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69화 (449/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69화

59. 루나(2)

부엉이 소리가 3번 울리면 모닥불로 오라니.

밀회를 하려는 듯한 수상한 메시지다.

“수상하긴 한데요.”

그렇다고 당장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냥 루나랑 연애하는 거 아님?ㅋㅋ

-냅둬 서로 좋다는데~

-좀 쎄하긴 함. 특히 스위프트 쉑

시청자들도 의견이 갈린다.

왜 굳이 창을 통해서 메시지를 보내냐.

남의 연애사에 과민반응하는 거 아니냐.

등등…….

“일단은 그냥 따라가 봐야죠. 대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제가 레벨은 제일 높도록 해야겠습니다.”

결국 이게 아몬드의 결론이었다.

릴에선 원래 레벨이 깡패고. 여기서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마음대로 되냐고 ㅋㅋ

-???: 돈이 없으니 돈을 많이 벌겠습니다~

-무슨 대단한 전략인 것처럼 얘기하지 마시죠 ㅋㅋㅋ

-아몬두 앙뚜아네뜨

약하니까 강해진다. 거지니까 부자 된다.

이런 식의 너무 단순한 해결책이긴 했다.

초등학생의 방학 계획표만큼 부질없는 계획.

그러나, 진짜 할 수만 있다면 초등학생 방학 계획표만큼 생산적인 건 없을 거다.

[시간이 흐릅니다.]

물론 그게 자기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어?”

갑자기 화면이 암전했다.

-계획 멸망ㅋㅋㅋ

-호두 개같이 멸망ㅋㅋㅋㅋ

-엌ㅋㅋㅋ

-ㅅㄱ

-시간: 응~ 또 방학 계획 세워봐~ 흐르면 그만이야~

* * *

타닥…… 탁…….

모닥불이 타는 소리다.

‘……설마.’

아몬드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뜬다.

이미 모닥불의 그 약속으로 와버린 거 아니야?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눈앞엔 이미 루나가 있었다.

“…….”

루나는 아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루나가 불러낸 걸까? 근데 아몬드를?

대체 무슨 상황이야. 염탐하다가 들켰나?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뭐야. 아니잖아.’

그 옆을 보니 스위프트가 앉아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옆에 다른 아이들도 주루룩 모닥불을 따라 앉아 있다.

마치 수련회 캠프파이어라도 하듯이.

아몬드는 얼른 눈알을 굴려 상황을 파악해 본다.

이곳저곳에 고기를 구운 흔적이 있고. 공터에 텐트가 쳐져 있다. 낮과 밤 구분이 안 되는 이 던전 안에서도 잠은 자야 하니까. 하루 묵으려는 것 같다.

“난 성소를 찾고. 계약할 거야.”

누군가 중얼거린다.

“계약자가 되면…… 우리 집 식구들은 다 그 지옥 같은 동네에서 벗어나서, 타란으로 옮길 거야. 타란의 귀족이 될 거야.”

말하고 있는 건 모닥불에 둘러앉은 파티원들 중 하나다.

대충 보아하니 돌아가면서 왜 참가자가 되었는지 말하고 있는 모양이다.

“난 계약은 안 해.”

스위프트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계약자가 되면 피곤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내가 들어보니 그래.”

“뭐? 하지만 나라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을 수 있어. 특히나 타란에선…….”

“글쎄. 그런 거보단 난 너희랑 같이 성소에 도착하는 게 가장 중요해. 그러고 나선 우리끼리 딱딱 나눠 먹고 나가는 거야. 깔끔하게.”

아이들은 왠지 감동받은 듯 그를 바라본다.

그러던 중 누군가 반문한다.

“그 정도 동기로는 ‘새’가 참가시켜주지 않는 거 아냐?”

새?

그게 뭘까.

아몬드는 일단 경청한다.

“음. 너희한텐 말을 못 한 게 있지. 새한텐 말했어.”

“아…… 그렇지. 다 말할 순 없지. 루나 넌?”

남자아이가 루나에게 묻는다.

