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88화
65. 이카루스(2)
이카루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그려지는 어리석은 인물상.
그는 아버지의 죄로 함께 미궁에 갇히게 되는 비운의 청년이다.
심지어 그 미궁은 아버지가 설계한 것이었으나, 설계자 본인조차 탈출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우습게도 자신이 설계한 미궁에서 꼼짝없이 굶어 죽어야 할 수도 있었던 때.
그들은 하늘 위의 새와 길을 밝혀놓은 양초를 보고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굳혀 날개를 만들자. 그리고 날아서 여길 나가자」
뛰어난 기술자였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으고 모아 밀랍으로 굳혀 커다란 날개를 만드는 것을 성공했다.
날개를 젓자, 실제로 몸이 날아오른다.
이카루스는 크게 흥분했다.
아버지. 제가 하늘을 날고 있어요. 이제 미궁을 나갈 수 있어요.
그러나 다이달로스는 경고한다.
밀랍이 녹으니 태양 가까이 너무 높게 날지도 말 것이며, 깃털이 젖으니 바다 근처로 낮게 날지도 말거라.
적당히 중간을 유지하며 날아가라는 말이었으나.
이카루스는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한번 날기 시작하니 희열이 몸을 휘감았다.
그는 점점 날개를 저어 위로, 더 위로 향했다.
신에게 가고자 했다.
인간이 가 보지 못했던 영역을 가고자 했다.
결국엔 태양의 열이 밀랍을 다 녹였다.
깃털은 거짓말처럼 흩어지며, 이카루스는 날개를 잃고 추락하여 죽어버렸다.
* * *
이카루스의 신화를 떠올린 아몬드는 되뇌었다.
‘이카루스가 스위프트가 아니었나.’
이 이카루스의 날개에 관한 신화는 야망에 잡아먹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도로 자주 사용된다.
아몬드는 그게 스위프트를 비유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스위프트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계속해서 3번만을 고르다가 언젠가 고꾸라질 테니까.
딱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스위프트가 죽은 뒤에도 세 번째 별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카루스는 스위프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카루스는 누구인가.
누가 그 무모한 날갯짓을 할 것인가?
아몬드의 활시위가 튕겼다.
파앙!
“루나. 벤. 저 새를 죽이고 여기서 나가자.”
아몬드의 화살은 이곳의 관리자인 새에게 향했다.
캉!
비록 새는 이 공격을 손쉽게 튕겨 버렸으나.
선전포고는 충분히 되었으리라.
그는 아몬드를 빤히 쳐다보더니 중얼거린다.
“흥미로운 선택이군.”
새를 죽여 깃털을 모아 이 미궁을 탈출할 것이다. 그 끝이 추락일지라도, 남은 방법은 그뿐이었다.
* * *
이건 어쩌면 필연이었다.
이 녀석이 이 심연의 최고 관리자인 이상, 싸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루나와 벤은 혼란스럽다.
“새, 새를 죽이고 이곳에서 나가자고……?”
“저, 저 녀석을 어떻게…….”
아몬드가 딱 잘라 말했다.
“그게 아니면 우리끼리 서로 죽여야 하는데.”
그 말에 벤과 루나의 얼굴이 파리해진다.
그렇다. 새는 셋 중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지금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셋이 싸우라 했거늘. 나를 공격하다니. 하지만 지금이라도 셋이 싸운다면, 약속된 대로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새는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다시 대항한다면 아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너흰 죽지도 못한 채 이 시련을 또 반복할 것이다.”
그 말에 벤은 덜덜 떨었다. 칼끝이 심하게 흔들렸다. 와중에 루나는 격분한다.
“뭐? 다시 반복? 왜 죽지 않는 건데?”
“…….”
-? 그러게
-ㄹㅇ 이상하네
-재활용 아니겠니?ㅋㅋ
새는 대답이 없었다.
루나의 시선이 성소로 향한다.
“설마…….”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체감상 뭔가 아까보다 에너지가 더 차올라있다.
“이거…… 왜 차오른 거지? 너. 대답해 봐.”
새는 조소를 머금는다.
“이곳에서 죽는다면, 그 경험치가 성소로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아니면, 그냥 버리란 말이냐?”
스위프트에게 죽어 쓰러진 아이들. 그들의 경험치가 성소에 저장된 것이다.
“……스위프트는 아직 3번을 고르지도 않았잖아.”
루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근데 왜! 멋대로 애들의 경험치를 네가 저장하냐고!!”
아몬드는 사실 루나가 왜 이리 분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다음 말을 듣고 이해했다.
