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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58화 (33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58화

21. 넘을 수 없는(2)

학교는 알이며, 학생은 새다.

새들에겐 알이 하나의 온전한 세상이나.

언젠가 모두는 이 알을 깨고 나가게 된다.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알은 때가 되면 스스로 허물어졌더랬다. 알고 있던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혹독한 시기에 태어난 새들은, 그마저도 직접 해야만 했다.

바로 지금 같은 시기에 태어난 새들이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죽고, 그 죽음마저도 거부한 자들이 망령처럼 돌아다니는 지금.

아기새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세상을 스스로 깨부숴야 했다.

그들이 딛고 선 시체의 산.

그 안엔 비단 좀비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은 어쩌면 어른보다도 이미 더 어른이다.

이제 이들은 스스로 알을 깨고, 다른 세상으로 발을 딛는다.

이는 떨리는 일이다.

동시에 설레는 일이다.

“아마. 반드시 사람이 있겠지.”

그 두 가지 감정을 담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선두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지도현’이다.

“이 넓은 동네에 우리뿐일 리가 없잖아.”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긴장과 설렘으로.

기대와 걱정으로.

“응.”

따라오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있을 거야. 분명.”

아몬드도 첨언한다.

동시에 생각한다.

‘있겠지.’

학교 안에서만 이만큼이 살아남았다.

아마 안에서의 갈등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이 바깥 세상은 학교보다 훨씬 넓다.

그러니 사람도 분명 더 많겠지.

‘근데 믿을 수 있나.’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건 반가운 일이나, 동시에 가장 위험한 일이다.

지금 함께 나온 이 아이들만 해도 일진 패거리들을 다 쳐죽인 것에 대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었다.

아마 다른 아이들도 아몬드와 같은 생각이다.

“첫 번째 수칙 기억하지?”

“그래. 절대 절대 사람을 데려오지 말 것.”

그들은 가장 중요한 수칙을 되새기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 * *

이제 학교 밖이다.

휘이이이잉.

바람은 상쾌했으나, 풍경은 쓸쓸하다.

늘 북적이던 등굣길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 뒤편의 재래시장은 천막이 다 무너져 내렸다. 문구점은 유리창이 다 깨진 채, 안쪽이 새까맣다. 누가 불이라도 지른 걸까?

꿀꺽.

앞쪽의 도현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아몬드의 귀에까지 들려온다.

-사람 아예 없네……

-ㄷㄷㄷㄷ

-살풍경;

시청자들도 이 정도로 살벌한 풍경은 예상 못 했는지, 풍경에 대한 채팅이 연이어 올라온다.

“얘들아. 이상한 게…….”

툭.

탐사대에서 유일한 여자아이, 소유정이 발걸음을 멈춘다.

그녀의 포지션은 맨 앞도 맨 뒤도 아닌 중앙에서 최대한 시야를 넓게 보는 거다.

“……좀비들도 없어.”

그녀는 자신의 임무에 성실히 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가 눈치채지 못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냈으니 말이다.

“!”

아이들은 그녀의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한 후 모두 흠칫한다.

가장 겁먹은 건 유정이다.

“사, 사람이 없는 것까진 그럴 수 있는데. 좀비는 왜 없을……까?”

그녀의 하얀 다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불안]

“학교로 다 몰려와서 우리가 다 잡은 거겠지.”

가장 후방을 맡은 길수가 답한다. 날씬한 체형에 날렵해 보이는 척후병 느낌이다.

“우리가 공사장에서 소음 내면 그때마다 오는 좀비들을 다 죽였으니 말이야.”

“그, 그런 걸까……?”

글쎄. 아마 길수의 추측이 맞을 거다.

한 70퍼센트 정도는.

지금 이 물음에 100퍼센트로 답할 수 있는 자는 지금 여기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몬드가 유정을 다독인다.

“정확히 알려면 더 나가는 수밖에 없어.”

“……주, 주혁아. 넌 안 무서워?”

후다닥.

달라붙어서 올려보는 그녀의 눈망울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ㅁㅇㅁㅇ

-이거도 설마 얼굴 인식되나요? 분위기 이상한데.

-무섭겠니 보스몬스터로 골프치는 애가

-또 시작이다…… 페이스 아이디……

-페이스 아이디 또 발동함?

은근슬쩍 기대려는 그녀를 아몬드는 매정하게 떼어냈다.

리더는 한 사람에게만 너그러울 수 없다.

“무섭지. 학교에서 갇혀서 굶어 죽을까 봐.”

“!”

