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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88화 (36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88화

32. 새로운, 익숙한 만남(1)

Betty의 병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지휘관 탓을 하는 걸 넘어 욕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몇몇은 하늘 위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병사들은 Betty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는다.

“자기들보다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 멍청한 새끼들.”

병사들이 Betty에게 배신감을 느낀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는 병력이 훨씬 더 많은데, 자기들을 희생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이는 착각이다.

그들은 아몬드 1인이 쏜 화살을 여러 명이 쐈다고 착각했다.

좌, 우 가릴 것 없이 커브샷으로 들어오는 터에 병사들 입장에선 아몬드가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포위당했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들의 입장에선 나무 위에 특임대 비슷한 병력이 하나 더 있고, 지상에서 달려오는 특임대가 따로 있던 것.

아몬드의 빠른 연사와 커브샷, 그리고 정확도로 인한 공포심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제기랄…… 대체 왜 살아 있는 거야?”

Betty는 사실 이미 아몬드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제거하려 했던 것인데.

“아…….”

전투가 다 끝나갈 무렵에서야, 그녀는 아몬드처럼 입은 사람이 하나 더 있었고, 그가 대신 죽었다는 걸 깨닫는다.

“얼마나 믿고 있길래.”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대신 죽은 저놈은 대체 뭘 믿고?

하기야, 자신도 아몬드부터 죽이려 했으니. 아군도 믿기 쉬우려나.

그녀에겐 이해하기 힘든 신뢰 관계였다.

“여긴 끝났네.”

그렇게 Betty의 궁병 부대는 붕괴했다. 물리적으로 붕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이 무너졌다. 그것이 물리적 붕괴로 이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의 사기는 충만했으며, 죽일 기회를 놓쳐 살아버린 검은 머리 궁수는 귀신같은 솜씨로 아군을 유린했다.

Betty의 궁병대가 엄폐 장소로 삼았던 곳은, 그들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 * *

적 궁병대와 마지막 돌파 전투를 벌이는 시각.

옵저버 역시 홀린 듯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이게 뭐냐.’

화살이 이리저리 휘어가며 숲을 제집처럼 누볐다. 화살이 아니라 뱀을 쏘는 듯했다.

한 번 시위를 튕기는 것으로 두 명이 쓰러지기도 했다.

‘이게 왜 진짠데.’

와중에, 옵저버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기술도 등장했다. 보지 않고 쏘는 노룩샷.

기리릭……!

지금 아몬드가 그걸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서!

‘미친.’

왼쪽 적을 조준했고, 활시위까지 당겨 쏘았으나

파아앙──

화살은 애꿎은 오른쪽으로 돌아 바위 위로 빼꼼 나온 적의 머리를 뚫어낸다.

──푸욱!

노룩샷은 물론이고, 커브샷까지 합쳐진 기예.

‘핵쟁이라고 생각했던 묘기를 거꾸로 매달려서 보여주다니…….’

옵저버는 혹시나 싶어서 캡슐 로그를 확인해 보지만, 역시나 이상한 징후는 전혀 없다. 불법 프로그램이 개입한 흔적은 없다.

백날 천날 게임만 지켜봐 온 옵저버도 놀란 활 실력이다.

당연히 적들은 아몬드의 화살에 대처할 수가 없었다.

퍽!

퍼벅!

그들은 패닉했다. 아몬드가 여럿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았다.

끝없이 날아오는 화살에 야금야금 갉아먹혀 반파되어 간다.

그리고 결국…….

“어…… 어……?”

적은 전멸.

“……다 죽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서 창병대까지?”

적 궁병대를 전멸시킨 것에 이어, 창병대까지 노린다. 아군 기마대와 합류해서 오히려 역으로 창병대를 샌드위치 시키려는 의도였고.

대성공이었다.

양측에서 쏟아지는 기마대와 궁병 연합의 공격에 적 창병대도 순식간에 전멸했다.

적 지휘관, Betty는 병사들의 신임을 잃었다.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들다고 판단한 그녀는 결국 큰 결정을 내린다.

옵저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 * *

특임대가 모든 작전을 마치고 본진으로 무사 귀환하던 중.

[8/28]

28명의 병사들 중에 8명만이 남았다.

병사들은 사라졌으나, 두둑이 챙긴건 따로 있다.

[보너스 골드 +44.5G]

바로 보너스 골드.

창병을 잡을 때마다 얻기로 되어 있던 보너스 골드를 실컷 얻은 것이다.

‘좋구만.’

옵저버에게 실력 증명도 이만하면 됐고, 보너스 골드까지 두둑이 챙겼으니. 아몬드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하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리웠던 동료도 다시 만났다.

“젠장! 대장! 믿고 있었다구우!”