루나는 모닥불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탓에 눈에 불길이 번진 듯했다.

“난 무조건 계약할 거야.”

왠지 모르게 단호한 어투.

아이들은 물론 누워 하늘이나 보던 스위프트도 그녀를 훑어본다.

“가장 악랄하고, 강하고, 잔인한 화신과 계약할 거야.”

웅성웅성.

아이들이 뭔가 싶어 서로 웅성거린다.

그런 게 어떻게 목표가 될 수 있냐며.

가장 연장자인 스위프트가 대신 묻는다.

“귀엽게 생긴 녀석이. 왜 그런 시커먼 꿈을 갖고 있는 거냐?”

푸하하.

아이들 사이에 잠시 웃음이 번졌다.

루나도 피식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금빛 단발을 뒤로 넘기며 아무것도 아닌 듯 이유를 내뱉는다.

“죽여야 하는 남자가 있어.”

다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 사연을 ‘새’한테 말하니까. 날 참가자로서 데려다줬어. 그게 끝이야.”

“……사연 넘치는 꼬마였군.”

루나는 미소로 끄덕인다.

“맞아. 그리고 나 꼬마 아니거든.”

“그래. 알았다. 그러시겠지.”

스위프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다음을 지목한다.

“그럼 넌.”

그의 나뭇가지가 가리키는 건 아몬드다.

“나?”

“아몬드. 너만 아무런 말을 안 하고 있었다.”

“아…….”

“넌 왜 이곳에 왔지. 그리고 왜 혼자였던 거냐?”

“난…….”

아몬드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건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주어지지 않은 정보.

그냥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이런 험난한 곳에 왜 혼자 있었던 걸까. 그 룬 박스는 뭐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아몬드도 모르는.

“왜 혼자 왔는지…… 기억이 없어.”

일단 기억이 없다고 잡아떼야 했다.

“기억이?”

“그래.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 기절한 상태였어.

“흥미롭군. 성소를 찾으러 가는 참가자들 중에 그런 걸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긴 했지.”

옆에서 루나가 끼어든다.

“맞아. 성소가 뿜어내는 힘에 못 견디는 거야.”

듣자 하니 성소라는 게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그럼에도 찾아야 하는 건 그만큼 보상이 뛰어나기 때문일까?

“근데…… 왜 여기에 들어왔는지도 기억 못 하나?”

스위프트가 아몬드에게 다시 묻는다.

“보통 기억을 잃어도 그 정돈 기억하던데.”

더군다나 기억을 잃어도 그 정도는 기억한다고? 그딴 게 어딨어. 잃으면 잃는 거지.

아몬드는 어이가 없었다만. 여기서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스위프트는 모든 걸 잘 안다.

맞춰주는 게 답이었다.

“그건 다음에 말하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스위프트는 피식 웃으며 끄덕인다.

“그건 그래.”

타다닥…… 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만이 한동안 적막을 채웠다.

“으으읏!”

스위프트가 먼저 기지개를 켜더니.

“우중충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잠이나 자지. 내일도 어떤 괴물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이렇게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아이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오늘 첫 번째 불침번을 맡은 아이만 모닥불에 남았다.

아몬드는 돌아가는 스위프트의 등짝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몸 원래 주인은 여기 왜 왔을까요?”

-그러게말입니다

-그건 문신을 파악해보면 알듯

-룬을 더 얻자

불현듯 이 몸 원래 주인의 목적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이 심연 탐사에 참가한다는 건 엄청난 위험부담이니.

그만큼의 목적이 있었을 거다.

방금 들었듯이 다들 꽤나 분명한 목적이 있지 않던가?

특히 루나는…….

‘루나는 대체 누굴 죽여야 한다는 거지?’

누굴 죽여야만 한다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하다니. 대단한 원한인 모양이다.

“뭐지. 넌 왜 안 들어가나.”

불침번이 아몬드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아무래도 텐트로 들어가 자라는 NPC들의 압박인 듯했다.

“들어가고 있어.”

