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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33화 (413/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33화

46. 베테랑 vs 뉴비(1)

성벽 안에서의 억울한 고독사 후.

“아…….”

아몬드는 텅 비어버린 인벤토리를 멍하니 응시한다.

값비싼 조선 각궁과 갖가지 화살은 물론, 별로 값이 나가지 않았더라도 필요했던 갑옷과 신발 장갑 등등.

전부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텅텅 비었누

-이래서 비싼 무기 들고다니면 안됨

-돈미새 개같이 각성

-언젠가 이럴 것 같았음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간만에 당해버린(?) 아몬드를 놀리기 바빴다.

그는 3골드의 보수를 받는 주제에 그간 도합 70골드 가까이 되는 무장을 하고 다녔으니. 이런 리스크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진짜 다 사라지네. 너무하네.”

아몬드는 억울한 듯 말하지만, 이게 바로 시빌 엠파이어가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법이었다.

이래야만 지휘관이 제시한 금액과 얼추 비슷한 전투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고용된다.

고용 비용을 많이 넘긴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저절로 시장 원리에 맞춰 밸런스가 맞춰지는 셈이다.

그런데 늘 예외는 있는 법.

아몬드는 상점으로 가더니 갑자기 이런 걸 구입한다.

[중급 흑마] [480G]

-말???

-오우 말 산거임??

-보통 이렇게 한번 털리면 비싼거 안사는뎈ㅋㅋㅋㅋ

-말은 그래도 영구적인거라 ㄱㅊ

말.

그중에서도 중급 흑마를 구입했다.

무려 480골드이다.

이 정도면 그간 아몬드가 모은 돈을 거의 다 사용해 버린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말을 사면서 돈 쓸 곳이 더 생긴다.

편자, 안장, 말발굽 등. 추가로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참고로 전부 소모품이라, 죽으면 사라진다.

-ㄷㄷ합하면 거의 550골드인데?

-무기는 안 사냐고 ㅋㅋㅋ

-워……

총 538골드가 소모됐다.

그간 계속 듀오 플레이를 해서 돈을 크게 벌 수 없었던 아몬드에겐, 거의 전 재산이었다.

결국 아몬드는 활에 쓸 돈을 아껴야 했다.

“각궁은…… 좋긴 한데, 너무 비싸서…….”

[예니체리 단궁] [15G]

터키식 활을 선택한 아몬드.

“이것도 꽤 좋다 하더라구요.”

각궁에 비해 가격은 절반도 안 되지만, 그래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다. 특히 크기가 작아서 말 위에서 쏘기에 꽤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오 말에 단궁이면……

-킹마궁수 나오나요?

-드디어!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그는 기마궁수를 할 생각이었다.

아몬드가 말을 무리해서 산 이유이다.

‘거리를 계속 벌리면서 쏠 수 있다면 베테랑 기사도 상대될 거야.’

그는 베테랑 기사와의 접전을 예상한 것이다. 기사들 대부분이 말을 잘 다뤘다.

그런 만큼 아몬드도 거리를 벌릴 수단이 필요했다.

말을 탄 채, 최대한 거리를 벌리면서 계속 활로 쏘면 방도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 * *

잠시 후.

〔기마궁수요? 아직 업글이 안 됐는데요?〕

아몬드는 허공에 둥둥 뜬 채 멍하니 이런 대답을 들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

-갓투비 ㅋㅋㅋ

-ㅁㅊㅋㅋㅋㅋ 다 준비해왔더니

-아오……ㅋㅋㅋ

-이게 본투비지.

기마궁수가 준비가 안 됐단다.

지휘관이 훈련시킬 장소와 관련된 업그레이드를 안 해주면 용병은 관련 병과로 고용될 수 없다.

본투비는 뒤늦게서야 아몬드가 기마궁수로 전환하려 했다는 걸 깨닫고 당황한다.

〔어, 엇…… 죄송해요! 상점 갔다 오신다길래 저는 무기 없어서 그러신 줄 알았어요…… 기마궁수는 가성비가 안 나와서…….〕

주절주절 이유를 설명하는 본투비.

정말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아, 네.〕

아몬드는 말을 아꼈다.

‘사람은 착해…….’

본투비가 심성이 나쁜 사람이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몬드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뭐라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 일단 기마병으로 갈게요. 그게 궁병보다 지금은 더 낫겠네요.〕

〔네! 지금 안 그래도 전투에서 밀려서요!〕

아몬드는 일단 자신이 갖고 있는 검과 갑옷으로 기마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두둥.

[기마병]

기마병은 일단 기본금이 무려 10골드였고, 최대 50골드까지도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몬드는 자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0골드를 받고 들어갔다.

이히잉!

검은 말이 그를 반기듯이 투레질을 해댔다.

‘여기서 말 처음 타는데.’

제시 말 뒤에나 타봤지, 직접 타보는 건 처음이었다. 과연 승마술이 얼마나 보정이 되어 있을지.

그 보정 정도에 따라서 아몬드의 전투력이 거의 결정될 것이다.

