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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64화 (34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4화

24. 게임 속 창병이 되었다(1)

다행히 용병들의 세계에선 사람 하나 죽는 것쯤은 흔한 일인 모양이다.

아니면 사실 죽지 않았던가.

어찌 됐든 선술집 반응은 뜨거웠다.

“신참! 신참!”

“박력 넘치는 친구구만!”

“와아아아아!”

비현실적이다.

그래픽이 현실적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좀비 스쿨이 갖고 있던 그 불쾌할 정도로 진한 현실감은 여기에 없었다.

게임을 편히 즐길 수 있게끔 의도한 것이리라.

-ㅋㅋㅋㅋㅋㅁㅊ

-개막장

-이거지. 이게 게임이지 ㅅㅂ 시원하구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시청자들도 시원하다면서 좋아했다.

[답답쓰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하아. 초반 김주혁처럼 공포 걸리고 ㅈㄹ할까봐 쫄았는데 시원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좀비 스쿨 초반과 대비가 됐던 모양.

[시엠처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시빌 엠파이어는 제약 그런 거 별로 없음. 플레이어의 최고 성능을 이끌어낸다. 이 말씀.]

시엠처돌이.

시빌 엠파이어를 하고 처음 나타난 후원자다.

앞으로 많이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닉네임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는 이 게임의 꽤 고인물인데.

[시엠처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헐 근데 나 트롤 3형제 대거로 단칼에 죽인 거 첨 봄ㄷㄷ 걍 죽이는 건 많이 봣는뎅]

그런 그도 트롤 3형제를 단칼에 죽이는 건 처음 본다고 한다.

“한 방에 죽이는 게 원래 안 돼요?”

[시엠처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ㄴㄴ 됨. 이 게임은 급소 판정 있음. 근데 그걸 첨부터 해내는 걸 첨 봄.]

아몬드가 이마 정중앙에 단검을 던져 꽂아버린 게 급소 판정을 받은 모양이다.

이런 일을 이 게임을 처음 한 사람이 하기엔 아무래도 어렵긴 할 것이다.

아몬드도 운이 따라줬던 것일 뿐이니까.

“급소 맞으면 다 죽어요?”

아몬드는 정말로 이 게임에 대해 파악해 보고자 물었던 건데.

-후원 유도 ㄷㄷ

-자본주의의 견……

-ㅋㅋㅋㅋㅋㅋ계속 질문하는 거 보소

모든 대답을 1만 원 후원으로 하니 아몬드가 오히려 오해를 받았다.

[시엠처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ㄴㄴ 목이나 머리 같은 경우만 제대로 절삭하거나 찌르면 즉사임. 다른 급소는 맞으면 대미지 엄청 들어감!]

-만 원에 한마디하네 ㅋㅋㅋ

-아재요…… 진정하세요.

-워워 ㅋㅋㅋ

“아…… 알겠습니다. 4연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보는 고인물의 연속 후원.

아몬드의 플레이가 그만큼 고인물의 피를 끓게 했다는 뜻이겠다.

그 정도의 플레이를 했으니 당연히 보상도 있다.

==== ====

[C랭크]

아아몬드

キムチチゲ魔王

hotshotgg

sourcrautz97

도루묵

.

.

.

==== ====

신참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C랭크로 특급 승진이다.

아몬드는 떠돌이 용병 중엔 가장 높은 계급으로 시작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편하게 됐네.’

파르르.

요정, 따앙코옹이 날개를 퍼덕이며 흥분하여 외쳤다.

[아아몬드 님! 대단해요! 이런 분은 거의 없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맡은 용병이 잘나가면 성과금이라도 받는 건지 신이나서 묘기를 부리듯 공중제비를 돌았다.

[비율로 따지면 상위 3%예요! 시작하자마자 C랭크를 받는 인원이요!]

C랭크의 조건은 한 대도 맞지 않고 트롤 3형제 중 하나를 제압하는 것.

아몬드는 한 대도 맞지 않는 걸 넘어 단 한 대로 제압했으니 당연히 C랭크 특진이다.

-이열 아몬드 역시 클라스

-릴로 따지면 거의 뭐 배치 플레? 수준임.

-원앤온리 견과류 ㄷㄷ

-이거 맛술탄도 했음ㅉㅉ

-또 커뮤 가서 설레발 치는 애들 나올까 무섭다 ㅋㅋㅋ

시청자들끼리는 이게 대단한 거네 아니네 하며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아무래도 아몬드를 너무 추켜세우면 커뮤에서 공격이 들어오니 자정작용 같은 걸 하려는 모양인데.

우스운 건 아직 게임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거다.

따앙코옹이 다가와 화제를 전환해 줬다.

[아아! 몬드 님! 이제 용병 랭크도 받으셨겠다. 기본 훈련이라는 걸 해보실까요?]

“기본 훈련?”

[네. 전장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지휘관의 입장에서 경험해 보는 겁니다! 아무래도 병사들은 지휘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마련된 제도예요!]

