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7화
25. 특수 임무(1)
창을 던져서 기병을 하나씩 잡겠다니.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아무리 아몬드의 창에 핏자국이 있었다고 해도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렇다. 그녀가 아몬드를 따라온 건 그냥 순전히 인간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그냥 네가 귀엽게 생겨서. 그래서 따라왔는데?”
이성보단 그냥 충동이다.
제시는 본래 그런 인간이다.
덕분에 채팅양이 급상승하고, 애꿎은 아몬드의 매니저만 바빠졌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
선을 넘는 드립들이 나와 또 제지해야 했으니까.
-왜 잘 따라오나 했더니 역시 이거였네 ㅅㅂ
-ㅁㅊ동서양을 안 가리누
[email protected]**@&$
-이, 이게 인싸의 삶?
아몬드도 나서서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여러분. 그냥 번역 오류예요.”
갓난아기도 안 믿을 말을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뱉는 아몬드.
-오류는 내 얼굴인듯 ㅠ
-번역 오륰ㅋㅋ
-그래 ㅠㅠ 믿는다 ㅠㅠ 번역기!!!
-누가 믿냐곸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채팅창은 오히려 더 폭주했다.
아몬드가 시청자들과 대화하는 걸 멍 때리는 걸로 간주한 제시가 연이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랄 일이야……? 성격도 귀엽네.”
-?? 쟤 NPC지?
-말 씹었는데 칭찬이?
-ㅈ버그네 ㄹㅇ
-후…… 도저히 못 보겠다 ㅠ
그 말을 듣고 시청자들은 분노하기 바빴으나.
아몬드는 더 이상 채팅창에 신경 쓰지 못했다.
적 기마대가 동료의 죽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뭐야! 이 새끼 왜 죽었어!?”
초소에 불을 지르고 다니느라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동료 기사들은 어리둥절했다.
전쟁에서 누가 죽는 거야 늘상 있는 일이지만.
“……어?”
“뭐에 죽은 거야? 창?”
딱히 죽을 만한 일이 없는데, 갑자기 죽었으니 의아한 것이다.
그나마 보이는 증거는 흉기로 쓰인 창인데.
“누구지? 어디야?!”
“꽂힌 방향을 보면 알잖아?”
“떨어지면서 돌아가서 모르지!”
미처 어디서 날아온 건지 보지 못해서 아몬드의 위치는 들키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이다음은 다르겠지.’
만약에 여기서 또 창을 던진다면?
그땐 들킬 거다.
‘어쩌지…….’
들켜도 계속 던지느냐, 아님 좀 더 기회를 보느냐.
고민된다.
아몬드가 적들에게 눈을 못 떼고 있자, 옆에서 제시가 묻는다.
“계속하게? 한 명 죽인 거로도 넌 역할 다한 건데.”
아몬드는 잠시 망설였으나.
결정을 내렸다. 창을 다시 들었다.
“명당 1골드야.”
이런 말만 남기고,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바로 창을 던져 버렸다.
그렇다.
명당 1골드를 생각하면 당장 다음에 죽더라도 던지는 게 맞는 거다.
-그저 돈!
-ㅁㅊㅋㅋㅋ진짜 도라이같넼ㅋㅋ
-엌ㅋㅋㅋ
──푸욱!
날아간 창은 또 명중했다.
아까의 장면을 다시 돌려보는 것처럼, 기병 하나가 휘청이더니 낙마한다.
쿵.
“와아!”
짝짝짝!
제시는 이제 아예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한다.
-투창 카페 데이트 현장
-신이시여 제발 기병대가 둘을 몰살시키게 해주세요.
-ㅠㅠ레이나 니가 이걸 봐야 해ㅠㅠ
그러나 좋아하는 것도 잠시.
“뭐야! 수풀! 수풀 쪽에 투창병!”
“둘이다!”
당연하게도, 이번엔 적들이 눈치챘다.
두두두두……!
기병 셋 정도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제시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야?”
앞으로 이 녀석이 어떻게 헤쳐나갈까? 라는 호기심이 넘치는 눈이다.
그녀는 아몬드가 해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음.”
그러나 아몬드는 달려오는 기병을 보며 턱을 만지작거릴 뿐.
별다른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어쩌지?’
아무 대책도 없이 창을 던진 거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나, 애초에 저지르고 생각하는 타입인 건 시청자들은 이미 다 안다.
-그냥 던진 거냐!?ㅋㅋㅋㅋ
-아 깜짝이야. 난 또 뭘 준비한 줄 알았잖아~~ 이게 호두짘ㅋㅋㅋ
-이 맛이야! 이 댕청꼬소한 견과류 맛!
-기대도 안 했다!
다그닥! 다그닥!
