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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55화 (335/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5화

20. 원래의 플레이(1)

좀비 스쿨 내 시간으로 다음 날이 밝았다.

‘오래도 살았다.’

아몬드는 살아남은 기간을 보며 되뇌었다.

이런 좀비 아포칼립스에 시대에 살아가는 것치고는, 고등학생치고는 참 오래 살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아몬드도 이제 생존 게임류의 플레이 방식을 대강은 알고 있다. 그 특성상 이건 프롤로그 스토리일 뿐이고, 학교를 벗어나서 방공호로 가는 과정에서 진짜 생존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그 부분은 제작사에서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아몬드는 모른다.

‘학교를 벗어나야지.’

그런 채로, 그는 다음 생존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 *

아몬드는 우선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자. 다들 모여봐.”

그가 체육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부르자, 모든 인원이 그 밑에 도열하듯 모여들었다.

“이제 살 만해진 것 같지만. 언제 전기가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야. 매점 빵으로도 한계가 있을 거고.”

학교가 좋은 안식처인 건 분명하지만, 영원히 학교에 있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식량이 언젠간 모자랄 거야.”

“맞아.”

아몬드가 그에 대답하듯 말을 이었다.

“공사장에서 화살이나 무기를 최대한으로 만들어서 한번 나가보자. 머무는 장소는 학교가 되더라도, 식량은 이제 밖에서부터 수급해야 돼.”

웅성거리는 소리는 있었지만, 딱히 반기를 드는 자는 없었다.

언젠가 닥칠 일이었다.

다만 어떻게 진행할지, 그 구체적인 방법이 안개 낀 듯 흐릿했었는데.

지금은 그 길을 비춰주는 등대가 눈앞에 있다.

그들의 시선이 전부 위로 향한다.

모두의 앞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는 아몬드를 향해.

“그리고, 우리는 면역자가 있다. 나가서 방공호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백신도 받을 수가 있어.”

면역자 하나당 10명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이게 그의 추측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공호에 들이는 숫자를 면역자 하나당 10명으로 정할 이유가 없다. 최대한 많은 생존자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면, 면역 여부에 상관없이 감염자만 아니면 다 받아내야 한다.

근데 정부는 면역자당 10명을 받겠다고 했다.

그건 면역자 하나가 커버할 수 있는 인원이 10명이라는 것이고.

무엇을 커버하는 건지는 유추해 보면 뻔하다. 당연히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수량일 터다.

‘여긴 15명…….’

여기 있는 인원 전부가 그 면역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다.

‘나가서 면역자를 더 발견할 수 있나?’

이 좀비 스쿨 세계관은 다른 좀비 컨텐츠들과는 달리 면역자의 분포율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아무도 그렇게 직접 얘기한 적은 없지만, 휴대폰으로 올튜브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정보를 종합해 보면 그렇다.

‘휴대폰도 얼마나 더 쓸 수 있으려나.’

아몬드는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느낀다.

“빨리 움직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공사장에서 무기를 더 만드는 거야.”

“오케이!”

“예!”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공사장으로 향했다.

* * *

아이들은 공사장에서 화살과 창을 만드는 데에 모든 인력을 쏟아부었다.

좀비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오는 걸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호위 인력과 일하는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게 식량을 조달하는 인력을 제외하면 모두 생산에 매달렸다.

“야! 빵 배달! 빨리빨리 안 움직여?!”

“미, 미안…….”

빵 배달은 백준수의 패잔병이었던 다섯이 맡아서 했다. 아이러니한 광경이었다.

이들은 그 외에도 뭔가를 들고 날라야 할 때마다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그 대가로 식량은 어느 정도 제공이 된다. 그 양이 일반 아이들의 절반 정도일 뿐이다.

“그거 다 먹고 저기 쇠파이프 뭉치 여기까지 옮겨.”

“……아……알았어.”

그마저도 먹는 시간이 길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빡빡하게 굴러가며, 아이들은 무장을 갖추는 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가 지나가던 무렵.

아몬드와 또 다른 궁수 하나를 위한 화살 총 40발이 완성됐다.

거기에 창 역시 10자루를 더 생산해냈다. 모든 아이들이 통철로 만든 단단한 창을 들고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됐다.

희미한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풍경 아래, 아몬드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 탐사를 시작해 보려 하는데.”

아몬드는 옆에 선 수현을 콕 찔렀다.

“아, 아…… 타, 탐사는 총 다섯 명씩 나갈 거야. 우리 탐사의 목적은 방공호까지 가는 루트를 확보하는 거고. 무조건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돌아와야 하고…….”

촤락.

수현이 눈짓하자 옆에서 반장이 커다란 지도를 펼쳤다.

