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91화
66. 뒷이야기(1)
날갯짓은 계속됐다.
뿌리 층을 지나, 줄기의 층, 그다음 잎의 층까지 지나버렸다.
대지 위로 솟아올랐다.
그럼에도 날갯짓은 멈추지 않았다.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이건 컷신인가?’
이미 이 몸은 아몬드의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
아무래도 빙의가 풀린 것 같았다.
계속해서 날아오르던 그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날갯짓을 멈췄다.
이 역시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갑자기 툭, 브레이크가 걸린 듯 멈춘 거다.
파앙──
날개가 갑자기 터져 버렸다. 칼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잡아주던 어떤 힘이 사라진 거다. 아마 성소가 부여하던 힘이다. 그게 없어진 거다.
‘그만큼 멀리 왔구나.’
의식이 희미했다.
시야가 흐릿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녹색 나무. 붉은 태양. 주홍빛 모래. 전부 물감처럼 뒤섞여 버렸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계속해서 빠르게 돈다.
쿵!
이내 전해오는 강한 충격.
추락한 것이다.
* * *
잠시 시야가 암전하더니.
다시 돌아왔다.
‘어디야.’
어딘지도 모를 타지 한가운데. 노란 사막이다.
그 모래 바닥 위에, 인간 하나가 누워 있다.
‘어?’
아몬드는 깨달았다.
내 눈앞에 누워 있는 저 인간이 바로 그 고고학자였다.
‘시점이 바뀌었다.’
그는 고고학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3인칭으로.
즉, 이제 그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죽은 거 아냐?’
처음으로 직접 보게 된 고고학자는 만신창이였다.
온몸에 상처투성이에 얼굴엔 핏자국이 엉겨 붙어 있다.
시커멓게 때가 탄 옷은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도 알기 힘들 정도였다.
원체 처참했으나 사막의 모래마저 달라붙어 더 꼴이 비참해진 것 같았다.
“허억…… 크윽…….”
그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다행히 살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의식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지금 움직인 건 신경계 반응에 불과했다.
다그닥. 다그닥.
모래바람 속에서 낙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무어라 소리치는 앳된 목소리.
그리고 화면은 넘어간다.
* * *
고고학자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혼란스러운 눈빛이다.
“어. 일어났는가?”
그를 구해준 노인이 인자하게 웃는다.
“사막 한복판에 쓰러져 있었다네.”
“구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자기소개를 하려던 남자는 멈칫한다.
“왜 그러는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제 이름이…….”
“이름이?”
노인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흰 눈썹을 꿈틀거린다.
“이름이야. 문제가 없네만. 생전의 기억도 없다는 겐가?”
“그렇습니다.”
“이거 참…….”
노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뭔가를 가져온다.
칼 두 자루다. 사막에서 쓰는 칼로 보이진 않았다.
“이 두 개의 칼. 자네가 갖고 있었다네. 여기에 쓰인 이름이 아마 자네가 아니겠나?”
“아…….”
“스……위프트. 스위프트라 쓰여 있군.”
그렇다.
저 검은 스위프트가 쓰던 물건이었다. 마지막까지 들고 싸우던 물건이 저것이다 보니 그대로 들고나온 것이리라.
“칼은 몸을 다 회복하면 드리겠네. 스위프트.”
그렇게, 고고학자는 스위프트라 불리게 되었고.
스토리 모드는 여기까지였다.
점차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처음 스위프트와 대화하던 그 시점으로 돌아왔다.
“얘기가 너무 길었군.”
마주 앉아 있던 스위프트는 시선을 돌리며 이만 몸을 일으킨다.
“이후 난 한참을 스위프트로 살았다. 내가 누구인지. 난 어디에서 왔는지 항상 궁금했지. 그래서 난 내 몸에 쓰인 글자들을 해석하기 위해 고고학자가 되었다. 그게 유일한 단서였으니까.”
-ㄷㄷㄷ헐
-진짜 고고학자 됐누.
-어??
“그리고 내 몸에 적힌 글자들을 다 해석할 수 있게됐을 때. 이 모든 일이 ‘심연’이란 곳에서 벌어졌단 걸 추측할 수 있었지. 난 루나를 다시 찾고자 했다.”
역시.
아몬드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때 느낀 직감이 맞았다.
“그리고 들어가면서 깨달았지.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결국 다시 내 몸에 적힌 대로 행동해야 했다는 걸.”
그는 또 포션을 먹고, 또 누군가의 힘을 빌려, 다시 루나를 찾으려 했다.
