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14화 (39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14화

40. 순항(2)

본투비는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저,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B랭크 여러분.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했구요…….”

-??

-이거 미친놈이넼ㅋㅋ

-랭크가 이해가 가버림

-도라이누 ㅋㅋㅋ

“……?”

킹귤은 순간 무슨 말을 하나 몰라 잠시 멍 때렸다.

그사이 본투비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일등공신 아몬드 님. 늘 저를 믿고 지원해 주신 김치워리어 님. 그리고 오늘날에 제가 있게 해주신 저희 부모님…….”

“자, 자, 잠깐! 본투비 님?!”

킹귤이 여기서 말을 끊었다.

“일단! 김치워리어 님은 한 번도 본투비 님을 믿은 적이 없습니다! 둘째! 이건 수능 만점이나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 후기가 아니라, 시빌 엠파이어 A랭크 달성 소감이고! 마지막으로! 날빌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라는 것관 거리가 너무 멀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해 ㅠㅠ ㅋㅋㅋㅋ

-엌ㅋㅋㅋㅋ

-팩트살인ㅋㅋ

-뼈 부서져요

본투비는 울먹이는 표정이 되어버렸으나.

킹귤은 개의치 않고 그의 인터뷰를 마쳐 버린다.

“자 다음! 아몬드!”

그 후 아몬드를 불러들였다.

‘뭐라 하지.’

아몬드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입장에선 정신 차려 보니 A랭크인데, 거기에 딱히 소감이 있을 리가 없었다. 본투비처럼 수년간 고생하다가 겨우 A랭을 단 게 아니니까.

“아. 음. A+까지 열심히 할게요.”

아몬드는 그냥 짧게 말하고 끝낸다.

킹귤은 그게 좋았나 보다.

“크~ 좋습니다. 간단하네요! 역시 꽉 찬 수레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빈수레가 요란하닼ㅋㅋㅋㅋ

-꽉 찬 돌직구 ㅋㅋㅋㅋ

-본투빈……

-승리의 주역은 막상 말이 별로 없네 ㅋㅋㅋ

“김치워리어 님. 오늘 3연승으로 아주 쉽게 승급해 버렸는데. 어때요. 여기까지 하나요?”

오늘 목표는 A랭크 진입이었다.

승급전에서 한두 번 정도는 좌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적당한 목표를 잡은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달성해 버렸다.

“음. 기세를 이어가는 게 좋겠죠. A랭크부터는 정말 포인트가 더럽게 안 오르거든요.”

“이야~! 좋습니다! 더 가 봅시다!”

그리하여 아몬드와 본투비는 곧장 다시 랭크 게임으로 투입됐다.

* * *

A랭크 초반이라 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둘이지만.

결과는 순항.

다음 승리도 너무나 가볍게 따냈다.

[승리]

킹귤이 의아하다는 듯 외친다.

“아니, A랭크도 별거 없네요? 이 게임 망했나요!?”

그 역시 A랭크는 뭔가 다를 줄 알고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며 해설을 준비했었는데. 별다를 게 없었다.

이에 김치워리어가 설명을 덧붙인다.

“이 전략은 원래 A랭크 이상에서 더 잘 먹혀요.”

패스트 궁병 러쉬는 최근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전략이다. 즉, 허를 찌르는 전략이다.

근데 상대가 어느 정도 요즘 메타나 전략을 알고 거기에 익숙해야 허를 찌른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상대가 뭐가 ‘정상적인 플레이’인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데, 허를 찔릴 리가 없다. B랭크까지의 게임들이 다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아슬아슬한 경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와! 또 이겼습니다!?”

“또또또! 승률 80%라더니!”

“또 승리이이!”

이 뒤로 아몬드와 본투비는 약 4연승을 거듭하며 A+ 랭크 승급전까지 필요한 랭크 포인트의 20%를 채워놨다.

“포인트가 정말 안 오르네요! 본투비 실력처럼!”

릴에서 이만큼의 연승을 했다면, 엄청난 속도로 랭크가 오르는데.

시빌 엠파이어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A랭크부터는.

“아, 네. S랭크는 특별한 거라고 생각해서 A랭크부터 포인트를 정말 짜게 줍니다. 그래도…….”

김치워리어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오늘의 랭크 달리기는 여기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방종 선언.

킹귤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 한답니다. 저도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목이 다 가겠네요.”

-ㅠㅠㅠ

-킹귤형 잼썼어!

-이거 또 하자 ㅠㅠ

콜록. 콜록.

마지막쯤 되자 킹귤은 목이 쉬어서 헛기침을 해댔고.

