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04화
36. 아몬드 사용 설명서(3)
말 그대로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넣은 신고.
그런데─
띠링.
답변은 보통 하루 이상이 걸리게 마련인데.
마치 매크로가 돌아간 것마냥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해당 유저는 결백합니다.]
“……뭐? 알아보지도 않고?!”
렛고로서는 어이가 없는 답변.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경우는 딱 한 가지다.
이미 신고를 당했던 사람이 결백을 증명했는데 다시 신고가 들어올 경우.
“시…… 실력이라고 저게?”
그렇다면 방금 그 검은 머리 궁수의 실력은 진짜라는 말이 된다.
“개소리하네. 돈에 미친 놈들.”
렛고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중국의 국가원수로 바꿔버렸다.
* * *
렛고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편, 본투비는 쾌재를 불렀다.
“우와아!”
단순히 승리해서?
아니다.
아무리 그가 평생을 B랭크였어도,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니까.
‘작전이 먹힌다!’
작전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이다음 게임도, 다다음 게임도 이길 거라는 뜻이니.
‘그럼 나 정말 A 가는 거야!?’
진짜 A를 갈 수도 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본투비는 떠들기 시작한다.
〔와~ 이게 진짜 되네여! 아아몬드 님 진짜 최고예여! 저는 이 담부터 어케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너무 신나서 별생각 없이 말한 문장.
그러나 아몬드와 그의 시청자들 입장에선 달랐다.
적잖이 충격적인 발언이다.
‘이다음부터 뭘 하는지 몰랐다고……?’
-이게 무슨 소리냐
-ㄷㄷ
-미친ㅋㅋㅋ 설마 이거만 해온 거?
-이럴 줄 알았다
시청자들은 그제서야 김치워리어가 말한 80% 승률 전략의 정체를 깨닫는다.
-그냥 아몬드 뽑기가 다였냐곸ㅋㅋㅋ
-이딴게…… 전략?? 이딴게…… 전략?? 이딴게…… 전략??
-응~ 이기면 그만이야~
-이게 뭐냐고 ㅋㅋㅋㅋ
김치워리어가 준비한 전략.
전략인 주제에 지휘관의 기량 따위 필요하지 않은, 사실상 ‘아몬드 사용법’이라고 불러야 맞는 수준이었다.
그냥 최대한 아몬드(궁수)를 빨리 뽑아서 달리는 게 다인, 그야말로 무식하고 간단한 전략.
그러면서도 아몬드와의 듀오에서 가장 큰 효율을 내는 전략이긴 했다.
-아니 이러면 굳이 본투비로 안해도 되는거 아님??
-김치워리어 쉑 ㅈㄴ 어이없넼ㅋㅋ
-대단한 것마냥 안가르쳐주더닠ㅋㅋㅋ 가르쳐줄게 없었누
-좃좃워리어
김치워리어가 아몬드에게 전략을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도 사실 가르쳐줄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오자마자 달려서 쏴 죽이는 게 다인데, 뭘 언질할 게 있겠나?
이때 시청자들은 두 패로 갈라졌는데.
-근데 이게 계속 먹히나?
-이것만 쓴다고 80% 승률이 나올까
-아까도 방어탑 위치만 좋았으면 위험했음
이 전략을 계속 쓸 수는 없다는 쪽과…….
-이겼음 된 거지 새끼들아
-담판까지 보고 판단하셈
-이제 겨우 한 판임.
조금 더 보고 판단해도 된다는 쪽으로 갈렸다.
사실 이렇게 패가 갈려봐야 딱히 선택권은 없다. 아몬드는 국가대항전에 합류하기로 했고.
일단은 코치 역할인 김치워리어가 판단한다.
그래서 아몬드는 애초에 믿을 수 없니 마니 따위의 논쟁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몬드는 채팅창을 유심히 살펴보며 갸웃거린다. 척 보기에도 기존 시청자들이랑 다른 스타일의 채팅들이 많이 보인다.
