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67화
58. 스위프트(3)
수많은 문신들 중 가슴 한복판.
가장 중요해 보이는 문신 중 하나가 ‘스위프트’를 명시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설마 단순히 ‘빠르게’라는 말을 쓰고자 한 건 아닐 것이다.
Swift는 영미권에서도 사실 fast, quick에 비하면 빠르게라는 말로는 막상 잘 쓰이지 않는다.
차라리 개발자 앱이나 유명 가수의 성 등. 고유명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터다.
무엇보다 지금은 ‘점멸검 - 스위프트’ 스토리 모드 안이다.
당연히 스위프트는 점멸검을 쓰는 화신을 가리킨다.
“스위프트라는 게 저 녀석을 말한 걸까요?”
아몬드는 먼발치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본다.
자신을 스위프트라고 소개한.
-글쎼여
-킹쎄여
-그러게요~
저 남자를 가리키는 문신일까?
그렇다 해도 의문이 남는다.
아니, 오히려 더 생긴다.
“근데 방금 만났는데? 여자친구 이름도 문신으로는 잘 안 새기는 마당에 방금 만난 남자 문신을 새긴다고 생각하긴 힘든데요…….”
[선아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금사빠인가보죠 ㅋㅋ]
-ㅁㅊㅋㅋㅋㅋ
-방금 만난 사람 문신새겨버리기~
-속도 무쳤넼ㅋㅋㅋ
-그 정도면 속력이면 우주여행도 가능할듯ㅋㅋㅋㅋㅋ
금사빠라서 문신을 새겼다니.
만나기도 전에 사랑에 빠지는 걸 ‘금방’이라는 말로 퉁 치는 게 말이 되는가?
“아니. 금사빠라고 해도 만나기도 전에 어떻게…….”
[상현씨 입덕했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무빙 예측 큐피트 화살인 거임~]
-엌ㅋㅋㅋ 스킬샷만 무빙 예측하냐고~ 사랑도 예측하라고~~
-캬 예측샷에 문신까지 새겨버리다니. 상남자네여
-예측 결혼도 하겠누 ㅅㅂㅋㅋㅋㅋ
-캬 연애 피지컬 무엇
별 미친 소리들이 다 올라온다.
아무래도 아몬드를 놀리는 것이다.
“씨입덕 님. 의견 감사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씨입덕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이건 걍 노렸넼ㅋㅋㅋ
-무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아몬드는 이만 채팅창에서 눈을 뗀다.
‘어차피 혼자 알아내야지.’
그는 찬찬히 생각해 본다.
그는 스위프트와 방금 처음 마주쳤었다. 예측 사랑 빠져 버리기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이론이 아니라면, 그런 상황에서 몸에 스위프트 문신을 새기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데미안 같은 케이스겠네요.”
레이나 스토리 모드의 데미안은 죽을 때마다 기억을 계속 잃었다.
“이 몸 주인은 원래라면 스위프트를 아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무친 추리
-오 그렇네
-데미안 ㅠㅠ
이 몸 역시 이전의 기억이라는 게 있을 테니.
이 몸의 주인은 사실 이미 스위프트와 아는 사이일 수도 있었다.
“근데 스위프트는 모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여기서 문제는 스위프트 역시 이쪽을 모르는 듯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처음 만나는 것 같았다.
둘 다 기억을 잃었나?
“둘 다 기억이 사라진 것 같은…… 앗. 이거 미니언인가요?”
-띠용!
-그런가??
-글쎼여~
어쩌면 스위프트도 아몬드의 이 몸뚱어리도, 기억이 사라진 채로 되살아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기현상은 미니언들 말고는 겪는 경우가 없다. 적어도 아몬드가 아는 한에서는.
“그러고 보니 다 아이들인 게 이상했죠.”
탐사대 대부분의 얼굴이 앳되다. 성인이 되기 전의 청소년 정도의 느낌.
전부 미니언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아귀가 맞는다.
미니언들은 희한하게 다 아이들로만 되어 있었다.
“근데 미니언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자기들이 미니언들인지도 모르고…….”
이전 스토리 모드와 다른 점은 하나하나 짚기도 민망할 정도로 많지만.
일단 미니언들이 자신들이 미니언인 걸 모르고 있다.
“공성전에서는 말이 안 되는데.”
공성전에서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설명이 안 된다.
일단 미니언들은 계약자의 지도에 따라 그저 앞으로만 내달려 상대의 성소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다른 모드…….”
릴에는 여러 모드가 있다.
호송전, 생존전.
이 둘 중의 하나를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걸까?
느낌상 아몬드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생존전 맵인가요?”
띠링.
또 알림이 울렸다.
[기억(★★)에 한 발 다가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굳이 볼 것이 없었다. 이 메시지가 아몬드가 했던 추측이 맞았음을 알려준다.
