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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91화 (371/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91화

32. 새로운, 익숙한 만남(4)

게임사로부터 사과를 받은 걸 넘어, 보상이 따라왔다.

-선물 세트??

-뭐 주려나 ㅋㅋㅋ

-빠르게 대가리 박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잘됐네요. 선물까지 주신다니.”

아몬드는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느꼈다.

‘뭔가 취급이 많이 달라진 거 같은데.’

아몬드도 눈치가 있으니, 사측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내가 스트리머라서?’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괜히 스트리머라서 특혜를 받는 게 아닌지.

이런 건 처음엔 좋지만, 나중에 말이 나오기 쉽다.

그러나 이는 허튼 걱정이었다.

실은 국가 대항전 때문이다. 국대 팀이 아몬드를 점 찍었기 때문에 이제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 것.

채팅창을 유심히 보면 이런 말이 올라오고 있다.

-이 새끼들 월클 스트리머도 X까라 하는 놈들임 국가 대항전 참여할 수도 있어서 이러는 거임.

-국가 대항전 참여가 ㅈㄴ 큼 이 게임에선.

-유명세 때문에 설설 기는 놈들이었으면 차라리 이 게임이 이렇게 망하진 않았을 거다 ㅋㅋㅋ.

곳곳에 숨은 이런 채팅을 읽어본 후, 이유를 추론해낸 아몬드.

‘국가 대항전 참여 때문에 이렇게 해준다고?’

이유를 알아내긴 했으나 받아들이기 쉽진 않았다.

아직 국대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 팀이 자기를 원하는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니.

이런 게임은 금시초문이다.

‘대체 국가 대항전이 뭐길래.’

이 게임에서 국가 대항전이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 식인 걸까?

뭐, 그래도 이런 이유로 태도가 바뀐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니 다행이지.’

아몬드로서는 마음이 편해졌다.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이 게임 내에서 인정받은 실력으로 혜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정당한 대우인 셈이다.

덕분에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렇게 멘트를 날렸다.

“와. 잘됐네요. 선물도 오면 언박싱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게임은 여기까지.”

-???

-장난이죠?

-컨텐츠 실컷 뽑았다 이거지? 두고 보자…….

-잘 가세여.

-ㅠㅠ가지 마.

오늘 방송 켜고 딱 세 판 돌린 게 다이지만, 아몬드는 방송을 이만 끄기로 한다. 이미 올튜브에 올라갈 영상 소스를 다 뽑았다.

아니, 너무 많이 뽑았다.

[지아: 이미 영상 수십 개 뽑을 각…… 그, 그만해……]

오죽하면 지아가 그만하라고 메시지를 보냈겠나.

-헐 ㅠㅠ

-레전드 찍었으니 나간다 이거임?

-올튜브각 너무 많이 뽑아서 이제 가야 함ㅋㅋㅋ

-올튜브 차트 올킬 예정인데 가야지~

-잘 가세여 ㅠㅠ

아몬드의 트리비 방송은 여기서 끝났다.

“트바!”

시청자는 점점 줄어 0명이 되었으나.

본 게임은 이 뒤부터였다.

* * *

방송이 끝난 직후.

아몬드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아몬드는 진짜 대단하네.]

[나 오늘부터 견과류단함]

[견과류단인 게 자랑스럽다 ㅠㅠ 잘했어 ㅠㅠ]

이번 논란으로 그의 실력이 진짜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기 때문에?

아니다.

사실 그의 실력이 진짜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의 평가가 상승세를 탄 건 이번 논란을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아몬드는 핵쟁이 논란이 있는 동안 한 번도 시청자들에게 불쾌한 내색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이게 ㄹㅇ 상남자지.]

[불만 한마디 없이 바로 활로 쏴서 증명 레전드 ㄷㄷ]

[아몬드는 어떻게 한번을 안 흔들리냐?]

그도 사람인데 걱정을 안 했을까? 마음 졸이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혹여나 핵쟁이로 판명 나면 실력 게임 방송을 추구하던 그의 방송 전체가 무너질 텐데. 그럼 그간 쌓아온 게 다 사라질 텐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있겠는가?

걱정은 하고 있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은 것뿐이다. 늘 그렇듯이,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4년 치의 화살 한 발을 쏴야만 하는 그때처럼, 극복해낸 것뿐이다.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겐 감명 깊게 다가왔다.

이는 그야말로 승자의 방식이다.

덕분에 그는 정말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시빌 엠파이어 한 판이 아닌,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게임에서.

결백을 인정받은 건 물론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까지 얻어냈으며, 자신의 실력까지 제대로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심지어는 게임사로부터 광고를 받을 기미도 보였다.

-돈 냄새 나네~

-와. 아몬드 광고까지 하겠는데?

