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61화 (34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1화

22. 광고의 흥망(2)

좀비 스쿨 가든.

일단 첫 느낌은 좋다.

‘오. 사람 많아진 느낌인데.’

게시글 리젠도 빨라져 있고. 게시글 숫자도 훨씬 많아졌다.

무엇보다 게시글의 내용이 달랐다.

‘껌 형이랑 내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략을 올리고 있네.’

처음 좀스 가든은 아몬드와 풍선껌의 팬들이 기반이었다. 사실 게임을 위한 커뮤니티라기보단 이 두 스트리머의 팬들이 모인 공간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게임 얘기보단 둘에 대한 이야기가 전반을 이루고 있었다.

지분으로 따지면 한 8할 정도.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절반 정도는 공략이야.’

순수하게 게임에 관한 내용이 그래도 절반 정도로 늘었다. 공략글이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다.

‘광고가 잘됐나 봐.’

이 정도면 광고는 성공적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

이슈글 1위를 본 상현은 의아했다.

1위) 좀비 스쿨 리뷰에 1점 박았다.

어떤 게임이든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리뷰에 1점을 주는 사람도 있고 10점을 주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런 글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아 이슈글 1위로 등극되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뭘 잘못했나?’

클릭해서 게시물 내용을 봐보자.

==== ====

변종 좀비? 3마리 추가로 등장했을 땐 미친 새끼들인 줄 알았음. 레드햇이 변태같이 게임 만든다는 건 알았는데.

아니, 그래도 일반적인 사람들도 클리어 기회는 줘야지. 뭔 시발 아몬드를 위한 게임임? 껌 같은 사람은 어떻게 깸?

그전에 나왔던 것들은 그냥 그렇다 쳐.

백준수 김우중 처리 안 해도 이 게임 진행에 문제 크게 없으니까.

근데 마지막 엔딩 보는 방법이 에바 아냐?

무조건 변종 좀비를 죽여야 끝나잖아.

원거리 공격에 맞으면 즉사고 즉발기 쓰는데. 그게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 추가요~ 하면서 더 등장하는데.

나였음 그 순간 걍 게임 나감.

==== ====

한마디로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열받았다는 건데.

‘실제로 해보진 않은 것 같은데.’

웃긴 건 말하는 걸 보니 실제로 거기까지 도달해서 변종 좀비와 마주치지도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상현은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생각할 거라 여기며 댓글을 봤다.

-ㄹㅇ 걍 자극적인 광고하려고 한 거 존나 티 남

└게이머들이 옛날에나 속았지 이젠 그런 거에 안 속는데 ㅋㅋㅋㅋ

└이딴 밸런스면 막상 정규 출시 까보면 ㅂㅅ일듯

-나도 1점 주러 간다

└파티 모집 (1/10000)

└222

-잘 짚었네. 마지막 부분에 변종 좀비를 죽여야만 한다는 게 에바임.

└ㅇㅇ 이상하게 다른 루트가 없음 거기만.

└걍 얼리억세스니까 그러려니 해 ㅄ들아

일단 상단 댓글부터 그의 생각처럼 적혀 있진 않았다.

‘으…… 그럼 다음은.’

그 밑으로 시선을 내려본다.

-근데 확실한 거임? 안 죽여도 될 수도 있잖아.

얼추 상현의 편(?)인 것 같은 댓글이 있다.

그러니까, 변종 좀비를 죽이는 것만이 꼭 유일한 루트가 아닐 거라는 이야기.

그러나 반응은 냉담했다.

└거기서 안 죽이면 죽는데 무슨 ㅋㅋㅋ

└대댓 빡대갈임? 안 죽이면 니가 죽어 ㅂㅅ아 ㅋㅋㅋ

그 밑으로도 비슷했다.

-진짜 뇌절함

-약간 매운맛 강조하는 음식 같음. 좃도 맛도 없는데 걍 뒤지게 맵게만 만든 무지성 매운맛 음식.

└예)뒤진다돈까스

└맛있게 매운 예) 풍선껌

.

.

.

“……하긴.”

상현은 댓글에서 희망을 찾던 게 멍청한 짓이었단 걸 깨달았다.

“민심이 달랐으면 애초에 이게 이슈글 1위겠냐고. 유상현.”

애초에 이만큼의 추천을 받아서 올라왔다는 건.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거니까.

물론 반박하는 댓글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아. 유입충 새끼들 레드햇 게임 어렵다고 징징대네

└아몬드가 하니까 급식들 존나 유입됨

└아몬드 아녔으면 개처망했을 텐데 개소리 ㅋㅋㅋㅋㅋ

-실력이 없는 걸 왜 게임사 탓을 하누?

└깨고 인증해 ㅂㅅ아

그러나 여론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유의미한 숫자는 절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여론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니.’

커뮤니티의 여론이 이렇게 한쪽으로 몰려 있을 땐 보통 어떤 분위기에 휩쓸렸을 때이다.

상현은 다른 이슈글들의 제목을 대충 살펴봤다.

