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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75화 (355/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75화

27. 반격(3)

순식간에 전황은 뒤집혔다.

두두두두두……!

아군의 기마대와 합류한 제시는 말 머리를 완전히 반대로 돌려 역으로 적들에게 돌진했고.

제시를 따라오던 상대 기마병 여섯 남짓은 당황했다.

바로 말 머리를 돌렸어야 하지만.

그들은 이성을 잃었다. 특히나 베테랑 쪽이 그런 것 같았다.

“저 자식이라도 죽여어어어!”

아몬드가 어지간히 신경을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들은 아몬드라도 어떻게든 죽이려 달려들었고.

제시는 그럼에도 쫄지 않고 역으로 말을 몰아 달려들었다.

“꽉 잡아.”

그녀가 자신의 허리를 툭 치며 말했다. 이제부터 제대로 달릴 생각인 모양이다.

“근데. 내가 방송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가까이 붙게 된 김에 아몬드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야 보면 뻔하지.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잖아.”

마이크 채널을 바꿔서 말했을 텐데.

입 모양을 봤던 모양이다.

“이제 진짜 제대로 잡아.”

덜컹!

자동차 미션이 바뀌듯 말이 한 번 덜컹거리더니.

“!”

후우웅!

날듯이 뛰어올랐다.

“야호오오!”

잔뜩 신나 소리를 지른 제시. 그 앞으로 상대의 말도 마지막인 듯 도약해 달려든다.

베테랑 기사다. 아몬드에게 적잖이 원한을 품은 듯한.

타악──

“히야아아! 제발 죽어라아아!”

제시의 말과 그의 말이 교차했다.

검과 검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키이잉!

검날이 서로를 비껴 미끄러졌고, 제시의 것은 물 흐르듯 그의 목젖에 종착하였다.

──촤아악!

뜨거운 피가 시원하게 흩뿌려진다.

타오르는 태양 빛 위로 적장의 목이 난다.

역광에 비춘 목이 시커멓게 타오른다. 그들의 깜깜한 미래를 암시하듯이.

‘오…….’

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잠시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한 박자 늦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심장이 내려앉을 듯 쩌렁쩌렁한 소리.

NPC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함성이다. 그들의 흥분과 환희가 담겨있는 진짜 함성.

두근!

아몬드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이게 전쟁이구나.’

다른 게임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대규모 팀 전투의 희열.

무려 100단위의 유저들이 서로 엉켜 싸우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었다.

-누나 나 진짜 죽어어어어!

-ㄷㄷㄷ 개멋있어

-와 지렸다

-와와와!!

-이게 일기토!?

시청자들도 아몬드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타악!

제시의 말이 착지하며 멈춰 선다.

“하아.”

제시는 헝클어진 붉은 머리칼을 넘기며, 뒤를 돌아봤다.

안면에 적의 피가 한바탕 튄 채로 씩 웃는 그녀가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킨다.

“말 잡아. 네 거야.”

그곳엔 베테랑 기사가 타던 말이 주인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ㄷㄷ개멋있어

-심장 박살난다 ㅠㅠ

-누나아아아아!

아몬드는 말이 다시 돌아가기 전에 잽싸게 옮겨 탔다.

“워우…….”

처음엔 말이 거부해 천천히 적응해 나갔는데, 사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이 항복했기 때문이다.

[적 지휘관이 항복했습니다!]

* * *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그럴 때 있지 않던가?

한 10여 분 내내 공격 일변도로 상대를 몰아붙였는데, 단 한 번 공이 뺏겨서 역공당해 역전당하는 경기.

과정은 이겼는데, 결과는 패배인 경기.

지금 지휘관 ‘2_many_moms’가 플레이한 경기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이게 말이 되냐?’

다 이긴 경기였다. 분명 지휘관 역량도 압도했었다.

그런데 졌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진 것이다.

열이 뻗치지 않을 수가 없다.

타다다닥.

그 분노는 그대로 키보드로 향했다.

[2_many_moms: Cant f**king believe it. This one single cheater destroy whole game??]

(믿을 수가 없다. 이 핵쟁이 한 명이 게임 전체를 파괴하다니.)

[2_many_moms: im gonna report this chinese and commander also. RIP]

(이 중국인 신고하고 지휘관도 신고한다. 수고.)

[이건제밥상입니다만: Me?? why?]

(난 왜??)