-오오 굳
-ㅋㅋㅋㅋㅋ생존전 해봤음 바로 알텐데
-캬 오늘 호두가 대신 온 거 아님???
-호두 머신129
-와
-호두: 아아…… 잠시 어딜 갔다왔다.
생존전을 플레이해 보지 않아서 추측하는 데 오래 걸렸다.
누군가 추측을 성공한 것에 대한 축하 후원을 보낸다.
[코난 님이 3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 수면침 더럽게 안맞아서 고생했네]
-??ㅋㅋㅋㅋ
-코난이 말하던거냐곸ㅋㅋ
-유명한 탐정행ㅋㅋㅋ
-유상현 탐정ㅋㅋㅋㅋ엌ㅋㅋ
-아 어쩐지
“코님 3만 원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면 이 악물고 줄이네 ㅋㅋㅋ
-ㅁㅊㅋㅋㅋ
-콬ㅋㅋㅋㅋㅋ
-엌ㅋㅋ “코”ㅋㅋㅋ
일단 추론이 맞는 것 같아 기분이 좋긴 했다.
“생존전이라면 제가 알기로 여기서 계속 최하층까지 내려가서 마지막 1인이 되어야 우승인데. 맞나요?”
-ㅇㅇ
-맞음
-이건 스포 아니지 ㅋㅋㅋ
-릴에서 하는 배틀라지 같은거임
-ㅔ
스토리 모드에서의 전장이 꼭 실제 게임하고 룰이 같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컨셉은 공유할 것이니 참고가 된다.
“그렇군요.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안 풀리네요.”
여전히 도대체 스위프트 이름은 왜 써 있는지를 모르니 답답한 아몬드.
“일단 룬을 더 모아보면 알 수 있겠네요.”
룬 문자 샘플을 더 모아야 한다.
방법은 상자에서 룬을 얻는 것뿐.
“어. 움직입니다.”
마침 스위프트의 파티들이 다시 무기를 챙겨 들고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계속 그들을 미행했다.
일단 저 파티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가 더 생긴 셈이니까.
* * *
스위프트의 파티를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들은 딱히 미행을 주의하지도 않았다.
아마 아몬드를 아주 제대로 얕본 모양이다.
그들이 한참 걸어가다 말고 멈춘다.
스위프트가 뭔가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여기다.”
희한한 빛이 나는 거대한 열매.
나무에 매달린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 열매가 입구다.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는.”
그 거대한 열매가 다음 층으로 갈 입구란다.
아몬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구조였으나.
지켜보면 알겠지, 생각하며 대기했다.
그런데 일이 그리 쉽게 풀리진 않았다.
쿠웅.
묵직한 굉음이 울리고.
열매가 박살 났다.
[문지기 골렘]
[Lv.5]
푸직!
지금까지 보지 못한 레벨의 몬스터가 열매를 짓밟으며 나타났다.
거대한 바위 수십 개를 붙여놓은 투박한 생김새. 한가운데 빛나고 있는 핵이 아니었다면 골렘이라고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렇게 큰 게 갑자기 어디서 생겨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허공에서 나타나 버렸다.
‘이러면 입구는 사라진 건가?’
커다란 열매가 던전 다음 층으로 갈 수 입구라 했는데. 지금은 핑크색 죽이 되었다. 입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원래부터 별로 입구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다.
“문지기 골렘. 역시 있었군! 대열로 흩어져!”
스위프트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투로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연습을 한 건지 뭔지. 아이들은 나름대로 재빠르게 골렘을 포위한다.
그러나, 거대한 골렘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자세를 낮춰, 양팔로 밑을 쓸어버린다.
콰아아아앙!!
“컥!”
“흐어억……!”
몇몇 아이들이 숨조차 못 내뱉고 저 멀리 날아가며 쓰러졌다.
입에서 피가 줄줄 새는 아이도 있었다.
“으아아아아! 죽어어어!”
살아남은 아이들은 골렘에게 달려들어 창을 내지른다.
텅! 텅……!
바위에 창을 찌르는 격인데. 역시나 통할 리가 없었다.
‘이런.’
지켜보고 있는 아몬드가 다 안타까울 지경이다.
“으아아악!”
“죽어어!”
카아앙! 캉!
골렘에 창을 계속 찔러대는 아이들.
그러나 소용이 없었고.
골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앙──!
일격이 한 번 더 바닥을 쓸어버렸다.
“커헉!”
“윽!”
두어 명이 더 날아간다.
“제기랄! 핵을 공격해! 핵을!”
스위프트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가 말한 핵은 골렘의 가슴 근처에 있는 것인데. 그냥 가서 찌르기엔 너무 높았다. 아파트 2층 정도는 되는 높이였으니.
휘릭.
“던져서…….”
스위프트는 창을 어깨 위로 고쳐잡는다.