탁.

말 위로 올라탄 아몬드. 그는 잠시 안장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본다.

조심스레 발로 말의 정강이를 툭 건드리자, 말이 출발했다.

앞쪽으로 무게를 실으면 말이 내달렸고, 뒤로 빼면 말이 속도를 늦춘다.

‘보정이 없진 않아.’

당연한 말이지만, 보정이 있었다.

킹덤만큼 완벽하게 마음대로 움직이진 않았으나, 이 정도면 실제 말을 타는 것에 비해 몇 배는 더 쉬울 것이다.

〔아몬드 님! 지금 급해요!〕

본투비가 애걸복걸한다. 어지간히 전투가 밀리고 있는 모양이다.

히랴!

그는 말을 더 세게 달렸다.

다그닥! 다그닥!

순식간에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속도라면.’

큰돈 들여서 중급 정도 되는 말을 사길 잘했다.

예전에 탔던 제시의 백마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아몬드가 원하는 스피드는 나온다고 봐야 했다.

‘군대다.’

저 앞에 전투 현장이 보인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적의 몸 주변에 있는 빨간 오오라로 구분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래픽의 문제인 걸까? 너무 빠르게 움직이니 그것이 이리저리 뒤섞여 잘 구분되지 않았다.

‘말 위에 탄 놈은 전부 적.’

아몬드는 빨간 오오라 외에도 좀 더 단순하게 적을 구분할 수 있게 되뇐다.

창병은 아군 기마병은 적군이다.

‘집중.’

모든 사물과 상황이 빠르게 지나가는 만큼, 그는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다그닥……! 다그닥……!

먹먹한 안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한 말발굽 소리.

스릉……!

무의식적으로 빼 든 칼.

그 칼날을 우로 비껴 올렸다.

촤아아아……악!

적의 피가 저 뒤로 터져 나가면서, 목이 잘려 나갔다.

이히이잉……!

뒤늦게 말의 투레질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몬드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전방의 2시 방향으로 다시 날을 세웠다.

푸욱……!

누군가의 심장이 뚫렸다.

동시에 상체를 좌로 깊이 틀었다.

후웅……!

검이 스쳤다. 그의 목이 있었던 자리로.

피한 것도 잠시, 놈은 다시 칼을 휘두른다.

‘……안 빠져?’

이런, 찔렀던 날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몬드는 말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마상 전투가 익숙지 않은 그에겐 속도가 생명줄이었으니.

……팟!

차라리 칼자루를 놔버렸다.

공격한 자도 그냥 지나쳤다.

지금 속력을 늦추면 적의 타깃이 될 것이다.

‘달려.’

다그닥……! 다그닥……!

말의 속력은 더 더 높아졌다.

전방에 다른 기마병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서로의 속력이 더해지며, 급격히 빠르게 가까워졌다.

후웅!

그는 검격을 날렸다.

‘이거로 하자.’

아몬드의 시선이 그의 검에 집중되더니.

턱……!

팔과 팔이 품 깊숙이 교차했다.

이후, 아몬드는 상체의 방향만 살짝 틀었다.

휘이잉……!

“!?”

상대는 순식간에 엎어치기를 당한 것처럼, 말에서 나가떨어진다.

쿵……!

나가떨어진 적은 멍하니 흙바닥에서 아몬드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어. 무기…….”

그는 천천히 손을 내려보고 검을 아몬드에게 뺏겼다는 걸 알게 된다.

이내 그 검은 동료였던 자의 목을 베어버린다.

사아악!

한 명뿐이 아니라, 여러 명.

삭!

사악!

아몬드는 순식간에 달려나가면서 피를 흩뿌려댔고, 이내 소실점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를 마주친 첫 번째 감상.

“……빠르다.”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말이 최상급도 아닌데, 꼭 최상급인 것처럼 싸운다. 말과 검, 그리고 그의 몸이 하나로 어우러져, 단 한 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내달린다.

아무리 빠른 말일지라도 적과 마주치면 느려진다. 적을 베어야 할 때도, 적의 공격을 막아야 할 때도 속도를 늦춘다.

너무 빨리 달리면 일일이 반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달리는 것과 동시에 적과 싸운다. 쉽게 피하며, 쉽게 벤다.

심지어 말 위에 탄 적의 검을 빼앗아버리는 고난이도 동작도 서슴없이 실행해 버린다.

그리고 성공해서 지금 그 검을 들고 떠났다.

“뭐 하는 놈이지…….”

퍼억!

머리에 화살이 꽂혔다.

검을 빼앗긴 병사는 그렇게 허무하게 쓰러졌고.

“돌겨어어어억! 진영이 무너졌다아아!”

본투비의 파란색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돌격한다.

아몬드가 만들어낸 길 위로.

* * *

기마병이 되어 나타난 아몬드를 본 킹귤은 얼굴이 벌게져서 고래고래 외쳤다.

“지옥에서 돌아왔다! 아아몬드! 개같이 부화알!!”

-견같이 부활!

