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50화 (330/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0화

18. 슈뢰딩거의 아몬드(3)

후원금 100만 원.

100만 원을 넘어가면, 아몬드 방을 기준으로는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의 후원금이다.

빅손은 등장하자마자, 그런 금액을 연이어 두 번이나 쐈다.

‘그냥 끝낼 순 없지.’

그런 돈을 받았다면 그만큼의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아몬드의 생각이다.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사회생활 하던 시절에 벌던 100만 원을 생각하면 절대 가볍게 흘릴 수는 없다.

‘해보자.’

그렇기에 조금 더 리스크를 걸어보기로 한다.

설사 여기서 정말 죽어서 게임을 다시 해야 된다고 해도.

“리액션 갑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몬드는 반장에게 활을 조준했다.

* * *

-반장…… 잘 가라.

-반장 정수리를 대신 맞히는 거야?

-ㅁㅊ 너무하누 ㅋㅋㅋ

시청자들은 반장에게 활을 겨눈 아몬드를 보며 저마다 추측을 던졌다.

“나…… 나한테 왜 그래?”

반장도 억울한 듯 되묻는다.

억울할 만하다. 여태까지 잘 도와줬는데, 갑자기 화살로 이상한 묘기를 부리고, 날 죽이려 하다니.

그러나 아몬드는 활시위를 아직 놓지 않았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반장의 죽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백준수를 불러와.”

활을 겨눈 건, 백준수를 불러오라는 명령을 하기 위함이었다.

“……내, 내가?”

“내가 가면 위험해.”

-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

-아몬드식 명령

-“타고난 리더”

-23세기형 리더십

공포에 걸리니까 직접 불러올 수는 없다는 말인데. 그게 반장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을 리가 없다.

“나, 나는…… 아, 안 위험하냐?”

“아니. 위험하지. 너 지금 위험해.”

기리릭.

아몬드는 마치 이럴 줄 알고 활을 조준해 놨다는 듯, 활시위를 더 팽팽하게 당기면서 대답했다.

지금 한시가 급한데 이럴 시간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 본인이 위험하게 한 거다

-ㅁㅊㅋㅋㅋㅋㅋㅋ

-돌았냐곸ㅋㅋㅋ

-반장 ㅠㅠ

반장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곧장 양호실로 몸을 돌렸다.

“부, 불러오라고 해도 어떻게…….”

“도발을 하든 어떻게든.”

“아…….”

반장은 뭔가 생각난 듯 외쳤다.

“백준수!!! 나와라! 나 김주혁이다아아!”

잠시 복도에 침묵이 흘렀다.

-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김주혁 됐누

-너, 너도 장래희망이 아몬드 매니저구나? 반장? 헤헷…….

-김주혁? ㅋㅋㅋ

양호실에선 아직 반응이 없었다.

아몬드는 계속 반장의 뒤통수를 조준 중이었고, 반장은 덜덜 떨며 어떻게든 더 도발적인 말을 골라 뱉었다.

“빵 배달왔다! 나와! 이 찐따 새끼야!”

-ㅁㅊㅋㅋㅋ

-빵 배달ㅋㅋㅋㅋ

-죽빵아녀?ㅋㅋㅋ

-칼빵 배달 ㄷㄷ

-악마소환술이냐?

쿵.

양호실 안쪽에서 소란이 나기 시작한다.

‘먹힐까?’

과연 이 도발이 먹힐까?

백준수가 나올까?

기리릭…….

아몬드의 활시위가 끝까지 당겨졌다.

‘바로 쏜다.’

그의 활 끝은 이제 반장이 아닌 양호실을 향해 있었다.

* * *

양호실 내부.

반장이 굳이 도발을 하기 전에도, 이미 양호실 안은 소란스러웠다.

“화, 화살!?”

“미친. 화살이라고?!”

보초가 3명이나 죽는 걸 이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다만 섣불리 먼저 나서지 못한 것이다.

이들에게 화살은 공포의 대상이다.

이곳의 보스인 백준수를 단번에 무력화시킨 무기니까.

“그, 그, 그거 챙겨!”

“그래!”

그들은 화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양호실 한구석에서 뭘 꺼내왔는데.

바로 의자 좌판을 떼어서 만든 방패다.

비록 나무로 되어 있어서 엄청 튼튼한 것까진 아니지만. 화살 정도는 막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방패를 챙기고 있을 때.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야! 백준수! 나와라! 나 김주혁이다아!”

순간, 얼음장을 부어놓은 것 같이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기, 김주혁?”

“미친…….”

김주혁.

여기 아이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다른 반 아이들도 안다.

백준수 반의 빵셔틀. 공인 찐따다.

녀석은 매점을 버리고 2층으로 도망갔을 정도로 겁쟁이이며, 찌질하기 그지없는 놈이다.

“저 새끼…… 왜 살아 있지?”