[2_many_moms: cuz you made very good use of that cheater?? your basically the same cheater to me]

(그야 넌 핵쟁이를 아주 잘 활용했으니까?? 핵을 써서 이긴 거나 다름없어.)

* * *

“하아?”

이밥만은 어이가 없어 비웃었다.

내 병사 중 하나가 핵쟁이라고 나까지 핵쟁이라니.

이게 무슨 논리인가.

“무적의 논리왕 납셨네. 아주.”

어차피 상대가 리폿하겠다는 건 막을 수가 없으니, 그는 안되는 영어로 상대를 어떻게든 더 기분 나쁘게 할 말을 쏟아내었다.

타다다다닥.

[이건제밥상입니다만: Report me?? its not gonna work kid lol. ]

(날 신고한다고? 그게 될 것 같냐? 애새꺄?ㅋㅋ)

[이건제밥상입니다만: why dont you go report to your moms? maybe they can solve your problems cuz you got so many.]

(차라리 엄마한테 이르는 게 어때? 엄마가 많으니 해결해 줄 수도.)

상대는 잠시 말이 없더니 곧 이런 말로 답장을 대신했다.

[상대가 게임을 떠났습니다.]

이밥만은 통쾌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으아하하하하하!”

처음부터 지가 좀 잘한다고 인종차별 발언하며 시비 걸던 놈을 혼내주니 아주 속이 시원했다.

“신고는 내가 해주마. 심판을 받아라. 인종차별자 새끼.”

그는 이렇게 된 거 아까 김치맨 어쩌구 하던 말과 차이니즈 어쩌구 하던 말을 함께 리포트하기로 했다.

“여기 모기업이 중국 회사야. 이 양놈시키야.”

쯔쯧.

혀를 차던 그는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멈칫한다.

“아. 맞다. 그전에…….”

이런 의미 없는 짓보다 더 먼저 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아까 그 창병!”

리플레이를 틀어서, 아까 그 창병의 활약을 다시 녹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휘관 형들이랑 함께 쓰는 단톡방에 올려볼 생각이다.

이게 진짜 핵인지 뭔지, 이밥만도 궁금했다.

* * *

상대가 항복하는 순간.

빠바바밤!

팡파르 소리와 함께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승리!]

[승리 보너스: 모든 골드 보상 20% 상승!]

[역전승 보너스: 모든 골드 보상 50% 상승!]

촤르르르르……!

황금 동전들이 하늘에서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고. 온 화면이 황금으로 뒤덮이더니.

어느새 아몬드는 다시 낯선 중세 도시의 거리였다.

그때 떠오른 메시지.

[56골드 획득!]

“……오.”

무려 56골드.

처음 계약했던 금액을 생각하면 꽤나 큰 골드 보상이다.

물론 경기 중 죽을 때마다 장비값을 다 잃는 시스템인지라, 이 정도 골드도 쓰다 보면 금방일 터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보상은 골드가 끝이 아니었다.

[랭크 점수: +15]

[승리의 주역 보너스: 랭크 점수 2배!]

C랭크에서 B랭크로 향하는 데에 필요한 랭크 점수도 올랐다.

승리의 주역이라는 보너스가 붙어서 이 또한 2배로 상승했다.

[랭크 점수: +30]

랭크 점수가 꽤 상승했다.

100점을 채우면 다음 랭크로 넘어가는 식인데. 첫판에 벌써 30을 넘었다.

그리고,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게 아직 안 들어왔다.

빠바밤!

[미션 ‘한 번도 안 죽고 승리’ 성공!]

[수줍은 여포 님이 무려 5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포 님. 잘 쓸게요.”

-ㅠㅠㅠ

-수포좌 ㅠㅠ ㅋㅋㅋ

-제시 때문에 이게 되누

-이걸 해내네

수줍은 여포가 걸었던 미션금 50만 원까지, 이제 모든 보상을 받았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요정.

“와아! 떠돌이 용병님! 대단한 활약이었어요오!”

따앙코옹이다.

기분 탓인진 몰라도 간만에 보는 듯하다.

-이 땅콩쉑 어디 갔다 이제 튀어나옴?ㅋㅋㅋ

-처음 기마대 만나자마자 숨음ㅋㅋ

-비겁한 놈

아몬드가 가만히 노려보자 따앙코옹은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호들갑을 떤다.