김치워리어도 어지간히 피곤한 얼굴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예. 김치 님. 피드백에 해설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거 매일 하는 거죠? ㅠㅠ

-가지마 ㅠ

-헐 언제 밤됐냐;

시청자들은 이 컨텐츠가 꽤나 재밌었는지, 가지 말라며 애원한다.

‘니들이 웬일이냐.’

평소 킹귤 방에선 그리 흔하지 않던 현상이었다. 다들 방종 시간이 되면 쿨하게 보내주는 골수팬들만 남아 있었기 때문일 거다.

‘새로운 팬들이 유입됐구나.’

대부분 아몬드를 보러 온 것이겠다만, 어쨌든 킹귤은 기뻤다.

자신의 방송에 이렇게 사람이 북적대는 걸 보는 건 늘 기분이 좋다.

[현재 시청자 2.1만]

현재 그의 방송 시청자 수가 무려 2.1만이었다.

“……?”

1만은커녕 5천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던 방송치고는 엄청난 성적.

“오늘 모두 감사합니다. 방송은 여기까지~!”

팅.

깔끔한 마무리 멘트와 함께 방송은 이만 종료된다.

-ㅂㅂㅂ

-ㅠㅠ잘가

-낼 또 하자

시청자들이 차례차례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킹귤은 슬쩍 아몬드 방송을 쳐다본다.

‘내가 이 정도면 아몬드 방송은 어느 정도인 거지.’

이젠 그 역시 아몬드의 흥망성쇠와 관련이 없지 않다. 이미 한배를 타버린 몸. 아몬드 방송의 흥행도 신경 써줘야 했다.

[현재 시청자 3.7만]

“……3만 7천 명?”

상당한 숫자였다.

이는 아몬드 개인으로서도 역시 대기록이었다.

킹귤 시청자와 대부분 겹치고 있는 게 분명하겠지만, 총인원이 3.7만이라고 해도 고무적이다.

“와우.”

킹귤은 까끌거리는 목 너머로 마른침을 삼키며 계산을 해본다.

“합치면 대충 5.8만……?”

중복되는 사람이 상당히 많겠지만, 어찌 됐든 이 정도면 개인 방송들 중에서는 탑급의 시청자 수다.

“중간 수익은 기대 안 했는데.”

킹귤은 이 컨텐츠를 자신의 시빌 엠파이어 해설 연습이라 생각했지, 진짜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생각은 없었다.

이쪽 게임에도 발을 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여겼을 뿐이다.

그런데, 중간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도 꽤 될 것 같다.

“상당한데. 아몬드…….”

그는 새삼 아몬드의 화력에 놀랐다.

이 시장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말 그대로 파죽지세로 올라가는 스트리머였다.

“탑급도 가능할지도.”

10만이나 20만을 넘어가는 영어 기반 혹은 국경을 뛰어넘는 버츄얼 스트리머들, 혹은 대세 아이돌 출신의 스트리머들. 이런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3~5만이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 탑급이라 봐야 했다.

그들 중 하나가 어떤 게임을 해도 3만 이상을 가져가고, 조금 괜찮으면 4만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풍선껌.

그 밑으로는 2만대를 주기적으로 뽑아내는 뿔라면, 피시캔디, 숲숲 등이 있고.

그 밑이 1만대를 주로 뽑는 미호, 도토리묵, 단무지 등…… 현재 아몬드와 연결점이 있는 라인업들이다.

아몬드도 현재는 이 라인업에 속한다. 등수 매기기 좋아하는 커뮤니티에선 소위 3티어 스트리머라고 불리우는 쪽이다.

“하지만 속도 차이가 나잖아.”

다른 3티어 스트리머들과 점이 있다면 속도.

상승 속도가 남다르다.

대부분 스트리머들은 어느 한 구간에서 정착하면서 시청자들이 고정되게 마련인데.

아몬드는 계속 성장한다.

실제로 최근 방송에서 계속해서 2만 이상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이젠 2티어로 올려줘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얼마 안 돼서 모른다는 의견이 대립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3만대로 올라버리다니.”

그런 와중에 김치워리어와의 인연으로 아몬드는 3만대 시청자를 만들어냈다.

이젠 킹귤과 합세하면서 3만 중반을 넘어섰다.

이 컨텐츠를 제대로 살리면 3만을 시청자를 안정권으로 넣을 수 있을지도…….

“으애애애앵애!”

“!”

한밤중에 울려 퍼지는 아기 우는 소리.

킹귤은 부리나케 달려나간다.

자던 아이가 잠에서 깨버린 모양이다. 그는 얼른 아이를 들어 올려 안고 달래준다. 자는 아내까지 깨우지 않도록.

