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1화
45. 돌아온 사천왕(2)
“아! 말씀드리는 순간! 아몬드 나왔어요!”
본투비 진영에서 첫 번째 궁병이 등장했다.
[궁병 - 아아몬드]
궁병의 이름은 당연히 아아몬드.
언제나 본투비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던 그 이름이다.
-크 보기만 해도 든든하누
-이미 이겼다!
-근데 혼자 나와도 벽을 못넘잖어 ㅋㅋㅋ
등장 시간은 게임 시작 후 4분 50초.
평균 시간대보다 빨랐다.
“이번에도 역시 상당히 빠른 시간이죠?! 평균 시간보다 무려 3초나 빨라요! 심리전을 걸었는데 오히려 더 빨라졌어요!”
-ㅁㅊㅋㅋㅋㅋ
-???: 날 이해시키지 못하는 심리전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본투비 하드캐리;
아몬드는 나오자마자 곧바로 적진을 향해 달렸다.
이것으로 보통의 게임들은 다 마무리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샤르르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심리전에 그리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
걸리면 좋고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몬드가 이 시간대쯤이면 도착한다는 걸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벽이 있습니다! 아까부터 준비해 놓은 벽이죠! 정확하게 제시간에 갖춰졌네요!”
샤르르는 루프와 본투비의 매치를 참고한 모양이다. 루프는 당시 벽을 치면서 꽤 많은 시간을 벌었고, 본투비를 거의 궁지까지 몰아넣었으니. 참고할 만했다.
“아. 아몬드 또 당황했죠?”
루프와의 대결 때처럼 벽이 서 있는 걸 보고는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나,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곧장 행동을 개시했다.
“저번처럼 한참 멍하니 서 있진 않는군요!”
“예. 이래서 경험이 중요합니다.”
아몬드는 벽을 따라서 쭉 돌기 시작한다. 가끔 벽을 잘못 지어서 틈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아니면 아직 다 짓지 못해서 어디에 빈 곳이 있다거나.
“아. 하지만 틈은 없습니다. 샤르르는 진작에 대비해 놨던 거예요!”
그러나 틈은 없었다.
짓다 만 벽도 없었다.
샤르르는 처음부터 이 벽을 준비했었다.
그럼에도 아몬드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옮겼다.
그가 잠시 서서 본투비에게 무어라 요청한다.
“아. 말씀드리는 중에! 아몬드 선수한테 또 완장이 주어지네요?”
본투비는 아몬드를 궁병 부대 리더로 임명했다. 이제 그에게 현장에서의 지휘권이 주어진다.
“피라미드식으로 넘어가자고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이는 아몬드가 지휘권을 사용해 병사들에게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루프전에서 한 번 썼던 전술을 다시 사용하려는 것이다.
“별로 좋은 전술은 아닙니다.”
김치워리어의 말대로다.
정상적인 전술은 절대 아니다.
넘어갈 수 있는 인원이 매우 제한적이고,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이 전술을 선택한 이유를 김치워리어는 이렇게 파악했다.
“이전에 이걸로 이긴 적이 있어서 재미 보려는 거겠죠.”
본투비와 아몬드의 판단 근거는 바로 과거의 승리 경험이었다.
다만, 이 경우엔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개인의 슈퍼 플레이에 기대는 전술은, 이기더라도 후에 도움이 안 됩니다. 계속 그 사람이 그런 슈퍼 플레이를 해줄 수는 없거든요. 이건 지휘관으로서는 솔직히 좋은 판단이 아닙니다.”
단 한 명이 적진으로 투입돼서 일꾼을 학살한다?
이건 그 한 명에게 전쟁의 운명을 맡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김치워리어는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해설해 준다.
“물론 또 고려해야 하는 게 그 ‘개인’이 아몬드라는 거죠. 훌륭한 병사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전략을 써서 활용하는 것도 지휘관의 덕목입니다.”
현재 본투비에겐 어쩌면 최적이라고도 평가해 주는 김치워리어.
-그저 아몬드 소환 원툴 ㅋㅋㅋ
-본진구 ㅠㅠ
-???: 도와줘 도라애몬드!!!
한 가지 선택에 따른 다른 예상 결과를 설명해 준 것이다.
“아니, 이랬다가 저랬다가 어쩌라는 겁니까? 김치워리어 님?!”
“원래 지휘관이 이래서 어렵습니다.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누구도 모르죠.”
“말씀드리던 중! 지금 피라미드가 올라갑니다!”
킹귤의 말대로, 아몬드를 위해서 병사들이 하나둘 엎드리기 시작했다.
“이야. 이번에는 계산 실수 안 하네요? 거의 한 번에 쭉쭉 다 올라갈…….”
