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47화 (327/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47화

17. 수영장 파티(2)

대부분의 촬영팀들에게 오늘 누구 촬영을 기대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100이면 95는 이렇게 답했다.

“미호.”

“당연히 미호지.”

“음. 미호.”

나머지 5는?

“난 아몬드! 팬이거든!”

아몬드를 기대하는 개인팬이었다.

그러니까, 객관적인 입장에서 촬영에 있어선 미호에게 큰 기대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트전에선 모두가 아몬드에게 큰 기대를 했던 것처럼 촬영에선 자연스럽게 미호에게 기대가 가는 거다.

“와…… 미호 진짜 후광 패시브라도 켰나?”

“미쳤다.”

“여신도 홀리겠네.”

새파란 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한 미호는 촬영팀의 그런 기대가 헛된 게 아님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단순히 외관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걸음걸이나 서서 대기하는 자세 등이 완전한 모델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저기에 뭘 가져다 놔도 광고가 되겠네.”

“지금 미호라면 우리 감독님이 사업하셨다가 망했던 차량용 디퓨저도 살릴 수 있을지도.”

그녀가 뭘 걸쳐도, 뭘 들고 있어도 금세 광고 한 편이 뚝딱 될 것 같은 분위기.

그러나 뒤이어 등장한 아몬드도 그에 밀리지 않았다.

“와 근데 아몬드 금발 어떡해.”

“진짜 존멋이다.”

“헐…… 귀여워.”

전혀 프로 같은 분위기나, 금세 광고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는 촬영에 있어선 여지없는 아마추어였다.

다만, 오로지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내뿜을 수 있는 신선함이 있었다.

이제야 막 피어오른 싱그러운 봄꽃 내음.

그런 향기가 아몬드 주위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그는 약간의 긴장을 머금은 채로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런 어수룩한 모습마저, 하이틴 무비의 주인공처럼 청량해 보인다.

“아몬드도 비율 쩐다.”

“어깨 뭔데.”

“키가 엄청 큰 건 아닌데. 나 키 엄청 큰 줄 알았어.”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는 요정들(?) 사이로 좀 더 큰 요정 하나가 날아와서 빽 소리친다.

“뭣들 해! 위치로!”

“아, 앗. 넵!”

그리고 수영장 파티 컨셉의 화보 촬영이 시작됐다.

* * *

첨벙. 첨벙.

벌룬스타즈 멤버 전부 열심히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다.

여기서 발리볼 역할은 풍선껌이고.

처음엔 몇 번은 통통 튕기며 서로 잘 주고받는 듯했다.

“아이고! 야 몬드야! 받을 수 있게 줘라!”

바닥에 엎어진 타코야끼가 우는 소리를 낸다.

그는 미호의 팀이라 더 힘들다.

“왜, 왜 이렇게 진심이신 겁니까. 형님!”

아몬드와 같은 팀인 딸기슈터도 당황하여 말린다.

그들은 전혀 몰랐다.

아몬드는 그냥 열심히 하면 감독이 좋게 볼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말이다.

미호는 이 와중에도 컨셉을 잃지 않고 꺄르르 웃으며 공을 받아낸다.

“아하하! 오, 오빠 살살 좀! 꺄아하하!”

중간중간 아몬드를 말리는 듯한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촬영에 소리는 들어가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 소리는 아몬드의 귀에도 안 들어간 모양인지. 계속해서 엄청난 스파이크가 이어졌다.

펑엉!

퍼어엉!

* * *

“와…… 저, 저게 뭐냐.”

한참 촬영하다가 잠시 숨을 돌린 홍차가 건너편을 보고 넋을 놓았다.

“와…… 그러게요. 언니. 아몬드 복근 무엇…….”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쟤 왜 저렇게 배구를 잘하냐.”

거의 총소리나 다름없는 소리가 나며 풍선껌이 쏘아지는 모습에 다른 스트리머들도 모여들었다.

“저거…… 껌 형이야?”

튜브를 걸치고 나온 그는 단무지다.

그가 하는 화신 중엔 폭파광만 수영장 파티가 있어서 ‘수영장의 패션 폭파광’ 스킨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푸훕! 야. 너 그거 뭐냐?”

“와. 단무지 님. 패션 지린다! 이거 톰브라우니 수영복 아녜요!?”

홍차와 레몬이 그의 차림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원래 이게 컨셉이에요.”

단무지는 당당한 듯 말했으나, 고글을 내려쓰며 시선을 피했다. 그 고글에조차 고급 브랜드의 로고가 반짝인다.

“명품으로 도배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

“그러니까요. 거의 개발도상국 패션.”

홍차가 키득거리며 아몬드와 그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니. 그러니까. 이게 컨셉이라니까요? 누나?”

