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2화
23. 떠돌이 중 최고였어요(1)
주혁이 올린 글은 커뮤니티에서 단숨에 이슈글 1위로 올라섰다.
1위) 속보) 좀비 스쿨 개같이 부활 ㅋㅋㅋㅋ
커뮤 유저들은 처음엔 혼란스러워했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사실에.
-?좀비한테 죽는 게 원래 엔딩이라고?ㅋㅋㅋ
-이왜진……?
-??나 이해가 안 가…….
그러나 너무나도 명확한 진실이었고.
결국 점차 여론이 바뀌어간다.
-ㅁㅊ 진짜 부활
-진짜 저거면 할 말 없지 ㅋㅋ
-물어뜯던 새끼들 다 사라지겠구만ㅋㅋ
여론이 바뀌자, 원래 공격하던 자들은 갈 곳을 잃고 현실을 부정했다.
-ㅈㄹ하지마 ㅋㅋ
└아몬드 트리비 공지 가보셈. 매니저가 메일 받은거 올려놓음.
└매니저가 말하면 다 진짜임? 견견 지능 클라스~~~ 즈그 주인 닮아 호두 박살~~~
└……? 뭐래 시발련아 매니저가 레드햇한테 메일받았다고 미친 커뮤에 뇌가 절여진 새끼야
└???: 아 공식 이메일이고 뭐고 좀스가든의 호감 네임드 ‘구라파덕’이 좀비스쿨 똥겜이라고 했단 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대체로 모든 설전이 그렇지만, 한 쪽이 사실을 막무가내로 부정하는 순간부터 이미 승기는 기울어져 있다.
-위에 놈 ㄹㅇ 애잔할 정도네 ㅋㅋㅋㅋ
-위에 현실부정 하는 새끼 개웃겨 ㅋㅋㅋ
-???: 아몬드 좋아하지 마! 아몬드 돈 벌지 마! 아몬드 잘생기지 마! (엉엉 울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로써 민심이 다시 돌아왔다.
점차 이슈글도 바뀌기 시작했다.
2위) 병신같이 선동당해서 우르르 1점 누른 새끼들 역겨우면 개같이 추천 ㅋㅋ
6위) 여태까지 아몬드가 쥐어팬 억까 목록
8위) 레드햇 장인정신에 감탄함
10위) 아몬드 ㄹㅇ 미친놈인 이유
게임 리뷰 평점도 오르기 시작했다.
1점을 줬던 일부 사람들이 다시 점수를 돌려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게임을 구입한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오히려 좋아.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위플러그의 사무실.
김이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어쩌다 보니 노이즈마케팅 비슷한 게 돼버렸네.”
“그러게 말입니다. 레드햇이 결국 광고 모델을 잘 골랐네요.”
“끄응.”
김이서는 아몬드의 광고가 탐탁지 않다 주장하던 쪽이었다. 그만한 값어치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
그러나 지금 판매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결과.
“맞네.”
레드햇의 게임을 광고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아몬드가 맞았다.
“이 자식이 괜히 킹덤 같은 똥겜을 부활시킨 게 아니구나.”
아몬드의 거의 모든 행동이 그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어서, 사실 정말 이게 아몬드가 광고를 잘해서 잘된 건지는 조금 의심스러웠으나.
김이서는 결과론자다.
결과가 좋으면 딱히 이 말 저 말 안 하고 납득하는 편이다.
그는 잠시 자신의 모니터 한쪽을 들여다봤다.
[지금 여론 난리 난 신작 좀비 게임]
올튜브 채널 ‘쏘널드’이란 곳에 업로드된 영상이 켜져 있다.
스피커에선 그 영상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론은 크게 흔들렸었지만. 저는 이번 레드햇의 작품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만큼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 요즘 있었냔 말이죠! 대가리펑크 3017을 생각해 보세요! 말로만 오픈월드. 자유도. 이 지랄~! 이구……]
* * *
“뭐야. 이런 영상이 언제 올라왔어.”
주혁이 한 영상을 보고는 재생해 본다.
실시간 인기 동영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상인데.
[지금 여론 난리 난 신작 좀비 게임]
[조회 수 38.9만]
올라온 지 3시간 만에 4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찍으며 1위를 한 것이다.
[……풍선껌 님과 아몬드 님의 플레이가 확연히 다르죠. 그 외 다른 스트리머들의 플레이도 완전히 다르고, 그에 따라 NPC들의 반응도 전부 다릅니다~! 이게 우리가 원하던 자유……]
이 채널의 주인 ‘쏘널드’는 위플러그에게 돈을 받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상 내내 칭찬을 해댔다.
[……커뮤가든에선 또 개지랄지랄을 떨었지만. 그런 선동에 넘어갈 필요 있을까요? 마지막 좀비는 심지어 원래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한 제작진의 살상병기였습니다. 그런 엑스마키나적 요소에도 변수를 넣어준 레드햇이 감탄해야 마땅……]
쏘널드는 10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 이슈 채널이다.
그런 채널의 주인답게 그녀는 깔끔한 언변으로 좀비 스쿨을 변호해 줬다.