허리를 활시위처럼 꺾었다가, 발을 내디디며 탄력을 가한다.
타악!
“맞히란 말이야아아!!!”
스위프트의 창은 골렘의 핵을 향해 정확히 날았다.
쉬이이이익──
역시 미래에 화신이 될 인재라서일까?
화르륵!
창날에 하얀 불이 붙는 게, 어떤 마나적인 효과까지 부여된 듯했다.
그러나 골렘도 바보가 아니다. 곧바로 팔로 튕겨낸다.
──카앙!
공격은 무산된다. 허나 얻은 게 있다.
“핵이 진짜 약점인가 봐!”
“핵을 막았어!”
이로써 핵이 약점이라는 건 확실해졌다.
“저 가운데 있는 빛나는 거!”
그들은 골렘을 향해 내달렸다.
골렘이 무서울 법도 한데 그래도 참가자라고 이 정도는 각오를 한 모양이다.
멀리서 던지면 튕겨낸다.
그러니 골렘의 몸을 타고 올라가 버린다. 직접 찌르려는 거다.
그러나─
골렘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파지지지직, 콰앙!
골렘을 구성하던 바윗덩이들이 갑자기 터진다.
사방으로 바위가 날아가 흩어진다. 당연히 그 위에 올라타 있던 아이들은 전부 같이.
이걸 보고 다른 아이들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 이겼다아아!”
“죽었어!”
골렘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어?”
우우우웅!
공중에 둥둥 떠오른 골렘의 핵이 다시 바위들을 불러들인다.
바위들은 아이들만 털어낸 뒤 다시 서로 조립된다.
쿵! 쿠웅! 쿠구궁!
바위들은 다시 한번 거대한 골렘이 되었다.
“아…….”
골렘의 주먹 그림자가 드리운다.
쿠우웅!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던 아이는 그대로 피곤죽이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치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듯 골렘의 핵이 번뜩이고 바위들이 공중에 둥둥 떠올랐다.
그 바위들은 각자의 적들에게 흩어지며 낙하했다.
골렘 자신이 메테오 주문이 되어버린다.
콰앙!
쾅!
콰아아앙!!
“끄, 끄아아아아!”
“미친!”
육중한 몸으로 하나씩 쓸어 담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아이들에게 대미지를 주고 있다.
그때였다.
“비켜어어!”
스위프트가 내달리며 어디서 주운 창을 있는 힘껏 던진 것이다.
쉬이이이익!
창은 아까처럼 공중에 뜬 핵을 향해 곧게 날아갔다.
골렘은 그 창을 막기 위해 바위를 이미 핵 쪽으로 날려 보냈다.
“또, 또 막아……?”
그런데─
〔윈페레스틴〕
영창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끼어든다.
──타앗!
날아가던 창이 멈춰 선다.
“……!?”
공중을 날듯이 난입한 신형.
휘릭.
그는 스위프트의 창을 잡아채 착지한다.
둥둥 떠 있는 골렘의 바위들 위로!
스위프트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운동 능력의 소유자니까.
저 높이까지 점프해서 날아가는 창을 낚아채고, 바위 위로 착지한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무…… 무슨…… 누구냐!?”
이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둥둥 떠다니는 바위들을 엄청난 속도로 박차면서 핵으로 접근할 뿐이다.
척. 척!
어찌나 빠른지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
그러니 골렘도 반응하지 못했다.
그 잔상의 끝나는 지점은 골렘의 핵.
어느새 기다란 창이 내질러졌고.
쉬이익──
완벽한 핵의 한가운데를 꿰뚫어버렸다.
──푹!
핵은 시뻘겋게 물들며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퍼어엉!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간다.
창도 두 동강이 나버릴 정도의 파괴력이다.
콰광.
요란한 굉음과 충격파에도 핵을 찔렀던 자는 성공적으로 착지한다.
“후우.”
숨을 내쉬며 들어 올리는 얼굴이 낯이 익다.
스위프트의 눈이 흔들린다.
“너…… 넌…….”
우우웅……!
그의 몸은 아직도 룬의 힘을 받아 미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룬도 쓸모 있다고 했잖아.”
그는 아몬드였다.
이게 아몬드가 바라던 기회였다.
파티에 들어갈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
-이걸 이렇게 하네;
-와 ㅋㅋㅋ 시──원
-정보) 원래 그냥 주는 무기를 잘 던지면 된다
-와 가속룬을 이렇게까지 쓰나?
-이거 너무 빨라서 컨 안되는디
-이걸 한다고???
-캬 골렘 솔킬 지렸다
-대 존 잘
* * *
[초보자 Tip: 문지기 골렘은 성소를 지키는 고대의 수호자입니다. 물론 고대 시절만큼 강하진 않지만. 성소의 영향력이 짙어지는 심연의 최하층에선 옛날의 그 힘을 발휘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