“저, 저를 왜 그렇게 보세요?! 저는 연약한 요정이라구요~~~! 전쟁에서 활약할 수는 없답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물쩍 넘어가 주자, 따앙코옹은 자연스레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꽤 많은 돈이 생기셨는데! 쇼핑을 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음. 그것도 좋겠지.”

“그래요? 그럼…….”

따앙코옹은 준비된 쇼핑 목록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는데. 허튼짓이었다.

“아. 시빌 엠파이어. 오늘 처음이었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아몬드는 이만 방송을 마치려 했다.

-ㄷㄷ

-견과류쉑 방종 하난 칼

-세계 종말 ㅠㅠ

-방종이네 ㅋㅋ

새로운 게임을 켜서 튜토리얼도 완수하고 심지어 랭크전도 수행했으니 할 건 다 했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 너무 피곤했다.

‘아까 무리했나.’

들판에서 기사들과 싸울 때부터 몸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이 게임…….

릴만큼이나 체력을 잡아먹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

물론 아직 이 게임 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럼 전 이만. 트바~!”

시청자들에게 건강적으로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최악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몬드는 얼른 방송을 끄고 나가버렸다.

-아바 ㅠㅠ

-바이 ㅠㅠ

-시빌 넘 잼썼는디 아쉽

-ㅂㅂㅂ

-ㅂㅇ

그가 너무 빨리 나가서일까.

띠링!

[제시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제시님 친추 안 하시나요!?]

외롭게 울려 퍼지는 후원도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수포좌 다음으로 불쌍한 새끼넼ㅋㅋ

-헌납ㅋㅋㅋ

-개불쌍하눜ㅋㅋ

만 원도 잃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못 들었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을 재밌게는 해준 후원이었다.

* * *

스르르륵.

상현은 캡슐에서 빠져나와 스트레칭하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여기저기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했다.

이런 건 또 처음 겪는 현상이다.

‘……다 괜찮아진 게 아니구나.’

아무리 좋은 맞춤형 캡슐을 얻었어도 결국 절대적인 건 아닌 모양이다.

땀만 나지 않게 해줄 뿐, 체내에 쌓이는 피로까지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적으로 악화만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또 한계인가.’

이 피로라는 게 누적이 되는 거라면, 아무리 좋은 캡슐로 계속 바꾸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한계에 부딪힐 터다.

“하긴.”

상현은 체념한 듯 덜덜 떨리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본다.

이렇게 떨리는데.

고작 캡슐 좀 바꾼다고, 이게 아무 일도 없던 것마냥 사라질 리가 없잖아?

“생각보다 복잡한 게임이야.”

릴보다 피로도가 높은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상호작용’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다른 유저들과 얽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시빌 엠파이어는 생각해 보니 그간 했던 어떤 게임보다도 많은 수의 유저를 상대해야 했고.

릴은 게임이 복잡해 보여도, 미니언을 잡는 시간이 사실상 게임의 절반 정도인데.

이 게임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시간이 거의 80%다.

복잡하게 수많은 층으로 얽혀 있는 인간의 사고와 사고가 부딪히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부하를 일으킨다.

바둑을 두는 프로기사들이 힘든 경기가 끝나면 쓰러져 버리곤 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의 생각과 움직임을 예측하고 심리전을 걸고 상대의 심리전을 읽어내는 등의 피곤한 정신소모전.

시빌 엠파이어에선 이게 군대의 단위로 이뤄진다.

‘내일도 이어서 할 수 있을까?’

상현은 내일이 걱정되었다.

시빌 엠파이어에 꽤나 재미를 느끼고 있던 터였다. 더 하고 싶은데. 몸이 만약 또 오늘 같으면 어떨까. 그래도 더 해야 할까?

“모르겠다~”

그는 생각하기도 귀찮아 그 상태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습관처럼 올튜브를 켠다.

시빌 엠파이어에 관한 영상을 좀 더 찾아볼 생각이었다. 아직 이 게임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 영상으로나마 조금 더 공부하려는 것이다.

‘한국어 컨텐츠는 진짜 없네.’

대체로 영어나 스페인어 등 유럽 쪽 컨텐츠뿐이고, 한국어 컨텐츠는 조회 수가 1만을 넘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볼만한 영상을 찾아 헤매던 중.

그는 뭔가를 발견한다.

‘이거…….’

[Chinese cheater just crossed the line]

중국인 핵쟁이가 선을 넘었다는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나잖아?’

문제는 썸네일에 큼지막하게 박힌 아바타의 얼굴이 아몬드의 것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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