“어. 어. 괜찮아. 괜찮아.”

울음소리가 조금 사그라든다.

그래도 제대로 잠들려면 한참은 더 안고 흔들어줘야 하니, 아예 자리를 잡고 흔들의자에 앉는다.

“옳지. 옳지. 괜찮아.”

아이를 흔들며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어둑한 방을 둘러본다. 지금은 아기방이지만, 예전엔 창고였다.

옷장은 다 들어냈지만, 진열장은 아직 남아 있다.

킹귤이 프로 시절 따냈던 트로피들이 여전히 이곳에 있다.

당시 입었던 유니폼이나, 팀원들과 찍었던 사진도.

‘잘 지내나 모르겠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다시 구경하며 킹귤이 중얼거린다.

영광을 함께 했던 친구들.

저들 중 절반은 게임 업계를 아예 떠나 다른 생활을 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코치나 감독을 한다.

모두 일이 잘 풀려 결혼은 했으나, 아이가 생긴 건 킹귤뿐이다.

그는 피식 웃으며 사진에 대고 말한다.

“너희들 큰일 났다. 이제 애 낳으면 엄청 벌어야 되는데.”

그는 이제 완전히 잠든 아이를 천천히 침대 위로 올려놓는다.

“으으윽…….”

뻐근한 허리를 잠시 쭉 펴며 기지개를 켠다.

잡다한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와서까지 해설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으애애애애애애애!!”

“아, 아이고. 괜찮아. 괜찮아.”

할 만한 것 같다.

“괜찮아.”

* * *

다음 날.

아침을 맞은 킹귤은 눈을 부비더니, 침대 위를 더듬어 곧장 휴대폰부터 찾는다.

‘올튜브 영상 잘 됐나.’

올튜브를 보기 위해서다.

오늘부터는 킹귤 쪽 편집자와 아몬드 쪽 편집자가 협업으로 영상을 올려댈 것이다.

그중에서 뭐 하나라도 실시간 차트 1위를 찍어보자는 게 처음 이 계약의 원대한 목표였다.

‘난 1위 아니어도 되긴 하는데.’

킹귤은 사실 1위까지 바라진 않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쪽에서 그걸 목표로 하겠다는데.

“흐으…….”

그는 기지개와 함께 최대한 피로를 물리쳐 보면서, 게임 카테고리 영상 차트로 향했다.

[게임]

[실시간 화제 순위]

“…….”

1등은 다른 영상이었다.

다만, 킹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상 몇 개가 순위권에 있었다.

“오!”

23위) 프로토스 출신 해설자

28위) “그 해설”의 혓바닥 매드무비

킹귤로서는 이런 차트에 들어본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 이게 진짜 되는구나?”

그 외에는 아몬드를 주축으로 내세운 영상들도 서너 개 있었다.

11위) 한국 지휘관의 호통에 눈물 흘리며 항복한 일본 지휘관

27위) 화살이…… 치키챠?!

31위) 견같이 승급

“와…… 아몬드도…….”

거의 모든 영상이 어찌 됐든 차트 인을 한 상황. 고무적이다.

그런데 1위는 없었다.

“음. 뭐 1위가 쉬운 건 아니지.”

하루에 영상을 이만큼 뽑아 올리는 것만 해도 괴물이다.

1위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 터다.

애초에 킹귤은 그걸 기대하지도 않았고.

“어?”

그런데, 킹귤의 머릿속으로 갑자기 어떤 기억이 스쳐 간다.

“근데 어제 그 쇼츠 반응 좋았는데. 어디 갔지?”

어제 가장 먼저 올렸던 짧은 동영상. 분명 인기가 좋았고, 킹귤도 재밌게 봤었다.

그런데 그 영상이 막상 차트에 없었다.

“벌써 24시간 지났나?”

24시간이 지나면 차트에서 아웃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어제 오후 5~6시쯤에 업로드됐던 영상이니까.

킹귤은 그 영상의 제목을 그대로 검색해서 찾아본다.

[조선의 활 앞에 세계인이 납작 엎드린 이유]

“오. 있네!”

영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24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었다.

“14시간 전 업로드라고 되어 있는데…….”

더 의아한 점 하나.

“!?”

#실시간 화제 영상 1위

해시태그에 떡하니 1위라고 적혀 있다.

“뭐…… 뭐야?”

근데 왜 차트에선 안 보였던 걸까?

다시 차트를 봐도 이 영상은 없다.

오리무중이다.

하도 이상해서 이리저리 찾아보던 킹귤.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고 경악한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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