다른 학생들이 무기를 만드는 동안 그는 지도를 만들었다.

이제 곧 휴대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될 테니까.

“방공호와 우리 위치 사이에 어떤 장소가 살 만한지, 변종 좀비는 뭐가 있는지, 식량이 있을 법한 위치는 어디인지를 알아오는 거야.”

수현은 마지막으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수칙을 설명했다.

“수칙은 점점 더 만들어갈 테지만. 일단 제1 수칙. 절대. 누구도. 이 학교로 데려와선 안 돼.”

중간에 마음대로 동료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이건 단순히 인간 불신에서 비롯된 정책이 아니다.

“누가 어떻게 감염되어 있는지 우리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우리끼리도 확인이 힘든데, 외부인은 훨씬 더 힘들어.”

아이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 오로지 예외 사항은 면역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데려올 때야. 만약 휴대폰 통신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면역자를 발견했을 시 무조건 우리에게 알려야 돼. 그게 안 된다면, 그때부터 탐사 일정을 모두 멈추고 면역자를 우리 학교로 데려오는 게 1순위가 되는 거야.”

면역자가 하나 더 있고 없고는 현 상황에 엄청난 큰 변수다.

당연히 최우선 순위로 확보해야 했다.

“제2 수칙. 그날 부여받은 탐사 위치까지 반드시 갔다 와야 해. 그리고 그 위치에 이 스프레이로 표식을 남기도록 해. 만약 가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면 이유를 아주 잘 설명해야 할 거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3 수칙. 증거를 최대한 남겨. 휴대폰이 가능한 상황이면 영상과 사진으로 자료를 남기고, 그게 안 된다면 거기 증거가 될 법한 물건을 갖고 와야 해.”

수현은 미술부의 창고에서 꺼내온 스프레이 통 여러 개를 탁상 위에 올려두었다.

“가장 기본적인 증거 남기기는 바로 스프레이 마킹이야. 마킹을 어떤식으로 할지는 탐사 조장들에게 전달할 거…….”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준비된 탐사 일정에, 아몬드는 놀랐다.

“이런 건 제가 준비한 게 아닌데. 이렇게 하게끔 프로그램되어 있나 보네요.”

-ㄹㅇ피자빵 왤케 똑똑하누

-아몬드 말대로 게임 자체가 이렇게 흘러가게끔 되어 있나 본데

-와 이제 본격적으로 생존물 느낌아님?

-탐사 나가는 거 개꿀잼일듯

-조사병단이누 ㅋㅋㅋ

그러는 사이 수현은 모든 룰을 전달하고 설명을 마무리했다.

“수칙은 여기까지야. 앞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수칙을 계속 만들어나갈 거야.”

짝짝짝.

반장을 비롯한 아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수현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빠르게 퇴장했다.

이제 아몬드가 나설 차례였다.

그가 오늘 나갈 탐사조를 정해야 한다.

“오늘 탐사조장은 나다. 그리고 나머지 넷은…….”

일일이 손으로 가리켜 지정하려는 찰나.

띠링.

[탐사 일지]

이런 창이 떠올랐다.

-오.

-드디어 “상태창” 가능?

-뭐냐?ㅋㅋㅋㅋ

-아! 이거 게임이었지!

-이제 와서 주냐곸ㅋㅋㅋ

이 좀비 스쿨의 게임 특성상, 게임에 도움이 될 법한 상태창은 전혀 제공해 주지 않았었는데.

무려 탐사 일지라는 창을 내주었다.

[탐사 조 구성]

열어보니 탐사 조 구성이라는 창이 있다.

그걸 다시 열어보니 아이들의 이름이 나온다.

[목록]

[이길수]

[소유정]

[지도훈]

.

.

.

그 옆엔 각각 플레이어가 메모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김현아]

[매점 점원. 성인. 잘하는 거 딱히 없음. 분위기를 띄울 줄 안다. 의리 넘침.]

-ㅋㅋㅋㅋㅋㅋ메모 왜저럼

-잘하는거 딱히없음ㅋㅋㅋㅋ

-개웃기넼ㅋㅋ

-누나 ㅠㅠ

-지못미 ㅠㅠ

“오. 괜찮네요. 이런 거까지 준다는 건 이제부터 꽤 어려워진다는 얘기 같긴 하지만…….”

불친절하던 게임이 조금 친절해졌다. 그 말은 이제 슬슬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어찌 됐든 차출해 볼게요.”

그는 자신과 함께할 넷을 차출했다. 말로 하기보다 그냥 이 시스템 창으로 진행했다.

지목하는 대로 아이들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자. 각자 무장 준비하고, 나가자.”

이들의 이름 옆엔 아직 아무런 메모도 없지만. 아마 오늘 탐사가 끝나고 나면 생길 것이다.

