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02화 (38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02화

36. 아몬드 사용 설명서(1)

시빌 엠파이어도 나름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엠불]

조금 특이한 이름의 ‘엠불’이라는 커뮤니티다.

머릿수는 많지 않아도 글 리젠만큼은 어디서도 뒤지지 않는 곳이다.

이래 봬도 킹덤에이지에 비하면 훨씬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긴 하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국가대항전 직전 시즌.

원래 시빌 엠파이어를 드문드문 하던 사람들도 전부 커뮤니티에 몰려들 때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

국대 팀에 누가 선발되느냐이다.

[이번에 국대 로스터 어케 됨??]

[국대 로스터 아직도 안 나왔냐? 이번엔 본선 좀 가자 ㅠㅠ]

[밑에 글 낚시임. 아직 로스터 안 나옴ㅋㅋ]

국가대항전 팀이라고는 해도 무려 200명이나 뽑히기 때문에, 따로 직장이 있는 고인물 플레이어들도 열심히만 하면 가능성이 보인다.

평소엔 그냥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국대에 선발될 수도 있는 게임.

그게 바로 시빌 엠파이어의 매력이다.

물론 이건 다 한국 시장이 작아서 생긴 매력이기에, 한국 서버 한정이다.

[이번에도 총지휘관은 쿠키로 가냐? 진짜 오래 해 처먹는다]

비록 한국 서버가 사람이 적어 200명 안에 들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는 해도.

지휘관은 얘기가 다르다.

일단 총지휘관은 서버에서 단 한 명이고.

그 외에 보조 지휘관이 둘 추가된다. 이는 국가대항전만의 특별한 룰이다.

-쿠키만 한 애도 없음 최연소로 본선까지 갔었잖아 옛날에

└그거 위에 선배들 빨이지…… 그때 쿠키는 보조 지휘관이었잖아.

현재 총지휘관인 ‘쿠키’는 예전 국가대항전에서 본선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다.

축구로 따지면 32강에 진출한 것이다.

당시 쿠키는 참가했던 전 세계 지휘관들 중에 가장 나이가 어렸는데. 겨우 27세의 나이였다.

게임인데 27세가 어린 나이인 거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국대 참여하는 지휘관들의 평균 나이대는 35세이다.

애초에 유닛을 움직이는 게 아닌,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여서인지 탑클래스 지휘관들은 나이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여담으로, 우승했던 지휘관 중엔 50세였던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다수의 실전 경험이 있던 미군 장교 출신이었다.

그러니 쿠키가 27세의 나이로 본선에 진출했다는 건 상당한 이슈였으며, 그때의 성적이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국대 팀의 최고 성적이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과 비견될 정도로.

-쿠키 본선 그거 솔직히 그때 있던 팀이 레전드여서 아님? 2002 월드컵급인데

└그놈의 2002 시발ㅋㅋ

└아재요 지금 2036년이요……

└34년간 우려먹는 월드컵ㅋㅋㅋㅋ

└그만큼 좃됐다는 거지~

└개새끼들아 월드컵은 4등이라도 했지 시빌엠파이어는 본선 진출이 끝이다

본선 진출이 가장 높은 성적이라니.

RTS 장르로 한때 세계를 재패했던 민족이며, 이스포츠를 탄생시킨 종주국인데. 이런 성적은 분명 의아하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런저런 의견이 있었다.

-민속놀이로 스타를 하던 민족이 이게 무슨 일이냐…… 그때 본선 진출이 설마 마지막이었을 줄이야……

└릴이 모든 걸 망쳤다.

일단 릴의 인기가 너무 높아서 유망주들이 다 거기로 넘어갔다는 의견.

그러나 이렇게 반박하는 자들도 있었다.

└애초에 릴한테 인기 밀린 게 한국이 맨날 개같이 발려서인데??

애초에 한국이 너무 지기만 해서 인기가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반박하는 자들이 있다.

