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68화
25. 특수 임무(2)
“게임 좃같이 하네!”
아몬드와 싸우던 기사는 극찬과 함께 쓰러졌다. 10개의 창이 꽂힌 채로.
-십창엔딩ㅋㅋㅋㅋ
-ㅁㅊ 극찬ㅋㅋㅋ
-앜ㅋㅋㅋ
상대는 명예롭지 못한 싸움에 열받은 듯했으나.
아몬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얼마나 대단한 칭찬을 했길래. 이렇게 번역된 건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중얼거리며 제시가 싸우고 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길 뿐이었다.
-이것도 번역기 탓?ㅋㅋㅋ
-아몬드 이제 만능 핑계 생김ㅋㅋㅋ 번역기 쉑 뒤졌다 ㅋㅋㅋ
-ㅋㅋㅋㅋ칭찬하면 번역이 저렇게 되는군요!?
아몬드는 다시 투창 자세를 취했다.
제시와 기사가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서.
“후읍.”
아몬드는 천천히 숨을 머금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칫하면 제시가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후!”
숨을 뱉음과 동시에 곧게 던져지는 창.
후우우웅──
그의 창은 마치 훈련된 매처럼 정확하게 날았고.
──푸욱!
기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기사는 휘청거리더니 결국 말에서 떨어졌다.
죽은 것이다.
“와. 살았다!”
제시는 자신이 살았음에 기뻐 소리쳤다.
아몬드 쪽을 보며 팔을 흔들어 보인다.
그러나 아몬드는 계산하기 바빴다.
“4골드인가.”
이제 기마병 4기를 처리했으니 4골드다.
“많이 벌었네요.”
용병 급여가 3골드인데, 포상금이 급여를 넘어버린 상황이다. 골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진 몰라도, 원래 급여보다도 보너스가 많은 상황이니 당연히 좋은 것일 터다.
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
‘적 기마대가 다 사라졌어.’
기마병 둘과 싸우는 사이.
적 기마대 본대는 이미 초소를 다 초토화시키고, 아군 본진을 향해 진격했다.
그가 보기에 이 게임은 불리했다. 그것도 한참.
“저희 팀 지고 있는 거죠?”
다만 아몬드는 이 게임을 잘 모르기에, 시청자들에게 질문해 본다.
-그런 거임?
-위에 표 보면 알아요
-우측 상단!
“아. 이거구나.”
우측 상단을 보니 지표를 보는 창이 있다.
열어보니 이런 게 나온다.
[자원 점수: -162]
[병력 점수: -93]
[점령 점수: -102]
‘역시…….’
예상대로다. 모든 지표가 불리하다.
심지어 마지막엔 총평마냥 이렇게 쓰여 있다.
[현재 전황: 매우 불리]
-???
-뭐야?
-자객이다! 방송 정지 당한다곸ㅋㅋㅋ
-이게 아메리칸?!
-#*%(@
“……?”
갑자기 이상해진 채팅창.
아몬드는 뭔가 싶어 제시 쪽을 바라봤는데.
그녀는 상의를 탈의하는 중이었다.
순간 당황했으나. 당연히 그녀가 옷을 벗은 이유는 아몬드 방송을 끝장내려는 게 아니었다.
“우리 이거 입자.”
촤륵.
제시가 기사들이 입었던 갑옷을 들어 보인다.
‘적 방어구를 입는 거구나.’
꽤 좋은 생각 같았다.
[지휘관]
[너네 쩌는데? 적진으로 잠입 가자]
방금 이런 명령이 떨어졌으니까.
* * *
시빌 엠파이어엔 이런 말이 있다.
지략이 뛰어난 지휘관은 전투를 승리하나, 지혜가 뛰어난 지휘관은 전쟁을 승리한다.
지략과 지혜의 차이가 무엇일까?
지략은 전략과 전술에 국한된 수 싸움을 말한다.
무릇,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해서 지략이 뛰어난 자보다 장기를 잘 두지는 못할 것이다.
하나, 지혜로운 자는 장기를 잘 두는 자를 잘 구슬려 자기를 위해 일하게 할 수 있을 터다.