“몇 번을 반복했던 걸까. 불행이랄지 다행이랄지. 어느 순간에 난 다행히도 기억해 냈다. 이 일이 몇 번씩 반복됐다는 걸.”
“…….”
“그 관리자라는 녀석들은 죽여도 죽여도 새로운 대체자가 와서 자리를 차지했고. 한 성소의 힘을 다 채우면 다른 성소가 다시 그 자리를 대신했다. 루나의 추측이 맞았다. 애초에 성소의 힘을 전부 채우는 게 목적이었지. 쓰레기들.”
스위프트는 쓰게 웃었다.
“이젠 나도 그 쓰레기들의 일부가 됐다만.”
“그럼 루나는…….”
“결국엔 죽었다. 성소의 방에서 죽으면 목숨을 건지지만. 계약자가 아닌 녀석이 그전에 죽어버리면, 거기서 끝. 그냥 죽은 거다.”
“…….”
“그 많은 회차를 다 살아남았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나. 여튼, 그녀가 죽은 뒤론…… 심연을 탈출해도 기억이 날아가는 경우는 없었어. 신기하게도 말이야.”
-ㅠㅠㅠ
-헐 ㅠㅠ
-말도안돼
-개같은 폴리스 새끼들 스토리 왜 이렇게 만드냐고
-루나 살려내!
루나는 결국 심연 안에서 죽었다.
몇 번의 구조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 자신보다 이자를 먼저 내보냈고.
결국 한 번도 구해지지 못했다.
“그 글자들은 루나가 적은 게 맞는 건가?”
아몬드가 물었다.
그러자 스위프트는 잠시 아무런 말도 못한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난 그냥 루나를 구하고 싶었어. 그리고 실패했다. 그게 전부야.”
그는 루나가 설사 이 글자로 자신을 조종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구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녀를 사랑했다.
‘그렇구나.’
이젠 룬 글자를 대충 읽을 줄 아는 아몬드의 눈엔 보였다.
다른 문신은 대부분 다른 글자로 대체되어 있었으나.
‘Find Luna’
루나를 찾으라, 저 글자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스위프트는 ‘이야기는 이제 정말 다 끝났다’며 이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스토리 모드 클리어!]
[★★★ 획득!]
그제야 완전히 스토리 모드가 끝났다는 신호가 온다.
[보상으로 특정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3별 클리어의 스킬 강화 보상이 이어진다.
[스킬 ‘검강’의 대미지 타입이 트루 대미지로 바뀝니다.]
-이야
-이건 좀 개사기네
-캬
-딜뽕 미쳤다
트루 대미지.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한 채 적혀 있는 그대로 체력을 깎아내는 무서운 대미지 타입이다.
특히나 검강은 적의 잃은 체력 비례로 대미지를 주는데 그게 트루 대미지로 들어간다면 상당한 대미지가 들어갈 것이다.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스킨 보상이 하나 더 있었는데.
[특별 과제 달성!]
[특별 아이템 스킨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별 과제 달성?
아몬드는 이런 걸 한 기억이 없었다. 아마 게임 중에 그냥 지나간 모양인데.
“오…….”
[새로운 검 ‘루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점멸검이 쓰는 두 개의 검 중에 하나가 ‘루나’라는 검으로 바뀌었다.
이 검은 기존에 쓰던 검과 생김새가 확실히 달랐으며.
검등의 끄트머리에 ‘LUNA’라는 글자가 확실히 새겨져 있다.
-와
-오 디자인 이쁘다
-와 한정 스킨 뭔데!?
-실화??? 이거 뭐야?
-루나 ㅠㅠㅠ
이제 모든 보상도 받았겠다.
아몬드는 이제 다 끝났다고 선포한다.
“스토리 모드가 다 끝났네요? 그런 미션 정산을…….”
그는 드디어 ‘노데스 3별 클리어’ 미션에 성공 버튼을 누른다.
-캬
-짭포좌 오열ㅋㅋㅋ
-치키챠~
그러나 정산이 바로 되진 못했다.
띠링!
[루비소드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너무 축하해요! 길고 긴 싸움이었따!]
“아. 루비소드 님. 무려 10만 원이나 후원. 감사합니다.”
[보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캬~ 노데스 3별 실화?]
“아. 보우 님. 감사합니다. 정산이 왜 안 되죠? 후원이 밀려서 렉인가 봐요.”
-후원렉ㅋㅋ
-와 정산 타임ㅋㅋㅋ
-거의 잿팟급이네
-후원 밀려서 메시지가 안나와 ㅋㅋㅋㅋ
-줄서서 돈을 내는 곳이 있다?! 뿌슝 빠슝!?
