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52화 (33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2화

18. 슈뢰딩거의 아몬드(5)

Shorts.

올튜브의 장점을 극대화한 짤막한 인스턴트 영상이다.

시청 피로도가 낮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가 많다. 단순 조회 수를 높이는 데에는 이거만 한 게 없다고 할 정도.

다만, 당연히 단점도 있다.

우선 편집을 많이 거쳐야 한다는 점.

1분 안에 만들어야만 Shorts로 인정되기에 모든 걸 다 손을 봐서 1분 안에 욱여넣어야 하는 거다.

이게 Shorts 영상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인데, 현재 지아에게만은 예외였다.

“어차피 얼마 안 걸렸네.”

그녀의 편집 실력이 뛰어나서?

그건 반만 맞는 말이었다.

“화살 물고 백준수 죽이기까지…….”

주된 이유는, 편집을 할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한 5분인가?”

아몬드가 화살을 피한 뒤, 입으로 물고, 백준수를 도발해서 그를 죽이기까지 굳이 대단한 편집 없이 쓸데없는 부분만 제외해도 3분이 나오질 않았다.

지아는 여기서 1분을 맞추기 위해 반장이 백준수를 도발하는 장면을 삭제했고. 쓸데없는 프레임을 제거해서 동작을 더 빨라 보이게 했다.

안 그래도 빠른 동작인데 이렇게 편집하니 무공을 쓰는 게 아닌가 싶은 수준이었다.

“한번 볼까…….”

지아는 피곤한 눈으로 턱을 괴고 마우스를 딸깍였다.

[재생]

쉬이이이익!

일단 화살이 날아온다.

이 장면은 느린 재생이다.

그러나…….

탁!

입으로 화살을 물고.

기릭.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까지는 눈 깜짝할 새였다.

그리고, 백준수가 등장한다.

쿵!

문이 날아가며, 뿌연 먼지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이 보인다.

여기서부턴 다시 슬로우.

문이 느리게 날아가는 장면이 잡히니, 백준수가 한층 더 강력해 보인다.

방패를 들어 올리며 그가 고함을 지른다.

[김주혀어어어어억!]

피부에 떨림이 전해질 정도의 패기.

그런데, 그도 오래 가지 못했다.

휘익!

위에서 뭐가 날아오더니.

푸욱!

190의 거구가, 맥없이 쓰러진다.

아몬드의 입이 클로즈업됐다.

[치키챠.]

여기까지가 1분이다.

“오. 올릴 만하네.”

흐아암.

만족한 지아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일어났다.

“……출출한데.”

쪼르르.

컵라면 물을 붓던 지아.

“아.”

그녀는 아까 빼먹은 게 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컴퓨터로 향했다.

[주혁: 이거도 편집할 때 넣으면 재밌을 거 같아서]

[주혁: (사진)]

주혁이 캡처한 커뮤니티 반응.

“확실히 센스가 좋아.”

지아는 지긋이 웃으며 앞부분에 사진을 삽입했다.

* * *

띠링!

[좀비 스쿨) 억까들 “치키챠” 해버리기]

때아닌 영상 업로드에 시청자들은 의아해했다.

-?

-쇼츠가 또?

-오늘 풍년이네

-편집자님 감사합니다 ㅠㅠㅠ

-이게 뭐냐. 무슨 음모냐?

난트전 이후로 아몬드 채널은 Shorts를 그리 많이 만들지 않았었는데.

이틀을 연이어 올라온 현 상황에 놀란 것이다.

-썸네일 무엇 ㅋㅋㅋ

-설마 저거대로 되냐???

-도랏ㅋㅋㅋ

두 번째로, 그들은 썸네일에 놀랐다.

==== ====

[지금 ^견^과류단이 바라는 그림]

사실 아몬드가 죽기 직전에 채팅 보고 미친 반속으로 방송을 껐다 -> 오늘 보란 듯이 돌아와서 공중에서 화살 낚아채고 곧바로 백준수 정수리로 다시 골인 -> 사실 이게 리액션입니다. 하면서 겜종

==== ====

아까 주혁이 보낸 커뮤니티 글이 썸네일로 올라가 있었다.

아몬드 채널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썸네일 ㅋㅋㅋ

-저거 견과류단 조리돌림하는 거 아님?

-뭐냐 썸넬 ㅡㅡ

처음엔 지아의 의도를 오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하나둘 영상을 재생해 본 시청자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하자, 전혀 반응이 달라졌다.

-와…… 이게 말이 되누?

-아니 어떻게 죽인 거임??

-저기서 백준수까지 죽일 줄은 전혀 몰랐는데…….

└이게 아몬드의 “진심 펀치”다.

└ㄹㅇ 나도 피하는 거까지는 와 이러고 말았는데. 시발 거기서 백준수를 무슨 말도 안 되는 뚝 떨어지는 화살로 쏴 맞히네…….