이처럼 사람을 잘 다루는 자들, 이롭게 사회를 이루는 방식을 잘 아는 자들을 지혜롭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을 시빌 엠파이어에 대입하면, 병사의 능력을 구분하는 혜안을 가진 자를 말하는 것이다만.
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일이 면접을 보고 뽑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최대 200명까지도 들어온다.
이들의 실력이나 특성을 살피고 일일이 살피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란 어렵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이걸 완벽히 해낸다는 건 한 개체의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저 완벽에 가까워지기를 희망하며 연습할 뿐이다.
“근데…….”
그런데,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인재를 못 알아보는 게 바보인 상황.
그 많은 인원 중에서도, 그 흔해 빠진 창병 중에서도, 전부 희생돼도 신경도 안 쓰는 기마대 수비 작전에서도, 천재는 두각을 드러내는 법이다.
“이렇게 운이 터질 때가 있지.”
이걸 사람들은 운빨이라고 한다.
그렇다. 현재 ‘이밥만’ 지휘관은 잭팟이라도 맞은 기분이다.
값싼 기본 1골드짜리 기본 창병 둘이, 척 보기에도 명당 15골드는 들어갔을 것 같은 풀 아머 기사 넷을 잡았다.
이게 잭팟이 아니면 뭔가?
“이거다.”
바그작!
그는 입에 넣었던 사탕을 깨물어 삼켜 버렸다.
“풀도핑 간다.”
지금부턴 최대로 집중하기 위해서 당분을 쏟아붓는 것이다.
“역전의 기회다, 이 말이야.”
그가 보기에 이건 신이 내려준 역전의 기회였다.
모든 지표가 불리한 현 상황을 뒤집을 유일한 계책이었다.
[자원 점수: -182]
[병력 점수: -103]
[점령 점수: -132]
뭐 하나 이기고 있는 지표가 없었고.
현재 적의 기마대가 본진으로 뚫고 오고 있기까지 했다.
모든 자원과 일꾼들을 방어에 활용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감이 안 오는 지경이다.
그리고, 막는다고 해도 희망이 있을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적의 일꾼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의 자원 수급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병력을 보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막고 나서 미래가 있다.
“후…… 제발 돼라!”
이밥만은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그가 ‘특수 임무’를 부여한 두 창병이 적 일꾼들을 성공적으로 학살하기를!
그가 인재를 제대로 알아본 것이기를!
==== ====
[특수 임무]
내용: 적진으로 잠입해 일꾼들을 말살하라!
착수금: 3골드
보상: 일꾼 하나당 1골드
성공 보수: 7골드
=== ====
그렇다.
이밥만은 단순히 명령만 내린 게 아니라, 꽤 큰 보상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흔한 경우는 아니다.
보통 게임의 판로가 갈릴 것 같은 임무에나 이런 추가 골드를 걸어준다.
지금 지휘관은 아몬드와 제시에게 이 게임의 판도가 걸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 지휘관이 놀 줄 아는 놈인가?ㅋㅋㅋ
-인재를 알아보시네.
-지휘관 랭킹 좀 있는 애네.
몇몇 시청자들은 지휘관의 명령이 적극적으로 변하자, 지휘관의 랭킹도 찾아봤다.
“랭킹이 있어요?”
-ㅔ
-국내에서 그래도 1000위권 안
-오오오
-쩌는 건가?
-시엠 처돌아 나와서 설명해
[시엠처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국내 지휘관이 많이 없어서…… 1,000위권 안이라고 높은 건 아님. 릴로 따지면 다이아?]
“시돌이 님 감사합니다.”
-시돌잌ㅋㅋㅋㅋ
-시누이도 아니고 시돌이ㅅㅂ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시댁집 양념치킨ㅋㅋㅋ
-시벌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한참 말장난을 치는 사이.
‘생각보다 잘 입혀지네.’
척. 척.
아몬드는 제시가 하듯 상대의 무장을 뺏어서 입었다.
갑옷은 의외로 티셔츠처럼 유연해서 쉽게 입을 수 있었다. 이건 아마 게임적 허용이리라.
‘무겁긴 하지만.’
다만 그 무게만큼은 전혀 게임이라고 자비를 두지 않았다.
쿠웅……
판금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플레이어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발 한 번을 움직여도 흙에 파고드는 수준이 달랐다.