-전화위복 ㅁㅊㄷ ㅁㅊㅇ

-이번엔 억까들이 무슨 시나리오를 들고 나올지 기대되는 1인 ㅋㅋㅋㅋ

사람들은 총관리자가 남긴 마지막 말 ‘기회가 된다면 직접 뵙고…….’를 보고 광고를 줄 것 같다는 추측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아주 틀린 추측은 아니다.

보통 게임사들이 이런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런 방식이니까.

만약 정말 광고까지 하게 된다면 아몬드로서는 이 논란으로 얻는 게 정말 많아지는 셈이다.

제대로 흐름을 탄 셈이다.

그리고, 흐름을 제대로 탄 건 단순히 아몬드에 대판 평판뿐이 아니었다.

올튜브의 게임 카테고리.

그곳에서 희한한 제목의 영상들이 랭킹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차례로 쓰러뜨린 조선의 활!]

[일본인조차 자신이 대신 죽겠다 선언한 한국의 명장이 있었다!?]

[끝내 일본도 인정했다! “젠장 믿고 있었다구!”]

* * *

지아는 놀란 눈으로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다.

“……와. 이게 잘 먹히긴 하네.”

#실시간 화제 영상 58위

#실시간 화제 영상 86위

#실시간 화제 영상 41위

무려 3개의 영상이 랭킹으로 동시에 진입했다.

간만에 만들어낸 트리플 히트.

릴 난트전 할 때 말고 이랬던 적은 매우 드물다.

“이거 시간 좀 지나면 1등도 먹겠는데.”

지금은 그리 높은 랭킹이 아니지만, 이들은 만든지 5시간도 지나지 않은 영상들이다. 아직 조회 수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한나절이 지날 때쯤이면 조회 수가 충분히 쌓이면서 아마 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다.

“이게 제일 반응이 좋구나. 역시.”

이들 중 가장 반응이 좋은 건 위스키가 아몬드 대신 죽는 장면이 나오는 영상.

지아가 꽤 공들여 만든 것이다.

그녀는 만족스러운지 클릭해서 다시 감상하며 웃는다.

[일본인조차 자신이 대신 죽겠다 선언한 한국의 명장이 있었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위스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아니 왜 제목이 다 진짜냐곸ㅋㅋㅋㅋ

-제목 보고 말도 안 된다고 욕하려 들어왔는데. 바로 반성합니다.

-나니좌 ㅋㅋㅋㅋ 미쳤냐곸ㅋㅋㅋㅋ

-나니좌 ㅋㅋㅋ 명예로운 일본인 상 줘야한다 ㄹㅇ ㅋㅋㅋ

지아는 그가 이 작전을 제안하는 장면부터 편집해 줬다.

전쟁 영화처럼 아래 위로 검은 바가 쳐지고, 위스키가 비장한 눈으로 말한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음성도 조금 건드려서 정말 영화 녹음처럼 연출됐다.

이는 자칫 너무 진지해 보일 수 있으나.

「내가 대신 죽을게. 여기엔 당신이 필요해.」

비장한 영화라기엔 너무 정감 가는 위스키의 비주얼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게 셀링포인트다.

-아니 얼굴만 봐도 웃음벨임ㅋㅋㅋ

-그림자 무사를 진짜로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일본인이 대신 죽겠다 하네 ㅁㅊㅋㅋㅋ.

그리고 마지막.

이게 하이라이트다.

파아아앙!

적군의 모든 화살이 위스키를 향해서 날아온다.

옛날 홍콩 무협 영화마냥, 비현실적인 개수의 화살.

푸른 하늘이 그 촘촘한 화살에 다 가려지고.

퍼버벅!

위스키의 가슴에서 피가 튄다.

역광이 비추며, 마치 꽃다발을 선물 받은 듯한 자세로 위스키는 천천히 쓰러진다.

-나니좌…… 그저 빛……

-나니좌ㅠㅠ 기억할게!!

-나니를 외쳐 조의를 표하시오.

└나니!?

└나니!

└나니이?!

인상적인 죽음이다.

나니좌를 추모하는 댓글이 한 가득이다.

지아는 댓글들이 재밌는지 한 번 더 웃는다.

“잘들 노네. 근데 다음 것도 나니좌가 캐리하는 영상인데…….”

그다음 인기 있는 영상 역시 나니좌, 위스키가 나오는 영상이었다.

[끝내 일본도 인정했다! “젠장 믿고 있었다구!”]

이런 제목의 영상인데.

승전보를 울리고 돌아오는 아몬드를 향해 뛰어나가며 이렇게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젠장! 대장! 믿고 있었다구우!」

-위스키 개같이 부활 후 개같이 뛰어옴ㅋㅋㅋ

-이왜진이 대체 몇 개여;

-이게 이왜진 월드컵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지엔장! 편집자! 믿고 있었다구우! ㅋㅋㅋ 졸라 웃곀ㅋㅋ

“왜 귀엽고 난리.”

