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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40화 (420/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40화

49. 진짜 인정(1)

푸훕.

주혁이 휴대폰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때 마침 앞에 서서 옷을 보여주던 지아가 싸늘한 눈으로 내려본다.

“왜 웃고 그래. 이 옷 별로인가.”

그녀는 옷을 갈아입어 가며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주혁이 웃어버려 하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주혁은 얼른 해명했다.

“아, 아냐. 웃긴 걸 봐서.”

주혁은 단톡방 놈들의 반응을 보고 말한 것이었는데.

“웃기구나. 이 옷이…….”

“아, 아닌데?”

“하아. 바빠서 겨우 하루 전에 급하게 사러 오는 것도 서러운데. 보러 온 사람은 내 옷을 비웃고…….”

“아니, 아니라니까!? 그 옷은 괜찮아!”

쩔쩔매는 주혁의 반응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

장난이었다.

주혁은 당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난 다른 거 좀.”

“어, 그래.”

지아는 결국 옷이 완전 마음에 차진 않았는지 다른 옷으로 바꿔본다.

“이건 어때.”

잠시 후 피팅룸에서 나온 지아가 한 바퀴 돌아보며 묻는다.

“!”

주혁의 눈이 커다래진다.

어깨가 드러나는 빨간색 드레스였는데. 지금까지 봤던 옷 중에 최상이었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서 커뮤니티에 관한 내용이 싹 지워졌다.

“……오. 이쁘다.”

“…….”

지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꼬리를 올린다.

“이게 진짜 반응이네.”

“크, 크흠…….”

주혁은 잠시 딴청을 피웠다.

“이걸로 하시겠어요?”

백화점 점원이 와서 묻는다. 표정을 보아하니 대충 결정한 것 같은 느낌이니까.

“네.”

지아는 흔쾌히 대답하곤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점원은 그사이 새 제품을 포장하고, 계산을 진행했다.

주혁은 잠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하도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가끔 이런 환기가 필요하달까.

주혁의 습관 중 하나다.

멍한 의식 사이로, 점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그녀는 조금 곤란한 눈치로 주혁에게 소곤댄다.

“결제 한도가 넘은 것 같은데…….”

“?”

주혁은 무슨 말인가 갸웃댔다.

잠시 뒤에야 이해한다.

‘내 카드 아닌데?’

점원이 내민 카드는 지아의 카드였다.

지아가 주혁에게 카드를 맡기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바람에 착각한 모양이다.

주혁은 자연스레 웃으며 자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좋은 날에 굳이 지아를 민망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이걸로 해주세요.”

그냥 주혁이 사주기로 했다. 선물로도 줄 겸.

지아의 수익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선물 주는 게 대단한 건 아닐 테지만. 선물이라는 게 마음과 타이밍 아니겠는가?

“나왔어?”

“응. 가자. 오래도 걸렸네.”

지아는 자신의 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아는 채로 매장을 나섰다.

“아, 나 카드는?”

“여기.”

점원이 줬던 카드를 주혁이 꺼내준다.

지아는 별말 없이 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결제 메시지 안 오지?”

카드를 쓸 때마다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오게 되어 있는데. 그게 오지 않은 것이다.

평소엔 신경을 안 쓸 테지만, 꽤 거금을 썼으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거 한도 넘었더라.”

“?”

프리랜서들은 수익과 관계없이 신용 카드 한도가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어서. 오랜 기간 써야만 자기 수익에 그나마 어울리는 한도가 나온다.

지아는 벌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대단한 한도가 나오진 않을 터다. 150도 안 나올 수도 있다.

한도가 다 찰 수도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지아는 매우 당황한 눈치였다.

“아…… 그, 그렇구나.”

한도 계산을 한참 틀린 걸까?

나름 한껏 칭찬을 기대하고 있던 주혁은 의문스러웠다.

‘뭐지?’

곧바로 ‘그럼 이 드레스는 어떻게 샀어?!’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자기 카드가 안 됐다는 말에 더 당황한 눈치다.

잠시 후, 지아는 이제야 그 질문으로 의식이 옮겨갔는지 묻는다.

“잠깐. 그럼 이 드레스는 뭐로 샀어.”

척.

주혁은 기다렸다는 듯 콧대를 높이며 자신을 가리킨다.

“이 몸이.”

지아의 눈이 한참 커지더니…….

“!?”

곧바로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아! 왜, 왜 그래!?”

“이, 이게 얼만데 그냥 사버려!”

“그럼 넌 왜 사는데!?”

“그야 난…….”

너보다 잘 버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간다.