미션 성공 판결보다 스토리 모드 끝낸 걸 축하하는 후원이 한참 더 먼저 밀려 있는 것이다.
[이게되네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추카추카! 다음 1부 게임은 뭔가요!?]
[도라진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스토리모드 너무 재밌었어요~ 또 해줘~~]
[감자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루나 ㅠㅠ 살려내 ㅠㅠㅠㅠ]
.
.
.
등등.
아몬드는 밀린 후원을 한참 동안 받아야 했다.
* * *
“아아아! 루나아아아아아!!!”
킹귤은 마이크에 대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귀청
-관심병사 같아요 킹귤님.
-ㅁㅊㅋㅋㅋ 표정ㅋㅋ
킹귤이 예상보다 더 슬퍼하자 의구심을 가진 누군가가 후원한다.
[나락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루나 말하는 거 아님?]
-투자 실패?ㅋㅋ
-엌ㅋㅋㅋ
-형수님! 여깁니다!
-숨겨둔 외국인 여친?
-그거면 ㅇㅈ이지.
“아. 나락 님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런 거 아니구요~!”
킹귤은 의혹을 뿌리치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 여튼 재밌었습니다. 오늘 원래 시빌 엠파이어 랭크 올리기 원정 해설하러 온 건데. 갑자기 이것까지 하게 된 건데. 좋네요. 제 쥬스도 다시 찾아오고~”
-또 해줘
-설마하니 스토리모드에도 빨대 꽂을 줄은 몰랐다 킹귤아
-빨대로 쥬스 다시 흡입 성공
“아니. 빨대라뇨. 빨대로 쥬스 흡입…… 푸하핫. 미친.”
킹귤은 본인이 생각해도 웃긴지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ㅋ
-수년만에 되찾아온 그의 쥬스……
-감귤 쥬스 원정대 여기까지였습니다~
-근데 전자파 기억이랑 싸운 시간이 얼마 안돼서 좀 아쉬움
-감귤 쥬스 찾은 소감이 어떻습니까?
시청자들이 타령하고 있는 쥬스란, 킹귤이 흘렸던 눈물을 말하는 거다.
정확히는 전자파 데뷔년도 시절, 신인이던 전자파의 점멸검에 호되게 혼나고 나서 흘렸던 그 눈물을 말한다.
지금에서야 아몬드가 그 복수를 해줬다고 좋아하고 있는 거다.
“아. 여튼 쥬스를 찾아온 거. 기분 좋습니다.”
[용팔이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자기 데이터로 이러는 거 보면 전자파도 어이없어서 웃길듯ㅋㅋㅋ]
-ㅋㅋㅋㅋㄹㅇ
-하긴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이야. 용팔이 님. 3천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아니. 근데 아몬드 님 보상 저거 뭐죠?”
킹귤은 아몬드가 받은 보상으로 화제를 돌렸다.
“칼 스킨을 얻었네? 저런 게 있던가? 이거 아마 그거 같죠? 루나가 대신 맞아준 거랑 연관 있는 거 같죠?”
-ㅇㅇ
-그런듯
-난 첨봄
-아 루나 거절하고 살아남은거 때문인가봐
-헐 부럽다
킹귤과 그의 시청자들의 말에 따르면 루나라는 이름이 새겨진 저 칼 스킨은 본래 주는 보상이 아니었다.
“와. 이거 좀…… 쎈데? 이슈 될 거 같죠?”
-일단 노데스 3별 클리어한 것부터가 ㅋㅋㅋ
-그럴듯
-해외 사이트 퍼날라지고 있음 이미
-아몬드 재차 떡상? 그럼 귤도 같이 떡상!?
-아몬드 코인 떡상 하나요?!
“떡상까진 아니어도, 꽤 관심받겠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킹귤은 무심코 아몬드 시청자 수를 확인했는데.
그의 눈이 휘둥그레져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아니.”
-??
-왜그럼?
-또 뭔 말하려고
-또 오바 싸네
사람들은 킹귤이 뭐에 놀란지 몰랐다.
“마의 4만…….”
킹귤이 이렇게 외치고서야 알 수 있었다.
“마의 4만 컷! 4만을 넘깁니다! 아몬드~!!”
-?
-4만 컽!?
-ㄷㄷㄷ
-아니 왜 이것까지 해설하고 있음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4만…… 잘랐다고…… ㄷㄷㄷ
-와 성장세 돌았네
아몬드가 단독으로 첫 4만 시청자를 돌파해 냈다.