연한 태도 앞에, 김주혁 같은 논리 기계는 무력해진다.

“뭐, 매력을 느꼈길 빌자고.”

주혁은 어차피 지나간 것에는 크게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다.

그것만은 상현과 비슷했다.

언뜻 보면 상극인 둘이 계속 잘 지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이미 벌어진 일엔 크게 후회나 곱씹는 경향이 없다. 다음 대처를 생각할 뿐이다.

“내일 중요한 촬영이니까. 일찍 잔다.”

“그래.”

방송을 늦게 시작했던 터라 끝나고 나니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다.

상현은 이만 자러 갔고.

주혁은 남아서 게임이 끝난 후의 반응을 더 지켜봤다.

* * *

커뮤니가든에서도, 좀스가든.

좀비스쿨만을 위한 이 커뮤니티에선 역시나 아몬드에 관한 이야기가 다수였다.

-진짜 백준수는 그냥 잡겠더라.

-사실 이미 깬 거 아님?ㅋㅋㅋㅋ

-근데 리셋됨ㅋㅋㅋ

아몬드가 게임을 이제 거의 클리어했다는 게 오늘 아몬드의 방송이 한창 진행될 때의 반응이었다.

이는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실제로 백준수를 잡는 게 이제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고, 보스 몬스터나 다름없는 좀비를 잡았으니 좀비도 적수가 아니니까.

클리어는 예정된 일이었다.

그런데…….

이슈글 4위) 속보! 아몬드 죽어서 처음부터 ㅋㅋㅋㅋㅋㅋ

이런 글이 떴고.

이 글이 이슈글 상위로 올라가는 건 당연히 순식간이었다.

아몬드가 죽었다고?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 게임에서 이제 아몬드를 죽일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몬드 자신을 제외하고.

-보스도 잡았는데 왜 죽었나 했더니…….

-아몬드를 죽이는 건 자기 자신뿐…… ㅋㅋㅋㅋㅋㅋㅋㅋ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던 사람들은 첫 장면을 보자마자 모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본인을 죽인 것이다.

-아니 미친 견과류 새끼야 매점 누나 살려내애애애!!!

-헐 그럼 우리가 알던 현아는 없는 거냐?! 없는 거냐고오오오!

-헐 난 수현이랑 아몬드 밀었는데ㅠㅠ

└????

└……?

-???:100만 원에 좀비스쿨 전부를 태우고 내 정수리를 건다. 넌?

단순히 리액션 때문에 그간 쌓아온 우정(?)을 다 버린 것에 분노하는 시청자들도 있었고.

오히려 그게 뭔 대수냐, 원래 이런 게임이다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었다.

-근데 아몬드 다시 하면 훨씬 잘할 듯 ㅋㅋㅋ

└ㄹㅇ ㅋㅋㅋ

-다시하는 게 뭐 어때서 ㅋㅋㅋ ‘그쪽’에선 일상인데?

-껌형은 이미 첫날에 30트 넘었는데…… 이게 뭐 대수냐 ㅠㅠㅋㅋㅋㅋㅋ

다른 스트리머들은 이미 수십 회 다시 반복했던 게임인데.

아몬드는 단 한 번 다시 하는 게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에 되레 불만을 품은 경우도 있다.

-세상 존나 불공평하누 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껌형은 30번 다시 해야 이슈글 가고 ㅋㅋㅋ 아몬드는 한번 하면 가네 효율 보소.

-릴에서 킬 딸 때마다 이슈글 보내주는 거랑 다를 게 없는데 ㅋㅋㅋㅋ

└껌형은 그거 가능한데?

└ㄹㅇㅋㅋ

그때, 누군가가 이런 글을 써 올린다.

[아몬드 사실 리셋도 안 됨. 그 이유 분석함]

1회 리셋으로 이슈글을 다 점령한 것도 모자라서, 사실 리셋도 진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

==== ====

아몬드가 화살 맞는 장면을 느리게 돌려보면, 맞기 전에 화면이 꺼짐.

아몬드는 늘 이 방송 종료 리액션을 할 때 자기가 직접 파워 버튼을 눌렀었음.

아예 가상 파워 버튼을 늘 시야 한편에 놔둠.

처음에 우연찮게 방송이 꺼졌던 사건을 제외하면 전부 이런 식으로 한 것 같음.

그러니까, 김주혁은 죽지 않고 그냥 게임만 종료됨.

==== ====

-ㅈㄹㄴ

-걍 죽은 거 같은뎈ㅋㅋ

-에이.

-아몬드 방송 종료 파워 버튼으로 하는 거 맞는데. 그전에도 맨날 죽긴 죽었음. 가짜로 맞은 적 없다.

└이게 맞음

└ㅇㅇ 죽긴하고 그다음 꺼짐.

-아몬드 리셋되는 거 모르는거 같던뎈ㅋㅋ

└ㅈㄹㄴ아몬드라면 마지막 순간에 채팅으로 보고 피지컬로 살아남았음 ㅋ

└견과류단 망상 ㅋㅋㅋ

└응~ 리셋이야~

꽤 그럴듯한 분석이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간 아몬드는 리액션을 할 때 실제로 캐릭터를 죽이면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한 번도 그냥 죽지 않은 채로 넘어간 적은 없었다.

그의 화살은 대충 빗나가는 법이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그렇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의 좀비 스쿨 데이터가 리셋됐다고 여기며 두 번째에는 얼마나 강력한 플레이를 보여줄지에 대해 떠들고 있었고.

다음 날이 왔다.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