신기한 일이다.

병사가 되기 전에 지휘관부터 해보게끔 하다니. 보통은 반대 아닌가.

[들어가실게요!]

뾰로롱!

따앙코옹이 지팡이를 한번 휘두르자, 웬 포탈이 하나 생겨났다.

선술집 한복판에 이런 포탈이 생겼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여기선 흔한 일인가 보다.

아몬드는 그리 생각하며 포탈로 발을 들이밀었다.

* * *

펼쳐진 건 하늘이었다.

높고 파란 하늘에서 맨몸으로 날고 있었다.

[저 밑을 보세요! 아아몬드 님!]

요정이 날아와 따라붙으며 말한다. 그쪽을 쳐다보니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들이 일꾼입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지휘관이 받게 되는 일꾼은 10명!]

세어보니 정말로 딱 10명이다.

[그리고 처음 주어지는 건물은 바로 ‘마을 회관’입니다. 저기서 일꾼을 생산할 수 있어요! 이건 제가 생성시켜드릴게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자동으로 마을회관에서 주민(일꾼)이 생성됐다.

하나당 가격은 식량 10이었다.

[아아몬드 님은 일꾼들에게 명령을 내려보세요. 손으로 드래그하면서! 참고로 지휘관 모드는 키보드 마우스도 사용이 가능하답니다! 국가 대항전 빼구요!]

아몬드는 손을 뻗어 옛날 마우스 게임처럼 그들을 조종해 봤다.

정말로 움직인다.

[어때요? 여기서 말로 명령을 내려도 된답니다. 그러면 자율적으로 최대한 명령을 따라요! 나무를 캐라고 해보세요!]

“나무를 캐.”

일꾼들이 나무 쪽으로 몰려가서 도끼질을 시작했다.

뚝딱. 뚝딱.

순식간에 나무를 패서 가져오는 일꾼들.

[오른쪽 위를 보시면, 현재 자원이 보입니다.]

따앙코옹의 말대로 현재 자원 수치가 표기되고 있는데.

나무가 올라가고 있었다.

자원에는 나무, 금, 식량, 돌, 철이 있다.

각자 쓰임새가 아마 다를 것이다.

[금과 식량은 대체로 병사들을 불러오는 데에 쓰이고, 나무랑 돌은 건물! 철은 공성 무기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여기서 보병 훈련 초소를 지어볼게요!]

요정은 나무가 100 정도 모이자 건물을 짓겠다고 한다.

[일꾼 한 명을 불러와 건물 짓기를 외치시거나 우측 하단에 UI를 눌러주세요!]

아몬드는 일꾼 하나를 불러와 ‘보병 훈련소’를 짓게 했다.

[보병 기초 훈련소]

[건설 중…….]

[5%]

느낌상 20초 정도 걸릴 것 같다.

현실에선 건물 하나 짓는 데 20초면 말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런 게임에서 20초면 꽤 오래 걸리는 거라고 봐야 한다.

[느릴 것 같으면 일꾼을 추가로 붙여주세요!]

일꾼 서너 명을 더 붙이자,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62%]

눈 깜짝할 새에 절반이 넘게 지어지더니.

어느새 완공됐다.

[보병 훈련소]

요정이 꺄르르 웃으며 좋아한다.

-와 이거 뭐냐 옛날 하던 워크 스타 생각나누

-찐 RTS인데?? 이걸 아몬드가…… 가능?

-아몬드가 개 못할법한 게임인데 ㅋㅋㅋ

너무나 전략스러운 게임 방법에, 시청자들은 당황한다. 머리라고는 광고할 때만 굴릴 줄 아는 아몬드가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진수는 지금부터다.

[이제! 여기서 보병들을 불러볼게요!]

훈련소 쪽을 터치해서 보병 목록을 본다.

[창병]

현재로서 뽑을 수 있는 건 딱 하나다.

창병.

[식량: 10]

[금: ?]

[인구수: 1]

그런데 식량은 10 소모로 고정인데, 금 가격이 안 정해져 있다.

일단 눌러본다.

[용병들을 모집합니다.]

[보상금을 정해주세요.]

가격을 내가 정하는 거였다.

-자유 시장 경제 창병이야?ㅋㅋㅋ

-창병의 “보이지 않는 손”

-와 이게 뭐임ㅋㅋㅋ

이런 방식이라니, 신기하긴 한데.

문제는 아몬드는 식량도 금도 없다는 거다.

“따앙코옹. 금이 하나도 없는데? 식량도 없고.”

[아! 그건…… 잘 보세요!]

그녀가 완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일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일꾼을 원하는 자원에 분배하는 거예요! 식량은 주변에 있는 양이나 동물을 사냥해서 얻으시구요!]

서너 명은 금광에 괭이질을 시작했고, 둘 정도는 주변에 서성이고 있는 양을 향해 걸어가더니 갑자기 도륙해 버렸다.