└그럼 축구는 맨날 처발리는데 왜 인기가 많죠?

└ㄹㅇㅋㅋ 잘하는걸로 인기많으려면 K리그에서 활 쏘고 쇼트트랙 해야지 ㅋㅋㅋ

스포츠나 게임이란 게 단순히 잘한다고 인기가 많아지고, 못한다고 인기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사실 가장 주류 의견은 이것이다.

-그냥 우리나라 문명 개같이 약함. 이게 끝임.

그냥 게임이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

실제로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 맞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백날 그딴 말 해봐야 본선 못 간다 ㅉㅉ

그러나, 한 유저의 말처럼 이 게임 전체를 부정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 봐야 이 게임 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이런 게시물들이 게시판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또 또 이 주제로 불타고 있네 ㅋㅋㅋ]

[날이면 날마다 돌아오는 똑같은 토론 ㅋㅋㅋ 타임머신 탄 줄 ㅅㅂ]

[니들이 선택한 게임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이 주제의 토론의 끝은 결국 늘 그렇듯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고.

결국 커뮤니티 유저들의 관심사는 다시 이번 연도 국대 팀 로스터다.

이번 연도는 희망이 있을까?

늘 배신당하면서도 매년 찾아오는 이 궁금증.

그러던 중,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이 있었다.

[속보) 웬 B랭크가 국대 팀에 들어갔다는데????]

-지랄하넼ㅋㅋ 별 병신 같은 어그로

-ㅋㅋㅋㅋㅋ 제목 어그로 보소

-이야. 기자 하면 되겠네. 조회수 봐라

이렇게만 쓰여 있을 땐 아무도 믿지 않았다.

[진짜임…… 방송 클립 가져옴.]

이다음 글엔 아몬드가 김치워리어로부터 제안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 B랭이 어떻게 간다는거임?

-걍 시스템적으로 안되는데 무슨

-김치워리어 쟤 작년 싱크탱크 리더 아니냐? 그때 그래도 괜찮았는데…… 맛탱이가 갔나?

이들은 적어도 B랭크가 이런 제안을 받은 적은 있다는 것 정도로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뒤에 따라온 영상.

[아니 진짜라구요!!! 지금 S+로 올린다고 똥꼬쇼 중이라니까!?]

바로 가장 최신 영상 클립이었다.

아몬드가 김치워리워와 대화 후 본투비와 함께 게임에 들어가는 장면까지 담긴.

이로써 아몬드를 정말 S+ 랭크로 키워서 국대 팀으로 넣으려 한다는 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었다.

-……?

-얼마 전에 시엠 영상 실시간 순위에 올린 그 스트리머네…… 대충 왜 넣는지 알 만하다…….

-이번 연도 역시 개같이 멸망~! ㅋㅋㅋ

-아이고 난 안 볼랜다 ㅅㅂ

고인물이 많은 커뮤니티답게, 외부인에게도 상당히 폐쇄적이다.

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아몬드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오해해도 할 말은 없다.

아몬드가 유명하고, B랭크인 건 팩트니까.

-쿠키 새끼 돈 좀 만지려고 딴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 괜히 사업가냐곸ㅋㅋ

-초심 다 잃었누ㅜㅜㅜ

-얼마전에 잘보던 드라마에 갑자기 아이돌 배우 나왔는데. 딱 그 느낌이네.

└그 드라마 혹시 호기로운 땜방 생활 아니야?

└……어. 맞는듯? ㅋㅋㅋㅋㅋ 대타하는거

└인호 말하는거네 ㅋㅋㅋ 사람 생각 다 똑같군

└ㄹㅇ 인호 할많하않

└다들 바로 아는게 개웃겨ㅋㅋㅋㅋㅋ

└인호쉑 면상에 땜방 ㅈㄴ해서 캐스팅 됐답니다~~ 글 내려주세여~~

.

.

.

등등.

오해 아닌 오해들이 번져나갔다.

