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20화
42. 방해 세력(2)
화르륵!
시커먼 연기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아몬드가 소환되자마자 봐야 하는 풍경이었다.
‘나오긴 했는데…….’
아몬드는 조금 착잡한 표정이다.
‘음.’
방송에선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안 그래도 오늘 컨디션이 그리 좋진 못했다.
병원에서 별로 좋지도 않은 소식을 한껏 주워듣고 왔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첫 게임부터 아주 심상치가 않다.
‘저격인가.’
이 게임을 잘 모르는 아몬드조차 대충 저격인 거 아닌가 의심부터 들었다.
스트리머로 잔뼈가 굵어서 생긴 나름의 직감이다.
채팅창을 바라본다.
-연승 끊기나;
-와르르 맨션ㅋㅋㅋㅋ
-이게 뭐냨ㅋㅋ
-다 불타고있누
-헐 ㅠㅠ
저격이라는 말은 다행히 없었다.
실제로 저격이라고 해도, 시청자들이 그걸 모르면 그만이었다.
저격인 걸 시청자들이 알았을 때가 문제가 커지는 거지, 만약 모른다면 그냥 조금 어려운 판 정도로 지나갈 터.
“……이번 판은 좀 빡세겠네요.”
아몬드는 이렇게 중얼거린 후.
일단 활을 빼 들었다.
활은 금세 들었으나, 화살은 잠시 고민한다. 나름대로 이번에 여러 가지 화살을 챙겨왔기에 선택지가 좀 생긴 것이다.
‘일단 기본으로 가자.’
상대는 창병이었고, 대체로 아주 가벼운 경장갑이었다. 기본 화살로도 충분했다.
“일단 나가볼…….”
무뚝뚝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띠링!
[수줍은여포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아몬드 님. 힘내세요!]
간만의 미션이 들어온다.
-와아아!
-수포! 수포! 수포!
-ㅊㅊㅊㅊㅊ
-가즈아아아!
-수줍은 여포? 대범한 호구!
아몬드는 순간 자신의 어두운 표정이 너무 티가 났나 걱정했으나.
미션 내용을 보고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사라졌다.
[미션]
[킬 하나당 1만 원]
‘킬당 미션?’
킬당 만 원.
아몬드가 제일 좋아라 하는 미션이다.
그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절로 스쳐 갔다. 어두운 표정을 걱정할 이유가 사라진 것.
-와 킬당 미션?
-100만원 가즈아아아!
-시빌에서 100명 죽이는건 불가능하니까 한 20명 정도로 합시다 ㅎㅎ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미션을 걸어서 분위기를 끌어올려 준 수줍은 여포.
아몬드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와. 감사합니다. 수포 님. 꼭 100만 원 받아보겠습니다.”
-못하는 말이 없네 ㅁㅊㅋㅋㅋ
-돈 뜯겠다는 말을 왤케 밝게 말함ㅋㅋㅋ
-100만원??ㅋㅋㅋ
“근데 이거 세부 사항을 모르겠는데…… 제가 죽어도 상관없나요?”
[수줍은여포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놉. 죽으면 끝 ^^]
-앗……
-이제는 다르다! 수 포 좌!
-단호박 ㅋㅋ
아몬드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더 물어봤다.
“아. 알겠습니다. 안 죽은 채로 킬당 1만 원. 일꾼도 쳐주나요?”
[수줍은여포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넵]
아몬드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아까 위에서 본 대로라면 적은 일꾼까지 다 끌고 왔었으니까.
-아몬드 웃참중 ㅋㅋㅋ
-웃참 대실패
-안 웃는척 하는거 ㄹㅇ 킹받네 ㅋㅋㅋ
“크흠. 감사합니다.”
그때, 본투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몬드가 잠시 움직이지 않자, 불안했던 모양이다.
〔아몬드 님? 아몬드 님? 도와주세요! 저는 어떻게든 금 더 캐볼게요…….〕
그는 죄지은 사람마냥 아몬드에게 빌었다.
-본진구 ㅋㅋㅋㅋ
-진구마냥 도게자라도 박으라 임마
-도와줘~~ 도라애몬드~~~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그의 애원을 보며 놀렸으나, 아몬드는 일단 그를 안심시켰다.
〔아, 잠깐 후원이 와서요. 괜찮으니까. 뭐 할지나 알려주세요.〕
〔아, 네네! 지금 저 일꾼들을 다른 금광으로 보냈어요! 1시 방향 끄트머리요! 원정 가서 캐와야 할 것 같습니다!〕
1시?
‘그게 어디야.’
1인칭으로 들어와 버린 아몬드 입장에선 그게 어딘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이런 어려움이 있구나.’
지휘관의 설명 능력이 상당해야 하는 이유였다.
위에서 보다가 들어와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무슨 상황인지도 이해하기 벅찼을 것이다.
〔그쪽 호위하나요?〕
아몬드는 최대한 명령을 단순하게 이해하기 위해 물었다.