“입었어.”
무장을 다 갖춰 입은 아몬드가 제시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녀는 하늘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 해?”
“잘 좀 봐 달라고.”
지휘관한테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안 보고 있을 텐데.”
“보고 있을 수도 있잖아?”
참 붙임성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쌉인싸;
-뻣뻣한 견과류 쉑이랑은 너무 다르다!
-핵호감ㅋㅋ
피잉!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어딘가로 핑이 찍힌다.
저 멀리, 빛줄기가 내려온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다.]
[방패도 챙기고 창도 최대한 챙겨. 창을 던지면서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아.]
특수 임무를 부여한 만큼, 지휘관은 직접 이 작전을 지휘할 생각인 듯했다.
“오. 우리 지휘관이 아주 제대로 해볼 생각인가 봐. 이게 내가 다 인사해서야.”
제시의 실없는 농담.
아몬드는 피식 웃어넘긴 후 명령대로 창을 최대한 끌어안듯이 챙겼다.
그 후 지휘관이 찍은 경로를 따라 걸었다.
그러던 중 제시에게 궁금한 걸 물어봤다.
“혹시 이 옷을 입으면 적들이 우리가 적인지 몰라?”
“아니. 그럴 리가.”
제시는 왜 이렇게 순진하냐는 듯 자기 머리를 가리킨다.
“여기 머리 위에 빨갛게 뜨는 거 못 봤어?”
그렇네. 머리에 빤히 적이라고 표시되고 있다.
“아…… 그럼 이걸 왜…….”
“이건 그냥 방어력이나 올리려고 입은 거야.”
그런 거였구나.
그렇게 넘기며 다시 걷고 있을 무렵.
다시 핑이 찍힌다.
피잉. 피이잉.
[이쪽으로.]
‘숲?’
그곳이 가리키는 건 숲길.
나무가 많아서 적들이 잘 보지 못할 곳이다.
기마대는 갈 수 없고, 보병들도 아주 적은 수만 이동할 수 있는 길.
[최대한 안 들키게 시야 밝히면서 이동할 거야.]
‘뭘 하려는 건지…….’
아몬드는 게임 플레이 경험이 적어 지휘관이 뭘 하려는지 감이 안 잡혔다.
첫 경험이 별로 좋지 못했던 탓도 있다.
아몬드가 미심쩍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제시가 옆에서 부연했다.
“지휘관이 지금 특수 임무를 부여했으니까. 엉뚱하게 희생시키진 않을 거야. 위에서 보고 있으니 더 잘 보일 거고. 시키는 대로 가면 돼.”
그렇긴 하겠네. 아몬드는 일단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갔다.
일단 적어도 시간이나 끌다가 죽게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 * *
숲길을 해쳐 가며 걸은 지 얼마나 됐을까.
조금 지루하다 싶을 무렵.
피잉!
시뻘건 색의 빛줄기가 내리쬐었다.
딱 봐도 불길한 핑이다.
[경고!]
아몬드도 제시도 놀라 흠칫 멈춰섰다.
[저 앞에 목재 방어탑이다. 피해갈 길은 딱히 없어. 방패로 막으면서 지나가야 된다.]
지휘관이 방패를 챙기라고 한 이유가 여기서 나왔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나무인 것마냥 잘 위장해 놓은 목탑이 하나 보였다.
[목재 방어탑]
눈에 인식이 되니 그제야 표시되는 이름.
대충 이름에서 기능을 유추할 수 있었으나. 아몬드는 확실히하기 위해 물었다.
“목재 방어탑? 저게 뭐야?”
“말 그대로 방어탑이야. 궁수들이 들어가서 아래를 보면서 화살 쏘는…….”
궁수라는 말에 아몬드가 멈칫한다.
“궁수?”
“응. 쫄지 마. 잘 쏘진 못해. 보통 일꾼인 NPC를 채워놓거든.”
창병의 카운터가 궁병이기에 제시는 아몬드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전혀 반대였다.
“그럼…… 저 안에 활 있겠네?”
“당연히 그렇겠지?”
“오…….”
잠시의 감탄 후.
아몬드가 제안했다.
“우리가 방어탑 안으로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