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49화
18. 슈뢰딩거의 아몬드(2)
상현이 캡슐로 간 사이.
주혁은 컴퓨터에 앉아 매니저 역할을 준비했고. 틈틈이 커뮤니티 게시판을 훑었는데.
“와…… 오늘 좀 맵네.”
확실히 한번 틈을 보이니, 반발이 굉장히 커졌다.
이게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게 어려운 이유다.
인터넷상의 여론이라는 게 늘 엎치락뒤치락이기 때문에.
어제는 찬양 글로 도배되었던 곳이, 이젠 이런 글이 넘쳐난다.
심지어 이슈글 1위다.
[지금 ^견^과류단이 바라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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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몬드가 죽기 직전에 채팅 보고 미친 반속
으로 방송을 껐다 -> 오늘 보란듯이 돌아와서 공중에서 화살 낚아채고 곧바로 백준수 정수리로 다시 골인 -> 사실 이게 리액션입니다. 하면서 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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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말이 되는 게 없누 ㅋㅋ
└ㄹㅇㅋㅋㅋㅋ
-바로 백준수 사살은 씹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방종했어도 화살 코앞인데 ㅋㅋㅋㅋ 어쩔티비?
└걍 가불기 도르마무임ㅋㅋㅋㅋㅋㅋ
-화살 코앞이네 ㄹㅇ루 ㅋㅋㅋㅋ 견과류단 머리가 이렇게 안 좋습니다!
└견견들 평균 지능 ㅋㅋㅋ
└견평지
-견과류 솔직히 개거품인데 ㅋㅋㅋㅋ 걔를 빠누 차라리 다 뒤진 전자파를 빨아
아몬드가 절대 살았을 리 없다고 비꼬는 게시글이다.
정확히는 아몬드의 팬들을 비꼬는 게시글. 주혁은 안경을 한번 고쳐 쓰며 고민하더니.
이 글을 캡처해 뒀다.
당연히 고소하려는 건 아니다. 이런 글이 고소가 될 리가 만무하다.
다만, 이런 걸 캡처해서 지아에게 편집 재료로 넘겨줄 생각이었다.
왜냐면 그는 믿고 있었다.
아몬드가 살아남을 거라는 걸.
* * *
“피하면 되지, 뭐.”
……라고 멋지게 말하고 캡슐로 들어왔지만.
‘되나?’
방송을 켜기 전.
상현은 몇 번이고 어제의 클립 영상을 돌려봤다.
──쉬이이익!
화살이 돌아서 날아오고, 그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머리를 들이미는 장면.
‘언제 꺼지지.’
상현이 궁금한 건 한 가지다.
화살이 어느 정도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방송이 꺼질까?
내가 다시 켰을 때, 어디로 어떻게 피해야 할까?
화살이 머리를 향해 박히기 직전, 게임 속 김주혁의 눈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니 게임이 꺼진다.
탁!
화면을 꺼지기 직전에 멈추는 데 성공했다.
상현은 1인칭에서 벗어나 3인칭으로 이리저리 돌리면서 화면을 관찰해 본다.
‘뭐야, 이게.’
상현은 턱을 매만졌다.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뭔가 굉장히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관찰의 결과가 좋지 못하다.
‘없어…….’
화살을 피할 틈이 없다.
이래서 커뮤니티의 모두가 그의 죽음을 확실히 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방송 시간은 다가왔고.
아몬드는 방송을 켰다.
* * *
-아하!
-ㄷㄱㄷㄱㄷㄱ
-오늘은 제시간에 왔넹
아몬드의 방송이 켜지자마자 들어온 시청자들.
오늘은 그 숫자가 꽤 많다.
-0군들 기상시간 ㄷㄷ
-캬 이제 막 일어나서 침대에서 별생각 없이 폰 켰는데 아몬드 방송 뙇~ 쥑이네!
-오후 3시. 슬슬 퇴근 시간만 바라고 있을 때! 그게 아몬드의 등장 시간입니다.
아무래도 평소 자주 방송을 켜던 시간에 방송을 켜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죽었나 안 죽었나 어디 함 보자 ㅋㅋㅋ
-오늘 2트 하게 된 소감은?
-양호실부터 가세요 이번엔?
-자 견까들 멸망 보러 가즈아!
-^견^
아무래도 어제 지아가 올린 쇼츠 영상의 여파다.
그 영상 조회 수가 상당하고, 댓글에서도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에 오늘 방송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다.
