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75화 (455/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75화

61. 규칙(2)

눈을 맞아서인지, 잠시의 고통 호소는 있었을지라도.

‘살았잖아?’

우드슬래터는 쓰러지지 않았다.

“끄어어어어어!”

키이이이잉!

양쪽의 전기 톱날을 빙빙 돌리며 달려오는 우드슬래터.

“아무래도 한 발로는 안 되나 봐요.”

아몬드는 어깨만 한 번 으쓱해 보이고는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한 방에 안 죽으면 세 방 다섯 방을 맞히면 그만이다.

파방!

빠르게 연사된 두 개의 화살.

그런데─

“?”

놈은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아?

화살 앞에 그게 무슨 소용이야? 하겠지만, 놈같은 괴물에겐 소용이 있다.

텅!

눈꺼풀 가죽이 화살을 튕겨내 버린 것이다.

눈을 한 번 맞히면 눈을 감아서 막아버리다니.

이래서는 어떻게 죽이란 말인가?

-헐 뭐임

-눈꺼풀조차 못뚫어??

-ㄷㄷㄷ

다만 다행인 점.

놈은 외눈박이 트롤이다.

머리통 한가운데에 작은 눈 하나뿐인데. 그걸 감으니 뭐가 보일 리가 없다.

“으어어어으어!”

키이이잉!

놈은 아무 데나 전기톱을 휘두르며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루나. 이거 뭐야. 어떻게 해야─”

──철컹!

그러나, 녀석은 귀가 좋은 모양이다.

우뚝 멈춰 서더니.

이쪽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

아몬드는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키이이이이이야아아!”

놈이 쫓아온다.

아몬드는 루나를 따라 뒤로 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견같이 줄행랑ㅋㅋㅋ

-하남자 특) 히트앤 런함

-결국 도망이냨ㅋㅋ

아몬드는 루나를 쫓아가며 더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루나. 눈 맞혔는데.”

“하나 더 있어. 눈이. 그거까지 맞히면 죽을 거야!”

“어디에?”

“뒤!”

“뒤? 눈이 뒤에 달렸다고?”

뒤에 있으면 무슨 수로 맞히나.

“그러니까 내가 건드리지 말랬잖아!”

“……으.”

아몬드는 뒤로 돌아본다.

지형을 다 박살 내면서 뛰어오고 있는 우드슬래터.

5층 건물 정도 크기의 거대한 몸. 그만큼 높이 달려 있는 머리. 그 뒷통수에 눈이 또 있단다.

뒤에 달렸으니 여기서 칠 방법 따윈 없었다.

커브샷도 안 된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 마당에 화살에 커브가 걸리면 힘을 많이 받지 못한다.

심지어, 이 해방의 활…… 레이나의 무기랑 비슷해서 커브가 거의 안 걸릴 거다.

‘그렇다면…….’

아몬드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도망치나?’

놈은 소리밖에 못 들으니 도망치는 건 수월할 거다.

‘룬 박스는 어쩌고.’

룬 박스를 줄 몬스터를 두고 도망치는 건 너무 아쉽다.

아몬드는 결정을 내렸다.

그의 발이 멈춰 선다.

치이이익!

“뭐, 뭐야 왜 멈춰! 도망쳐야지!”

루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어……? 야아아!”

아몬드는 멈춘 걸로도 모자라 아예 우드슬래터 쪽으로 뛰고 있었다.

키이이잉!

거대한 전기 톱날이 그를 마주하려 오고 있었다.

“키야아아아아앗하!”

괴성과 함께 당장에라도 사방이 피범벅이 될 것 같았다. 루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콰과과광!

땅이 톱에 갈려 헤집어진다.

그러나, 피는 없었다.

치이이익!

땅이 미끄러지는 소리.

-캬

-이걸 나가네

-오 ㄷㄷ

아몬드는 우드슬래터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리릭!

빠져나간 동시에 그는 시위를 당기고 있었고.

파아앙!

푸른 궤적이 우드슬래터의 뒤통수로 날았다.

그리고…….

-캬 이거지ㅋㅋㅋ

-활쏘기 진짜 시원하네

-이야

푸욱!

우드슬래터의 눈으로 적중했다.

“끄어어어어어억……!”

괴상한 비명이 흘러나오고.

거대한 몸이 엎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루나 쪽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루나는 시체에 깔릴 것 같아 비명을 내질렀으나.

펑!

시체는 이내 검은 연기로 사라졌다.

심연에서 죽는 몬스터들은 이렇게 흔적도 없이 검은 가루로 돌아가곤 한다.

“하아. 하아. 겨우 살았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루나.

-얘 n수한 거 맞음?

-루나는 다섯번째 수능이지만 여전히 긴장된다.

-ㅋㅋㅋㅋㅋㅋ루나야 ㅠㅠ

루나는 피어올라 가는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우드슬래터를 혼자서 잡다니. 아무리 활이 있었다지만.”

루나는 휘날리는 검은 가루 저편에 서 있는 아몬드를 보며 중얼거린다.

“어쩌면…… 이번엔 되는 걸까?”