위스키가 본진에서 다시 생성되어 달려왔다.

그는 이미 특임대의 승전보를 들은 것이다.

-위스키상 ㅠㅠ

-지엔자아앙!

-본토인이 말하는 믿고 있었다구 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정보) 드립이 아닌 진짜 말투다.

-믿고 있는거 같긴 하더라ㅋㅋ

마침 그때 타이밍 좋게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적 지휘관이 항복했습니다.]

‘항복?’

아몬드는 잠시 멍하니 그 문구를 바라봤다.

-실화야? 이걸 이겨?

-이겼어?!

-도랏맨ㅋㅋㅋ

-??

채팅이 마구 올라옴과 동시에.

“와아아아아!”

아군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쟁에서 적을 주눅 들게 하기 위한 고함이 아닌, 정말로 환희를 느껴 뱉는 함성.

“됐다! 됐어어어!”

“후퇴했어!”

간만에 희열을 느낀 유저들이 하나가 되어 부둥켜안았다.

모든 대원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존경의 표시를 보냈다.

“아아몬드. 당신. 내가 본 궁병 중에 최강이야. 혹시 한국인인가?”

“어떻게 한 거죠? 완전 소름 돋았어요.”

“맞아. 이 게임에서 전율 느낀 게 얼마 만인지. 동양인이 활 솜씨가 좋다는 건 알았는데. 차원이 달라.”

어색한 번역투가 많은 것을 봐서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졸지에 게임 한 판 이겨서 세계 각국에게 칭찬을 받게 된 아몬드.

그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이랬으려나.’

세계인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국기를 높이 들어 올리는 상상을 했던 때가 떠올랐다.

유치하게 겨우 게임 한 판 이기고 왜 그런 것과 겹쳐 보는지…….

아몬드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방송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서 이런 감정을 드러냈다간 속된 말로 갑분싸다.

척.

그는 엄지를 들어 올리며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자. 이 정도면 패스된 것 같죠?”

-예상 썸넬) “결국 일본도 인정했다!”

-(대충 세계가 극찬한다는 내용)

-크 주모! 샷다 내려!

-이거짘ㅋㅋㅋ

-옵저버 이미 눈알 빠졌을 듯

사실 채팅창은 이미 아몬드와 대화하고 있지 않았다.

두서없는 희열.

다들 자기 말만 뱉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 상황에 흥분한 것이다.

[현재 시청자 3.5만]

시청자가 무려 3.5만이다.

채팅창은 눈으로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채팅창을 통해서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와.’

방송은 간만에 제대로 흐름을 탄 느낌.

이 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승리를 이뤄냈으니.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도 엄청났다.

빠바밤!

[빅son 님이 무려 50만 원이나 후원하셨습니다!]

[두유노우 손? 두유노우 아아몬드?]

-ㅋㅋㅋㅋ두유노 클럽

-크 빅손형님이 인정한거면 끝이지

-아몬두유노클럽 ㅋㅋ 엌ㅋㅋ

빅손의 후원을 시작으로, 수많은 축하 후원들이 이어졌다.

[루비소드 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헐 ㅠㅠ 진짜 레전드 판!!]

[가지볶음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너무 쩔어서 바로 동생 저금통 털어서 후원합니다 ㅠㅠ]

-루비좌 10만원 ㄷㄷ

-가볶쉑은 왜 맨날 동생 털어ㅋㅋㅋㅋ

-극한직업 가지 동생

-나도 후원하거 시퓨ㅠㅠ

-아아몬드도 아몬드도 한탕 지대로 땡기겠네 ㅋㅋ

후원은 거의 2~300만 원 어치가 연이어 이어졌고.

마치 켠왕이라도 깬 것 같은 공세에 아몬드는 굉장히 당황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한 미션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후원이 쏟아지다니. 아몬드는 내심 놀랐다.

그러나 후원 내용을 보면 왜 그런지 대충 이해가 된다.

[민들레꽃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이고. 내 아들 같아서 한번 주고 싶네]

[두사랑산악회 님이 3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조선의 활을 세계에 널리 알려주셨군요~~ 잘 보고 있습니다~~]

.

.

.

등등.

연령대가 높아 보이는 후원들이 쏟아졌다.

-아줌씨들 다모였나봄ㅋㅋ

-세대 대통합 ㄷㄷ

-아몬드 통장 터져요옷!

-이게 국뽕 유니버스?

나이대가 있는 만큼 지갑을 화끈하게 여는 모습이다.

사실 게임 방송에서 높은 나이대 시청자들을 유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시빌 엠파이어가 보는 입장에선 남녀노소 이해가 수월하기에 가능했다.

물론 거기엔 아몬드가 과거 꿈을 다 펴지 못한 양궁 선수라는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할 테지만.