“트하!”
아몬드의 얼굴이 나타나며 밝게 인사한다.
-꺄아아 오빠 나 죽어 ㅠㅠ
-ㅎㅇㅎㅇ
-와아! 와!
-오늘도 눈이 부시네여……
-존잘
뒤이어 늘 스타트 후원을 끊어주는 고마운 시청자들이 후원을 날려준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나요!]
[가지볶음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하! 아하!]
“아. 루비소드 님. 가지볶음 님. 감사합니다. 잘 지냈습니다. 겨우 하루인데요?”
아몬드가 머쓱하게 웃는 사이, 오늘 모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은 후원이 하나 들어온다.
[물음표살인마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님! 아몬드 님! 그래서 어제 살아남으신 거죠?]
-오 ㅋㅋㅋ 드디어
-직접 질문 ㄷㄷ
-이 논란을 끝내러 왔다……
채팅창의 스크롤이 마구 치솟았다.
그만큼 기다렸던 질문인 셈이다.
“음.”
그러나 아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천 원 질문은 안 받는다고ㅋㅋㅋ
-으딜 천 원으로 ㅋㅋㅋㅋ
-음…… 컷 ㅋㅋㅋ
그의 방송 사정상 천 원 후원은 반응 못 해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그래서 답을 안 하는 거라고 시청자들은 생각했으나.
아몬드는 진짜로 고민 중이었다.
“여러분.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런 거예요. 이거 약간 천문학적 고뇌라구요.”
-천문학이 아니라 철학 아녀?ㅋㅋㅋ
-슈뢰딩거의 아몬드ㄷㄷ
-천문학적 후원금을 내놓으란 말을 잘못하신 거죠?
“아. 처, 철학이요. 철학.”
그렇다.
날아오는 화살을 코앞에 둔 김주혁은 살아 있다고 봐야 하나? 아니면 죽었다고 봐야 하나?
철학적 고뇌까지 연결될 법한 심오한 고민이다.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둥.
[그럼 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살았나요? 죽었나요?]
“감사합니다. 그럼 님. 살았어요.”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속 ㅁㅊ따
-이 정도 반속이면 살겠네 합격!
“이만 게임 켜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렇죠. 백문이 불여일견 또한 견이죠…….
-이 또한 견…….
-ㅋㅋㅋㅋㅋㅋ바로 죽을 듯
-근데 말하는 거 보니 화살 맞진 않았나 봄
-고고고고고 드가자!
* * *
게임이 켜지는 동안.
잠깐이지만 게이머는 완전한 어둠에 잠긴다.
이때 아몬드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틈은 없었지만, 부상으로 줄일 수 있어.’
분명 화살을 맞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죽지 않을 방법은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이 게임이 킹덤과 같은 물리 엔진을 썼다면.
‘커브샷은 살상력이 떨어지거든.’
활시위 중앙에서 힘을 받지 않는 커브샷은 그 살상력이 떨어진다.
많이 꺾이면 꺾일수록 더욱 떨어진다.
그러니 직전에 쏜 180도만큼이나 꺾이는 커브샷은 굉장히 살상력이 떨어져 있을 테고.
급소만 피한다면 죽진 않을 거다.
‘그거라면 가능하지.’
정수리에 맞는 걸 피해서 귓등 정도로 흘릴 수 있다면 베스트.
만약 그게 안 되더라도 조금 비껴 나가게 해서 두개골에 손상이 안 가게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슬슬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한다.
‘앞으로는 훈수도 잘 보자.’
이제 채팅창 훈수를 무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아몬드는 눈을 부릅떴다.
슬며시 보이는 시야는 그가 아직 별관 복도라는 것을 말해준다.
양호실과 매점 사이에 있는 그 중앙 복도다.
-온당ㅋㅋㅋ
-큰 거 온다!
-ㄷㄱㄷㄱㄷㄱㄷㄱ
-진짜 안죽었네?
-피할 수 있냐?
시청자들도 대강 눈치챘다. 아몬드가 적어도 화살에 맞고 게임을 끈 건 아니라는 걸.
팟!
시야가 온전히 밝아지며, 게임이 시작됐다.
──쉬이익!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을 볼 찰나도 아깝다.
아몬드는 있는 힘껏 목을 비틀었다.
아니, 비틀려고 했다.
근데…….
‘어?’
그는 어떤 익숙한 감각에 놀란다.
