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46화 (32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46화

17. 수영장 파티(1)

오늘은 촬영이 있는 날.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상현은 머리가 부스스하게 뜬 채로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었고.

아몬드를 한 움큼 오물거리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트리비 직원: 오늘 촬영은 시상식 홍보 영상에 쓰입니다.]

[트리비 직원: 촬영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은 화보는 실제 화보집 굿즈로 만들어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건 따로 계약이 들어가니 그때 따로 비율 등을 협의해 주시면 됩니다.]

[트리비 직원: 어떤 촬영분이 굿즈로 될지는 감독님이 결정하십니다. 혹여나 굿즈가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ㅎㅎ]

오늘 촬영 중 반응이 좋을 것 같은 건 굿즈로 만들어져서 판매된다고 한다.

“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상현은 욕심이 났다.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한 것이다.

“열심히 해야겠네.”

오드득.

그가 아몬드를 씹으며 중얼거린다.

‘근데 뭘 어떻게 하나.’

1위를 하고 싶은 욕심은 충만하게 생겼는데.

욕심만 생겼지, 사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른다.

‘미호가 프로니까. 잘 알려주겠지.’

그저 모델 일을 하는 미호가 잘해주겠거니 기대하며 자신은 열심히만 하겠다고 다짐한다.

* * *

캡슐로 들어가자, 디스월드 메시지가 도착했다.

[디스월드 초대 메시지]

[링크]

비밀번호를 거는 대신, 요즘엔 이렇게 아예 링크를 따로 줘서 초대한다고 한다.

극성 팬들이 가끔 따라 들어와서 염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접속]

링크에 손을 가져다 대자, 주변 환경이 전부 시퍼런 색으로 발광한다.

[신체 코드 분석 중…….]

[분석 완료]

[등록된 코드]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다.

그 후, 푸른 세상이 하얗게 발광한다.

우우우웅……!

빛이 점점 거세지더니, 모든 세상을 좀먹었다. 차라리 시커먼 암흑이 나을 정도로 눈 부신 빛.

빛은 점차 하나의 점으로 모여들더니.

동그란 해가 되어, 우측 상단에 그림인 양 걸렸다.

그렇다. 따사로운 햇살이다.

쏴아아아아아……!

뒤이어 들려오는 푸르른 청음.

쏴아아아아!

파도다.

드넓은 해변에 펼쳐진 비현실적으로 푸르른 바다를 부수며 밀려오는 하얀 파도.

“와…….”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그가 여태 본 디스월드의 월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백금색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에 발을 올려놔 본다.

“……어?”

어느새 그의 발엔 해변가 슬리퍼가 신겨져 있었고.

그의 옷은 화려한 색감의 알로하 셔츠였다.

바지는 당연하다는 듯 수영복이다.

“와! 오셨구나!”

어디선가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예요! 여기!”

하늘 위로 고개를 올리자, 웬 요정이 파닥거리며 날고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든 채로 아몬드를 연이어 찍고 있었다.

“…….”

“아. 이런 거 처음 보시죠? 이거 진짜 비싼 템이거든요. 일명 요정캠!”

설명을 들어보니, 카메라맨이 자유롭게 3차원으로 오가며 찍을 수 있게끔 캐시를 주고 사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별의별 게 다 있다.

“따라오세요. 벌룬스타즈 촬영 스팟은 다른 곳이랍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생각하며 따라간 아몬드.

그녀가 안내한 곳으로 가니 점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촬영 스태프들인 모양이다.

그중엔 진짜 이 안내 요정처럼 작은 요정으로 변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오. 아몬드 님. 오셨다!”

요정들 몇이 날아왔다. 벌써부터 촬영을 해대는 걸까?

“아. 이건 메이킹 영상이에요. 그냥 가볍게, 평소처럼 쭉 진행하시면 저희가 알아서 찍습니다!”

메이킹 영상. 아몬드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촬영을 어떻게 한 건지에 대해 또 촬영하는 컨텐츠다. 그다지 인기가 많진 않고 그냥 팬서비스 정도다.

‘그래도 요정들이 날아다니니까, 거슬리진 않네.’

만약 사람들이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녔다면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참새 정도 크기의 요정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알아서 찍어주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었다.

“와……!”

저 멀리 해변가 파라솔 밑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튀어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와! 와! 아몬드니뮤!”

“……?”

아몬드는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촬영팀인가?’