그사이, 기병들은 점점 거리를 좁혀 오고 있다.
‘그래. 그거야.’
아몬드의 뇌리에 뭔가 번뜩인다.
척.
그는 창을 들춰 매며 제시에게 말했다.
“너도 같이 던져. 둘이서 던지면 둘이 죽겠지. 둘씩 계속 죽이면 우리가 이기지.”
“……?”
제시는 황당한 눈이 되었다.
-이게…… 전략?
-쟤가 되겠냐 ㅋㅋㅋ
-닥치고 투창ㅋㅋ
-“간단한 산수잖아?”
-ㅋㅋㅋㅋㅋㅋㅁㅊ
제시는 뭐라 따지고 싶었으나 선택권이 없었다.
적은 달려오고 있다.
“히랴아!”
다그닥! 다그닥!
이제 10보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
“던져!”
아몬드는 저 혼자 말하고 저 혼자 던졌다.
“더, 던져?”
제시는 대답을 받을 수 없는 질문과 함께 어정쩡하게 같이 던졌다.
텅!
“……!?”
결과는 둘 다 생존.
그러니까, 기사가 둘 다 생존했다는 것이다.
제시가 던진 창은 아예 빗나갔고, 아몬드가 던진 창은 방패에 막혔다.
“……아. 저런 것도 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마병은 바보냐
-호오…… 막아?
시빌 엠파이어를 플레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끔 간과하는 게, 적들도 전부 하나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저 긴 창을 눈 앞에서 뻔히 보이게 던지는데. 화살만큼 빠르지도 않으니 당연히 노련한 플레이어들은 막을 수 있다.
적 기마병 하나가 승리의 고함을 내지른다.
“히랴아아! 죽어라아아!”
타다닥!
어느새 코앞까지 당도한 적은 기세 좋게 거대한 창을 찔러온다.
말의 달리는 무게와 함께 힘으로 들이받는 랜스 차징.
아몬드는 그때 기지를 발휘했다.
푹!
그는 창을 흙바닥에 꽂아버렸다.
날이 위로 오게끔.
-오!
-급격한 호두스핀
-이거 좋네
“피해!”
아몬드와 제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좌우로 흩어져 굴렀다.
이히이잉!
달리던 말이 투레질을 하며 멈추려했으나.
──푸욱!
박힌 창은 말에 깊게 박히다 못해, 뚫고 반대편으로 나왔다.
“이히이이잉!”
붉은 피가 꿀렁이며 쏟아져나오고, 말이 고통에 머리를 휘두를 때마다 빨간 피구름이 흩뿌려졌다.
“젠장!”
기사는 당연히 낙마했다.
철퍽!
아몬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카아앙!!
적은 또 방패로 아몬드의 공격을 막아냈다.
방금 넘어진 사람치고는 상당한 재주다.
잠시의 대치.
둘의 눈이 마주친다.
적 기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제대로 된 무장도 없이. 제법 치네. 스캡인가?”
스캡? 아몬드는 그게 뭔지 모른다.
“그게 뭔데.”
-아아가는 몰라…… 아무것도 몰라……
-그게 뭔뎈ㅋㅋㅋㅋ
-모르겠고 그냥 죽어~ㅋㅋㅋ
“뭐야. 몰라? 초보자인가?”
기사와 아몬드는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며 대치했다.
그사이, 제시도 다른 기사 한 명과 싸우는 중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상대하는 기사는 아직 말 위에 있는데도.
카앙! 캉!
제시는 꽤 능숙하게 창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하나 곧 제시가 밀릴 것이다.
‘빨리 끝내야 되네.’
제시도 밀리고 있고, 아군 초소는 이미 거의 폐허다.
아몬드는 다시 눈앞의 상대로 시선을 돌렸다. 품 안에 숨겨둔 무기를 만지작거리며.
대치 중인 놈은 아몬드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안면 가리개를 올려 보였다.
“동양인으로 보이는데. 아이디가 뭐냐. 난 빅매── ?!”
──푹!
그의 눈 한쪽 시야가 사라진 건 그 순간이었다.
“미, 미친……! 뭐야. 이게. 단검?”
단검이다.
아몬드가 비상 무기인 단검을 눈에 투척한 것.
언제든 기습하려고 틈만 보고 있었는데, 마침 상대가 기사 놀이에 심취해서 안면 가리개를 올려준 것을 놓치지 않은 거다.
“와. 이걸 올려주네.”
-ㅁㅊㅋㅋㅋㅋㅋㅋㅋ
-변신 중에 공격하냐!
-이게 ㅅㅂ 인천상륙작전이지!
-캬! 소개 중에 기습. 이거 힙합이네.