스트리머 경력이 꽤 쌓인 아몬드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아까 게임할 때도 느낀 거지만. 어디 커뮤에서 온 건가?’
이들이 어디 다른 커뮤에서 왔다는 걸.
이들은 대부분 방금 전 전략이 매우 위험했고, 김치워리어든 본투비든 아주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리는 있어.’
이들이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방금 판은 위태로운 순간들이 많긴 했다.
이들 말대로 적 지휘관이 방어탑 위치를 조금만 바꿨어도 굉장히 피곤해졌을 것이다.
‘피드백 받으면 알겠지.’
아몬드는 일단 이런 고민들을 뒤로 치웠다. 지휘관이라고는 튜토리얼 때 한 번 해본 게 다인 자신이 고민해 봐야 무슨 수가 있을까?
당사자와 직접 상담해야 한다.
“게임 하나 끝나면 피드백 받기로 했거든요. 디스월드 한번 가 보겠습니다.”
-ㅔ
-ㅇㅇ
-예
김치워리어의 생각은 어떨지.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 * *
한편 커뮤니티 엠불에선, 알게 모르게 아몬드의 행보를 응원하는 듯한 글들이 많아졌다.
[전략 그래도 3개는 들고 있어야지 B랭이라고 해도 ㅋㅋㅋ]
[내가 괜찮은 궁수 러쉬 전략 더 끄적여봄]
[아아몬드ㅋㅋㅋ 유쾌하네]
[얘 영상 다 봤는데 물건임]
[아몬드 모르면 씹아싸 아님?]
아몬드의 플레이보단 지휘관의 전략 부재를 욕했고. 심지어 자신이 그 해결책을 강구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아몬드의 방송을 보고 그의 성격이 유쾌하다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물론 아직 판단을 보류한 사람들도 상당수.
[이 병신들은 또 뭔 한 판 보고 호들갑이냐]
[나도 레전드 판 보면 전자파여]
[아니 ㅋㅋㅋ 다 필요없고 S+이라서 못간다고 ㅋㅋㅋㅋ]
[응~ 비랭이야 ㅋㅋㅋ]
아몬드를 응원하는 쪽, 비방하는 쪽.
비율은 왔다 갔다 하겠지만. 아몬드의 시청자수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만은 항상 같았다.
“흐음.”
김치워리어는 고심 깊은 눈으로 커뮤니티를 훑는다.
“이 정도면 그래도 선방인데.”
사실 B랭크가 국가대항전에 들어오게 됐다는 말이 커뮤니티에 퍼졌을 때.
그는 훨씬 더 심한 욕을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정도면 상당히 무난한 편이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아몬드가 S+가 돼서 얼른 팀에 합류하길 바라기도 했다.
심지어 그 글을 쓴 사람은 엠불에서 꽤 오랜 기간 활동해온 ‘패링’이라는 유저였다.
-OG의 인정 ㄷㄷ
-패링 찐임?
-패링 사실 여자라서 걍 아몬드 얼빠임 ㅅㄱ
└내가 봤는데 40대 아재다……
└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반응에서 보듯이, 패링에게 인정받는 건 큰 사건이다.
‘고무적이야.’
그가 이런 글을 써줘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 순간.
띠링.
[아몬드 님이 월드에 접속하였습니다.]
피융!
아몬드의 아바타가 디스월드에 나타났다.
“아. 피드백 받으러 오셨구나.”
“예.”
아몬드는 인사를 나눈 후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시청자들이 전략에 대해서 불안해하던데…….”
김치워리어는 뭔가 뜨끔해하는 표정이 되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크흠. 그게 최선입니다. 음…… 제가 직접 말하겠습니다.”
“채팅창 공유해 드릴까요?”
“아, 예. 그럼 좋죠.”
-ㅈ치워리어쉑ㅋㅋㅋㅋ
-개소리 시전 1초전
-4드론이 최선!?
-쉿!