* * *

우드슬래터가 쓰러진 뒤.

당연한 보상이 잇따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Lv. 9]

아몬드의 레벨이 어느새 9였다.

파티도 없이 우드슬래터를 단독으로 잡아서 엄청난 경험치를 받은 거다.

당연한 보상은 경험치뿐만이 아니었다.

“룬 박스네요.”

-드디어

-ㄱㄱㄱ

-언박싱 ㄱ

룬 박스가 나왔다.

그것도 2개나!

“후우.”

룬이 나오면 또 한참 머리 굴려야 할 테니. 아몬드는 심호흡으로 긴장을 풀었다.

-IT올튜버마냥 언박싱갑시다

-ㄷㄱㄷㄱㄷㄱ

-호두 스핀 예열중 ㅋㅋㅋ

그는 정말로 언박싱 방송마냥 손을 한번 비비더니. 농담을 던졌다.

“조금 올드하긴 하지만. 패키징에 신경을 쓴 게 느껴집니다.”

-ㅋㅋㅋㅋㅋ

-ㄹㅇ

-조금?

그리고 한 상자에 손을 올리며 묻는다.

“룬 뽑는 게 맞겠죠?”

-글치 ㅇㅇ

-ㅔ

-룬이지

-무기 ㄱ

-1111

채팅창에 수도 없이 숫자가 도배된다.

1이 룬이고 2가 무기 3이 포션.

이미 활이 나온 마당에 아몬드에게 그 이상의 무기가 필요하진 않을 테고. 포션 역시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1번이지.’

[룬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는 거침없이 룬을 골랐다.

[복사의 룬 - 리카(Lika)]

연이어 다른 박스에서도 그는 룬을 골랐다.

[폭발의 룬 - 아헤모스(Ahemors)]

폭발의 룬과 복사의 룬.

역시나 기능은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이름으로 추론컨대 쓸모가 없진 않을 거 같다.

특히나 폭발의 룬은 얼마나 큰 폭발을 보여줄지 걱정될 정도다. 작은 폭발물을 손으로 들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현재는 해괴한 문자가 새겨진 돌에 불과하지만.

“룬 2개를 골랐구나?”

루나가 다가와서 묻는다.

“넌 안 줄 건데.”

아몬드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루나를 아직 믿을 수 없는 모양이다.

-ㅁㅊㅋㅋㅋ

-초딩이냐?

-아아가는 안줘 그냥 안줭

루나는 어이없다는 듯 발끈했다.

“누가 달랬냐!?”

“파티원이니까 분배하자고 할 줄 알았지.”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휙 돈다.

룬 문자도 괜히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뒤 돈 채로 마이크 채널을 돌린 후.

“룬을 얻었습니다.”

허공에 룬을 흔들어 보이는 아몬드.

-커엽ㅋㅋ

-해석 ㄱㄱ

-놀리냐곸ㅋㅋㅋ

-n수생 놀리지마.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놀리지말라고. 그거 어떻게 하는거냐고!

-너무해 ㅋㅋ

“이제 이거 시간 나면 한번 해석해 보겠습니다.”

아몬드는 일단 룬 해석은 제쳐두기로 한다.

이걸 해석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니까 말이다.

“일단 입구를 찾으러 가는 게 먼저겠죠.”

그는 룬을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난 빛나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턱.

루나가 붙잡는다.

“잠깐. 룬 안 써?”

“응. 지금은.”

“무기에 쓰면 곧바로 강화될 거야.”

“아. 강화…….”

아몬드는 룬의 강화 기능은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화하면 확실히 좋긴 하겠지.’

루나가 재촉한다.

“이제 곧 다른 참가자들이랑 무더기로 만날 텐데. 미리 강화해 놔야 하지 않겠어?”

강화한다면 당연히 좋을 거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룬은 사용하면 사라지지 않던가?

그러면 해독을 못 하게 된다.

이 문자를 어디에 따로 적어놔야 할까?

‘어디에 적어…….’

필기구와 종이가 없는건 당연하고. 적는다고 해도 이걸 그대로 따라 그릴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시간에 해석하는 게 나을 것이다.

‘시간?’

그래. 시간이 문제다.

아까 전 갑자기 떠오른 규칙을 상기해 보라.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정확히 20명이다.]

20명이 넘어가 버리면 절대 다음 층으로 갈 수가 없단다. 정확히 언급된 건 아니지만 선착순이나 마찬가지일 터다.

심지어 입구를 탈환할 수도 있다고 하니, 여러 가지로 복잡한 변수가 많을 거다.

즉, 늦게 도착하면 엄청난 손해를 본다.

여기서 룬 문자로 공자 왈 맹자 왈이나 할 수는 없다.

아몬드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냥 가자.”

“뭐? 왜? 강화하고 가면 되잖아?!”

‘그놈의 강화…… 못 한다니까.’

문신 해석 때문에 강화를 미뤄야 한다. 어이없지만 그게 현재 상황이다.

그렇다고 루나에게 문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완벽하게 그녀를 신뢰할 수 있게 되면 그때 공유하는 게 좋을 거다.