2위) 진짜 실력겜 = 릴 // 걍 똥겜 = 좀비 스쿨

3위) 그냥 빡세게 만들면 명작인 줄 아는 이유.

4위) 마나소드 때도 8.1 패치에 뒤통수 후려맞았던 놈 개같이 추천 좀 ㅋㅋㅋ

5위) 아몬드가 마지막 보스 3마리 잡는 영상ㅋㅋ 이게 겜이냐?

.

.

.

역시 분위기가 이미 좀비 스쿨을 욕하는 분위기다.

“음. 욕먹는 것도 나름 광고라고…… 쳐주려나?”

욕도 관심이라고, 이것도 광고 효과라면 광고 효과다.

근데 제작사에서 아몬드의 이 ‘광고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상현은 마냥 행복회로만 굴릴 수는 없었다.

하아.

“어렵다. 어려워.”

“뭐가 어렵다는 거야.”

툭.

주혁이 내려놓은 뚝배기에서 하얀 수증기가 뿌옇게 올라온다.

북엇국이다.

“오…….”

상현은 침을 꼴깍 삼키며 뚝배기 안을 들여다봤다.

척 보기에도 시원 칼칼해 보이는 맑은 국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숙취가 한발 물러나 주는 것 같다.

“자.”

주혁이 그릇을 건넸다.

덜어 먹으라는 것이다.

“오. 굳.”

국자로 국을 떠 간 뒤 후릅 맛보는 상현.

“근데. 뭐가 어렵다는 거야.”

“아. 그게…….”

상현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커뮤니티에서 현재 좀비 스쿨이 너무 어렵다고 논란이 되고 있다고. 대체 이런 게 왜 논란인지는 모르겠다.

난이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상현이 느끼기엔 욕을 먹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진 않았다.

“음.”

주혁은 커뮤니티 스크롤을 주욱 내려보더니 말했다.

“게임이 어렵다는 게 욕을 먹을 만한 일인가?”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지.”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욕을 먹을 만한 일인지 아닌지는 별로 안 중요해. 요즘 세상이 그냥 욕하고 싶으면 모여서 욕 퍼붓거든. 근데…….”

주혁은 스크롤을 더 내리며 관찰하더니 말한다.

“이건 그냥 분위기상 선동도 좀 있네?”

“그렇지?”

“응. 딱히 진심인 사람은 몇 없을 거야.”

“근데 진짜 1점을 주고 있는데?”

상현이 이슈글 1위를 보라며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주혁이 빵 터져 웃었다.

“야. 그건 그냥 작성자 한 명이 준거지.”

주혁은 게임 리뷰 사이트로 들어가서 실제 점수 상태를 보여줬다.

[8.7]

[대체로 긍정적]

10점 만점에 8.7점.

이 사이트의 냉정함을 고려했을 때 높은 점수라고 봐야 한다.

“테러를 맞았다기엔 좀 애매하지 않아?”

주혁의 말 그대로다.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평점 테러를 한다고 했다기엔 애매하다.

“그렇네. 근데 왜…….”

그럼 왜 1점을 줬다고 혹은 이제 줄 거라고 하는 걸까?

“첫째. 이 리뷰는 돈 내고 구매한 사람만 적을 수 있다.”

“아…….”

막상 구매자들은 평가를 박하게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둘째, 커뮤에선 모든 일이 다 과장되어 적힐 수밖에 없어. 일단 이슈글에 가려면 자기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2~3배는 더 자극적으로 써야 하거든.”

“아…….”

상현은 연이어 감탄만 했다. 어느새 주혁인 커뮤니티의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근데, 이거 선동이 시작된 원인이 있을 텐데.”

주혁은 잠시 커뮤니티의 글들을 읽어본다.

“……찾았다.”

그는 어떤 게시글 하나를 보여준다.

이 모든 일의 화근이 된 영상이다.

“시간대로 보나 추천으로 보나 이게 일단 화근이었네.”

[아몬드가 마지막 보스 3마리 잡는 영상 ㅅㅂㅋㅋㅋ]

바로 이 게시물에 올라온 영상이 모든 논란 아닌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가로 등장한 보스 3마리를 잡는 아몬드의 플레이다.

확실히 쉽지 않은 전투였다.

즉발기나 다름없이 쏘아대는 송곳 같은 혀를 3개나 피하면서 적의 바늘구멍 같은 급소에 화살을 욱여넣어야 했다.

그마저도 한 발은 이미 쏜 걸 재활용했다.

난이도는 본래 좀비 스쿨의 2배.

아니, 5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게 사람이누?

-혀 안쪽만 맞혀야 죽는 걸로 보이는데.

-ㅋㅋㅋㅋㅋ개쩌네 진짜

처음엔 아몬드의 플레이를 칭찬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근데 너무 어려운 거 아냐……?

-아니 뭐야. 대체 저걸 일반인이 어떻게 죽임?

-제작사 새끼들 또 병 도졌네.

└ㄹㅇㅋㅋ

└내 말이 ㅡㅡ

└레드햇식 “난 명작이야”ㅋㅋㅋ

“……이 댓글이네.”