-지옥견 아아몬드 ㅋㅋㅋ

-와 말 타고 돌아온거??

“미쳤어요! 아몬드! 한 번을 안 멈춘 채로 적을 박살 냅니다아아아!”

흥분한 건 킹귤뿐이 아니었다.

김치워리어도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진영을 돌파해서 갈랐습니다! 이러면 기마대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순식간에 적 진영을 일자로 돌파해 낸 아몬드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한껏 달아올랐다.

-와ㄷㄷㄷ

-미쳤다 저거 아몬드였어??

-아몬드야! 커서 아아몬드가 되렴! 아몬드야! 커서 아아몬드가 되렴!

-혼자 릴 하고 있누

-마상 컨 지리네;

아몬드가 의외로 처음 타보는 말 위에서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된 걸까?

“아니, 아몬드 말 처음 타는 거 아니었나요!? 뭐죠!? 김치 님! 저게 일반적인가요!?”

“아뇨. 검술 능력과는 별개로 저렇게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싸우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저는 몇 번 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바로 ‘속력’ 때문이다.

아몬드는 그간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인해 가상 현실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일반인들이라면 속도에 짓눌려 도저히 보지 못하고, 대응하지도 못했을 것들을 아몬드는 할 수 있었다.

그가 레이나만큼이나 점멸검을 잘 다루던 것도 같은 이유다.

고속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싸우는 화신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더 잘 다루던 것이다.

“아몬드 선수는 제가 보기에 속도감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 같아요!”

“그렇습니다! 주력 화신이 점멸검이나 레이나였던 사람이니까요!? 그거 진짜 혼이 나갈 정도로 빠르거든요! 그게 여기서도 빛을 발하네요!”

-역시 근본 칼캐를 잘하니 뭐든 ㅋㅋㅋ

-실시간 레이나) 본인 이름 언급에 개같이 뛰어오는 중.

-실력 근본 어디 안 가지~~~

한마디로, 속도가 높은 상태로 싸운다면 아몬드보다 시빌엠에 더 익숙하고 능한 자일지라도, 불리해질 것이다.

──카앙!

그러니, 돌진하는 아몬드의 칼날을 처음으로 막아선 게 베테랑 기사여야만 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이 전장에 없었으니.

“아아몬드! 베테랑 기사랑 맞닥뜨립니다아!”

키이잉!!!

부딪힌 검은 시뻘건 불꽃을 터뜨리며 날이 다 갈려 버렸다.

펑.

“아아! 거, 검이 터졌어요!?”

빼앗은 검은 싸구려 검이었는지 내구도를 다해 터져 버린다.

이를 틈타 적은 공세를 몰아붙인다.

후웅! 후웅!

검격이 유려하게 이어지더니─

텅!

─투구를 쳐낸다.

“아몬드! 지금 날아가는 저 투구가 자기 머리일 뻔했죠!? 하지만 잘 피했습니다?!”

자칫했다간 그대로 목이 날아갈 뻔한 아몬드.

다그닥! 다그닥!

그는 그대로 말을 몰아 도망쳤다.

베테랑 기사를 상대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 것이다.

“아! 결국 아몬드! 베테랑 기사와의 싸움은 피하네요! 차라리 다른 병사를 전부 죽이겠다는 걸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다른 병사들을 더 죽이는 게 효율적일 수 있…… 어?”

김치워리어의 예상은 빗나갔다.

킹귤이 외친다.

“어? 아몬드 다른 병사들과도 싸우지 않아요! 그대로 다시 아군 진영으로 돌아갑니다!?”

아몬드는 아예 전투 지역에서 벗어날 때까지 말을 몰고 있었다. 그것도 아군 진영으로 크게 돌아서.

“근데 뒤에 베테랑 기사도 따라가요! 정말로 도망가는 건가요!?”

베테랑 기사도 샤르르로부터 무슨 명령을 받은 건지, 아몬드의 꽁무니를 계속 쫓는다.

어떻게 봐도 도망가는 자와 쫓는 자였다.

“결국 아아몬드! 36계같이 줄행랑!? 이게 판단일까요!! 스페어로 들고 온 칼이 없나요!?”

-ㅁㅊㅋㅋㅋㅋ

-개같이 도망!ㅋㅋㅋ

-빤스런 뭔뎈ㅋㅋ

해설하는 와중에도, 킹귤은 의아했다. 적이 강하다고 도망을 치는 건 아몬드스러운 방식이 아니었다.

물론 적이 강할 때 도망갈 수 있는 게 게임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긴 하다.

‘그래서 완전 잘하진 못하잖아.’

바로 그렇기에 피지컬적인 능력은 세계 탑급임에도 불구하고 아몬드가 게임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동시에,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몬드의 플레이에 열광한다. 킹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니 지금 행동은 이상했다.

무작정 뒤돌아서 도망이라니.

기껏 말까지 끌고 나왔는데?

여태까지 계속 자신을 좌절시켰던 베테랑 기사를 앞에 두고 도망이라니?

그런데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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