그러던 중, 누군가 라이브 링크를 올린다.

[저거 라이브다. 아몬드 지금 S+랭크로 달린대. 비랭 지휘관이랑 듀오 중]

어찌 됐건 이것도 관심이라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시빌 엠파이어 고인물들이 슬그머니 아몬드의 방송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난 한번 보러감

-잘할 수도 있잖아?ㅋㅋㅋㅋ

-드가자

물론 그래 봐야 머릿수로는 한 천 명도 되지 않는 숫자이지만.

말이 많은 거로 따지자면 5천 명 서러울 지경이다.

-일단 지휘관이 뭐하는 놈임? 걍 패스트 2시대 궁병 러쉬 달려 버리는데?

-걍 둘 다 첨해보는 느낌

-이게 국대???

-숲 타고 들어가야지. 궁병 싸움인데……

-아 제발 숲 ㅠㅠ

이들은 벌써 보기에 답답한 게 있는지 마구 훈수를 해댔다.

-왜 오합지졸처럼 줄서서 가냐? ㅁㅊ 한 명씩 뒈질려고?

-답답……

-적 지휘관이 병신만 아니면 이기겠누

-이게 국대!? 이게 국대!?

이들은 그럴 의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자연스레 게임 고인물들이 그에게 텃세를 부리는 형국이 되고 있었다.

-와 적 이미 병사 있네 ㅋㅋ

-개같이 멸망~

-패스트인데 병사 있누 끝났누

* * *

한편, 아몬드는 한참을 뛰어서 드디어 본투비 지휘관이 지정한 위치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훈수충들이 많아진 것 같네…….’

잠시 채팅창을 보면서 걷던 그는 적진에 도착 후 적진을 살폈는데. 적은 이미 병사가 몇 명 대기 중이었다.

원래 작전대로라면 이쪽만 병사가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하씨…… 이, 이거 어쩌지?!〕

지휘관은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아몬드는 그가 멘탈이 나간 채로 어이없는 판단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냥 들어갑니다.”

그가 선두를 서자, 다른 궁병들도 일단 따라왔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아니 대놓고 ㅋㅋ

-나 죽여주소!

-ㅁㅊㅋㅋㅋ

대놓고 들어가니, 당연히 적군들이 바로 눈치챈다.

“적군이다아!”

“이쪽으로!”

병사 셋 정도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셋 정도쯤이야.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심지어 창병일 테니 여유롭다.

그리 생각하며 아몬드는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기리릭…….

사거리 안에만 들어오면 쏠 생각이다.

‘어?’

그때. 적 병사들이 멈춰 섰고.

아군 병사들이 술렁거린다.

“뭐야?”

“보통 있어도 창병인데……?”

“궁병이야? 이런 미친.”

적들도 궁병이었기 때문이다.

상성이 유리한 창병들이 있어도 방어탑을 왔다 갔다 하며 막으면 막히는 게 이 패스트 2시대 궁병 러쉬 전략인데.

심지어 궁병을 준비해 놨다?

‘잠깐. 2시대가 아님 궁병 못 나오는데.’

아몬드도 머리가 있기에 잠시 생각을 해봤다.

우리 지휘관은 미친 사람처럼 2시대로 빨리 달려서 궁병을 뽑은 건데.

어떻게 적도 궁병이 있단 말인가?

작정하고 뽑지 않는 이상…….

‘완전 간파당했나?’

일단 전략은 전부 물거품이 됐다.

뒤쪽에서 누군가 외친다.

“잠깐 적이 더 나오는데!?”

그는 바위 위에 올라가서 내다보고 있었는데.

“한…… 아홉? 이제 열이다!”

적 궁병이 무려 10명이라는 말을 한다.

“열이라고!?”

“제길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거 되겠어!? 이미 패스트 러쉬 눈치 까고 준비한 거 아니야!”

아몬드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 중이다.

‘……음.’