〔아뇨. 아몬드 님은 적 견제를 해주세요! 7시부터 들어오고 있어요!〕
〔아. 네. 핑 좀요.〕
피잉!
아몬드의 기준으로 좌측 끄트머리에 핑이 찍힌다.
[견제]
‘저기가 본투비 기준 7시구나.’
이제야 머리에 맵이 좀 들어온다.
〔거기서부터 견제 넣으시면, 1시 방향까지 돌아올 생각은 못 할 겁니다. 중간에 산림도 있어서요.〕
피잉!
본투비가 1시 방향 금광에 핑을 찍어준다.
[보호]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쪽이 1시고…… 저기서 몰래 다시 금광을 캐고 있다는 거군.’
방어탑 러쉬로 인해 7시 금광을 캘 수 없게 됐다. 결국 본투비는 멀리 떨어진 1시 방향 금광으로 일꾼들을 원정 보낸 것이다.
거기가 꽤 멀긴 하지만, 그래도 산길도 끼고 있고 나름 지형이 괜찮은 모양.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아몬드는 화살 통을 허리춤에 잘 고정한 후, 핑이 찍힌 쪽으로 내달렸다.
〔제가 서포트 해드릴게요!〕
본투비는 아몬드의 이 견제가 중요하다 생각했는지, 특별한 서포트를 넣어준다.
티이잉!
핑이 추가로 찍히는데, 이건 한 줄기 빛이 아닌 넓은 범위의 스포트라이트다.
[적 방어탑]
방어탑을 기준으로 둥근 원형이 밝혀진다.
사거리를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 치고 빠지기가 수월할 것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본투비의 추측으로 만들어진 원형이라 100% 신뢰할 순 없으나.
그래도 1인칭 시점으로 추측하는 거보다야 훨씬 정확할 것이다.
“오. 좋네요. 갑니다.”
아몬드는 시청자들에게 출사표를 던지고는 곧장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미션을 받아서일까? 뛰는 모습부터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일단 연기 때문에 제가 유리한 것 같긴 하거든요?”
-미션 들어가니 텐션 무엇 ㅋㅋ
-활기찬 아몬드의 총총 걸음ㅋㅋㅋ
-귀여워 ㅋㅋ
그는 매캐한 연기 속으로 뛰어들며 말을 이었다.
“머릿수가 너무 차이 나니까. 연기 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아 보입니다. 제가 먼저 발견해야 할 텐데…….”
그때, 핑!
[적군 발견]
핑이 찍힌다.
건물이 갖고 있는 시야를 이용해 본투비가 위치를 찍어준 것이다.
[창병: 8]
[일꾼: 10]
심지어 적의 숫자까지 요약해 주는 본투비.
-ㅈ투비쉑 작전 확실하누 ㅋㅋ
-아예 아몬드한테 몰빵이냨ㅋㅋ
-야 집이나 지으라고 ㅋㅋㅋㅋㅋ
본투비는 아몬드의 이번 전투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최대한 도와주려는 듯했다.
그게 게임 전체에는 어떤 영향일지 몰라도, 아몬드에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여기서 잠시 각을 보겠습니다.”
아몬드는 적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만큼, 가장 적절한 장소에 몸을 숨기고 빈틈을 노렸는데.
화르륵!
적들은 횃불을 열심히 던져대며 집을 부수고 있었다.
일꾼들까지 횃불 던지기에 합류해서 집이 순식간에 무너져간다.
“집 무너지기 전에 어떻게 해봐야겠네요.”
병사를 뽑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식량과 집이다.
이 둘이 없으면 아무것도 뽑을 수가 없다.
집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본투비가 불리해진다. 빨리 멈춰야 했다.
아몬드는 조용히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아. 잠깐.”
저들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던 아몬드는 잠시 멈칫하더니 활의 방향을 튼다.
-??
-집 무너져요오옷!
-뭐함
아직 저들은 아몬드의 존재를 모른다. 그렇다면 이 유리한 고지를 굳이 내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몬드는 혼자다.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결국 그게 더 많이 죽일 수 있는 길이다.
“이게 낫겠네요.”
그는 잠시 거리를 가늠하더니, 한두 발짝 더 왼쪽으로 활시위를 당겨본다.
기리릭.
시위 중앙이 아닌, 1/7 지점에 걸린 화살.
-와르르 맨션 3초 전 ㅠㅠ
-뭐함? 집 저거 하나임
-집 무너진다 ㅠㅜ 빨리!
커브샷으로 다시 조준을 변경하느라 지체된 시간. 그 때문에 집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다급하다는 듯 말했으나. 그러나 아몬드는 개의치 않았다.
‘충분히 고민해서 정확하게.’
지금 쏘는 이 화살이 앞으로 전투 구도를 다 결정지을 것이다.
아몬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잡다한 사념을 날렸다. 방송조차 신경을 꺼버렸다.
오로지 바람과 이 활시위, 그리고 그것을 곧 떠나게 될 화살의 입장만을 고려한다.
그리고…….
슥.
조준점이 멈춘다.