촬영팀 중에 말투가 별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말을 듣고 누군지 대번에 눈치챘다.

“언니이이! 햇반 가져와아! 난 저 얼굴만 보고 밥 먹을 수 있어!”

“……아. 레몬 님.”

홍차와 함께 다니는 서포터, 레몬이었다.

부두술사 쿠이판만 골랐다 하면 성격이 이상해지는 사람이었다. 근데…… 사실 원래 이상한 사람 같다.

퍽!

옆에서 튀어나온 빨간 머리가 레몬을 저 멀리로 차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애는 착한데. 좀 이상해요. 하하하하!”

그녀는 홍차였다.

챌린저 원딜러이고, 흔치 않은 여성 챌린저라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머다.

무엇보다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린티와 연인 관계인 것도 꽤 유명하다.

“홍차야. 비키니 입고 그렇게 격하게 움직이면 어떡해.”

옆에서 새파란 블루레몬에이드를 빨며 등장한 그린티. 그는 아몬드를 보고는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저번 뒤풀이 때 보고 처음이네요. 금발 잘 어울리시네요.”

“금발이요?”

“아. 모르셨어요? 지금 수영장 파티 란 코스프레 뭐 비슷한 거 하고 계세요.”

“……아.”

거울을 못 봐서 머리 색은 몰랐다.

‘이게 햇빛 때문이 아니었구나.’

가끔 시야에 보이는 머리칼이 왜 유독 밝아 보였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나저나 홍차는 수영장 파티 소총수 말고 독침버니 하지…….”

소총수의 수영복이 독침버니보다 노출이 심한 모양이다.

그녀와 잘 어울리는 빨간색 비키니다.

아무래도 빨간색이 좀 더 튀어서 그런 것 같다.

“아 또 꼰대 같은 소리.”

“꼰대가 아니라…….”

“아아악! 악! 아아악! 몰라! 이게 이뻐! 미친 애새끼 수영복에 튜브 끼고 어떻게 돌아다니라고!!!”

그린티는 결국 홍차에게 고막 공격을 당한 후에야 입을 다물었다.

“우리 언니가 이래 보여도 애는 나빠요.”

다시 돌아온 레몬이 아몬드 뒤에서 다시 슥 등장하더니 말한다.

아까 애는 착한데 이상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대답인 모양이다.

“뭐?!”

홍차가 휙 돌아봤는데. 휘날린 빨간 머리가 꼭 만화처럼 쭈뼛 서는 것 같았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레몬은 다시 아몬드 뒤로 숨었다.

다시 보니 레몬은 비키니 스타일이 아니라, 깔끔한 원피스 스타일의 수영복이었다.

“어. 아몬드 옵!”

“!”

아몬드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

딸기슈터였다.

‘독침버니가 애들 수영복에 튜브라고 했나…….’

비키니보다야 낫겠지만, 왠지 더 끔찍한 뭔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였는데.

훅!

딸기슈터가 어느새 앞을 가로막았다.

“아몬드 형님. 왜 그래요.”

아몬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딸기슈터는 독침버니 코스프레가 아니라, 폭주족 코스프레였다.

“와. 잘 어울린다.”

거대한 물총 샷건을 들고, 수염을 기른 채 태닝된 근육질 상체를 멋지게 까고 있는 모습.

마초의 전형이다.

“하하. 그렇습니까? 사실 제 주캐인 서큐버스를 하려고 했는데. 촬영팀에서 말리더라구요. 이런 편견에 사로잡힌 보이들.”

“……언제부터 서큐버스가 주캐인데?”

그 말에 딸기슈터가 얼굴을 훅 들이대며 되묻는다.

“그게…… 궁금하십니까?”

“아, 아니.”

꿀꺽.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뒤이어 타코야끼와 풍선껌도 등장했다. 둘은 예상대로 망치 전사와 아이언볼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와아아아.”

“와 미쳤다.”

“헐. 언니.”

남녀 불문 모두 감탄을 흘리게 하는 존재가 왔다.

이 멀리서 보기에도 아름다운 선.

세련된 걸음걸이는 모두의 시선을 일순간 훔쳐 가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아쿠아의 출렁이는 바다색의 머리칼, 비키니, 시원한 미소까지.

“와! 다 모였네요!?”

미호가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엣헴.”

“어, 어어험…….”

풍선껌과 타코야끼, 아몬드까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왜 다들 나 모른 척해?! 그렇게 늦었어요?”