“너도 애초에 이 성소의 힘을 다 채우는 게 목적인 거 아냐!?”
-ㄴㅇㄱ
-ㄹㅇ 새새끼도 경험치 채우는 걸 원하는 거 같은데???
-헐 소름
-그래서 스위프트가 그렇게 하는거 걍 방관한듯
-ㄷㄷ
‘그런 거였나.’
이 성소를 가득 채우는 걸 원하는 건 스위프트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새 역시도 이 성소를 채우길 원한 거다. 그런 거라면 이 심연에서 펼쳐진 경연의 공정성에도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스위프트가 계속해서 이기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래서…… 스위프트가 계속 이길 수 있었던 거야!?”
물론 새는 명쾌한 답을 들려주진 않았다.
“판단은 성소가 한다.”
대신 그는 협박을 한다.
“집행은 내가 한다.”
촤라라락!
위협적으로 날개를 펴 보이며.
새가 날아올랐다.
“마지막 선택권을 주겠다.”
역광으로 새까맣게 타오른 새의 형상.
위협적이기 그지없었다.
그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서로를 죽여라.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원래 진행대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이라도 그에게 복종한다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벤이 덜덜 떨며 묻는다.
“루나…… 우, 우린 잘 못 싸우잖아. 괜찮겠어?”
“누가 못 싸운대! 자꾸!?”
루나가 버럭 외치더니, 두 개의 칼을 꺼내 들었다.
스릉!
‘저건…….’
루나는 스위프트의 검을 꺼내 든 거다.
그녀는 꽤나 익숙한 동작으로 검을 한번 돌리더니, 새를 향해 내던진다.
“아몬드! 난 결정했어!”
파앙!
파공음과 함께 날아가는 검.
그 검은 새의 어깨너머로 지나갔다.
빗맞은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점멸]
파직!
금빛으로 타오르는 루나가 검 위쪽에서 나타난다.
[검강]
그녀는 검강을 불태우며 새를 향해 베어낸다.
촤아악!
새는 공격을 허용하고 만다.
[체력 97%]
그는 뒤로 돌며 루나를 향해 칼날 날개를 휘두르지만.
[점멸]
루나는 이미 없다.
파직!
그녀는 놓고 온 칼로 다시 이동했다.
벤의 바로 옆이다.
“루…… 루나.”
벤은 깜짝 놀라 중얼거린다.
“이렇게 잘 싸우는 거였어?”
“하아…… 하아…… 내가 여기서 썩은 세월이 얼만데. 이 정도는 하지.”
-뭘 했다고 ㅋㅋㅋ
-한 대 치고 런하니까 잘싸우는애됨ㅋㅋㅋㅋ
-벤 너무 커엽ㅋㅋ
-루나 자신만만한 얼굴 개킹받네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군.”
루나에게 한 대 맞은 새는 꽤나 기분이 좋지 않은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좋다. 전부 심판해 주겠다.”
“아몬드. 나 다시 들어갈게. 엄호해 줘. 이런 식으로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거야.”
루나는 아몬드에게 엄호를 부탁한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쏜다.”
파앙!
아몬드가 활을 쏜다.
새는 날개를 저어 화살을 튕겨낸다.
화살은 막았으나.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루나의 신형이 파고든다.
파직!
[점멸]
동시에 칼을 내지르는 루나.
푸욱……!
칼이 새의 복부에 박힌다.
새는 그 칼을 되레 꽉 쥐어버린 뒤.
턱.
“어……? 칼이 안 빠져!”
주먹을 휘둘렀다.
묵직한 크기의 주먹이라, 맞으면 절대 무사하지 못할 수준이다.
퍼엉……!
그때, 아몬드의 화살이 급소에 맞았다.
새의 주먹이 잠시 멈췄다.
루나는 있는 힘껏 몸을 던지며 칼을 뽑아버렸고, 주먹은 빗나갔다.
-와우 연계
-환상의 팀플 뭔데
-n수생의 독기와 의대생의 실력!
새가 헛주먹질을 하는 사이.
퍼버벙!
아몬드의 화살이 다시 약점을 터뜨리면서 경직을 일으킨다.
새 입장에선 억울할 정도로 일방적인 전투였다.
-경직 개사기누
-이걸 어케이기냐고 ㅋㅋㅋ(보스 입장)
-이런 씹ㅋㅋㅋ 5성 활 에반데?