아몬드는 대신 이렇게 말하기로 한다.

“어차피 그런 놈들 정도는 강화 없이 이 무기로도 충분해.”

그는 활을 툭툭 치며 이만 이 논쟁을 끝내려 했으나.

루나는 지지 않고 덤빈다.

“……룬으로 강화하면 안 충분하고?”

NPC 주제에 쓸데없이 머리가 좋다.

아몬드도 머리를 굴려 대답해 본다.

“그건 더 좋은 무기가 나오면 그때 쓸 거야.”

큰 그림을 그리자는 것인데.

“너처럼 큰 그림 보는 애들. 여기서 오래 못 가던데.”

얼씨구.

이젠 연륜으로 압박하나?

하지만 아몬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아성 다니던 시절, 상사들의 어록 보따리를 잠깐만 꺼내도 말할 게 산더미니까.

“아하.”

탁.

아몬드가 깨달았다는 듯 손바닥에 주먹을 친다.

“그렇게 잘 알아서, 여기에 오~래 있는 거구나?”

-조리돌림의 화신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n수생 죽어요오옷!

-재수학원탑의 고인물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너무하네

루나가 씩씩거리며 발끈한다.

“너! 그게 무슨 막말이야!”

이런 반응을 보면, 정말로 여기에 오래 있었긴 했나 보다.

음. 신뢰도가 조금 올라간다.

“그나저나 말해봐. 루나.”

이 기회에 아몬드는 궁금한 걸 물어본다.

“뭘.”

“넌 왜 내게 이런 말을 하기로 한 거지? 너만 이게 반복된다는 걸 인지한다는 거. 나한텐 말해도 되는 건가?”

이건 아마 아몬드가 들어간 이 몸의 정체와도 관련이 있을 터다.

루나는 한참을 대답하지 않더니.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나란히 걸으며 답한다.

“항상…… 네가 변수였어.”

변수?

“넌 항상 다른 사람이더라고. 매 회차가 시작할 때마다, 넌 늘 저번 회차랑 달랐어. 이름도 바뀌고. 성격도 달라. 능력도 다르고.”

이건…… 플레이어가 바뀌는 걸 말하는 거 같다.

-ㄷㄷㄷ

-플레이어 말하는거 아님??

-오우ㅁㅊ

-우리 인지하는거??

-메타 인지 ㄷㄷ

모호하긴 하지만, 루나는 분명 이 몸을 통해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란 스토리 모드 때도 레테가 빙의했다 풀렸다 하는 것으로 플레이어의 개입을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레테의 케이스랑은 달라.’

하나 이건 레테의 케이스와 다르다.

란의 스토리 모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것이고.

현재 이 스토리 모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스토리에 플레이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루나는 실시간으로 플레이어를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까, 아몬드 이전에 스토리 모드를 깨러 왔던 유저들을 기억하고 있는 거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이래서 전자파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고 한 건가.’

루나가 플레이어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건. 전자파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거다.

즉, 유저들의 데이터가 이곳에 쌓이고 있다는 거다.

‘그럼 적은 정말로 스위프트 아니면 루나구나.’

유저들의 기억을 갖고 있는 루나.

루나가 믿을 수 없다고 했던 스위프트.

이 둘 중 하나가 아몬드의 적일 터다.

전자파와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커뮤니티의 여론을 보고 추론해 보면 그렇다.

그런데 의문인 게 있었다.

‘근데 왜 루나는 아직도 여기 있지?’

레이나 스토리 모드였으면 진작에 탈출했을 텐데.

왜 루나는 계속 여기에 있는가?

혹은 그녀가 적이라면 왜 죽지 않았는가?

루나가 아닌 스위프트로 바꿔봐도 의문은 같았다.

이 심연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아몬드의 시선이 손안에 빛나는 룬으로 향한다.

‘이 안에 답이 있으려나.’

툭. 툭.

루나가 아몬드의 옆구리를 찌른다.

“저기.”

그녀가 어딘가를 가리킨다.

“입구를 갖고 있는 사람. 찾았어.”

사방으로 펼쳐진 모든 빛이 한군데로 모이는 장소가 있다.

그 장소 한가운데.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저 자식은…….’

닌자다.

아까 전 교전을 벌이던 이기어검술을 쓰는 닌자다.

놈이 입구를 갖고 있다.

‘그게 다가 아니잖아?’

이기어검술을 쓰는 닌자.

놈은 포션이라도 마신 건지 이미 다 회복된 상태다.

이것만 해도 어지간히 상대하기 골아픈 놈인데.

‘지키는 놈들이 있어.’

거기에 그를 호위하는 세력들까지 있다.

총 두 세력인데.

원래부터 닌자의 팀이었던 놈들과…….

‘스위프트?’

스위프트의 파티원들이다.

물론 스위프트 본인도 포함.

* * *

[초보자 Tip: 타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심연은 잔반을 남기지 않는다. 심연에 들어갔으면 최후의 팀에 남는 게 좋다는 뜻이죠!]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