‘돈 받았거나. 정말 너무 좋았거나. 둘 중 하나네.’
게임에 관심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주혁으로선 그녀의 이런 변호가 과연 순수한 의도일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어찌 됐든 댓글 반응은 좋았다.
-ㄹㅇ 좀스가든 새끼들 선동 진짜 극혐 ㅋㅋㅋ
-마지막 잘 짚어주셨네요 ㅠ 제작진은 사실 변종 좀비를 무적으로 만들 수도 있었는데. 굳이 여지를 남겼어요. 그게 진짜 자유도를 향한 제작진의 의지가 아닐까요?
└레드햇 얘네들이 장인정신이 있음
└ㅠㅠ맞아요. 내가 생각했던 거.
레드햇이 엔딩을 위한 좀비에 약점을 만들어둔 것을 고평가하기 시작했고.
-이 게임 현실감 뒤져요.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 풍선껌 님 루트로 가면 별로 안 어려움.
└오 난이도도 다름?
└네 아몬드처럼 막무가내? 식으로 하면 난이도 점점 빡세져요 ㅋㅋㅋㅋ
-풍선껌이랑 아몬드 방송 둘 다 본 입장에서, 좀비 스쿨 자유도 진짜 개지림. 둘이 아예 다른 게임 하고 있음.
자유도와 현실감에 대한 증언도 수도 없이 쏟아졌다.
그 때문일까?
다음 날, 판매량이 급증했다.
뿐만이 아니라 일부 언론의 관심도 받게 된다.
[좀비 스쿨. 얼리억세스임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게임 상위권 순위 등극]
[위플러그가 손대면 패키지 게임도 한국에서 희망이……?]
[좀비 스쿨 성공시킨 레드햇 주가 지속적인 상승]
따위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기자들은 늘 자극적인 워딩을 차용한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패키지 게임 중에 돋보이는 성적을 낸 것은 확실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 모든 일의 불씨였던 좀스가든도 이젠 완전히 여론이 바뀐 모습이다.
-“커뮤에서 까면 흥한다”
-이게 레드햇이지 ㅅㅂ ㅋㅋ
-와 기록 뭐야 ㄷㄷ
-크. 가슴이 웅장해지네.
-이게 떠버리네 ㅋㅋㅋㅋ
-우리나라 사람들 은근히 좀비 조아함
이젠 다소 평화로워진 좀스가든의 반응을 지켜보던 상현.
오드득. 오드득.
그는 입에 아몬드 몇 알을 털어 넣더니. 뭔가 불현듯 생각난 듯이 주혁에게 물었다.
“아. 우리 치킨집 예약은 잡혔어?”
“응. 이번 주말이다.”
주혁은 안경을 고쳐 쓰며 그의 팬미팅 장소 선택을 칭찬했다.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치맥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뭔가 친구들끼리 가볍게 즐기는 그런 느낌이라, 훨씬 친근하게 느낄 것 같아. 그리고…….”
그는 모니터 한쪽에 띄워놓은 게임 로고를 가리킨다.
“……이제 이거 가야지?”
[시빌 엠파이어(Civil Empire)]
다음으로 정해놓은 게임이다.
좀비 스쿨이 끝난 기념으로 하루를 쉬는 동안 주혁과 상의 끝에 결정한 게임.
오늘 시작해 볼 생각이다.
“조치.”
오드득.
상현이 아몬드를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그거 마음에 들더라고.”
좀비 스쿨은 태생부터 마이너한 게임이지만, 엠파이어는 나름 스케일도 크고 슬슬 인기도 얻기 시작하는 게임이다.
다만 한국에선 큰 인기가 없고, 중국과 미국 시장이 크다.
보통 유저들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를 게임 내 한국 문명의 밸런스가 좋지 못해서라 한다.
“한국 문명이 약하게 설정된 건 좀 그렇긴 하네.”
“국가 대항전만 아니면 문명 마음대로 골라서 하는 거니까. 신경 쓸 거 없어. 나중에도 굳이 할 필요 없고.”
사실 주혁의 말처럼 국가 대항전에 나가는 하드 유저가 아니라면 상관이 없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꼭 한국 문명을 해야 하는 법 따윈 없다.
“아니. 한국이라면 한국 문명 해야지. 국가 대항전도 할 건데?”
오드득.
아몬드를 씹으며 상현이 각오를 다졌다.
“국가 대항전? 그거 시간 엄청 잡아먹는데.”
국가 대항전은 진짜 하드코어 유저들이 아니면 견디지 못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자랑하는 컨텐츠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없는 이유는 한국 문명이 약해서뿐 아니라, 워라밸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 이 정도 시간을 게임에 투자할 인원이 많지 않아서다.
주혁은 그렇게 핀잔을 줬으나, 상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연한 걸 말하듯 말한다.
“한국 엄청 지고 있다는데. 한국 남자라면 참전해야지!?”
“누가 들으면 무슨 6.25라도 터진 줄…….”
황당해서 받아치던 주혁이 말을 멈춘다.
‘아…… 맞다. 이 자식 국가대표가 꿈이었지.’