* * *

텐트로 들어간 후.

아몬드는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이런 메시지가 뜬다.

[수면을 취하시겠습니까?]

[시간을 정해주세요.]

자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양이다.

아몬드는 당연히 잠을 안 잔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진짜 자면 안 되지.’

스륵.

그는 아무도 모르게 조심스레 상체를 일으켰다.

-어디감?

-부엉이 울어야 가는거 아님?

-암살하러감?

“부엉이가 세 번 울릴 때까지 기다릴 순 없죠.”

부엉이가 울고 출발해도 된다.

만약 이 메시지가 아몬드를 부른 거라면 그렇게 해도 문제는 없다.

근데 만약 아몬드를 부른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부엉이 소리에 맞춰 일어나게 될 것이고.

“숨어서 대기할게요.”

아몬드는 숨을 죽인 채 텐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다행히 아무도 깨지 않았다.

밖엔 모닥불 앞에 앉아 멍 때리는 아이 하나뿐이었다.

그는 아무 반응도 없이 그저 가만히만 있었다.

아몬드는 안심하고 적당한 수풀 속에 자리를 잡고 엎드렸는데.

사부작.

풀 소리가 들린 걸까?

모닥불을 피우던 아이가 이쪽을 응시한다.

“너. 새로 들어온 놈이구나.”

-ㄷㄷㄷ

-헉

-앗……

아몬드는 뭔일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몸을 일으킨다.

“어. 그래.”

-어. 그래 ㅇㅈㄹㅋㅋ

-들킨주제에 왤케 뻔뻔함ㅋㅋㅋ

-아. 들켰나. 안녕?

그 아이는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옆에 앉아. 잠이 안 와서 나온 것 같은데.”

“…….”

아몬드는 어차피 모닥불 앞에서 기다려야 하므로 다가가 앉았다.

“난 벤이야.”

“왜.”

“……뭐?”

“아. 이름이 벤이구나.”

-ㅁㅊㅋㅋㅋㅋㅋ

-???

-스트리머에겐 헷갈리만도함ㅋㅋㅋ

-나 밴당했다고 이해한거임?ㅋㅋㅋㅁㅊㅋㅋㅋ

-이름 말했더니. 왜 ㅇㅈㄹㅋㅋㅋ

“사실 알고 있었어.”

아몬드가 급하게 노선을 수정한다.

-???

-아성식 사회생활 on

-뭘 알아 ㅋㅋ

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 아까 텐트 같이 칠 땐 모르던데. 그래서 소개한 거야.”

“지금 알잖아.”

“……그래.”

벤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순해 보이는 인상이다.

-견과류식 스몰토크 ㅋㅋㅋㅋ

-역시 릴 고수라 그런지 대화도 어그로 핑퐁을하네요

-내가 벤이었음 모닥불로 후려침

잠시 불멍을 때리던 벤이 묻는다.

“너. 혹시 루나한테 관심 있어?”

“……?”

아몬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경계한다.

그야, 그는 루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있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

-관심이 있긴하지 ㅋㅋㅋ

-경찰도 범죄자한테 관심있음ㅋ

-의심스러워서 쳐다본 걸 이렇게 ㅋㅋㅋ

아몬드가 대답을 못 하자,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루나는 분명 예쁘지.”

벤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아몬드를 바라본다.

“하지만 걔를 너무 믿지 마.”

“……왜. 차였나?”

-너무하네 ㅋㅋㅋ

-차였냐니 ㅅㅂㅋㅋ

-정──곡

“뭐!?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오늘 못 봤어? 루나가 고른 길은 다 허탕이었어.”

아몬드는 사실 루나가 고르는 장면을 딱 한 번만 봤다. 나머지는 스킵됐고.

“그래?”

“기억을 못 하는 거야? 아…… 성소에 대미지를 입었다고 했나…… 안타깝군.”

“근데 루나가 고른 길이 허탕이었다는 걸 어떻게 아는 건데.”

“아무런 수확도 없으니까?”

“그건 그냥 운이잖아.”