-ㄷㄷ

-으악

-양 ㅠㅠ

양은 순식간에 고기로 변했다.

양의 고기가 마을 회관으로 옮겨지니, 계속 0을 유지하던 식량이 10으로 상승했다.

-아 이게 식량이구나

-그냥 데코인 줄 알았는데 양들ㅋㅋㅋ

-이거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것도 있음ㅋㅋ

일꾼들은 양고기를 몇 번 더 운반하기 시작했고. 식량은 100 정도까지 늘어났다.

금광에서도 계속해서 금을 날라와 금이 30 정도 쌓였다.

[자. 이제 식량과 금이 생겼어요! 창병을 모집해 보세요!]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보병 훈련소를 터치해 봤다.

명당 사용할 금은 얼만지, 몇 명을 부를 건지, 랭크는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까지 정할 수 있었다.

[10명]

[금 1]

[랭크 상관없음]

심지어 여기에 더해서 전투 개요도 쓸 수 있었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전투 개요: 처음으로 뽑는 보병]

이건 자동 생성이었다.

[창병 모집 중…….]

모집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고.

두둥!

북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인원들이 떠올랐다.

==== ====

[모집 지원 목록]

레몬파이

언디피티

오레후

리아

.

.

.

==== ====

“이거…… 진짜 사람들이야?”

[아뇨! 지금은 아니에요! 훈련이니까요!]

봇(Bot)들이었다.

어쩐지 아이디가 다 풀 한글이더라니. 자동 생성인 모양이다.

[하지만 실전을 하시면 진짜 용병분들이 오실 거예요! 아까 떠돌이 용병 선술집에서 칠판에 쓰였던 이름들 기억하시죠?]

기억한다.

각각 랭크에 나열되었던 아이디들.

그들은 모두 의뢰를 기다리는 용병들이었다.

지휘관은 이런 방식으로 그들을 가져가는 모양이다.

[엇. 적군이 왔어요!]

두둥!

북소리가 들려왔다.

금을 캐고 있는 아군 일꾼들이 공격받기 시작했다.

푹! 푹!

적들이 모여들어 몇 번 찌르니 약한 일꾼들은 쉽게 죽어버렸다.

그렇다. 적군도 창병이다.

[자, 저희도 창병들을 출동시켜야겠죠?]

따앙코옹의 말을 듣고 훈련소 쪽을 보니, 어느새 10명의 창병들이 두리번거리며 대기 중이다.

[원하는 만큼을 드레그 후. 명령을 전달할 거예요! 음성으로도 텍스트로도 가능합니다! 핑(Ping) 시스템을 쓸 수도 있어요!]

그녀는 완드를 높이 쳐들었다.

[단……!]

그녀가 시킨 대로 하려는 순간.

[지휘관 모드는 여기까지 체험하시는 거예요! 이젠 원래의 본분대로 창병이 되어보세요!]

“창병? 저 아래에 있는?”

[네!]

“그럼 지휘는 누가 해?”

[제가 하고 있겠습니다! 자~! 가주세요!]

뾰로롱!

그녀의 완드가 빛을 뿌리자, 세상이 암전했다.

* * *

잠시 후 눈을 뜨니, 완전 시야가 달라졌다.

‘오…….’

위에서 내려보던 녹색 초원은 이제 바로 무릎 아래까지 올라온 잡초, 풍성한 숲이었다.

내려보니 해진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낡은 창이 쥐어져 있다.

-지휘관 하는 게 아니라 지휘 당하는 겜이었던 거임ㅋㅋㅋ

-이런 거면 아몬드 호두로도 쌉가능이지

-사실상 호두 대리 맡긴 거라 완전 개사기 아님??ㅋㅋㅋㅋㅋ

-와 이런 거구나 ㄷㄷ

시청자들은 아몬드가 지휘하는 게임이 아니라 안심했고, 동시에 이 신박한 구성에 좋아라 했다.

말 그대로 게임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지 않던가. 이는 모든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구성이다.

‘아. 일꾼들 도우러 가야지.’

아몬드는 아까 전 일꾼들이 공격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두리번거렸다.

‘어디지?’

지휘관일 땐 명확히 보였는데. 이 높이의 시야에선 알 수가 없었다. 방향을 찾기도 힘들었다.

이게 지휘관과 병사의 차이구나. 느끼고 있을 때.

피이이잉── 피이잉─!

요란한 소리가 울린다.

‘뭐지.’

우웅!

하늘에서 샛노란 빛이 만들어지더니.

어디론가 벼락처럼 내리쬐어졌다.

그 노란 빛줄기엔 이렇게 쓰여 있다.

[수비]

‘핑이다.’

이게 요정이 말한 핑이었다.

연이어서 지휘관의 명령도 따로 하달됐다.

[지휘관 명령]

[금광의 일꾼들이 공격받고 있다. 가서 방어하도록.]

이제 창병으로서의 방어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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