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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52화 (43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52화

53. 이 몸 등장(3)

보통 트리비 시상식의 레드 카펫에서 주목받는 건 세 부류다.

소위 관종 같은 기괴한 패션을 입고 오는 광대형 스트리머 유형.

늘 츄리닝 차림으로 편하게 방송하다가 한번 멋을 내는 유형.

혹은 원래 모델, 아이돌 출신이라 이런 자리에서 더욱 빛이 나는 유형.

지금 걸어오는 딸기슈터는 아마 첫 번째 유형으로 분리될 것이다.

“아아아! 딸기슈터! 딸기슈터 씨였네요.”

“아, 그런 거였군요? 저는 웬 조폭이 오신 줄…… 알았는데. 옷이…….”

이번 시상식의 전체적인 진행을 맡은 스트리머 그린티와 피클이 만담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이전에 난트전에서 그린티배깅이라는 이름의 팀으로 참가해서 랭크에 비해 처참한 성적을 남긴 바 있으며.

무엇보다 피클은 ‘실수가 아니라, 마수겠지’라는 당시의 명언으로 많이 회자되는 만큼.

표현이 거침이 없고 솔직하다.

“아…… 이런 패션을 실제 상대성 이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양자 세계에서나 먹힐 패션이긴 하죠!”

-피클 ㅁㅊㅋㅋㅋㅋ

-역시 국어사전을 바꾼남자 ㄷㄷ

-피클쉑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극딜박넼ㅋㅋ

-쟤네 둘 이제 화해함? 죽빵때리고 싸우더닠ㅋㅋㅋ

-ㅋㅋㅋㅋ딸기슈터 ㅅㅂ

그들은 오늘 레드 카펫에 오는 사람들을 놀리거나, 띄워주면서 행사의 분위기를 적당히 예열시켜 주는 임무를 맡았다.

아마 딸기슈터는 오늘의 패션 때문에 놀림받는 쪽으로 전략이 굳혀진 듯하다.

“아니. 딸기슈터 님? 여기로 오시죠.”

“왜요.”

딸기슈터의 육중한 몸이 다가오자 수많은 조롱을 장전했던 그린티는 순간 할 말을 잃는다.

이 자식 왜 이렇게 커?

“아니…… 다, 당연히 와야…….”

-ㅁㅊㅋㅋㅋ

-피지컬은 마동석인데 패션은 양자역학

-???: 이 상자 안에 사람이 살아있을까? 죽어있을까?

-와ㅋㅋ 살벌하누

얼어버린 그린티 대신 피클이 외쳤다.

“딸기슈터 님. 사람 하나 담그고 오셨나요? 옷이 왜 다 찢어졌어요!”

-ㅋㅋㅋㅋ엌ㅋㅋ

-???: 아니. 이제 둘인데?

-두려움을 까먹은 남자 ㄷㄷ

피클의 도발에도 딸기슈터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딸기잼이라면. 조금 담갔지. 오빠들.”

-딸기잼(*사람 내장을 뜻하는 은어)

-???: 이 안에 널 넣을거야.

-그쪽 세계에선 딸기잼이라고 하는군요?

-널 이만하게 만들어버릴거야. 라는거죠?

-오빠들ㅋㅋㅋㅋ엌ㅋㅋ

시청자들은 딸기슈터가 조금을 표현한 손모양을 보고 한마디씩 농담을 던졌다.

“다, 다음! 빨리 사진 찍고 다음 갑시다~”

딸기슈터는 포토존에 서서 수많은 포즈를 잡은 후에야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와. 숨 막혀.”

그린티는 숨을 헐떡이며 손부채질을 한다. 한겨울인데 말이다.

“이게 그 패왕색 패기인가 그거냐…… 왤케 무섭냐.”

“저 사람이 쓰는 건 그냥 두들겨 패기 같은데…….”

-두들겨 패깈ㅋㅋㅋ

-정확……

-팩트봇이누 ㅋㅋ

“아. 다음 온다.”

그린티가 다음 차를 가리켰다.

전형적인 연예인들이 타는 밴이었다.