“아, 아니. 시간 딱 맞아.”

저 멀리서는 그린티가 홍차에게 헤드록을 당하고 있었는데도 미호는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벌룬스타즈분들은 이쪽으로 들어가실게요!”

벌룬스타즈 촬영을 담당할 요정들(?)이 파르르 모여들어 안내를 시작했다.

그곳은 바다 한편에 만들어진 비밀 수영장 같은 곳이었다.

밝은 회색의 바위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면서 만들어낸 자연의 수영장.

바위틈에선 바다의 해초와 땅의 수풀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저 멀리선 다른 팀들도 촬영하고 있는 광경이 언뜻 보이는 게, 꼭 정말로 여름 휴가를 나온 것만 같았다.

첨벙.

“안녕하십니까.”

촬영 감독이 수영장에 들어오며 꾸벅 인사를 건넸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선글라스를 껴서 꽤 수상해 보이지만. 괜히 인상이 좋아 보이기도 하는 아저씨였다.

“다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특히 딸기슈터 님. 정말 옷을 잘 바꾸셨습니다.”

미호가 옆에서 키득거렸으나.

남자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음. 우선 촬영 컨셉은…….”

감독은 잠시 뜸을 들이다 선언하듯 말했다.

“여러분이 정하는 겁니다!”

“!?”

벌룬스타즈 전원이 당황했다.

“저, 저희가요?”

“헐.”

“이거부터가 경쟁이라는 거군.”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대답했다.

“자. 그럼 해보세요. 시간은 20분 드릴게요.”

첨벙. 첨벙.

멤버들은 일단 물 안으로 들어갔다.

“뭘 해야 재밌을까?”

풍선껌이 리더답게 먼저 물었다.

타코야끼는 진중하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일단 물놀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물 뿌리고?”

“미호가 있으니까. 그냥 물만 뿌려도 충분히 잘 나오긴 하겠지만…….”

뒤로 여러 가지 제안이 튀어나왔다.

딸기슈터는 수영하는 패션쇼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단순히 딸기슈터가 끔찍한 옷을 입을 것을 우려해서 타코야끼가 바로 반려했다.

“패션쇼 같은 건 미호 말곤 다 부자연스러워. 우린 아마추어잖아. 사진은 무조건 자연스러운 게 좋거든.”

그러던 중 의외의 입에서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기 약간 배구 코트처럼 생겼는데…….”

아몬드가 그들이 선 물가 밑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돌무더기들이 네모난 물가를 딱 반으로 가르고 있어서 우연찮게 배구 코트처럼 보인다.

“오? 그렇네? 놀이하면 재밌고 자연스럽겠다.”

“와! 맞아! 저 발리볼 좋아해요!”

미호와 풍선껌이 거들었다.

타코야끼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겠다.”

패션쇼보단 훨씬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올 것 같다.

“근데 공이 없는…….”

다만 공이 없다.

아무래도 감독에게 부탁해서 소품을 달라고 해야 됐는데…….

모두의 눈이 풍선껌을 향했다.

하나같이 ‘공 여기 있잖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풍선껌이 당황했다.

“아, 아니 내가 고, 공이긴 한데. 공은 맞는데…….”

공이 돼서 이리저리 치이라니.

풍선껌은 뭔가 내키지 않는 듯했다.

“그럼 수 하실래요. 형님?”

옆에서 건넨 딸기슈터의 말에…….

“에라이! 이 미친놈들!”

펑!

순식간에 비치발리볼로 변해 물 위를 굴러다녔다.

쏴아아아아!

제트 스키처럼 물보라를 일으키더니, 하늘로 펑 뛰어올랐다.

“자~ 드가자!”

타코야끼가 신명 나게 외치며 뛰어올라 풍선껌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쳐 버렸다.

퍼엉!

“끄어어억!”

“꺄아!”

반대편 코트에 있던 미호가 공을 받아넘겼다.

퉁!

돌무더기 네트를 건너오는 데 성공한 풍선껌.

“끄어어어어!”

그는 비명과 함께 아몬드 쪽으로 날아갔는데.

“!”

아몬드의 눈빛은 매우 진중했다.

‘열심히 해서, 굿즈 만들자.’

왠지는 몰라도, 촬영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이 비치발리볼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버린 것 같다.

“사, 살살해!”

풍선껌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게 들렸을는지는 몰랐다.

그러는 와중에 요정들은 사정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찰칵!

찰칵!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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