희한하게 그는 나라에 애착이 강했다.
아마 국가대표를 동경했기 때문이다.
“……그래. 뭐, 국가 대항전은 그때 가서 하든가 하고. 일단은 멀었어.”
주혁은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유상현 고집은 절대 못 꺾는다는 거. 캡슐에 돈 다 퍼부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벌써부터 안 될 거라고, 네 몸 상태로는 무리라고, 말하기 싫었다.
그렇게 상현을 단정 짓기 싫었다.
* * *
오후 3시.
아몬드의 방송이 켜졌다.
-ㅎㅇㅎㅇ
-와 방송 켰네!
-형 오늘 뭔 겜함?
하루 쉬고 오는 방송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유독 더 반가워한다.
-ㅠㅠ1년만
-좀붕이들 버려?!
-어? 방제가 ㅋㅋ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미 방제를 보고 반응했다.
[좀비 스쿨…… 컷! 다음!]
좀비 스쿨을 끝내고 이제 다음 게임을 하겠다는 포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제목이다.
-ㅋㅋㅋㅋ다음!
-요즘 제목 잘 짓누
-첨엔 제목도 자동 생성 제목 달고 하던 귀여운 때가 있었는데…… ㅎㅎ
-다음! ㅇㅈㄹㅋㅋㅋㅋ
-네이버!
“오늘 할 게임은…….”
아몬드는 오프닝 멘트와 함께 카테고리를 바꿨다.
[시빌 엠파이어 플레이 중]
“시빌 엠파이어!”
-ㅅㅂ엠파이어?
-ㅅㅂ…… 엠……? ㄷㄷ
-마, 말이 너무 심해요!
-이게 뭐임
인사말을 보내자, 인사하듯 보내는 후원들이 들어왔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거 우리나라에선 거의 안 한다는데. 설명 좀 ㅎㅎ]
[너뱀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와! 시바…… 엠 읍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성 ㅅㅂ ㅋㅋㅋ
-너 밴. 닉값 보소 ㅋㅋㅋ
“루비소드 님. 감사합니다. 다들 잘 모르실 수 있을 것 같긴 하네요. 너뱀 님. 잠시 밴입니다.”
[오히려좋아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저런 놈은 업계포상이라고 좋아함~]
[히힣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님~ 아몬드 님~ 저 오늘 생일이에요!]
“오히려좋 님. 감사합니다. 히힣 님. 생일 축하드려요!”
-와 아몬드의 생일 축하 ㅠ
-부럽…….
-오히려ㅈ ㅋㅋㅋㅋㅋ
일상적인 잡담이 담긴 후원이 끝난 후.
아몬드는 본격적으로 게임 설명에 들어갔다.
“일단 아까 시청자분이 의견 내주신 대로, 설명 좀 해볼게요. 여러분. RTS…… 아시나요?”
-ㅔ
-ㅇㅇ
-스타 같은 거 아님?
-실시간 전략 시뮬
-RTS면 마우스로 해야 하는 거 아녀??
“네. 그 마우스로 하는 거요.”
RTS(Real 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게임의 약자이다.
한때,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게임 장르이기도 했다.
RTS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모든 상황을 위에서 내려보며 전투와 생산을 지휘한다.
고도의 지능 플레이와 심리전이 요구되는데, 턴제도 아닌 실시간 진행이기에, 장르별 게임 난이도 같은 게 있다면 이 장르가 가장 상위를 차지할 것이다.
-설마 RTS임??
-갑자기 마라불맛 방송 ㅋㅋㅋ
-아몬드 님 호두로는 무리에요 ㅠ
-아몬드의 전략겜……? 침 고이네.
-에바. 입에서 불날듯ㅋㅋㅋ
단순히 생각했을 때, RTS 장르는 아몬드가 잘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다.
그는 솔직히 지능 플레이와 거리가 먼 인간인데, RTS는 대표적인 지능 게임이기 때문이다.
만약 하게 된다면 더럽게 못 할 것이다.
“아, 근데…… RTS 장르 보면 거기에 유닛들 나오잖아요.”
그러나 그런 치명적으로 못할 게임을 주혁이 굳이 골라줬을 리가 있겠는가?
“이 게임은 제가 지휘하는 게 아니라, 지휘당하는 그 유닛이 되는 겁니다. 일단 처음엔 그래요.”
-ㅔ
-ㄷㄷㄷ
-ㄴㅇㄱ
-헐?
-그럼 누가 지휘함?
-와 잼겠다 ㅋㅋ
“엄청 큰 전쟁에서 그냥 한 명의 병사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루비소드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마린이 되었다!?]
“루비소드 님. 후원 감사합니다. 마린…… 예, 스타 같은 거에 비교하면 그렇겠네요.”
[가지볶음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럼 지휘는 누가 하나요?]
“아. 그게 또 특별한 점인데…… 음…… 그런 건 일단 게임 시작하면서 볼게요.”
-팩트) 본인도 모른다 ㅋㅋ
-호두가 알려준 대본 거덜남ㅋ
-드가자아!
“시빌 엠파이어.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장르, 새로운 세계관의 게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