-어 본다 ㅋㅋㅋ
이미 김치워리어에 대한 욕이 한참이던 채팅창.
“허허.”
김치워리어는 이 정도 욕은 예상했는지 웃어넘긴다.
“여러분. B랭크 지휘관의 능력 선에서 저는 가장 최선의 효율을 뽑을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한 겁니다.”
김치워리어는 말을 술술 이었다.
“이거보다 복잡한 전략은 연습시켜 봐야 효율이 이만큼 안 나와요. 그런데 이 패스트 궁병 러쉬만큼은 지금 본투비가 그래도 A+랭만큼 속도 뽑고 있거든요?”
-ㄹㅇ?
-빠르긴함
-그런거였냐?ㅋㅋㅋ
“예. 지금 꽤 빠른 거예요. 만약 여기서 다른 전략 연습시켰으면 이만큼 빠르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아몬드 님한테도 이게 최선입니다. 아직 아몬드 님은 복잡한 상황이 주어지면 판단이 어려워져 온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초반엔 그럴 일이 거의 없거든요.”
-호두 파악 완료 ㅋㅋㅋ
-아니 왜 호두 무시함ㅋㅋ
-엌ㅋㅋ
“호두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게임 경력이 짧으면 누구나 그래요. 기마병 막 뛰어다니고, 복병들이 저기서 나왔다 여기서 나왔다 하는 난장판에서 초보들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죠. 그래서 이 전략을 준비한 거니까. 믿고 한번 보시죠.”
-ㅔ
-가즈아~
-말잘하누 김치
-ㅋㅋㅋㅋ막상 아무도 반박을 안하네
-견과류단이 애는 착해~
여론이 꽤 괜찮아진 것 같으니 김치워리어는 다시 아몬드 쪽을 바라봤다.
이젠 피드백을 할 차례다.
“자. 아몬드 님. 이번에 피드백 해드릴 건 딱 한 가지입니다.”
“예.”
김치워리어는 미니맵을 홀로그램으로 띄우며 루트를 그려냈다.
“적진에 들어갈 때, 반드시 숲을 타고 들어가서 일꾼부터 찾으세요. 아까는 병사랑 마주쳤잖아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
“아…….”
“숲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나무를 캐는 일꾼부터 마주치실 겁니다. 그러면 걔네부터 죽이세요. 그래야 궁병을 못 뽑고 방어탑도 못 짓거든요. 다 나무 들어서.”
이건 아몬드로선 예상치 못한 좋은 팁이었다.
“오……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그 외에는 전부 잘하셨습니다. 다음 판 보고 다시 피드백 해보죠.”
깔끔하게 끝난 김치워리어의 피드백.
아몬드는 조금 더 그에 대해 신뢰가 올라갔다.
얼른 다시 시작해서, 그가 말한 팁을 게임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
“다음 게임 바로 가겠습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매칭은 빠르게 잡혔다.
[게임 시작!]
* * *
게임 시작 후.
본투비의 전략은 당연히 똑같았다.
‘금5 나무3 식량2…… 바로 2시대 가고…….’
본투비는 기계처럼 일꾼들을 분배한 뒤, 금이 모이는 대로 2시대 - 봉건시대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했으며, 나무가 모이는 대로 방어탑 하나 없이 궁병 훈련소를 짓기 시작했다.
정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전 판과 똑같은 모습.
이는 본투비로서는 노력의 결과물이었으나, 고인물 커뮤니티 입장에선 야비하고 멍청한 주입식 전략이었다.
[실시간 그 견과류 똑같은 전략 실행 중ㅋㅋ]
한 예로, 이런 글이 올라오면 그야말로 댓글창은 투기장이 되어버렸다.
-시바 국대라는 애들이 4드론이나 가르치고……
-저렇게 해서 이기겠냐?ㅋㅋㅋㅋ
-이번엔 개같이 발린다에 손모가지 검
└님 손모가지 아무도 안써요~
└ㅋㅋㅋㅋㅋㄹㅇ
└진짜임. 이번 지휘관은 남다른 새끼임.