날아오는 화살을 입으로 낚아채서 다시 백준수를 쏴 맞히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감탄.

적절한 편집까지 가미되자, 마치 액션 영화 한 장면처럼 구현돼서 더 말이 안 되게 느껴진다.

-ㅁㅊ 저 글이 성지였네ㅋㅋㅋㅋㅋ

└이 또한 치키챠다……

└썸넬이 편집자의 치키챠 ㅋㅋㅋ

-기승전견이 완벽하다. “사아쪄?” 부터 “치키챠”까지…….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ㅠㅠㅠ

└ㄹㅇ ㅋㅋㅋㅋ 사아쪄 무한반복 1시간짜리 만들어야겠다

└아니 이 사람 자세히 보니까 기승전 “견” ㅋㅋㅋㅋㅋㅋㅋ

더군다나, 마지막의 ‘치키챠’는 그를 의심하던 무리들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래서 어르신들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셨군요……..

└ㄹㅇ……명불허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승전견ㅋㅋㅋㅋ

-견까새끼들아 나와서 짖어봐ㅋㅋㅋ

-ㅋㅋㅋㅋㅋㅋ견까 개같이 멸망

└견과류단 개같이 부활ㅋㅋ

아몬드의 팬들은 신나서 폭주했고.

몇몇 선량한(?) 악플러들은 지난날을 반성했다.

-대가리 박습니다. 형님. 어제 원트 못한다고. 견^2 달고 놀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견과류를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견! 견!

└ㅋㅋㅋㅋㅋ쿨찐 행세 꺼져

└ㅂㅅ ㅋㅋㅋ

└바로 형님 ㅋㅋㅋㅋ

이건 그나마 좋은 경우이다.

사실 대부분의 악플러들은 반성도 하지 않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편집빨이지 ㅅㅂ ㅋㅋ

└ㄹㅇ 이거에 속는 잼민이들이 불쌍하네.

└대중들이 원래 그럼

-라이브 영상 갖고 와봐 ㅋㅋㅋ 편집으로는 나도 전자파임

└ㄹㅇㅋㅋ

└병신 억까 새끼들 원트에 못 깬다고 시비 걸 땐 언제고 원트 할 각 나오니까 편집 ㅇㅈㄹ ㅋㅋㅋㅋ

“한결같네, 참…….”

후루룩.

지아는 모니터 앞에 서서 컵라면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조용히 마우스를 놀려 해당 댓글들을 삭제하고 차단해 버릴 뿐.

딱히 그들을 더 설득하기 위해 라이브 롱테이크까지 올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아무 가치가 없는 인간들이다.

모든 걸 다 설득하고 보여줘도, 잠시 물러갔다가 또 약점이 보이면 물어뜯으려 몰려올 터다.

이 영상도 사실 팬들이 기분 좋으라고 올린 것이지, 악플러들을 정말 ‘치키챠’ 하겠다고 올린 게 아니다.

“어쨌든 영상은 성공적이네.”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지아: 잘했어~ 어그로는 좋네]

[주혁: 나야 나]

주혁이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피식.

그녀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치솟았다.

* * *

컷씬이 끝난 후.

업적을 얻었다.

[업적. 사사로운 복수. 달성!]

“오.”

아무래도 일진 패거리를 전부 정리하면 주는 업적인 것 같다.

아몬드는 다시 몸의 주도권을 찾았는지, 확인차 손을 쥐락펴락해 본다.

“오. 움직이네요.”

-와 윤소희도 치키챠 해버렸네요.

-일진 쉑들 개같이 멸망ㅋㅋ

-윤소희는 왜 치키챠 안 해줘ㅠㅠ

시청자들은 드디어 일진 패거리가 전멸한 것에 환호했다.

아몬드도 기분이 좋긴 했다.

괜히 아까 김주혁의 말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 좀비 때문도 아니고, 이 빌어먹을 학교 때문도 아니고. 너희들 때문이야.」

김주혁은 이 사태의 탓을 방관자와 가해자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진심이었을까?

그들의 기분이 나쁘라고 하는 소리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기분이 나으라고 하는 소리였을까?

‘……이렇게 해서 조금은 나아진 건가.’

그는 김주혁의 감정 상태창을 열어봤다.

[불안]

[고조]

[피곤함]

행복은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말이다.

-와 ㅊㅊㅊㅊ

-이거 거의 엔딩 아님???

-드디어 일진 무리 다 척살했네

-캬 사이다

-ㅊㅊㅊㅊ

축하를 전하는 채팅들이 쏟아진다.

아몬드는 물끄러미 그 채팅들을 바라본다.

이어서는 후원도 터진다.

빠바밤!

[참교육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학교의 질서를 바로잡으셨군요. (세상이 망하고 나서야)]

역시나 일진들을 참교육시켜서 즐겁다는 내용이다.

[그레이트티쳐아몬드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좀비 Schooled!]