“자~ 이번엔~~~~!”

“뭘까~~~요!”

-포켓몬이냐곸ㅋㅋ

-얘네 이거 준비한거냐?ㅋㅋ

-미친 개귀여워

지이잉.

벤의 문이 열린다.

“!”

“오…….”

앞서 설명한 세 가지 유형.

지금 내리는 사람은, 그중 단연코 이 유형이다.

「원래 화려한 외모를 가진 터라 이런 날에 가장 빛나는 유형.」

탁.

하이힐 끝이 레드카펫을 밟고. 진한 장미색 드레스가 드러난다.

스윽.

그녀는 조심스레 치마 끝을 들어 올리며 차에서 내렸다.

길게 찰랑이는 검은 머리, 가상 세계의 캐릭터 같은 완벽한 비율, 사람을 홀리는 듯한 이목구비.

“……!”

피클도 그린티도 숨을 멈춰 버렸다.

숨이 멎을 뻔한 건 그들만이 아닌지.

“…….”

현장의 반응도 한 박자 늦게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언니이이이!!”

“누나! 내 간을 가져가아! 난 술도 안 먹어어!!”

남녀불문 엄청난 함성에 땅이 들썩인다.

생중계로 보고 있는 채팅창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ㄷㄷㄷ

-앞에 누구 나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누

-헐……

-와 후광이 터지네 후광이

차에서 내린 스트리머는 미호였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팬들에게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주며 입장했는데.

-인사하면서 걷는데도 워킹 쩔어

-월 클 모 델

-(이미 사망)

-감상하느라 채팅 조용해진거봐 ㅋㅋㅋㅋ

-숨막힌다

그 순간 수십만 명이 보는 시상식 생중계 채팅이 느려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아, 아…… 저, 저…….”

행사 진행을 해야하는 그린티는 말을 더듬느라 한마디도 못했다.

그녀가 포토존까지 걸어올 동안 전혀 진행이 되질 않았다.

피클은 아예 마이크도 놓고 넋도 놓았다.

뒤에 따라온 미호의 매니저가 신호를 보내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어…… 아. 아. 그…… 이야! 미호님! 지, 진짜 저 순간 정신이 말 그대로 블랙아웃돼서 진행을 못 했네요!”

-ㅁㅊㅋㅋㅋㅋ

-블랙아웃은 홍차가 등장하면 당할듯

-이건 ㅇㅈ이다

-실물 진짜 개쩌나봐……

“그, 그…… 사진 찍으시죠!”

피클이 후다닥 나와서 그녀의 에스코트를 해주자.

푸하하하.

미호를 포함한 관중들이 모두 웃어 재꼈다.

그 후 둘은 포토존에서 포즈를 잡는 그녀의 모습을 넋 놓고 보느라.

다음 차가 온 걸 눈치채지 못했는데.

툭. 툭.

피클이 아무 말도 없이 그의 옆구리를 쳐서 그제야 그린티가 돌아봤다.

“아. 왜.”

“차. 차. 다음 왔다.”

“……!?”

부아아앙!

요란한 소리를 내는 녹색의 작은 스포츠카.

그 차가 누구의 건지 확실히 아는 그린티는 표정이 확 굳었다.

“…….”

-홍차 등장ㅋㅋㅋ

-그린티 표정이 스포네 ㅅㅂㅋㅋㅋ

-여친 등장ㅋㅋㅋ

-담당일찐 ㅋㅋㅋㅋㅋㅋ

-이런데에 저걸 직접 운전하고 오네 상남자누

홍차는 운전석에서 거의 박차듯이 내려 버린다.

짧지만 편해 보이는 느낌의 녹색 원피스였다.

캐주얼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빨간 머리와 잘 어울리는 그녀다운 옷이다.

그녀는 성큼성큼 그린티를 향해 걸어왔다,

그린티는 급하게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아, 아! 아아아아!!!”

-???

-억텐 장전중ㅋㅋㅋㅋ

-십ㅋㅋㅋ

“지, 지상 최고의 여신이 걸어 들어옵니다! 여, 여기가 올림푸스였던가요!? 오, 오직 홍차만이 이 세계의 끝을 알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 홍차입니다아!”