단무지는 연이어 같은 말을 했으나, 홍차와 레몬은 전혀 듣지 않았다.

“언니. 난 근데 아몬드 옷이 더 좋아요.”

“어. 나도 그래.”

단무지는 아몬드를 한번 보더니 황당해서 반박했다.

“아니. 쟤는 옷이라는 걸 거의 안 입었는데!?”

그러나 역시 무시당했다.

그는 포기하고 그냥 고글을 쓴 채 물 밑으로 잠수해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마저도 홍차는 몰랐다.

그녀는 레몬을 돌아보며 이렇게 다짐할 뿐이었다.

“레몬아. 우리도 제대로 하자. 화보집은 내 거다아!”

“으랏챠챠아아!”

둘은 화보집을 받기 위해 기합을 넣고는 자기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 * *

모든 촬영이 끝난 후.

총감독이 인원들을 전부 불러모았다.

처음 모였을 때는 보지 못했는데, 난트전에서 본선에 진출했던 팀들 위주로 만든 것인데도 꽤 많은 인원이 있었다.

“자.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이 박수를 치자 모두가 따라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그래도 촬영이 빨리 끝났네요. 이 정도 퀄리티 촬영이면 예전 같았으면 로케 잡고 전세기 빌리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감독이 옛날이야기를 시작하자 스태프 중 하나가 그의 옆구리를 콕 찌른다.

“아, 아이구. 크흠. 그럼 여러분들이 힘내서 찍어주신 컷을 구경하면서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 장면도 컨텐츠로 활용되니까. 그 점에 유의해 주시구요.”

이 평가하는 장면까지도 방송에 올라갈 예정인 모양이다.

“여기 계신 촬영 감독님들이 한마디씩 해주실 겁니다.”

감독은 이만 자리로 돌아갔고. 뒤에서 어떤 여자가 튀어나오며 덧붙인다.

“아! 여러분! 여기서 1등으로 선정된 팀은 피지컬 화보집을 만들어드려요! 아시죠?”

“네~”

마치 수련회 온 학생들마냥 입을 모아 대답하는 스트리머들.

“해변가에 자유롭게 앉아서 관람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해변가에 놓인 커다란 조개들이, 알고 보니 소파였다.

아몬드는 녹색 빛 조개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 형님.”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뵙네요.”

“아. 기찬아.”

모솔이다.

뒤풀이 회식 자리에서 만나 술을 먹어본 이후로 서로 처음 보는 것이다.

근데 보는 건 아몬드뿐이었다.

“어. 눈이…….”

모솔은 보지 못했다.

눈을 둘둘 싸맨 채였으니까.

“아. 저 수도승 컨셉입니다.”

“아…….”

컨셉인 건 알겠는데. 지금까지 눈을 가리고 있으면 어쩌겠다는 걸까.

“나인 건 어떻게 알았어?”

모솔은 목소리를 깔며 대답했다.

“그야 ‘파동’으로 알았지요.”

수도승의 전투 자세를 취하기까지 하는 모솔.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감각을 넓히시오.”

수도승의 대사까지 읊는다.

“아…… 그래.”

아몬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첫 번째 팀은 레드카펫츠!”

홍차와 레몬이 소속된 레드카펫츠의 사진들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와, 레몬 귀엽다.”

“물총 재밌어 보이네.”

“웃긴다.”

레드카펫츠는 물총 싸움이 컨셉이었다.

아무래도 원딜러가 주축인 팀답게, 컨셉도 관련된 것으로 고른 느낌이다.

홍차는 시종일관 화가 난 표정으로 팀원들을 향해 물총을 쏘고 있었고.

레몬은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괴롭혔다.

“홍차 님의 화끈한 성격이 잘 나온 것 같고. 레몬 님의 표정이 아주 좋아요.”

“동감입니다. 정말 사람 귀찮게 할 것 같은 개구쟁이 표정이네요.”

감독들의 장난 섞인 말에 약간의 웃음소리가 지나간다.

그리고 다른 팀 사진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그린티배깅!”

그린티배깅은 서로 글러브를 끼고 치고받는 컨셉이었다.

“저희 팀의 팀워크 분열을 표현했습니다!”

그린티가 당당하게 손을 들고 외쳤다.

그 말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다.

“어, 으아하하하!”

“피클 또 맞냐?!”

“피클이 맞고 있어도 그린티가 아파 보이던데.”

예전 난트전 때.

이미 그린티가 피클을 죽어라 패는 장면이 방송 클립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따온 컨셉인 것 같았다.

특히 피클의 ‘실수가 아니라 마수겠지’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언이다.

“펀치라인 킹 피클좌…….”

“개웃기네.”