좀비 스쿨을 스쿨드(Schooled, 참교육해 버리다)라고 말장난 치는 후원도 들어왔다.

[오멘 님이 5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이거 아몬드가 해서 그런가 ㅋㅋ 완전 급식 웹툰 플롯 아님?ㅋㅋㅋㅋ 여튼 ㅊㅊㅊ]

좀비 스쿨의 내용이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 웹툰의 플롯과 비슷하다는 말도 있었다.

아몬드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후원 감사합니다. 참교육 님. 그레이트티쳐아몬드 님. 오멘 님.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더 진행해 볼게요.”

-ㄷㄷ 그레이트티쳐아몬드를 다 읽어주네 ㅋㅋ

-급식 웹툰ㅋㅋㅋ

-견과류쉑 킹받는 닉넴 말고는 다 제대로 읽어줌ㅋㅋㅋㅋㅋ

‘어쨌든 복수라도 해서 다행이야.’

비록 김주혁의 감정 상태에 긍정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복수를 안 해도 그건 똑같았으니.

복수를 한 지금이 낫다.

“자, 복수도 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가야죠?”

이제 더 이상 일진들과, 김주혁의 과거와 얽힐 게 아니라, 나아가야 한다.

-이제 모함?

-방공호 탈출?!

-면역자 찾아야 함

아몬드는 반장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다시 가자. 공사장으로.”

우선은 현아와 수현을 만나기 위해 공사장으로 간다.

아몬드의 생각엔, 김주혁은 그 둘과 함께 있을 때 가장 감정 상태가 좋았다.

그 생각에 괜히 아몬드도 기분이 좋아졌다.

* * *

반장과 함께 공사장에 도착한 아몬드.

공사장 입구로 들어서자,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지이이이잉.

아마 공사장에 있는 장비를 가동시키는 소리 같다.

그 소리를 듣고 몰려온 좀비들이 입구로 들어가려 두 팔을 허우적댔다.

“크어어어……!”

“크어어!”

견고한 바리케이드 때문에 들어가지는 못한 채로 괴성만 지른다.

잠시 후.

푸욱! 푹!

바리케이트 사이로 날 선 창이 튀어나오며 좀비들의 머리를 관통했다.

공사장을 지키는 인력이다.

좀비들이 쓰러지자, 바리케이드 사이로 비추는 그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중엔 현아도 있었다.

“오! 너네 왔구나!”

현아가 아몬드가 도착하자 반가운 소리를 내었다.

드르르륵!

아이들은 일제히 바리케이드를 옆으로 밀어내며 반장과 아몬드를 안으로 맞이했다.

아몬드는 들어가자마자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무리해서 화살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고 싶어서였다.

“백준수 패거리는 전부 처리했어. 화살 만드는 건 일단은 멈춰도 돼.”

그러나 반응은 냉담.

“뭐……?”

지이이이이이잉.

한참 화살을 제작하고 있는 소음 사이로, 현아가 얼이 빠져 고개를 90도로 갸우뚱거린다.

“무슨 말이야? 화살 3발만 가져갔었잖아? 근데 어떻게 다 처리해? 12명…… 인데?”

-???: 3발로 12명을 처리했다니까. 글쎄?!

-ㄹㅇ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누 ㅋㅋ

-직접 본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누님.

현아는 설명을 바라는 듯 반장을 돌아봤으나.

“……아…… 그니까…….”

반장도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삐걱거렸다.

-렉걸림ㅋㅋㅋㅅㅂㅋㅋ

-반장쉑ㅋㅋㅋ 일부러 곤란할 때마다 렉걸리는 거 아님?ㅋㅋㅋ

-표정 ㅅㅂㅋㅋㅋㅋ 미쳤넼ㅋㅋ

반장은 머리를 쓸 때 표정이 참 이상했다. 정확히는 머리가 고장 났을 때 표정이다.

아몬드는 답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NPC가 말을 또 못 알아듣는다.

지금 무리해서 화살을 더 만들 필요가 없다는데도.

“이미 다 처리했다고.”

현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사실 그리 알아듣기 힘든 말은 절대 아닌데. 뭔가가, 알고리즘이든 뭐든 하여튼 꼬인 느낌이다.

-ㅋㅋㅋㅋㅋㅋㅋ왜 못 알아들음?

-NPC들의 논리로 이해가 안 되나 밬ㅋㅋㅋ

-아몬드 잘못임ㅋ

그때, 누군가 도움을 주기 위해 후원을 보냈다.

띠링.

[대신 해드림!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해야죠! 3발 들고 가서 한 발은 창 튕겨내고 두 발은 보초 죽이고 한 발 다시 주워서 도망가는 새끼 죽이고 나머지 한 발은 내가 뒤지려고 180도 커브샷을 쐈는데 생각해 보니 뒤지면 안 돼서 입으로 문 다음 그걸 백준수 정수리에 꽂……]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 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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