-뭐래는거임 미친ㅋㅋㅋ

-피클은 묵언수행 중임?

-ㅋㅋㅋㅋㅋㅋㅋ

-생존형MC

-피클 한마디도 안거들어주는거보솤ㅋㅋ

* * *

시상식장 내부.

그곳엔 이미 꽤 많은 스트리머들이 도착해서 한껏 멋을 부린 상태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에서 통통한 체형의 남자 하나와 반짝이는 머리가 인상적인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함성도 미호만큼은 아니어도 꽤 큰데. 누구 같냐.”

“……글쎄요. 맞혀 뭐 합니까?”

“맞히면 10만 원. 내기?”

풍선껌과 타코야끼였다.

둘은 밖에 도착한 사람이 누군지 소리만으로 맞히는 내기를 하고 있었다.

“누진세 적용해서 한 100만 원 하시죠.”

“네가 그러니까 대머리인 거야.”

“……10만 원 콜.”

타코야끼는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더니 말했다.

“음. 저는 아무래도…… 크리킹?”

“엥? 크리킹? 대머리 동지애야? 걔가 이렇게 인기가 많아?”

“머리숱보단 많겠죠.”

타코는 민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

“좋아. 그럼 낙장불입…… 난 뿔라면.”

“……에이. 그 정도는 아닌데요. 형님.”

“봐봐.”

둘 다 틀렸다.

문에선 홍차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옆에 MC를 봐야 하는 그린티를 끼고.

“아…… 홍차가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 그린티에게 헤드락을 걸어서 환호를 받을 걸 계산 못 했어…….”

“형님. 묻고 떠블로.”

“콜.”

이번엔 둘 다 못 맞혔으니 다음 기회에 누군가 맞히면 판돈을 다 가져간다는 뜻이다.

“어? 오빠들. 여기 있었구나?”

미호가 그들을 발견하고는 끼어들었다.

“지금 무슨 얘기…….”

꺄아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순간 미호의 말을 막아서 버렸다.

행사장 안쪽 소리까지 묻어버릴 정도로 들려온 건 여태 없었다.

“와하하?! 이건 진짜 큰데? 이거 맞히면 20만 원 다 가져가는 거 어때.”

“당연.”

“오…… 세게 나오네.”

풍선껌과 타코야끼는 서로 오만상을 쓰며 상대를 추측했다.

“이, 이 정도 기세라면…… 거의 큐티파이 아닙니까?”

타코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에이. 큐티파이 시청자 많이 줄었잖아.”

“그야 연예인 버프 빠져서 그렇지. 실제 팬은 엄청날 거 아닙니까?”

큐티파이.

작년 트리비 어워즈 대상을 차지했던 여자 아이돌 출신의 스트리머.

이번에도 대상 후보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건 전관예우라는 평이 많았다.

이전에 비하면 시청자가 많이 줄어버렸기 때문이다.

“큐티파이는 시상식 안 온다는 말도 많아.”

“예? 왜요? 설마 시청자 줄어서?”

“아니, 그건 아니고.”

실제로 연예인들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면 많이 겪는 현상이다.

처음엔 대중적인 인지도 덕에 큰 폭으로 성장하지만, 결국 꾸준하게 인기를 가져가지 못한다는 거.

그래서 풍선껌은 지금 오는 사람은 큐티파이보단 젤로라고 생각했다.

“젤로일 수도 있어.”

“젤……로. 그럴 수 있죠. 이번 대상 가장 유력한 사람이니…… 하지만 그 사람 팬들은 이런 데 와서 소리 질러주고 이러지 않을…….”

그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 때.

“어! 나도 낄래. 내기하는 거!”

미호가 손을 번쩍 들며 끼어든다.

그녀의 선택은 젤로도 큐티파이도 아닌…….

“난 아몬드 오빠요!”

“야. 네 희망 사항 말하지 마라.”

풍선껌이 일침을 가하고, 이어서 타코야끼가 고개를 젓는다.