딱딱하고 묵직한 지지대.
바로, 발이 땅에 붙어 있는 감각이다.
‘이거 뭐야.’
분명히 게임을 종료한 시점.
아몬드는 화살을 향해 머리를 가져다 대느라 몸을 날리고 있었다.
몸을 던져 헤딩하는 축구 선수처럼 말이다.
그래서 피할 각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건데. 지금은 발이 땅에 붙어 있다.
‘아!’
그제야 아몬드는 깨닫는다.
‘저장 포인트가 다른거야!’
자동 저장 시스템이 아무리 뛰어나도, 0.01초 단위로 저장할 순 없다.
심지어 일반적인 게임 종료도 아니고, 갑작스레 꺼진 종료였다.
그렇기에 지금 아몬드는 게임 종료한 시점보다 한 1초 정도 앞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종료한 시점이 10시 45분 32초였다면, 지금은 10시 45분 31초로 다시 시작된 거고.
이 1~2초의 차이로 김주혁의 발이 땅에 붙어 있었으며, 이제 보니 화살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러면…….’
이러면 훨씬 수월했다.
쉬이이익……!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
몸의 균형은 이미 화살 쪽으로 쏠려 있으나.
발은 붙어 있다.
아몬드는 쏠린 몸을 지지하기 위해 왼발을 앞으로 한 번 더 뻗었다.
툭…….
앞으로 고꾸라질 듯 날아가려던 그의 몸이 기우뚱 멈춰 선다.
그래도 화살을 완전히 피하기엔 역부족인 각이다.
입술 정도를 스칠 것 같았다.
‘이거 애매하게 입에 맞을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거, 아몬드는 입을 쫙 벌렸다.
쉬이이이익!
화살이 바람을 찢어내는 소리가?
탁!
─끊어졌다.
마치 그가 이빨로 끊어낸 것마냥.
툭, 끊겼다.
-???
-왓?!
-헐ㅋ
-?
-???????
채팅창엔 물음표가 난무한다.
“……사아쪄?”
살았죠? 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화살을 문 채로.
-미친ㅋㅋㅋㅋ
-와
-도랏네
-이걸 사누
-슈뢰딩거 개같이 부활ㅋㅋㅋㅋ
휘청.
균형을 못 잡은 아몬드는 앞으로 기우뚱했으나.
어찌 됐든 살았고. 넘어지지도 않았고.
화살을 입으로 물어버렸다.
“야 이 미친놈아! 뭐 하는 거야!?”
뒤에 있던 반장이 창백해진 얼굴로 뛰어온다.
-반장쉑ㅋㅋㅋㅋㅋ
-NPC 입장에선 존나 황당하지 ㅋㅋㅋㅋㅋ
-아 맞다 쟤네 있었구낰ㅋㅋㅋ
그의 입장에선, 잘 쏘고 있던 아군 궁수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해서 화살을 줍고는 180도 커브샷을 쏘고 그걸 입으로 물어버린 것이다.
“무슨 서커스야 그게!?”
“아…… 크흠. 소이 미끄어져서(손이 미끌어져서).”
“……?”
아몬드는 성의 없는 변명을 중얼거리고, 반장은 렉이 걸린 것마냥 고개를 비틀어대던 중.
빠바바밤!
[빅Son님이 무려 10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여기까지가 리액션인 거죠?]
엄청난 후원이 또 들어왔다.
-와 100 ㄷㄷ
-ㅁㅊ 또 왔어?
-아니 설마 또 방종이냐?ㅋㅋ
-이보세요. 방송 좀 봅시닼ㅋㅋ
-큰손 클래스…….
엄청난 퍼포먼스에 큰손이 참을 수가 없었던 건지, 또 거액의 후원이다.
이 정도면 슬슬 받는 스트리머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의 금액이다만.
아몬드는 태연하게 반장을 밀치며 일어섰다.
그리고, 입에서 화살을 빼 들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가 어제 후원 리액션이고요. 이제 오늘 리액션.”
-??
-키자마자 방송을 끄시겠다?
-오. 노.
-설마 아무리 그래도 아몬드니뮤ㅠㅠ
-뎀……
아몬드는 아까 물었던 화살을 다시 활시위에 걸었고.
반장을 조준했다.
“???”
-?!
-?
-??
아마 반장의 표정과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표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무…… 무슨…….”
반장이 어버버거리는 틈에, 아몬드가 단호하게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