제작사가 또 병이 도졌다.

레드햇은 원래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가 내포된 댓글.

“레드햇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유입들도 이거 보고 레드햇이 어떤 회사인지 대충 알게 되거든. 대충 아는 그게 무서운 거야.”

주혁의 말대로였다.

└ㄹㅇㅋㅋ 명작병 ㅅㅂ ㅋㅋ

└그냥 무지성으로 어렵게 만들면 명작 ㅋㅋㅋ

└하 결국…….

그 댓글 밑에 수많은 공감과 분노가 쏟아졌다.

“근데 생각해 봐. 레드햇 게임 해본 애들 몇이나 될까? 그리고, 킹덤 같은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이런 걸로 욕할까?”

주혁의 말을 그대로 옮긴 듯한 댓글이 보인다.

└킹덤 하던 애들 맞음? 이런 걸로 욕할 정도는 아닌데.

└유입이지 ㅅㅂ

지금 욕을 하는 자들은 킹덤 등의 레드햇 게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유저들이란 뜻이다.

“지금 욕하는 사람 대부분은 그냥 네가 이거 한다고 하니까 건드려본 사람들이고. 혹은 풍선껌이 한다니까 건드려본 사람들이지.”

킹덤부터 팬인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갑자기 레드햇의 게임을 마주한 것이다.

“걔넨 레드햇이 뭐 하는 회사인지 몰라. 근데 저런 댓글 몇 개로 그 회사 캐릭터가 잡힌 거야. 그냥 무조건 어렵게 만들어서 날 빡치게 만드는 제작사로.”

“……와.”

상현은 감탄이 나왔다.

이 녀석은 커뮤니티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머리가 좋았다.

커뮤니티에 떠도는 어중이떠중이 네임드들과는 궤가 다를 정도로.

“그, 그래서?”

“……그래서?”

“화근이 그건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주혁이 그런 게 어딨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그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뭐? 다 떠나면 안 되지. 광고인데!”

상현의 다급한 표정에 주혁이 피식 웃었다.

광고가 아니면 그 어떤 게 유상현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할까.

“야. 걱정 마. 이런 욕이 나온다는 것부터가 네가 광고를 잘했단 거야. 이런 게임에 맞지 않는 게이머들까지 다 몰려왔단 거니까.”

“오.”

이렇게 해석하니 확실히 그럴듯했다.

“그렇네. 걔네가 연락 오면 그렇게 말하자.”

“흠. 근데 그게 받아들여질까?”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는 상현이 재밌었는지 또 안 될 것처럼 말을 돌리는 주혁.

“……뭐? 아니, 네가 방금 된다며.”

상현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가 되자.

주혁은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푸하하하!”

“?”

주혁은 이쯤에서 그만 놀리고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야. 걱정 마라. 이미 네가 이긴 싸움이니까.”

상현의 얼굴이 ‘?’로 변해버렸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저놈이 날 놀리고 있는 건 알겠는데.

대체 뭐라는 거야.

“무슨 말이야?”

“지금 변종 좀비를 죽여야 엔딩이 난다고 생각해서 다들 저러는 거 아냐. 그게 대전제잖아.”

“그렇지.”

“근데 그 전제 자체가 틀렸어.”

“?”

“변종 좀비한테 죽는 게 원래 루트야.”

“……!?”

뭐.

죽는 게 원래 엔딩?

상현은 충격을 먹은 표정이다.

“죽어야 엔딩이 나는 거야. 새벽에 메일이 왔었더라고.”

주혁이 화면을 돌려 메일을 보여줬다.

“정확히는 너한테 온 거지만.”

스트리머 아몬드의 공식 주소로 온 메일이다.

[안녕하세요. 위플러그 홍보팀입니다.]

==== ====

우선 저희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색다른 방법의 플레이로 클리어해 주신 아몬드 님께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좀비 스쿨은 언제나 플레이어님들의 개성 넘치는 루트를 응원합니다.

다만, 어떤 부분만큼은 ‘개성’이 아니라 ‘오류’에 가까웠는데요. 이는 저희의 미숙함입니다.

부끄럽게도 고백하자면, 마지막 변종 좀비들은 사실 게이머들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한 엔딩 장치였습니다.

그 좀비들에게 주인공이 죽으면서 다음 정식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려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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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주혁의 말대로 좀비에게 죽는 게 원래 엔딩이라는 것이다.

“와.”

상현은 감탄했다.

이거면 확실히 저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다 무용지물이다.

죽으라고 만든 걸 왜 어렵게 만들었냐 할 순 없잖은가?

“이거면 되겠지? 내가 우리 공지에 올릴게.”

“커뮤는?”

“공지에 올리면 누가 퍼가겠지.”

그 ‘누가’ 누구인지는 주혁은 굳이 말 안 했다.

아마 주혁 본인이 적당한 타이밍에 직접 옮길 터다.

그렇게 점심시간쯤 되었을까?

이슈글 순위가 갱신되고.

1위) 속보) 좀비 스쿨 개같이 부활 ㅋㅋㅋㅋ

다시 민심이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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