피라미드가 한 중간쯤 만들어졌을 무렵.
“어?”
킹귤이 적진에 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한다.
“뭐, 뭐 하는 거죠? 저거?”
갑자기 일꾼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아몬드가 있는 성벽 쪽으로.
“아니, 일꾼 거의 절반을 다 데려왔어요!?”
30명은 되어 보이는 일꾼들이 아몬드 쪽 성벽으로 도열한다.
김치워리어도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댄다.
“뭐죠? 저도 잘 모르겠는데.”
일꾼들은 달리다가 말고 어느 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성벽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목재 성벽]
[건설 중]
[12%]
퉁! 탕!
일꾼 숫자가 많다보니 순식간에 올라가는 성벽들.
“아……!”
김치워리어는 이거였구나, 하며 탄식을 뱉었고.
“에엥?!”
킹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거…… 아아몬드 아나요!? 본투비는!?”
“둘 다 시야가 없죠. 적진 내부인데요.”
“이, 이러다가…….”
아몬드는 드디어 완성된 인간 피라미드를 열심히 밟고 올라가는 중이다. 전혀 상황을 모른 채로.
탕! 탕!
일꾼들이 성벽을 올리는 속도가 아몬드가 성벽을 오르는 속도보다 빨랐다.
아몬드가 드디어 성벽 위로 다 올라갔을 무렵, 이미 성벽은 완성된 채였다.
“이, 이제 보이나요!?”
“아…… 이게 교묘한 게. 성벽 위 시야에선 안 보여요!”
그는 도시를 내려봤으나, 적의 계략까지 보이진 않았다. 방금 완성된 성벽은 시야 밖이었다.
탐사가 안 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아. 이거 본투비도 아몬드도 몰라요!”
그는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희한하게 성벽을 지키는 병사 하나 없었다만, 저번에도 그랬기 때문에 별다른 의구심은 품지 않았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에도 그는 성벽을 보지 못했다. 일꾼을 잡기 위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시야에 드리운 어둠이 점차 거둬질 때 즈음.
[어?]
아몬드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보인다.
어떤 어둠은 아무리 다가가도 거둬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바로 성벽의 그림자였다.
[뭐지.]
분명 벽을 넘었는데, 또 다른 벽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아……! 함정이에요!”
처음엔 꺾여 있는 성벽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성벽을 따라 쭈욱 걸어본다. 잠시 후 그는 처음의 위치로 돌아와 버렸다.
갇힌 것이다.
“우물을 안 아몬드가 되어버렸습니다아!?”
-헐
-와 아몬드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대놓고 저격이네 ㅋㅋㅋㅋ
이는 원래의 성벽 위에 U 모양으로 덧붙인 벽이었다. 마치 혹처럼.
이 벽들에는 문도 없고 계단도 없었다. 애초에 아몬드를 가두기 위해서만 만든 벽이다.
[하.]
아몬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더니, 곧장 뒤로 돌아 뛰었다.
그가 내려왔던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샤르르가 그것도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어느새 성벽 위에 등장한 병사 하나가 검으로 내려쳐 버린다.
텅!
로프는 끊어지고, 로프와 나무판자로 만들어져 있던 계단은 도미노처럼 밑으로 떨어진다.
쿠구궁!
“아아아! 이거 뭔가요! 계단을!?”
“원래 있는 기능이죠. 적이 우리 성벽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쓰는 건데…….”
적군이 아군의 진영을 점령했을 때, 성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계단을 끊어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그걸 이런 식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제 진짜 갇혔어요! 이럴 수가! 이걸 준비한 겁니까? 샤르르!?”
“아몬드 선수가 가장 먼저 넘어오는 걸 알고 대처해 준 것 같네요.”
대놓고 저격임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킹귤은 더 이상 그걸 숨기지 않았다.
“아아! 저격충! 최고의 플레이! 일꾼 30명과 성벽 병사까지 매복시켜놓고 단 하나의 궁병을 포획합니다!!”
-저격충 최고 플레잌ㅋㅋㅋ
-너무하네 ㅋㅋㅋ
-레이드냐곸ㅋ
킹귤이 비꼬아 말하긴 했으나, 어찌 됐든 적의 전술은 먹혀들었다. 아몬드는 갇혀 버렸고. 이는 본투비에게 큰 타격이다.
“아니, 아몬드가 무슨 거인이냐고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진격의 아몬드 ㅋㅋㅋ
-진짜 이 악물고 이기려하네
-억까 지린다
아몬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비상용 단검으로 어떻게든 벽을 찍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무게를 못 견딘 단검이 부러져 버린다.
“아…… 이거 못 나가겠는데요?”