윤소희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으르렁댄다.

“2층으로 갔던 게 아니었나?”

“모, 몰라 2층으로 간 거 맞을 텐데?”

“2층에 그 괴물이 이제 다른 데로 간 거 아냐?”

“그, 그럼 화살을 쏘는 게 김주혁이야……?”

공포의 대상이었던 의문의 화살.

그게 그 찐따 김주혁에게서 날아온 거라고?

믿기 힘든 말이다.

“다들 입 좀 다물어라.”

“!”

백준수가 일어났다.

그는 한쪽 눈에 시뻘게진 붕대를 감은 채였다.

“일단 저기 있는 게 김주혁인지부터 알아내야지.”

“……그, 그렇네. 김주혁이 소리치는 목소리는 못 들어봐서. 저게 맞는지 몰라.”

“나가서 확인해.”

“나, 나가서……?”

“그럼. 여기서 어떻게 알 건데.”

백준수가 으르렁대자, 아이들은 공포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빵 배달왔다! 나와! 백준수 이 찐따 새끼야!”

김주혁(?)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

순간, 아이들은 백준수 쪽을 바라봤다.

상대는 이쪽의 우두머리를 ‘찐따’라고 칭하며 불러내고 있다.

이건 도전장이다.

여기서 부하들을 보내서 처리한다면, 안 그래도 위태로운 우두머리 자리가 완전히 빼앗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백준수가 나가면 그의 신변이 위험하다.

윤소희가 나서서, 눈을 부라렸다.

“너네 뭐 해? 나가라니까? 그냥 여기서 뒤지고 싶어?”

“아, 아니…… 그냥…….”

멈칫했던 아이들이 양호실 문을 마지못해 연다.

드르륵.

그런데, 한 놈이 열다 말고 뒤돈다.

“근데…….”

그는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백준수 부르는데. 왜 우리가 나가.”

“뭐. 씨발? 준수가 쟤 꼬봉이야? 쟤가 부르면 나가야 되냐?”

윤소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붙인다.

“일단, 눈화장 안 하고 그렇게 부라려봐야. 별로 안 무서워.”

“……뭐?!”

윤소희의 얼굴이 사정없이 찌그러졌다.

“이 씨──”

──퍼억!

윤소희가 뭘 어찌해볼 틈도 없이. 말대꾸를 했던 남학생의 머리가 피떡이 되어버렸다.

비열하게 웃고 있던 눈은 까뒤집어졌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쓰러졌다.

“하아. 틈만 보이면 기어오르더니. 결국 이 사달을 내네.”

백준수가 오함마로 그의 머리를 찍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났다.

눈 깜짝할 새에 반 시체가 된 반항아를 흘끔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방패. 내놔.”

백준수는 방패를 빼앗아 들고는, 고함을 질렀다.

“김주혀어어어억!”

콰앙!

양호실 문이 걷어차여 무너져 내렸다.

“그래! 어디 빵 맛 좀 보자아!”

* * *

-ㄷㄷㄷㄷ

-와 패기

-뭐야 멀쩡해!?

-이거 되는 거냐?!

-PTSD 온다…….

“김주혀어어어어억!”

쿵……!

양호실 문이 터져 버리듯이 날아가는 모습.

이는 흡사 보스 몬스터의 등장.

그 이상의 포스를 내뿜었다.

“어디 빵 맛 좀 보자아!”

190 가까이 되는 거구에, 한쪽 눈에 시뻘게진 피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은 누구라도 벌벌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만약 눈이 마주친다면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이르러 여기서 바로 게임오버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방패로 자신의 안면과 상체를 가린 채였다.

화살에 눈을 잃었으니, 당연히 의식하고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딱 맞아들었다.

‘타코 형 영상에서 나왔던 그대로다.’

아몬드는 일전에 타코의 영상에서 NPC들이 방패로 무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선 도끼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고 여기선 화살을 막기 위해서인 게 다를 뿐.

똑같다.

백준수는 화살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 대책이 아몬드에게 되려 공략책이 되었다.

[불안]

현재 김주혁은 미세한 불안의 감정만 느낄 뿐.

백준수와 마주하고 있는 것치고는 거의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보스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가 늘어난 탓도 있겠으나.

그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가장 큰 이유일 터다.

“바…… 방패!? 다리에 저건 또 뭐야! 주, 주혁아 튀자. 저걸 어떻게…….”

그러나, 반장의 다급한 말처럼.

방패로 얼굴과 상체를 가렸다. 다리에도 무슨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양호실에 있는 깁스 재료를 활용해서 만든 것 같은데.

화살로 뚫릴지 의문이다.

“어, 얼른 내가 시간 끌게! 튀자!”

아몬드는 활시위를 입술에 얹으며 반장에게 답했다.

“쉿.”

“!?”

방패를 들었으니, 못 맞힌다?