“글러브 왜 이렇게 커여워!”

물에서 벌이는 격투기라는 컨셉이 재밌었는지, 반응이 좋았다.

레드카펫츠의 물총 싸움보다는 확실히 신선했다.

“물 위에서 글러브 격투를 한다는 게 재밌네요.”

“피클 씨의 타격감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

“팀워크가 파탄 나서 성적을 말아먹었던 걸 아주 잘 표현하셨네요.”

감독들의 한마디 평가 후.

다음 팀 화면으로 넘어간다.

“와~”

“와씨…….”

“미쳤다.”

첫 장면부터 미호의 환한 미소가 반기는 이 팀은 벌룬스타즈였다.

홍차는 이미 그린티를 헤드락을 걸고 있었고, 모솔은 ‘파동’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인지 벌떡 일어나있었다.

뒤이어서, 딸기슈터의 엄청난 스파이크가 담긴 사진이 나왔고.

관중들은 왠지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이상한 거 안 입었구나…….”

“나 계속 긴장하면서 볼 뻔했어.”

딸기슈터가 정상적인 옷을 입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였다.

그다음 나온 건 아몬드의 사진.

첨벙거리는 물 위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공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푸하하 왜 이렇게 진지해?!”

“뭐야 저 표정!”

으하하하.

남자들은 그의 쓸데없이 진중한 모습에 웃어댔고, 여자들은 그저 입을 떡 벌렸다.

“와…….”

홍차조차 헤드락을 걸다 말고 넋을 놨다.

“저거…… 굿즈 나오면 살래.”

분명 촬영 시작 때만 해도 본인이 우승할 거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러는 중에도 사진은 계속 지나갔고. 감독들의 평이 이어졌다.

“일단 아몬드 님과 미호 님의 비주얼이 아주 모델급이네요. 화면이 확 삽니다.”

“확실히 촬영에 있어서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던 촬영이에요. 근데 컨셉이 좀 더 재밌었음 어땠나…… 싶어요.”

“정말이지 비주얼은 너무 화려한데. 저도 컨셉이 단순 비치발리볼이라 아쉽네요. 좀 더 익살스러운…….”

“음? 근데 풍선껌 님은 비중이 거의 없네요?”

심사평을 하던 감독 중 하나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네요.”

감독들 모두 ‘그러고 보니 그렇네’라며 서로를 돌아본다. 표정이 아무래도 좋지 않다.

한 명의 비중이 너무 낮다. 이래서는 팀 단위 화보로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든다.

“저게 풍선껌인데요!??”

신나게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비치발리볼.

그게 풍선껌이었던 것이다.

“……?”

감독들은 잠시 멍하니 그걸 보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럼 지금껏 맞고 있던 게 풍선껌 씨였어?!”

“이거 골 때리네.”

“이야. 아무리 아이언볼이라지만.”

푸하하하.

관중석에도 웃음소리가 지나간다.

“아. 이거 재밌네요.”

감독들도 아까의 평을 바꾼다.

“다음 볼까요?

마지막으로 초강수가 나왔다.

“자, 팀 솔로이즈백입니다.”

모솔이 속한 팀. 솔로이즈백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파격적인 컨셉을 들고나왔는데.

“뭐, 뭐야 저게?”

“처형식이야!?”

우선 시선을 사로잡은 건 모솔.

모솔은 경건한 표정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채였다.

기세로는 당장 화형이라도 당할 것 같지만, 밑에는 첨벙거리는 바다였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이 전부 그를 향해 물풍선과 물총을 쏘아댔다.

모솔은 계속 울부짖는 표정이었고, 팀원들은 신나기 그지없어 보인다.

“무…… 무슨 컨셉이죠?”

감독 중 하나가 당황하여 묻자, 기다렸다는 듯 모솔 팀의 정글러 노가리가 대답한다.

“고결한 모솔의 희생입니다.”

“저희 팀은 모솔이 캐리해 주는 팀이거든요. 그걸 표현한 거예요.”

옆에서 거들듯이 말한 ‘소주’의 말에 모두가 빵 터져서 웃었다.

“게다가 모솔이 약간…… 신성한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그렇죠. 순결을 지킨 사나이. 신성하죠.”

“네. 그걸 표현한 겁니다. 세상의 유혹에 맞서 싸우는 고결한! 소년!”

감독들은 대놓고 자지러졌다.

이것을 끝으로 모든 팀의 사진 관람이 끝났다.

“이야. 잘 봤습니다. 아주 아이디어가 좋네요. 각 팀마다 희생해 주신 분이 계시네요. 풍선껌 님이나 모솔 님이나…….”

감독들이 마무리 멘트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어떤 팀의 굿즈를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

“잠시 회의 후.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