-ㅋㅋㅋㅋㅋ

-벽치는 거 하난 선수

-표정ㅋㅋㅋ

“앞으로 가야 돼.”

아몬드는 다시 알아들으라는 듯 또박또박 말한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좀 더 걸어가다 보니 모든 가게들이 다 무너지고 불에 탄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누군가가 이미 털었다거나 하는 흔적은 없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한 정거장쯤 왔을까?

또 말을 꺼낸 건 유정이다.

“……어. 분식집? 멀쩡한데.”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니 진짜로 멀쩡한 분식집이 보인다.

“우리 식량 정보도 들고 가야 하지 않아?”

분명 탐사대의 목적 중 하나는 식량 확보이긴 했다. 방공호로 가는 거점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식량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니까.

그러나 길수가 반론을 펼친다.

“저게 식량이 되겠어? 조리도 해야 되고. 차라리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집 같은 게 낫지.”

“샌드위치 재료가 지금까지 안 상하고 잘도 있겠다. 차라리 떡볶이처럼 냉동 떡을 소스에 버무려서 졸여 먹는 음식은 괜찮지. 순대도 오뎅도 다 냉동일 텐데.”

“저걸 어디서 조리하냐고. 여기서 분식집이라도 차리…….”

“야. 야. 어차피 탐사장이 정해야 돼. 니들끼리 왜 싸우냐.”

가장 덩치가 큰 경호라는 아이가 말린다. 그는 생김새도 그렇고, 갖춘 무장도 두꺼운 조끼와 방패 위주인 게 탱커 같은 느낌이다.

“그래. 탐사장이 정해.”

“맞아. 탐사장.”

결국 선택에 있어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받게 된 건 아몬드다. 그가 결정해야 했다. 리더니까.

아몬드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점심시간 직후였지.’

처음 좀비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왔을 때가 점심 직후에 있던 체육 시간이다.

‘그러면 재료는 다 준비 된 채였겠지만…….’

그렇다면 아마 떡볶이집은 오늘 장사를 준비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학교 상권인 이상 나가는 게 허락되지 않은 점심보다는 저녁 하교길에 팔리는 걸 크게 준비한다.

그 상태에서 좀비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됐을까?

주인도 좀비가 됐을까? 냉장고는 돌아가고 있을까?

길수는 조리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긴했지만, 유정의 말도 일리가 있다.

떡볶이 재료들은 대체로 오래가는 냉동 위주인 데다가, 전기나 가스만 살아 있다면 충분히 해먹기에도 간단한 음식이다. 특히 순대나 오뎅은 완제품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여긴 돌아오는 길에도 무조건 들러야 하잖아. 그때 봐도 늦지 않아.”

아몬드는 보류하기로 판단했다.

“……그래.”

여긴 학교에서 가깝다. 마음 먹으면 학교에 남은 아이들이 따로 나와서 가져가도 될 만큼.

“대신 톡방에 기록은 남겨놔. 떡볶이 플러스. 식량 보유 가능성 있다고.”

“오케이.”

길수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유정이는 볼을 부풀렸다.

어쩔 수 없다. 첫날은 좀 더 먼 곳까지 탐사하는 게 우선이다. 그들은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매일같이 내리던 버스 정류장을 지나,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도 지났다.

이제 버스 정류장으로는 한 3정거장쯤 온 것이다.

오는 길에 역시나 좀비는 하나도 없었다.

이젠 상업지구를 벗어나 거주 지역이다. 슬슬 아파트 단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아파트들을 보자, 아몬드는 머리가 막막해졌다.

‘저 많은 집들 중에 생존자가 하나도 없나?’

엄청난 가구 수.

그러나 불이 들어온 집이 없다.

아니면 이건 어찌 됐든 게임이니까, 저 아파트의 모든 내부까지 구현되지는 않은 걸까?

“후우.”

도현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게 긴장되는 모양이다. 그들은 지금 횡단보도 하나를 앞에 두고 있는데.

이제 저걸 건너면 ‘등굣길’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를 벗어나는 거다.

즉, 별로 익숙지 않은 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

“아무도 없네.”

“건너자.”

선두의 도현이 ‘혹시 모르니 초록불로 바뀌면 건너자’라는 바보 같은 소리를 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그들은 무단횡단으로 건너기 시작했다.

“차도 한 대도 없네.”

“주차된 차들 말고는…… 그냥 없어.”

보통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도로에 차가 한두 대쯤 방치되어 있을 법도 한데.

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횡단보도를 2/3쯤 건넜을 시점이었다.

부우우우웅.

멀리서 투박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

순간 아이들은 멍한 눈으로 걸음을 멈춰 버렸다.