‘이 정도면 집 이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

아몬드는 쏟아지는 후원금을 보며 그와 그의 할머니의 원대한 꿈이었던 신축 아파트 입주가 완전 허황된 것만도 아니라는 걸 느낀다.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는 아직 어림도 없지만, 앞으로 계속 이렇게 번다면?

박 부장보다 그가 먼저 서울에 집을 사게 될 것이다.

빠바바밤!

팡파레 소리와 함께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승리!]

아몬드가 정산을 받았으니, 이제 아아몬드가 정산을 받을 차례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던 선술집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잠시 후.

[정산 중…….]

차르르르르르!

수많은 골드가 쏟아지는 이펙트가 나오더니.

팅!

-대체 얼마나 많으면 정산을 ㅋㅋ

-와우

-아몬드 눈 뒤집힌다 ㅋㅋ

[승리 보너스: 모든 골드 보상 20% 상승!]

[역전승 보너스: 모든 골드 보상 50% 상승!]

[특수 임무 평가: S+ 보상 골드 보상 30% 상승!]

온갖 상승 요소가 덧붙더니.

[158골드 획득!]

무려 100골드가 훌쩍 넘는 돈을 얻었다.

“오……!”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젠 그도 골드의 값어치를 대강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판에 각궁 3개 ㄷㄷ

-인생 한방이네 ㄹㅇ

-쉣

-각궁이 복사가 된다고!?

-부럽네요 ㅠ

이 정도면 각궁을 세 번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는 심지어 이번 게임에서 죽지도 않았기에 각궁은 그대로 들고 있었으니.

엄청난 이득을 본 셈이다.

[싸랑해요 요네가중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각궁을 또 살 수 있어?! 국뽕이 복사가 된다고?!]

복사되는 건 각궁뿐이 아니었다.

[승리의 주역 보너스: 랭크 점수 2배!]

[도전자 보너스: 랭크 점수 2배!]

승리의 주역 보너스는 이밥만과 했을 때 얻어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상인데.

“……도전자?”

도전자 보너스는 처음이다. 뭔지도 잘 알 수 없는 이름.

이게 뭔지 알지도 못한 채로, 그는 끌려가듯이 랭크가 상승했다.

[랭크 점수 + 88]

[랭크 상승!]

[C → B]

이제 B 랭크다.

-벌써 B랭이네

-이러면 떠돌이 용병 아닌 거임?

-ㅊㅊㅊㅊ

-유일한 공통점이 아몬드 랭크랑 내 학점이랑 똑같다는 거였는데…… 이제 그마저도 달라졌네……

-상승 개빠르다 ㅋㅋ

“근데 도전자가 뭐…….”

아몬드가 뭐라 묻기도 전에 누군가 등장한다.

[시엠처돌이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랭크 차이가 많이 나는 지휘관 상대로 이기면 나오는 거임. 상대 지휘관 랭킹이 되게 높았나 봄.]

-시엠이 ㅋㅋ

-얘는 백수임?

-시돌이 등장

“아…… 감사합니다. 시돌이 님.”

아까 전 상대방 랭크가 훨씬 높았구나. 어쩐지. 아몬드는 아까 전 상당히 매섭게 들어왔던 상대의 매복 전략들을 되새겨봤다.

확실히 노련해 보이긴 했다.

팡!

옆에서 튀어나온 요정이 호들갑을 떤다.

“아아몬드 님! 승급 축하드려요! B랭크부터는 노련한 용병 호칭이 붙는답니다! 짜잔!”

따앙코옹이 명함을 하나 내밀었다.

[칭호, ‘노련한 용병’을 얻었습니다!]

돈도 얻고 명예도 얻게 된 아아몬드.

이제 더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한 시점.

아직 더 있었다.

이젠 아몬드 역시 명예를 회복할 차례다.

[옵저버: 원래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일이지만…… 바로 답변이 와서 알려드립니다.]

-옵저버쉑ㅋㅋ 알아서 모시는 거 보소

-이제 와서 수구려봐야 소용없죠?

-어쩔티비 어차피 핵쟁이 아닌데 ^오^

-하루 걸리신다더니?

분명 하루 이상 걸릴 거라고 했던 옵저버가 말을 걸어왔다.

꿀꺽.

아몬드와 시청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결과를 기다렸다.

띠링.

메시지가 왔다.

“……엥?”

메시지를 본 아몬드의 표정이 희한하게 변했다.

옵저버로부터 온 메시지가 아니었다.

[김치워리어: 저기요. 아아몬드 님. 이렇게 유명한 분인 줄 몰랐네요. 덕분에 쉽게 찾았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는 형들이 국가 대항전 준비하시는데.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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