지아는 자신을 언급해 준 시청자에게 찡긋 윙크하는 댓글을 달아준다.

하트도 잊지 않고.

“그나저나 국뽕이 효자구나. 효자야.”

지아는 점점 랭킹이 오르는 영상들을 감상하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만 일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거실로 나갔다.

걸렀던 끼니나 해결할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야식인가.

“……살찌는데.”

살찔까 걱정하면서도, 선반 위로 손이 슥 가는 지아다.

* * *

다음 날.

제목만 보면 다 헛소리 같은데, 그게 전부 진짜인 이 오묘한 영상들.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차례로 쓰러뜨린 조선의 활!]

[일본인조차 자신이 대신 죽겠다 선언한 한국의 명장이 있었다!?]

[끝내 일본도 인정했다! “젠장 믿고 있었다구!”]

이들의 랭킹이 수직 상승했다.

#실시간 화제 영상 18위

#실시간 화제 영상 36위

#실시간 화제 영상 11위

이때가 대강 아침에서 점심으로 넘어갈 때 즈음이다.

“와. 쑥쑥 자라네.”

우유를 통째로 들고 마시던 지아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랭킹을 확인한다.

“오늘 팬미팅 때는 어깨 힘 좀 들어가려나.”

아몬드 팬미팅이 오늘 5시부터다.

지아도 당연히 참여한다. 그녀는 오늘 편집 일은 쉬고 안내원으로 참여하다가 마지막 치맥 타임에 편집자로 소개될 예정이다.

그때 영상 순위가 높으면 자신감이 더 붙을 것도 같았다.

“하.”

그녀는 팬미팅 장소를 다시 한번 더 체크하면서 괜한 한숨을 내쉰다.

‘그때 뭐였지. 최강 기획에 다니고 있던 거였나.’

만나기 싫은 얼굴이 하나 생각나서이다.

아성 사옥 근처에 최강 기획 오피스가 있다. 근처라고 하긴 애매한 거리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부재중 전화×14]

몇 주가 넘도록 확인하지 않은 부재중 전화들.

‘됐어. 그 자식더러 보라지.’

지아는 애써 기억을 떨쳐내며 씻을 준비를 한다.

마주치면 어떤가. 오히려 오늘 한껏 꾸미고, 제일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날인데.

오히려 만나면 통쾌하고 고소할지도.

꾸깃.

지아는 다 마신 우유 팩을 찌그러뜨려 버린다.

“씻기나 하자.”

쏴아아아…….

그녀는 물줄기로 몸을 적시며 잠시 멍하니 있었다.

* * *

어느 금요일 날의 저녁 시간.

현대적인 빌딩들이 쭉쭉 솟은 곳에서 유독 돋보이는 한 건물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아성의 사옥이었다.

“이야! 금요 칼퇴~ 수고하셨습니다~”

“네~ 내일 봅시다~”

야근이 끊이질 않는 이곳이 오늘만큼은 정확한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이 잘 풀린 모양이다.

“이야. 수진 씨. 오늘 맥주 한 잔 콜?”

“아…… 좋죠?!”

“과장님도 고?”

“나도 껴? 나야 좋지.”

간만에 칼퇴한 직원들은 금요일의 기분도 만끽할 겸, 간단히 치킨에 맥주를 마시고자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치킨집으로 갈 예정이었다.

나름 팀워크도 다질 겸 새로 들어온 부장 욕으로 하하호호 떠들며 나오던 그들.

“아니. 대타로 온 놈이 더 하다니까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하~ 과장님도 부장되면 저렇게 되시나 몰라요.”

“그땐 너네도 과장일 테니 만만찮은 꼰대겠지.”

“으하하하!”

“그나저나 난 주혁이가 가끔 그립다. 걔만큼 일 잘하는 애가 없었는데.”

“주혁이만요? 먼저 나간 놈은요.”

“걔는 인마. 별로지.”

“냉정하시네요. 걔가 좀 둔하긴 했죠.”

“어 근데 웬 줄이……?”

그들을 기다리는 건 엄청난 길이의 대기 줄.

나름 유명하긴 하지만, 대단한 룬스타 맛집도 아니고, 오피스 상권에서 좀 먹히는 치맥집이었다.

무엇보다 오피스 상권이기에, 칼퇴 후 바로 달려오면 절대 기다릴 일이 없을뿐더러, 여기 규모가 일단 상당해서 한 번에 150명 가까이 수용 가능했는데.

“허…… 뭔 날인가? 무료로 주나?”

“글쎄요? 뭔 행사 같긴 한데.”

한 사원이 플래카드를 읽어본다.

“아…… 몬드…… 팬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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