그의 숨소리도 멈춘다.
오른손이 활시위를 놓는다.
마치 처음부터 활시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처럼, 유령 같은 릴리즈.
파앙──
화살은 바람을 찢어내며 저 멀리 날았다.
쉬이이익!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그리고 그 끝은 창병의 목 뒤.
──푹!
살갗을 뚫고, 뼈마저 으스러뜨리며 세게 박혀 버리는 화살.
털썩.
창병 하나가 무력하게 쓰러진다.
비명도 없었다.
한참 횃불을 던지던 적들은 잠시 후에야 알아챈다.
“궁병이다!”
그들은 곧바로 창을 꺼내 들고 경계 태세로 들어갔다.
그러나 사방이 연기다.
이런 상황에서 수풀 사이로 몸을 다시 숨긴 아몬드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AK가 위치를 찍어줘야 그나마 가능하다. 그러나 여긴 본투비의 진영이라 그에게도 시야가 매우 제한적인 곳.
“뭐야. 어디야?”
“잠시만…….”
결국 병사들은 정석대로 상대를 추적한다.
“내가 살펴볼게. 엄호해.”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레 시체를 뒤집어 보더니, 화살이 박힌 방향을 확인한다.
“좋아.”
그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전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쪽이다. 너. 너. 가라.”
그리고, 명령에 따라 엉뚱한 방향으로 두 명이 파견된다.
* * *
“여기 맞는 거야?”
파견된 창병 둘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단 그곳은 너른 들판이었고, 무릎 언저리까지 오는 풀들이 수 놓인 곳이었다.
사람이 숨으려면 숨을 수는 있겠다만…….
“흔적도 없는데.”
“그러게.”
수풀이 구겨진 자국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그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빌엠에선 이런 흔적이 훨씬 보기 쉽게 표시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스슥!
그때, 어느 수풀 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어!?”
대놓고 똑바로 선 인영 하나가 발견됐다.
“씨…….”
그의 욕설보다 화살이 더 빨랐다.
피융! 피융!
한 명은 목구멍에 화살이 꽂혀, 즉사했다.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나머지 하나는 그래도 비명 정도는 지를 기회가 있었다.
“으억!”
무릎 뒤쪽에 화살이 박힌 것이다.
[절뚝거림]
이동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여기! 여…….”
그는 다른 병사들을 향해 마구 손을 흔들었다.
잠시 기다린 뒤.
아몬드는 한참 머리 위로 화살을 쏜다.
피융──
가파른 포물선을 그린 화살이 하늘로 날고.
“……기야! 여기라고! 적이 여깄다아!”
아몬드는 냅다 다시 원래 자리로 뛰기 시작했다.
시간차 공격이다.
“빌어먹을 새끼들아! 여기! 여──”
──푸욱!
화살이 수직으로 내리 꽂히며 남은 창병 하나를 쓰러뜨렸다.
스스스슥!
아몬드는 이미 들판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적들은 방금 전 동료의 애절한 외침을 듣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아몬드 쪽에 시선을 주지 못한 채.
“어!? 뭐야!”
“저기! 저기 있답니다! 다 죽었어!?”
그들은 성급하게 판단했다.
“전부 저쪽으로!”
갔던 방향에서 죽었으니, 그곳에 궁수가 있다고 확신했으며, 심지어 한 명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렸다.
“적은 하나가 아니다! 다 따라와!”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모든 창병들을 이끌고 달렸다. 총 5명이다.
아무리 아몬드라도 5명의 창병에게 위치를 들키면 곤란하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었다.
아몬드는 계속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아까 전 출발했던 위치로 돌아와 있었고. 저들은 등잔 밑에 아몬드가 있는 것도 모른 채, 또 헛걸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꾼들 그대로 두고 갔네요.”
애꿎은 10명의 일꾼들만 무방비로 남겨뒀다.
이게 아몬드가 바랐던 상황이다.
-와 호두 탑재 아몬드 뭔데???
-작전 좋았다
-이게 미션의 아몬드!? 이게 미션의 아몬드!?
간만에 미션, 그리고 간만에 머리를 쓰는 아몬드의 모습.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이제…….”
아몬드는 화살을 깍지에 껴 4개씩 뽑아 든다.
저 일꾼들은 아몬드에게 전혀 대항하지도 못한 채 다 죽어갈 것이다.
아몬드가 씩 웃으며 계산을 마친다.
시작할 때 한 명, 파견 갔던 두 명, 그리고 일꾼 10명.
“13만 원인가요?”
총 13명을 죽이니, 13만 원이다.
-아군 진영은 활활 타는데 ㅋㅋㅋㅋ 본인은 신났죠?
-???: 까짓거 한 판 지고 돈이나 땡겨~
-수포좌…… 승리 미션을 거셨어야지……
-자, 도라애몬드의 심판을 받아라! 일(꾼)찐 퉁퉁이쉑들아!
-판결: 사형. 이유: 미션ㅋㅋㅋㅋㅋ
-선계산 후킬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