“뭐…… 뭐야.”

“차?”

본능적으로, 차를 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누구인 줄 알고?

저걸 멈추면 우리가 죽는 거 아냐?

그러면 도망칠까?

그럴 시간은 있고?

뭘 해야 하는지 머리가 하얘진다.

“뛰어! 숨어!”

뒤쪽에서 길수가 외쳤다. 그는 수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동의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별다른 말은 없었어도, 아이들은 일제히 뛰어서 건너편에 있는 가로수 밑 수풀에 몸을 던져 숨었다.

팔꿈치가 까지고, 바지 무릎이 해졌으나. 개의치 않았다.

부으으으으응……!

엔진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공포가 고통을 전부 짓눌렀다.

“하아…… 하아…….”

수풀 사이로 보이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온다.’

드르르르릉.

엔진 회전수가 급감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코너에서 커다란 SUV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다, 뒤쪽 짐칸이 오픈되어 있으니 픽업트럭이라고 봐야 했다. 미국의 교외 지역에서 자주 활용되는 유형의 차인데.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저만한 차는 없을 것이다.

짐칸 위엔 사람 서너 명이 타고 있었다.

하나같이 근육질의 남자들이다. 인상도 별로 좋지 않은.

쉬이이이.

픽업 트럭이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다.

지금 빨간불이라고 멈춘 걸까?

휘이이잉.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말소리.

“왜 세워?”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았어.”

“?”

트럭 위의 남자들끼리 대화하는 소리다.

“무슨 소리 들렸냐?

“바람 소리?”

“아니. 딱히…….”

운전자와 이야기하던 짐 칸의 남자가 그들의 반응을 가리키며 고개를 까닥인다.

“엔진소리 때문에 헛것 들었나 본데.”

“사람 소리 같았는데…….”

“새소리겠지. 그리고 사람 소리면 어쩌게. 우리 갈 길도 멀어.”

여기서 아몬드는 고민했다.

‘차를 뺏으면 좀 편하려나?’

이 자리라면 순식간에 운전석과 짐칸 모두를 없앨 수 있었다.

활은 소리도 잘 나지 않는다. 특히나 이 컴파운드 보우라면, 순식간에 처리 가능하다.

저들은 우리 위치를 전혀 모르는데다가 원거리 무기 같은 건 보이지 않으니.

‘아니다.’

보통의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저런 자들을 습격해서 차를 뺏어도 되지만.

아무래도 이 게임의 특성상, 도덕적으로 뭔가 결격사유가 없는 자들을 습격해서 차를 탈취하면 NPC들이 따르지 않을 것 같았다.

트럭은 우연인지 뭔지 신호가 바뀌자 다시 출발했고.

“하아…… 하아……! 지, 진짜 숨통 터지는 줄.”

“겨우 살았네.”

아이들은 저마다의 탄식을 뱉으며 긴장을 풀고 잠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휘이이잉.

또 바람이 불었다.

녹색 이파리들이 춤을 추며 코러스를 넣는 그때.

사라라락……

‘?’

감각이 예민한 아몬드는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리들 사이로 들려온 아주 미세한 파열음.

뒤를 휙 돌아본 그는, 멈칫했다.

“……유정이 어디 갔어.”

여학생이 사라졌다.

-???

-뭐야

-헐

아이들도 벙쪄서 두리번거린다.

길수가 의심스럽게 중얼거린다.

“설마 분식집?”

“에이. 다른 데 숨었겠지.”

그때였다.

길수의 몸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다.

길수는 멍하니 자신의 뚫린 몸을 내려봤다.

“어……?”

뚫린 구멍 틈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꿀렁.

그것이 한번 꿈틀거리더니.

키이이익……!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길수의 부피가 점점 줄어들었다. 꼭 거대한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어으어…… 어어억……!”

그의 안색은 파리해졌다.

사실, 모두의 안색이 비슷했다.

“끄, 끄아아아아아악!! 뭐야?!”

“길수! 길수야!? 이게 뭔 씨발!”

아이들의 축소된 동공은 길수를 뚫어버린 기다란 무언가를 따라 올라갔다.

길고긴 호스 같은 것이, 거대한 가로수 위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곳에 그 호스의, 혀의 주인이 있었다.

“!”

모두가 패닉했다.

‘소리도 없이……?!’

그건 아몬드도 마찬가지.

[패닉]

[모든 능력치가 90% 하락합니다. 30초 이상 지속 시 기절합니다.]

‘이런.’

그러나…….

[책임감 → 투지]

[30초간 모든 상태 이상을 해제하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그는 이들과 입장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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