그러는 새 샤르르는 이미 밖으로 빼둔 기마병들을 돌격시켰다.
두두두두……!
“잠시만요?! 샤르르의 기마대가 성문을 빠져나와서 인간 피라미드를 향해 돌격합니다! 이미 거의 다 왔어요!”
쿵!
우왕좌왕하던 궁병들은 기습적으로 등장한 2시대 기마병에 쓸려 버렸다.
“랜스 업그레이드도 안 되고 마구간도 못 짓는 2시대인데! 기마병을 저렇게 많이 뽑았어요!? 역시 저격충! 대단합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저격충ㅋㅋㅋㅋ
-대단합니다 ㅇㅈㄹㅋㅋㅋ
-야! 저격도 실력이야!
2시대 기마병은 말이 죽으면 곧바로 보병이 된다. 2시대에는 마구간이 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구간이 없으면 말을 다시 보충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은 돌격해서 랜스로 찍는 랜스 차징을 할 수 없다. 랜스 업그레이드가 안 돼서이다.
사실상 2시대 기마병의 장점이라고는 빠르고 궁병에 강하다는 것 정도였다.
그에 비해 가격은 너무 비싸다 보니 3시대가 보통 기마병의 정석이다.
근데 샤르르는 2시대 기마병을 택했고, 그건 감히 말하건대 최적의 선택이었다.
촤아악!
기마대가 궁병들 사이로 말을 달리며 검을 내리긋자, 우후죽순 쓰러져 나갔다.
기마대는 성벽 근처에 있던 궁병들을 전멸시키고, 본투비의 본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본진이 위험했다.
본투비는 허겁지겁 방어탑을 짓고, 뽑던 궁병들을 더 이상 샤르르 본진으로 보내지 않았다.
그들을 마을 회관 근처로 배치시키고, 창병 훈련소를 건설했다.
“좋습니다. 본투비. 대응을 잘하는데요? 지금 적이 올 기마병이니까. 창병으로 막겠다는 거죠!”
본투비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었으나.
애초에 아몬드를 쓸 수 없는 본투비는 그저 흔한 B랭크 지휘관이었다.
“이거 그렇다고 막을 수 있나요!? 창병 훈련소 이제 짓는데요!!!”
“아…… 모르겠네요. 붙어봐야 압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그리고 본투비는 B랭크치곤 전투 지휘는 좋은 편입니다! 다만…….”
김치워리어도 상황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본투비가 전투에서 특별한 기량을 보여줬던 건 사실이나.
‘아몬드가 없으니.’
지금 저 군대 안에 아몬드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과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투비가 전투적인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아몬드! 어떻게 방법 없나요!? 아몬드가 있어야 하는데요!”
아몬드만 어떻게 빠져나온다면 방법이 있어 보였다.
옵저버도 그걸 안다는 듯 아몬드 쪽으로 화면을 클로즈업해 준다.
그는 아직도 갇혀 있다.
“아직 갇혀 있어요! 그냥 안 되나 봅니다!”
조금 더 클로즈업한다.
“어? 활을 조준 중입니다? 위로!?”
활을 조준하고 있었다.
저 하늘 위로.
“어쩌려는 거죠. 아몬드? 무슨 신호라도 보내나요?”
잠시 후, 활시위가 놓아졌다.
피유웅!
곧게 90도로 쏘아진 화살은 다시 빠르게 낙하한다.
“엥?”
아몬드가 투구를 벗어 던진 채, 두 팔을 벌렸다.
킹귤의 표정이 점점 기괴해졌다.
“???”
이윽고─
아몬드의 정수리로 화살이 정확히 꽂혔다.
──푹!
“……!”
그는 죽었다.
“!?”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킹귤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으나.
아몬드의 시청자들은 이미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
-뭐야. 누가 100만 원이라도 후원함?ㅋㅋㅋ
-왜 갑자기 후원 리액션ㅋㅋㅋ
-고전 리액션ㅋㅋㅋㅋ
그렇다.
아몬드는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자, 그냥 무기와 방어구 값을 버리고 죽기를 택한 것이다.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킹귤.
그는 황급히 자신의 머리 위를 쳐버린다.
핑그르르!
프로펠러가 마구 회전했다.
“응~~ 또 가둬봐!!”
그가 아몬드처럼 두 팔을 벌리며 외친다.
“자살하면 그만이야~~~!!”
-이게 원본으로 나오넼ㅋㅋㅋㅋ
-이게 어떻게 ㅋㅋㅋㅋㅋ
-???: 활과 화살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천국 포함)
-이왜진ㅋㅋㅋㅋㅋㅅㅂ
-수어사이드 스쿼드 (물리)
몇 분 후.
아몬드는 이전과는 다른 병과로 소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