└아몬드 안본다면서 지휘관까지 검색한 1인ㅋㅋㅋㅋㅋㅋ
이 전략에 비관적인 자들이 다수. 그리고, 슬슬 아몬드를 지지하는 쪽도 다수.
-그냥 아몬드 키워주려하는 거에 뭔 국대니 뭐니 의미부여함?? 국대전에서 주모 찾을 생각이나 해
-간만에 볼 거는 생겨서 좋구만 ㅈㄹ들을하네. 니들이 이 겜 망친거임
-아니 애초에 패링 형님이 인정해줬는데. 뭔 말이 많아
점점 5 대 5 상황이 맞춰지고 있는 여론.
이때──
“됐다……!”
본투비가 아몬드를 뽑았다.
[04:53]
아까 전 판과 아예 똑같은 시간, 4분 53초였다.
그 순간, 커뮤니티 글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 * *
‘4분 53초.’
정확히 똑같은 시간에 생성된 아몬드.
칼같이 지켜진 시간에 시청자들이 감탄한다.
-아니 기계임?ㅋㅋㅋ
-어떻게 1초도 안틀리냨ㅋㅋ
-라면 하나 끓이지도 못하는 시간에 아몬드가 튀어나온다!?
-근데 이번 적 지휘관은 좀 치는 놈이던데.
“바로 달릴게요.”
생성된 시간은 전 판과 같지만, 뛰어가는 시간이 달랐다.
아까처럼 뭐가 뭔지 몰라 어영부영하는 시간이 사라지고.
피잉.
[공격]
지휘관의 핑을 따라 곧바로 뛰었다.
본투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말 없이 그저 명령 핑만 찍을 뿐이다.
겨우 두 판째임에도 불구하고, 아까보다 나아진 게 많았다.
〔이번엔 거리 가까워요.〕
심지어 이번엔 적과 거리도 가까웠다.
30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아몬드는 적진에 도착한다.
‘숲으로 가라 했지.’
스스슥.
그가 숲 쪽 길로 들어서자, 띄엄 띄엄 생성된 다른 궁병들도 그를 뒤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이. 형씨. 같이 갑시다.”
“저도 왔어요! 셋은 돼야 갈 만하죠!”
자연스레 그를 리더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궁병이 넷.
그들은 줄을 지어 숲길을 파헤쳐 갔고.
조금 나아가자, 도끼 소리가 들려왔다.
텅! 터엉!
‘저기다. 진짜 있네.’
김치워리어의 말대로 목재를 캐고 있는 일꾼들이 있는 것이다.
아몬드는 일단 수풀 안에 몸을 숨긴 채 대기했다. 혹시나 근처에 적 궁병이 있을 수 있으니까.
‘없다.’
아까 판과는 다르게 적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대신 이번 상대는 일꾼이 상당히 많다.
이 지휘관은 2시대뿐 아니라, 3시대까지도 아주 빠르게 올라가려 했던 것 같다.
‘이번엔 좀 쉬우려나.’
이런 생각과 함께 그는 활시위를 당긴다.
기리릭.
그러자, 뒤에 따라온 동료들이 묻는다.
“여기서 쏘게?”
“벌써 쏴요?”
대답은 화살이 대신했다.
──파앙!
화살은 수풀과 나무를 가로질러, 일꾼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수욱!
어찌나 정확하게 힘을 받아서 들어갔는지, 머리가 꼭 두부 같은 소리를 내며 뚫린다.
털썩!
단 한 방에 쓰러져 버리는 일꾼.
뒤에서 이제 막 활 시위를 매기고 있던 아군들이 웅성거린다.
“!?”
“……워.”
“와. 뭐, 뭐야?”
이들은 단순히 그의 활 실력에 놀란 게 아니었다.
빠아암!
트럼펫 소리와 함께 등장한 메시지 때문이다.
[적 지휘관이 항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