정리하자면, 적 지휘관은 이미 정찰을 통해 본투비의 전략을 대충 눈치채 버렸고. 그에 대응하여 수비책을 마련해 놨다.

믿기지 않지만 말이다.

-ㅁㅊㅋㅋㅋ

-아니 패스트 올인 러쉬인데 숫자에서 지냐곸ㅋㅋ

-돌겠네

올인 러쉬인데, 올인을 안 한 상대보다 숫자가 적다.

‘아냐. 숫자는 더 많아. 아직 다 안 온 거지.’

사실 숫자는 아몬드 팀이 더 많은데. 아직 도착을 못 한 것일 뿐이다.

본투비가 궁병을 느릿하게 뽑아서가 아니다.

‘문제는 위치.’

문제는 두 진영 간의 거리였다.

애초에 적진과 아군 진영이 상당히 멀었다. 초반 전략을 쓰기엔 무리다.

보통 이런 경우엔 전략을 바꾸는 게 맞는데.

본투비는 오로지 하나만 익혔으니 그게 될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적은 10명이나 모였을 때, 아몬드 쪽은 5명뿐이다.

좀 더 기다리면 여섯이 되겠으나. 큰 차이는 없다. 저쪽도 여기를 목격한 후엔 계속 궁병을 뽑고 있으니.

아몬드 팀의 병사들의 표정에 패색이 감돈다.

“아…… 이건 망했네.”

“이, 일단 싸워봐요.”

“숫자가 2배인데. 그것도 같은 궁수끼리…… 이게 되겠소?”

“저놈들 숫자 모이고서부터 계속 이쪽으로 오는데! 어쩔 거요!”

적 궁수들은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자기들이 숫자가 더 많다는 걸 파악하고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서로의 사거리가 닿으려 한다.

와중에 아군은 점점 뒷걸음질 친다.

‘이렇게는 안 돼.’

아몬드가 그들이 도망가려는 걸 막으며 말한다.

“솔직히 2배까진 아닌데? 한두 명 차이 나는구만.”

-???

-예?

-호두 이슈 ㅋㅋ

뻔뻔한 거짓말이다.

눈대중으로 봐도 한두 명 차이는 절대 아니었다.

아군 병사 하나가 성질을 낸다.

“열 명 대 다섯이 2배가 아니면 뭐──”

아몬드는 대답 대신, 앞으로 튀어 나가며 활시위를 튕겼다.

──파앙!

순식간에 날아간 화살은 적의 급소에 적중하며, 단 한 방에 고꾸라진다.

퍼억!

열이었던 적의 궁병이 단박에 아홉.

“!?”

적은 물론 아군도 벙쪄 놀란다.

‘이 거리에서……?’

아직 사거리에 닿지 않은 상황인 줄 알았는데.

정확하게 쏴버렸으니.

그러나 놀라긴 이르다.

늘 그렇듯이 아몬드는 화살을 한 발만 쏘지 않았다.

──퍼벅!

이미 날아갔던 화살이 꽂히며 둘이 더 쓰러진다.

순식간에 셋이 죽어, 이제 적은 일곱.

이쪽은 여전히 다섯이다.

“맞잖아. 한두 명 차이.”

결국 그의 말이 맞았다.

-1초 뒤를 계산한 것입니다만?

-이게 킹귤이 말했던 그 일찐식 산수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ㅋㅋㅋㅋ

-3초 뒤: 맞잖아 한두 명 차이(아군이 더 많다)

아군은 갑자기 함성 내지른다.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들어가 쏴!”

대장(?)의 실력을 보고, 이미 승리를 직감한 것이다.

-태세전환 무엇ㅋㅋㅋ

-눈치 오지넼ㅋㅋ

-엌ㅋㅋ

갑자기 태세를 바꾼 건 아군 병사들뿐이 아니었다.

엠불 커뮤니티에도 이런 글이 올라온다.

[얘 뭐임. 한 번에 3명씩 죽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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