-아몬드가 써서 사기인거
-페이즈 2까지 스무스하게 가겠네
[체력 73%]
전투가 지속되자, 새의 체력은 생각보다 쉽게 깎여 나가…….
[체력 47%]
어느새 절반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 * *
잠시 후.
“하아. 하아. 생각보다 쉬운데? 새대가리 놈. 겉만 번지르르 한 거였어.”
루나는 꽤나 자신감이 올라갔는지, 이런 발언을 했으나.
-그 발언……
-거의 해치웠나 급ㅋㅋㅋ
-앗
모든 보스가 그렇듯, 이 새도 페이즈 2라는 게 있다.
콰광!!!
새의 신형이 폭발을 일으켰다.
[초월]
전신이 하얗게 타오르더니.
체력이 일부 회복됐다.
[체력 60%]
게다가 듬성듬성 빠졌던 칼날 깃털이 전부 다시 생겼고.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며 날아올랐다.
놈은 아예 화살이 닿지도 않을 높이까지 올라가 버렸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몰아붙이다니.”
그렇게나 대미지를 줬는데. 놈의 목소리는 절망적일 정도로 태연했다.
전혀 동요한 기색이 없었다.
“인상적이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다른 스킬을 발동시켰다.
[기억]
기억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인간과의 대결이 간만이라. 상대하는 법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는 그가 여태 상대해 본 자들 중 가장 뛰어났던 자들의 기억을 자신에게 씌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주변으로 복잡한 룬 문자들이 스르륵 지나가더니.
눈에서 새하얀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그의 형상이 점점 변해갔다.
인간의 모습으로.
‘이건가.’
아몬드는 직감했다.
그간 싸워왔던 플레이어들의 데이터와 싸워야 한다는 건 지금을 말한 거라고.
‘전자파의 기억…….’
그래서일까?
이런 후원이 들어왔다.
[킹귤 님이 미션을 등록하셨습니다.]
[내 눈물 값을 받아와라. 아몬드!]
킹귤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미션.
-??
-엥?
-찐임?ㅋㅋㅋ
-킹귤ㅋㅋ
-갑자기?
-눈물값ㅋㅋㅋ
-오렌주쥬스 착즙 사건 말하는 건가?
닉네임은 겹치더라도 아무나 똑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짜인지는 알 수 없었다만.
이런 미션이 등록됐다.
[미션]
[마지막 보스 킬]
[20만 원]
저 새가 사실상 마지막 보스일 테니.
노데스 3별 클리어 미션까지 합치면 무려 40만 원이 저 목에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후원은 흐름이라 했던가?
[수줍은 여포 님이 미션에 추가 후원하셨습니다!]
[한 숟가락 얹어봅니다.]
[+30만 원]
그는 무려 30만 원을 더 추가해 줬고.
킹귤이 걸었던 미션금은 총 50만 원이 되었다.
“킹귤 님. 수포 님. 미션 감사합니다. 꼭 가져가 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강탈 선언
-새대가리 2분 내로 컽 당할 예정ㄷㄷ
-수포좌 통 크네 캬
-짭포좌 스폿라이트도 못받겠누 ㅋㅋㅋ
현재 들어온 50과 앞서 걸린 노데스 3별 클리어 미션 20까지 더한다면 새의 목에 걸린 돈은 70만 원이다.
‘70이라.’
하늘 높이 떠오른 새를 보는 아몬드의 눈빛이 달라졌다.
* * *
주혁은 당황스러웠다.
“뭐야. 이거 진짜잖아?”
아까 장난처럼 미션을 걸었던 킹귤이란 아이디.
그게 진짜 킹귤이었던 것이다.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건, PC로 보는 사람 입장에선 굉장히 쉬운 일이었다.
그의 아이디 옆에 정보창만 눌러보면 그의 채널로 곧바로 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정보창에 링크된 채널은 킹귤의 진짜 트리비 채널이었다.
킹귤은 방송 중이진 않았다. 하기야, 자기 방송 중에 남의 방송에 가서 미션을 걸고 하진 않을 것이다.
‘이거 괜찮은데?’
이때 주혁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킹귤과 아몬드는 현재 협력 관계 아니던가?
게다가 어차피 오늘 S+ 랭크로 진입하는 시빌 엠파이어 솔랭 중계도 해줘야 한다.
그는 연락처에 있는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봤다.
[오늘 일 좀만 더 일찍 시작하시는 거 어떻습니까?]
전자파의 데이터와 싸우는 아몬드.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킹귤.
주혁은 싱글벙글 웃었다.
이 얼마나 상업적으로 완벽한 콤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