선물까지 사준 주혁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

꿀꺽.

지아는 마른침을 삼킨 후. 자신을 진정시킨다.

진정하자. 스스로 되뇌며.

머리가 조금 맑아진다.

그러자 주혁이 자신을 위해 드레스를 사줬다는 현실이 받아들여진다.

입가에 점차 웃음기가 깃들기 시작한다.

“뭐야. 화가 난 거야. 좋은 거야?”

화를 내다가 웃고 있으니 주혁은 어이가 없어 묻는다.

휙.

그녀는 고개를 돌려버리며 말한다.

“여, 여튼. 다신 이렇게 비싼 건 사지 마. 나, 난 과소비하는 거 싫어.”

‘본인 얘기 아냐?’

이렇게 말하는 지아 본인은 꽤나 충동적인 소비 성향을 갖고 있는데.

주혁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주혁이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참내 내가─”

불만을 토로하려는 순간.

하얀 손이 입을 틀어막아 버린다.

“고마워. 잘 입을게.”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진심이야.”

주혁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지아와 비슷한.

“이제…… 가자.”

“그래.”

둘은 나란히 백화점 안을 거닐었다.

서로의 발걸음 속도에 맞추기 때문일까?

뭔가 걸음걸이도 닮아버린 듯했다.

행복하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것일까?

주혁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차오를 때.

‘어?’

그제야 주혁은 자신이 망각했던 뭔가를 기억해 낸다. 이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은 때론 저주나 마찬가지였다.

‘…….’

지금이 딱 그랬다.

지아가 얼마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난 것이다.

「신용 카드 한도 다 채워서. 그냥 요즘은 체크 카드만 써. 빌어먹을 프리랜서.」

* * *

“어으억!”

상현은 잠시 소파에서 졸다가 벌떡 일어난다.

무슨 악몽이라도 꾼 것 같은 표정이다.

“흐우…….”

피곤함을 떨치려니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후다닥 몸을 일으켜 어딘가로 향했다.

휴대폰이 있는 선반이다. 시간을 급히 확인해 본다.

“……아.”

아직 국가대항전 스크림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나 남았다.

은근히 긴장했는지 한참 먼저 일어나 버렸다.

“하아. 다행.”

너무 빨리 일어났다는 억울함보다는 그래도 늦은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상현.

그는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는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커뮤니티로 들어가 본다.

아몬드 욕이라도 하나 있으면 잠 쫓는 데 그만한 명약이 없었다.

‘어?’

그런데 상현이 보게 된 건 상당한 의외의 글이었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큼지막하게 보이는 이슈글 1위 글이 그랬다.

1위) 아몬드 본투비 승급전 마지막 판 방플이었음 (증거 있음)

피식.

상현은 이걸 처음 보고는 비웃어버렸다.

“뭔 소리야.”

마지막 판이라면 굉장히 쉽게 이겼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걸 방플이라고 하다니.

이거 새로운 놀리기 방식인가? 의심부터 든다.

“무슨 밈인가?”

혹은 밈일 수도 있다.

그는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게시글을 클릭해 본다.

“……?”

게시글은 의외로 밈도 아니었고, 본투비를 놀리기 위한 새로운 조크도 아니었다.

게시자는 매우 차분한 투로 증거들을 차례차례 제시하면서 논리를 전개해 나갔는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전부 조작이라고 주장해도 무방할 수 있는 캡처 증거들뿐이지만.

진술의 일관성이 법정에서 큰 근거로 채택되듯이, 이 게시자의 진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사고로 진행됐다.

아무래도 진실을 주장하는 쪽이 이런 진술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리했기에, 현재 글쓴이가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 게 거의 명백한 듯 보였다.

‘그럴듯해 보이네…….’

상현은 글을 다 읽다 말고, 곧장 댓글창으로 갔다.

애초에 긴 글을 잘 못 읽는 성격인 터라 그냥 댓글로 대강 이해하곤 한다.

그런데 댓글창의 반응도 방플이 명백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진짜 같은데?

-와 별 미친놈들이 많네 ㅋㅋㅋ

-아니 뭐 방플 저격이 대단히 중범죄는 아닌데. 얘네 말투랑 사상이 존내 불쾌함

└ㄹㅇㅋㅋㅋ 딱 그거임

└나도 그 생각함

-날빌을 심판한다 해놓고 이 짓거리를???

-저격에 방플??? 바아앙프으으을???

방플을 했다는 게 거의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당사자인 상현만이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방플?’