* * *

첫 탐사다 보니, 그런 걸까?

아이들이 잔뜩 모여들어 준비를 도와줬다.

“여기 빵 하나 더 챙겨. 혹시 모르잖아.”

현아는 유독 아몬드의 가방에만 계속해서 빵을 넣어줬는데.

“누나. 이거면 3일 동안 고립돼도 살겠는데…….”

“아씨. 그냥 챙겨. 너 소보루빵 좋아하잖아.”

그녀는 표현은 안 해도 아몬드가 유독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수현도 다가와서는 그에게 뭔가를 몰래 건넸다.

“……아몬드. 이거.”

“?”

그가 가져온 건 웬 쇠 막대기…… 아니, 쇠로 만든 철제 화살이다.

“너라면 쏠 수 있을 거야. 많이 만들진 못했어. 딱 3발 정도. 그냥 나무 화살보다 훨씬 더 세고 훨씬 쏘기 힘들 거야.”

척.

그의 뒤로 또 다른 아이들이 카트에 뭔가를 끌고 온다.

“……?”

그건 활이었다.

“저 화살을 쏘려면, 이게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컴파운드 보우다.

활시위에 도르레 힘을 더해서 훨씬 더 강력한 장력을 받을 수 있는 활.

“학교에 있는 연습용 컴파운드를 강화시켰어. 그건 장난감이나 다름이 없어서.”

“……왜 이렇게까지.”

그간 나무 화살대에 쇠로 만든 화살촉만으로도 사실 좀비들을 충분히 잘 잡았었다.

이런 준비까지 굳이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말이다.

“나가면 또 어떤 놈들이랑 만날지 모르잖아. 2층에 있던 놈보다 더 센 놈이 없으리라곤 생각 못 하지.”

-피자빵니뮤ㅠㅠㅠ

-친절해…….

-갓자빵

[피자빵나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수현아 ㅠㅠ 감동이야 ㅠㅠㅠㅠ]

그 외 탐사원들도 각자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응원을 받고 있었다.

“12시까지만 잘 돌아와.”

“혹시 이상한 거 보면 그냥 튀어. 알았지?”

“휴대폰 잘 챙겼지?”

걱정이 많이들 되는 모양이다.

고작 해봐야 한나절 정도의 탐사지만, 이 사태 이후 학교를 벗어나는 건 처음이니 말이다.

“갔다 올게.”

“간다.”

각자의 식량과 무기, 그 외 통신 장비를 장착한 탐사원들은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육관을 나서 교문이 있던 곳까지 다다랐을 때. 아몬드는 다시 한번 화살을 점검했다.

‘20개…….’

과하게 많이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인데. 어쨌든 첫 탐사니까, 이렇게 챙겨준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앞장서라. 도훈아.”

그 후, 아몬드는 휴대폰과 보조 배터리를 챙긴 ‘안내자’ 역할의 ‘지도훈’에게 말했다.

“응.”

그는 어플로 지도를 켰다.

수현과 공유하는 아이디로 켠 지도다.

방공호까지의 루트에 전진 기지가 될 만한 곳들을 따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들이 오늘 갈 곳은 여기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대형 마트다.

“이쪽이야.”

도훈의 안내에 따라, 아몬드와 아이들은 이 사태 이후 처음으로, 교문의 경계선을 넘는다.

이쯤이 좋아 보였다.

방송 종료 타이밍.

“아. 오늘도 재밌었습니다.”

-?

-헐.

-ㅠㅠ 벌써 시간이 ㅠ

-안 돼!

-멈춰!

벌써 시간이 밤 12시를 넘겼다.

일진 패거리를 처리하고 나서 오히려 더 할 게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다.

“내일부터 탐사를 나가니까. 뭔가 좀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와 근데 밖에 나갈 수도 있으면 스케일 ㅈㄴ 큰 거 아님???

-트바 ㅠㅠ

-낼 재밌겠다 ㅎㅎ

“트바!”

……라고 방송을 끝내려했던 아몬드는 잠시 멈칫한다.

“아. 잠시만요. 호스팅 해드릴게요.”

-호스팅?

-웬일?

-오오

-난민 토스 ㅋㅋ

-가지 마 ㅠ

* * *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야구 방망이를 들고 뛰는 남자.

그는 학교 복도의 끝에 다다랐다.

“후아…… 에, 에라이……!”

그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뒤로 돌아섰다.

“덤벼! 와라! 다 오진 말고 하나씩!”

“크어어어…….”

“크아아아!”

그의 앞에는 수많은 좀비들과…….

“야. 하나씩 오라…… 엥?”

[아몬드 님이 18,452명을 호스팅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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