갑옷 때문에 못 뚫는다?

평범한 궁수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기리리릭.

끝까지 당긴 활시위를,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놓았다.

파아아앙──

화살이 날았다.

그것은 위로 향했다.

복도 천장에 거의 닿을 듯 치솟았다.

그러다 갑자기 휙 아래로 내리꽂혔다.

중력이 늘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푸욱!

살갗을 파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준수가 창을 떨궜다.

이어서 방패도 아래로 스르르 내려갔다.

비로소 보였다.

화살이 어디에 꽂혔는지.

“어, 어떻게…….”

반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야, 믿을 수 없는 신기(神機)를 맨눈으로 보게 됐으니.

쿵!

백준수가 큰절하듯 앞으로 고꾸라지자.

정수리에 박힌 화살이 보였다.

동그란 가마 한가운데였다.

마치 양궁 과녁 정중앙 10점짜리에 박힌 것 같았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이 귀에서 절로 재생되는 것만 같았다.

아몬드가 마이크 채널로 돌려 말했다.

“치키챠.”

여기까지가 그의 100만 원 리액션이다.

* * *

백준수가 쓰러진 순간.

-와

-시 ── 원

-이게 후원 리액션이지 씹ㅋㅋㅋㅋ

-진짜 개쩐다

-이, 이게 입금된 아몬드……?

채팅창에 반응이 우르르 올라왔다.

대체로 백준수 패거리에게 복수를 완료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근데 원래 이렇게 하는 거 맞냐?

-이게 아닌 거 같긴 함ㅋㅋㅋ

-제작사 오열각 ㅋㅋㅋㅋ

물론, 그 와중에도 아몬드가 백준수 패거리를 제압한 방식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몇 없긴 했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긴 하지만, 방패를 들었다고 오히려 죽게 되다니.

최종 보스치고는 허무하고 황당한 죽음이다.

-백준수 포스 지리긴 했는데

-백준수 소리 지르면서 나올 때 ㄹㅇ 화장실 가고 싶더라

-아니 근데 화살이 대체 어떻게 맞은 거냐?

그 황당함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건, 화살이 날아간 경로다.

이전에도 아몬드는 방패를 들고 있던 고블린 보스를 상대로 화살을 욱여넣은 적이 있다.

적과 나 사이에 일직선을 그리며 쏘는 게 아니라, 포물선으로 쏴서 하늘 높이에서부터 화살을 떨어뜨려 죽이는 방식이다.

미리 알아채고 방패를 하늘로 들어 막는 게 아닌 이상 허무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고.

그때 그 보스몬스터도 아무것도 못 한 채 단 한 방에 쓰러졌었다.

그걸 다 봤던 시청자들이 대부분인데도, 현 상황에 당황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땐 야외 전투였다. 천장이라는 게 없어, 아무리 하늘 높이 쏴도 중간에 방해하는 게 없었는데.

여긴 실내다.

천장이 있고, 옛날 건물이라 층고가 낮은 편이다.

이런 곳에서 포물선을 그려서 상대의 정수리를 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말 그대로 각이 안 나오는 일.

그런데 아몬드는 해냈다.

-커브샷 같은 거 아님?

-무슨 포크볼처럼 떨어지던데

-화살이 아니라 마구인 줄

쉽게 말하면, 그는 커브샷을 쏜 것이다.

커브가 좌우 방향이 아닌 상하 방향으로 걸린 게 다를 뿐.

하지만,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그 커브샷은 꼭 화살이 갑자기 뚝 멈춰서 밑으로 꽂히는 것처럼 보였다.

안 그래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데, 거기에 더 커브가 걸리니까. 그렇게 보일 법도 했다.

-이게 계산의 영역임??

-이건 운도 좀 따랐을 듯

-포크볼인 줄

-나 이거 옛날에 올튜브에서 본 적 있음ㅋㅋㅋ

-이게 진짜 되누

어떻게 보면 계산의 영역을 벗어난 것 같은, 행운 혹은 기적에 가까운 사격.

실제로 이게 운이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다.

유일하게 입증된 사실은, 아몬드는 어찌 됐든 단 한 번에 해냈다는 것이다.

빠바밤!

[빅son 님이 무려 2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어메이징…… 보람찬 후원이었다…….]

이 리액션이 나오게 한 장본인도 만족할 만큼 뛰어난 퍼포먼스였다.

-ㄹㅇ

-ㅇㅈ

-아몬드가 리액션다운 리액션을 하다니……

-정수리 자살 퍼포먼스 어디 감?ㅋㅋㅋ

-오늘 지려따

“감사합니다. 빅손 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사하던 아몬드는 멈칫한다.

여자 비명 소리가 양호실 쪽에서 울려 퍼진다.

그가 알기로 백준수 패거리에서 여자는 딱 한 명이다.

윤소희.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네요.”

윤소희는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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