“아니야. 루나는 성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애초에 길잡이로 이 파티에 들어온 거야. 그럼 최소한 룬 박스 두세 개 정도는 얻었어야 해.”

“…….”

“능력이 없거나, 일부러 안내하지 않는 거야.”

“대체 왜.”

“심연을 떠도는 인간 사냥꾼일 수도 있지.”

“인간…… 사냥꾼?”

“어. 참가자들을 계속 빙빙 돌게 하고, 지쳐서 약해졌을 때. 자기 먹이로 삼아버린대. 녀석들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잡아서 레벨을 올리는 거야.”

-ㄷㄷㄷㄷ

-개무섭누

-루나 정체가 뭐야

-음모론 ㅋㅋ

“왜 그렇게까지 루나를 의심하지? 네 말대로 그냥 예쁜 여자애잖아.”

“…….”

벤은 대답을 망설인다.

아몬드는 여기서 대답을 부추겨 봤다.

“차였나?”

-ㄹㅇ 악질이누 ㅋㅋ

-ㅁㅊㅋㅋㅋㅋ

-대답 강제 무쳤네 ㅋㅋㅋㅋ

-이제 대답안하면 차인거임~~

-대답 버튼 ㅋㅋㅋㅋ

“뭐? 무슨……!”

벤은 격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런 거 아냐! 차라리 그런 거면 나았을 거야.”

“그럼 뭔데.”

“……당했어. 내 친구가.”

“?”

“죽었어. 루나한테.”

“……뭐?”

죽어?

루나한테?

그럼 왜 같이 다니고 있지?

-ㄷㄷㄷ

-헐

-뭐여ㅁㅊ

“심증에 불과하긴 해. 나밖에 모르거든.”

“그 심증이란 게 뭔데.”

“루나가 그 녀석에게 그날 밤 몰래 만나자고 쪽지를 보냈대.”

‘뭐야. 설마 이런 건가.’

아몬드는 무심코 자신의 창대를 내려봤다.

“녀석은 하루 종일 신나서는 좋다고 나갔지. 솔직히 나라도 그랬겠어. 그런 여자애가 밤에 몰래 만나자고 하는데. 안 만날 남자가 어딨겠어.”

벤은 무슨 망상을 하는 건지 헤벌레하며 허공을 바라본다.

아몬드가 보기엔 벤이야말로 루나에게 관심이 있는 듯했다. 설사 제 친구를 죽였대도.

“근데 다음 날 아침에 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

“……그게 끝?”

“어.”

“……스위프트한테 말해봤나?”

“안 믿어. 루나가 보낸 편지가 어딨냐고 묻더라고.”

“…….”

“내가 분명 들었거든. 녀석한테. 오늘 밤에 루나를 만나러 간다고. 쪽지를 보냈다고. 나한테 자랑했었거든. 근데 그 쪽지를 내가 아무리 찾아도…… 당연히 찾을 수가 없었어.”

아몬드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쪽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왠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건 쪽지가 아니었다.

‘루나가 들고 있던 거야.’

어쩌면 루나는 증거물을 자신이 들고 다니던 거였다.

-아. 그럼 창에 써있던게 그때 쓴건가?

-헐 ㅋㅋㅋ 살인자가 증거물을 들고 있어 ㅅㅂㅋㅋㅋ

-와

‘그러면 이건 이미 한 번 써먹은 메시지겠구나.’

오늘 부엉이 소리가 울려 퍼지진 않을 것이다. 이미 끝난 이야기가 기록된 거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부엉~

“!”

부어엉~

‘부엉이 소리가…….’

부어어엉.

‘세 번.’

아몬드는 다시 한번 자신의 창대를 바라본다.

「부엉이 소리가 세 번 들릴 때 모닥불로」

* * *

[초보자 Tip: 화신과의 계약에 성공하셨나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어느 나라에 가도 귀족급의 대우를 받으며 지낼 수 있겠네요! 다만 화신은 성소의 에너지가 떨어지면 존재할 수 없다는 점. 명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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