방플이라 하면 방송을 보고 저격하는 플레이다. 상대가 뭘 하는지 뻔히 보면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RTS 게임에선 상당히 치명적인 일이며, 심지어는 서바이벌류인 배틀 라지에서도 꽤 치명적이다. 숨은 위치를 들킬 수 있으니까. 거기에 AOS 장르인 릴은 말할 것도 없다.

일대일 격투 게임이 아니고서야 방플에서 치명상을 입지 않을 게임은 거의 없다.

상현이 희한하게 생각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너무 쉽게 이겼는데.’

마지막 경기는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쉽게 이겼다.

창병들이 처음부터 뛰어오던 것으로 미뤄보아 저격이 맞긴 한 것 같은데, 그게 방플인가?

‘어쨌거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네.’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댓글 반응들을 본다. 지금 이러는 동안에도 수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

이런 어그로 낭낭한 글이 이슈글 1위까지 갔으니 당연한 일이다.

댓글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개중엔 이게 조작이라는 댓글도 당연히 있기는 했다.

-이건 뭔 정성 들인 주작이냐 ㅋㅋㅋ 이걸 속아?

그러나 반응이 좋지 못했다.

└날빌심판자 ㅎㅇ

└엄크47 ㅎㅇ

└여어. 퉁퉁이 어서 오고.

└샤르르 ㅎㅇ

└이 악물고 “정성들인” 주작 ㅇㅈㄹㅋㅋㅋ

단톡방 멤버들의 닉네임이 대댓글에서 총 정모를 하고 있다.

‘오…….’

아무래도 해당 게시글의 설득력이 너무 높은 모양이다.

상현은 다시 게시글로 가서 마지막까지 다 읽어보려 한다.

읽을수록 이런 걸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

마지막 캡처 사진 끝에 이런 말이 적힌 것을 봤다.

[호날(빌)두 : 아몬드 매니저다. 이 새끼들아]

모자이크 처리가 된 정체. 처음엔 심한 욕설인 줄 알았는데…….

으음.

눈살을 찌푸리며 보던 상현은 모자이크 안의 말이 대충 ‘~~저’라는 걸 눈치채고.

“호……두.”

날빌을 제외하면 이름이 호두라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이 게시글의 포맷……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다.

아성에서 브리핑 보고서 올릴 때 하던 버릇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나 이건 심증에 불과하다.

그 후 무엇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날아드는데.

지이이잉.

[김치워리어]

김치승에게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아, 아몬드 님! 급히 알려드릴 게 있어서요! 지금 매니저님이 전화를 안 받으시는데!

“……아. 저한테 말씀하세요.”

-아! 일단 스크림 시간이 9시로 밀렸어요!

“……아. 네. 그렇군요.”

아몬드는 시계를 보며 다시 한숨 더 잘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이다음이 본론이다.

-그리고! 혹시 지금 커뮤니티에서 이슈글 1위 보셨나요?

그는 치승이 무슨 신기라도 있는 건가 하며 뜨끔했다. 괜히 화면에서 손을 떼어버리는 상현.

“아…… 네.”

-모래숟가락이 제 친구예요! 저 대신 염탐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연습을 위해서 그냥 말 안 하고 나중에 한 번에 처리하려 했는데…… 매니저님이 갑자기 선수를 치셨어요!!

아…….

상현은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

매니저한테 연락하려 했던 게 진짜 매니저 본인에 볼일이 있어서였다니.

“아…… 알겠습니다. 지금 주혁이랑 누가 같이 있는지 아니까. 연락해 볼게요.”

-아, 아이고 감사합니다. 괜히 억울하게 제재 먹을까 봐요…….

“제재요? 그렇게까지 되나요?”

-네! 당연하죠! 게임적 제재는 반드시 들어갑니다. 현실로 치면 조직 계획 범죄자잖아요!

“아…… 네. 모래숟가락 님 구해야 하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여, 여튼 감사합니다. 잘 좀 말씀해 주세요! 제가 증거는 일단 매니저님 메신저로 다 보내놓을게요!

“네에. 걱정 마세요.”

툭.

치승과의 통화 후.

상현은 혀를 내둘렀다.

“진짜 방플이었구나.”

진짜 방플이었다니.

근데 그렇게 허무하게 진 거라니.

신기한 자들이다.

상현은 너무 쉽게 이겨서 그런가 딱 이 정도 감상이 전부였지만.

그의 팬들은 그렇지 않았다.

[본사에 항의 메일 보낼 팟 구함]

[견스터콜 함 가즈아!]

[게임오바. 싹 다 구속해! 백견대! 집합!]

엠불의 성향을 생각해봤을 때, 저기 참여한 자들은 절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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