“흠. 우리 몬드가 벌써 그 급이 안될 텐데?”

그는 계속 이 기세는 무조건 1티어야…… 라며 추측을 이어간다.

그때─

“급?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버럭!

타코야기는 놀라 한 발짝 떨어진다.

“아, 아니…… 그, 그렇게 소리를 지를 거까지야…….”

“앗…….”

미호는 자신의 데시벨이 상당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고 머리를 긁적인다.

“오, 오늘 머리가 잘 안 나온 거 같아서…… 괜히 목소리가 높아졌나 봐요.”

그럼에도 하던 변호는 다 한다.

“어쨌거나 아몬드 오빠 팬들 엄청 많아요. 특히 팬들이 행동하는 부류라서 여기에 엄청 왔을걸요!?”

“으음.”

풍선껌은 ‘그럴까?’라는 듯 턱을 매만진다.

“제 말이 맞다니까요? 누구 들어오는지 보자구요! 어디!?”

“미호야 근데 넌 이겨도 10만 원이…….”

“아, 상관없거든요!?”

* * *

그린티가 머리가 산발이 된 채 행사장에서 달려나오며 외쳤다.

“아아아! 아몬드였네요! 와! 제가 잠시 MC를 못 본 거 죄송합니다!”

-신스킨 녹색번개 그린티ㄷㄷ

-ㅋㅋㅋㅋㅋ머리 뭔뎈ㅋㅋ

-홍차한테 털린거냐??ㅋㅋㅋ

“어차피 했어도 지금 환호성이 너무 커서 저희 말 하나도 안 들립니다!”

피클도 원래 진작에 마이크를 잡고 말했어야 하는데. 환호성이 너무 커서 도저히 말을 못 했던 모양이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그만 잘생겨어어!!”

“오빠아아아아!!!”

“오빠 나 죽어어어!”

오늘 레드카펫 중 가장 열성적인 환호가 나오고 있었다.

피클과 그린티는 핏대를 바짝 세우며 진행을 이어가야 했다.

“이야!! 뒤에 두 분은 아마 매니저님과 메인 편집자님이죠?! 이야, 두 분도 멋있고 아름다우십니다!!”

“아니. 편집자님이 여자분이시죠!? 진짜 예쁘신데요? 이거이거~ 자기 편집자로 들어오라고 수작 들어오는 사람 많겠어요!”

“상대가 아몬드인데. 누가 그런 수작을 합니까!?”

-ㄹㅇㅋㅋ

-상대가 아잖아~~

-그렇넼ㅋ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냐곸ㅋㅋㅋ

-갑자기 다른 스트리머 편집하면 시력 저하 올 듯 ㅋㅋㅋ

-둘 진행 잘하누 ㅋㅋ

둘이 시상식스러운 만담을 나누는 사이.

아몬드의 팀은 레드카펫을 다 걸어 포토월에 서게 됐다.

파앙!

팡!

파방!

수많은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다시 한번 몸을 맡긴 후.

“아~~ 아몬드 님!”

그린티가 반갑다는 듯이 다가온다.

그는 마이크를 내밀며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오늘 완전 멋지시네요!”

“아, 예. 감사합니다.”

“매니저님과 편집자님도! 빛이 납니다!”

주혁과 지아도 눈웃음으로 답했다.

마이크가 멀어 대답하기가 어려웠으니.

“그, 그런데…… 여자분 쪽이 편집자신 거 맞죠?”

지아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조선의 활 앞에 전세계가 납작 엎드린 이유! 조선 각궁에 일본이 경악하고! 전 세계가 쓰러진 이유! 이걸 이분이 만드셨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ㄹㅇ

-매칭이 안되긴함

-얼굴 빨개지는거 개커엽

“이야. 굉장한 프로 정신! 잘 봤습니다! 저는 오늘 태극기 두르고 오실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주 예쁜 드레스로 오셨네요! 오늘 편집자 상 후보에 오르신 거 축하드리구요! 입장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윽고 상현의 팀이 행사장 안으로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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