-엌ㅋㅋㅋㅋ
한쪽 눈을 잃은 틈에, 아몬드는 창을 찌르며 매섭게 파고들었다.
카앙! 캉!
그나마 방패가 있어 얼추 막고 있으나.
그는 한쪽 시야가 없는 채로 싸웠으니, 점점 스텝의 밸런스가 무너져간다. 결국…….
촤악!
결국, 방패를 잡은 팔의 마디가 베인다.
“씨, 씨바……!?”
힘이 안 들어가니, 방패가 허무하게 떨어져 버렸고.
훙!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몬드는 창을 냅다 던졌다.
무의식적으로 내뻗는 상대의 손.
푸욱!
상대는 손으로 창을 막아버렸다.
피가 철철 솟는다.
그는 분노하여 외친다.
“이, 이런 야비한!”
무기를 던지고, 통성명 중에 공격하다니.
하나 이런 야비한(?)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아몬드는 뒤에 뒀던 창을 추가로 던지기 시작했다.
“이…… 이 빌어먹을! 검을 맞대라!”
기사는 창에 하나둘 맞아가며 벌집이 되어갔다.
푹! 푸욱! 푸우욱!
-ㅋㅋㅋㅋㅋ몇 개나 꽂히는 거여
-안 되면 되게 하라
-8개냐?!
-말그대로 10창나는중
가까이서 합을 겨룰 기회조차 없어 기사는 울부짖었다.
“게임 좃같이 하네! 야 너 아이디 뭐야!”
그게 유언이었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한 말이 ㅋㅋㅋㅋ
-극찬ㅋㅋㅋㅋ
철퍽.
이내 그는 체력을 다 잃고 쓰러졌다.
* * *
지휘관, ‘이건제밥상입니다만’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댔다.
“아오.”
현재 그는 상황이 별로 좋지 못했다.
아까 전 창병들을 통과한 기마대가 전진 초소를 거의 다 초토화시켰고, 전혀 다른 방향에선 궁병들이 산쪽을 점령하고 계속 나무를 캐는 일꾼들을 방해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RTS 게임이 그렇듯이, 병사 피해보단 일꾼 피해가 치명적이다.
적 기마대는 총 200골드가 넘는 규모의 병력이었고.
아군 창병은 50골드도 쏟지 않은 채였다.
저 정도로 빡세게 투자해서 밀고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아. 존버하다 망했네.”
그는 대신 내정을 다지는 것에 돈을 많이 투자해서. 방어건물과 자원 캐는 속도를 증가시켜놨고. 이제 병력 업그레이드를 하려는 찰나였는데.
타이밍 좋게 강력한 투자를 받은 적의 기마대가 한점 돌파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금만 더 존버하려다가, 보기 좋게 찌르기를 당한 건데.
그러는 통에 적의 궁수부대가 산까지 점령했다.
어떻게?
기마대를 막기 위해 수비를 맡고 있던 병력을 움직여서, 본진에 수비 병력이 없기 때문이다.
피융! 피융!
적 궁수부대가 화살을 쏘며 일꾼 꼬치를 열댓 개씩 만들어대고 있다.
정말 열받고 억울한 건 이 궁수들 숫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만으로도 내부에 성공적으로 들어와서 자리만 잡으면 충분한 성과를 이렇게 내는 것이다.
점점 자원 먹는 속도가 떨어진다.
[분당 자원 점수]
[2_many_moms: 829]
[이건제밥상입니다만: 711]
분당 자원 점수가 역전됐다.
적이 병력도 더 많은데, 자원 점수까지 역전된다는 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릴로 따지자면 적이 후반을 노리는 화신인데, 초반부터 날 두들겨 패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뭐 하나 좋은 지표가 없는 상황.
오죽하면 상대 지휘관에게 이런 전체 메시지까지 받게 된다.
[2_many_moms: you so noob kimchiman~]
지휘관 간의 대화는 따로 번역이 안 된다.
서로 나쁜 소리만 할 확률이 높아서인데. 그걸 번역 안 해준다고 막을 수는 없었다.
“병신 새끼. 닉값 제대로 하네.”
손발이 다 부들부들 떨릴 그 무렵.
“……?”
지휘관 ‘이건제밥상입니다만’ 줄여서 이밥만은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한다.
“얘네 뭐야? 기마병을 셋이나 죽였어?”
1골드 짜리 창병 둘이서 대체 얼마인지 감도 안 잡히는 기마대를 셋이나 때려눕혔고, 지금 한 놈도 마저 잡아서 네 마리다.
“……이거다.”
이밥만은 여기서 한 줄기 희망을 봤다.
타다다닥.
키보드 위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그들에게 명령을 보냈다.
[너네 쩌는데? 적진으로 잠입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